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로 향하는 버스가 점점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간다.
소운쿄 다이세츠 호텔은
그야말로 북해도의 지붕이라고 불리는 다이세츠산 속에 위치해 있다.
여행의 마지막 밤을 보내는 호텔은 뭔가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아쉬움도 있고
후련함도 있고
그래서 더 특별한 무언가를 기대하게 되는.
이 다이세츠호텔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이 호텔에선 한여름 일정기간동안 불꽃놀이로
여행객들을 한층 들뜨게 만드는 행사를 한다.
운 좋게도 우리의 마지막 밤을 이렇게 특별하게 만들어줬다.
올림픽 개폐막식에서 쏘아올리는 방대한 양의 축포는 아니지만
조용한 산 마을을 충분히 축제의 장으로 만들 만큼은 된다.
너무 많은 축포는 야생동물을 놀라게 할 수도 있으니 소박하게...
그곳에 오래 살아온 동물들은
이제 이 정도의 불꽃은 함께 즐길 수 있을 정도의 내성은 길러지지 않았을까
호텔 룸에 들어서서는
셋이서 환호성을 질렀다
세상에 우리룸이 스위트룸이다.
셋이서 하는 여행이라 트리플 룸을 원했는데
첫날은 다다미 방이라 셋이서 자기에 아주 좋았고
둘째 날엔 침대 3개 들어갈 룸이 없으니
룸을 2개나 주어 감탄시키더니
마지막 날엔 스위트룸이다.
넓직한 거실과
다다미 방
그리고 침대 2 들어가는 침대방
또 작은 다다미 방까지 갖춘
아주 넓직한 스위트룸이다.
요 다다미 방엔
저녁을 먹고 들어와 보면
정갈한 이불이 깔려있다.
첫 일본 여행 다다미방 체험에선
이불을 깔아주러 방문한 사람을 이해못해
어리둥절 했던 기억이 있다.
영어가 전혀 안되고 일본말로만 뭐라뭐라 하는데
얼핏 알아들은 이불 어쩌구
"네 이불 있어요"
"그게 아니구 어쩌구저쩌구"
이불장에 이불이 꽤 많이 있는 게 보이길래
"아, 이불 남는거 가져간다구요?"
손짓으로만 이해한 일본인이
"하이"
"그럼 들어오세요"
으잉?
이불장에서 이불을 꺼내더니
새 요와 이불깃을 정갈하게 씌워서는
착착 깔아준다.
"아, 이불을 세팅해 주겠다는 거였구나."
우리가 저녁식사를 하고 있는 동안
요 다탁을 한쪽으로 가지런히 치워놓고
새 이불을 깔아놓고 나갔다.
우렁각시처럼.
룸에 있는 웰컴과자는
어느 호텔이든
항상 맛있다.
준비된 차와 곁들여 먹는 맛이
얼마나 좋던지.
늦은 밤엔
잘 먹지 않는 금기도
여행중엔 과감히 깨버린다.
여행은 일탈이니까.
온천을 즐기러 나가기 전
유카타로 갈아입고
또 예변이 시작된다.
유카타 컬러가 바뀌었으니 또 연출해봐야지요.
좋은 사진 얻겠다고
쓰러짐도 불사하는 친구보고
또 한번 웃고
호텔 연회장에선
북해도 원주민인 아이누족의 민속공연이 열렸다.
잠시 구경하다
호텔주변을 산책하기로 한다.
산 속이라 밤엔 아주 쌀쌀하다.
카디건 걸치고 산책에 나섰다
밤공기가 아주 깨끗하고 서늘함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한국은 날마다 기온 경신을 한다는데....
조금 내려가다보니 동네에 사슴이 나타났다
깜짝 놀라 바라보는 우리들과 다르게
"뭐, 여긴 내 동네야."
하는 표정으로 자기 갈길을 가는 녀석
이 호텔은 온천탕이 3군데에 나뉘어 있다.
3개를 다 섭렵해보고 싶었는데
7층, 2층, 다른관 따로따로 떨어져있어
저녁에 한군데
아침에 한군데
이렇게 2군데만 이용하기로 한다.
아침엔 숲이 보이는 노천탕을 즐겼는데
가끔 사슴이 엿보고 간다고 한다.
우리가 여행내내 온천욕을 즐겼으니
피부가 좀 좋아졌을래나
다음날 아침 소운쿄를 대표하는 폭포를 2개 보는 게 마지막 공식일정이다.
오늘 공식 일정은 9시 출발이다.
평소와 같은 시간에 아침을 먹고
우린 패키여행이 아닌 자유여행을 하는 기분을 만끽했다.
공식일정엔 없는 다이세츠산에 케이블카로 오르기.
케이블카로 전망대에 올랐더니
나머지 구간은 리프트로 오르게 되어있다.
리프트 타자 하면서
용감하게 리프트 타기
오를 때는 둘, 하나
내릴 때는 각자 하나씩 타고 내려오기
이른 시간이라 아직 사람이 없어 리프트가 한가롭다
스키타러 다닐 때도
이렇게 긴 리프트는 못봤다
초급에서 겨우 중급 정도까지만 탔던 경험인지라.
느리게 느리게
길게 길게
깨끗한 아침 공기를 가르며 이렇게 편안하게 산을 오르다니
마치 자유여행자 처럼 시간을 만끽했다.
완만한 경사였지만
그래도 안전바는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산에 올라
눈 앞에 봉우리 점검도 하고
색다른 꽃만 발견하면 이름을 알아보고 싶은 호기심에
자꾸 사진을 찍게 된다
모야모에 물어봤는데
답변이 없는 걸 보니
우리나라에 없는 꽃인가?
아침 등정(?)을 마치고
이제 챙겨놓은 짐을 갖고 나와야 할 시간
짐 가질러 호텔로 들어가는 발길에 서운함이 뚝뚝 묻어난다.
우리 이제 돌아가야하는 거야?
유성폭포 은하폭포라 이름 붙은 폭포를 보러
계곡에 들어갔다.
글쎄
물줄기가 지금과 다를 때 붙여진 이름인지
이름과 영 매치가 되질 않는다.
폭포보다는
계곡의 시원한 바람
맑은 물소리
작은 산책길 즐기기
아이스크림도 사 먹어가며
여고 때 많이 취했던
이런 포즈로 사진한번 찍어줘야쥬.
마음은 그대로인데 라고 말씀하시는
어른들의 말씀에 공감할 수 있는 나이가 된 우리들.
그래 우리 처음 만났던 그 때와
마음은 똑같애
북해도 여행내내 도로위에 있는 저 화살표의 정체
저 하살표 끝이 가리키는 위치는
정확하게 차도와 인도가 구분되는 경계선이다.
눈이 많이 내리는 곳이다보니
눈 치우는 일이 지자체의 가장 중요한 일이 된다고 한다.
제설차가 눈을 도로 옆으로 밀어 쌓아놓는데
차도와 도보의 경계 턱에 부딪히면 사고의 위험이 있으니
화살표가 가리키는 곳까지만
밀고 가라는 표지판이라고 한다.
제설차 안전표지판이라고 해야하나
오늘 점심은 기내식이다.
오후 2시 출발하는 비행기이니
탑승후 30분은 넘어 식사가 나온다면
좀 늦을 것 같아
간단히 우동이라도 먹기로 한다.
마지막까지 우리 점심을 챙기고
항상 앞에서 이끌어준 친구 명진이 고맙다.
어떤 상황에서 선택하기가 어려울 때
간결하게 결정해주는 은숙이
함께 해서 정말 편안하고 즐거웠다.
우리 조만간 또 떠나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