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6월 20일 오후, 단식 10일째를 맞은 설조 스님을 찾아가 단식 중단을 요구했고, 이후 법주사 대중들이 병원이송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물컵이 깨지는 등 긴박한 상황까지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설조 스님의 '원로회의 쇄신' 요구 단식 파문이 일파만파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설조 스님은 20일 늦은 밤 미디어붓다와 통화에서 “오늘(20일) 오후 자승 총무원장이 불국사 주지 성타, 종회의원 종상, 불교신문사장 성직 스님 등과 찾아와 단식 중단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설조 스님은 “자세한 이야기는 몸과 마음이 안정을 찾은 후 내일 다시 이야기하자”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19일 오후까지도 기력을 유지했던 설조 스님은 이날 총무원장 일행과의 '접촉' 이후 목이 심하게 잠겨 원활한 대화가 어려울 정도로 심신에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설조 스님은 지난 19일 오후 미디어붓다의 통화에서도 총무원장 등 종단 집행부가 단식의 명분으로 제기한 원로회의 쇄신은 할 생각을 하지 않고, 적주비구로 지목한 교역직 종무원을 사퇴시키는 선에서 단식을 중단하면 안 되겠느냐는 등의 거래를 시도하려 한다며 심한 불쾌감을 드러낸 바 있다.
'불법으로 구성된 원로회의 쇄신'을 요구하며 지난 6월 11일 단식에 들어간 설조스님이 단식 10일째인 20일 자승 스님 등 종단핵심지도자들로부터 단식중단을 요구받았다. 이 과정에서 컵이 깨지는 상황까지 일어나 스님은 심신에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11일 단식을 시작할 때의 모습.
설조 스님은 19일 통화에서 원로회의 쇄신 요구는 타협이나 거래의 대상이 아니며, 적주비구의 처리는 당연하게 처리해야 할 일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설조 스님은 또 총무원장이 원로의원에 대한 호법부의 조사내용대로 행정처리만 하면 될 일을 하지 않고 있는데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설조 스님은 특히 의혹 제기가 아니라 호법부의 조사에서 드러난 사실에 근거한 원로회의 쇄신 요구에 부응하는 합당한 조치가 있기 전에는 단식을 중단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자승 스님 등이 설조 스님의 단식 중단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일부 스님들이 물리력을 동원해 설조 스님을 병원으로 이송하려는 시도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설조 스님이 크게 격노했고, 강제병원 이송 시도는 실패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고령의 설조 스님이 정신적·육체적으로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한편 불교계는 설조 스님의 원로회의의 쇄신을 촉구하는 단식이 11일째 이어지고 있는데도 출·재가를 막론하고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호법부 조사결과에 근거한 쇄신요구 단식에조차 무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는 불교계의 납득하기 어려운 흐름의 지속에 대해 뜻있는 불자들은 ‘불교공동체의 붕괴’를 배경으로 지목하고 있기도 하다.
원로회의에 무자격 승려가 단 한 명이라도 포함되어 있을 경우, 그 원로회의 불법 원로회의가 되며, 불법 원로회의에서 의결·인준한 것들은 모두가 불법이라는 설조 스님의 문제 제기는 메가톤급 후폭풍을 부를 수 있는 사안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자칫 이 문제는 종정의 자격논란으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94년 종단 개혁회의 부의장, 불국사 주지를 역임했고, 현재 법주사 운영위원회 위원장으로 있는 설조 스님은 지난 6월 11일 ‘불법으로 구성된 원로회의 쇄신’을 촉구하며 단식기도에 들어갔으며, 21일 현재 11일째 단식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