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 어른께...
장인어른이라는 호칭보다 아버님이라는 호칭이 훨씬 가깝고 따뜻하게 느껴지지만,
저희가 결혼을 하고 아버님이 진짜 제 장인이시니 새삼 기쁜 마음에
첫인사를 이렇게 올려봅니다.
장인어른! 건강하시죠?!
우선 또한번 저의 부족함에 부끄럽고,
스스로도 미워 눈을 질끈 감고 손바닥으로 이마를 탁탁 두드렸습니다
인도네시아 가신지 벌써 2주가 다 되어가시는데 이제사 첫 메일을 보낸다니 말입니다.
공항 게이트에 들어가실때 '앞으로 이런저런 이야기는 메일로 주고받자'시던 말씀
아직도 분명한데 부덕한 사위는 뒤늦게 아버님 첫 편지가 오고서야 그에 대한 답메일로
우리들의 대화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보고싶고 궁금하고 이야기 나누고 싶으셨겠습니까?
다시 한번 고개숙여 죄송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저희는 그동안 결혼식 와주셨던 분들 만나고 감사연락하며 보냈습니다.
사실 아직 결혼식 기분에 약간 들떠 있기도 합니다.
결혼식 오신분들 만날때마다 다들 결혼식이 정말 좋았다고
내가 다시 결혼하면, 또는 내 아이가 결혼할 땐 니네들처럼 하고 싶다는
말씀들을 많이 하시더라구요. '특이'하게 생각되면 어쩌지..했는데
아주 '특별'한 결혼식으로 회자되고 있어 정말 기뻤습니다.
이 모든 평가들은..
모자란 저희들 생각에도 잘한다 잘한다 응원해주시고,
몇날 몇일 잠도 옳게 주무시지 못하고 결혼식에 집중한 아버님들,
사돈인지 오랜 친구인지 분간이 어려울 정도로 서로에게 솔직하고 편안한 양 명자님들,
마치 자기 결혼식 준비하듯 도와준 분들 덕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기쁩니다. 한 울타리에서 저희를 아껴주시는 분들!
그 포근함과 든든함에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인도네시아에 계시는 분들에게 영상이라도 보여드리면
자랑하시기더 좋으실텐데 아직 저희도 영상을 받지 못했습니다.
2주정도 안에 보내준다고 하네요. 아버님께 보내드리려고
혼주용 앨범도 추가 주문해뒀습니다. 영상이랑 앨범이랑 같이 보내드릴게요.
주변 분들과도 기쁨 나누시고, 피곤한 일 있으실때마다 한번씩 찾아보세요.
진경이나 저나 요즘 제일 많이 듣는 질문은 다름아닌..
"밥은 해먹고 다니나?" 입니다. ㅎㅎ
신혼부부 밥은 할 줄아나, 반찬은 해먹나, 살림살이는 어떻게 꾸려가나
당신들 신혼시절 생각하시면서 걱정 반, 흐뭇한 마음 반 그렇게들 물어오시네요.
아직 반찬은 여러가지 할 정도는 못되지만
진경이는 혼자서 생활을 꾸려간 시간과 경험이 많고,
저도 못 먹는 거 없고, 웬만한건 할 줄 알아서 섭생에 큰 어려움은 겪고 있지 않습니다.
각종 집안일은 나눠서 하고 있어요.
여자는 살림하고 남자는 일하고..이런 공식은 이제 아닙니다.
둘 다 일하는 사람인데 여자라고 해서 집안살림까지 전담하는 것은 이치에도 맞지 않죠.
똑같은 조건에서 누가 누구에 의해 누리기만 하면 한쪽의 불만은 증폭되고
다른 한쪽은 군림하는 사람의 감정을 가질 수 있습니다.
가사분담은 당연한 원칙으로 생활화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누군가가 밥을 차리면 다른 누군가는 설겆이를 하고..
누군가가 방청소를 하면 누군가는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고..
그러다보니 상대의 수고를 알게되고 상대의 수고를 덜어주기 위해
자신이 조금씩 일을 더 하는 경우가 생기더라구요.
가사분담은 서로에 대한 배려심과 존중감까지 높여주는 것 같습니다.
아! 얼마전엔 진경이가 처음으로 멸치볶음에 도전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대성공이었는데...
제가 별 생각없이 '좀 짜다'라고 했다가 얼마나 곤욕을 치렀는지 모릅니다.
배우자를 위해 처음으로 뽀그작 뽀그작 준비한 반찬인데..
첫마디가 간이 안 맞다는 것이었으니..맙소사! 얼마나 화가 났겠습니까 ㅎㅎ
남자의 자존심이고 뭐고..손바닥이 없어질때까지 용서를 빌었네요..
저희는 이 사건을 '잔멸치 사건'으로 기록키로 했습니다.
서로에 대한 최선의 노력에는 그만큼의 다독거림과 격려가 뒤 따라야 한다는 교훈을 준 사건이었습니다.
사실 조금 짜긴 했지만 정말 맛있게 볶았더라구요.
벌써 다 먹었습니다. 헤헤
6월 20일이 진경이 생일이니 그 때는 제가 미역국이랑 이것저것 음식을 좀 할 생각입니다.
맛은 장담할 수 없지만 온 맘과 정성을 다해!
결혼은 물리적인 결합이라기보다 화학적 결합에 더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양가 가족이 이웃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신랑,신부를 촉매로 해서
더 큰 하나의 가족이 되어가는 것이죠.
누구는 그래도 사돈이고, 장인장모고, 시댁이라지만
저희는 좀 다른 관계로 발전시켜 나가고 싶습니다.
장인어른, 장모님, 처남이라기 보다는 이제 아버지,어머니,동생입니다.
저희 집도 진경이에게 마찬가지일테구요.
그래서 제게는 장모님, 규원이 정말 소중한 사람들입니다.
자주 찾아뵙는 것은 아버님과의 약속이기 이전에
자식으로서 당연한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규원이의 미래와 운명에 대해 함께 논하는 것은
형님, 누나로서 당연한 일입니다.
가족들은 저희를 지켜주고 저희는 가족들의 든든한 후견인이 될 것입니다.
이 뜻을 분명히 가지고 살아가겠습니다.
선거에 대해 주신 말씀 감사합니다.
사람들이 저를 평가하는 것 중에 수위로 꼽히는 것이 저의 말과 글입니다.
아버님 말씀대로 자신이 제일 잘하는 장점을 살려서 큰 흐름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한 전략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홈페이지도 좀 개편하고 많은 사람들이 접할 수 있는 인터넷 공간, 또는 현실 공간에서
준비된 말과 행동으로 **** 늘려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선거준비하자고 주변 분들이 더 아우성입니다.
##들은 큰 %%%마다 2~3명씩 책임을 맡아 무조건 뚫고 나가겠다는
계획으로 움직이고 있고,
당 활동 한다고 약간 거리를 가지고 바라보던 분들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달라고 말씀들 하십니다.
명박이 아자씨가 너무 정치를 과거로 돌리고 있어
이제는 바꾸자는 분위기도 놀라울 정도로 커져가고 있습니다.
말씀하신대로 저와 진경이가 계획 잘 세워서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열심히 뛰어보겠습니다. 조언 부탁드릴게요.
짧은 한 달이었지만 결혼이라는 대사를 치렀고
쉴틈없이 압축적으로 사람들을 만난 시간들이라
인도네시아 생활이 갑작스럽게 다가오고 그리움도 크실 거라 생각합니다.
저희는 늘 다시 만날 날을 그리겠습니다. 저희 생각하시면서 힘내시기 바랍니다.
큰 일 마무리되고, 꼭 그렇지 않아도 또 여유가 되면 만나뵙겠습니다.
아니..사람 살자고 하는 일인데 보고 싶으시면 훌쩍 넘어오세요
언제든!
그 전까지는 아쉽지만 메일 자주 보내겠습니다.
건강하세요!
제 전화번호는 016-583-4094 입니다.
통화하고 싶으시면 저에게도! ㅎㅎ
들어가 보겠습니다.
2009년 6월 17일 사위 올림.
첫댓글 멋집니다~~~ 서로에 대한 배려와 존중감이 있다면 앞으로 5년이상 끄떡없겠는걸요~~^^ 농담입니다. 멀리계신 아버님께서 노정현씨의 마음을 충분히 아시리라 생각되요...여러모로 훌륭합니다~~~
정현이 넘 멋져요...우리집에도 이런 사위넘이 들어와야할텐데...ㅋㅋㅋ
의연한 마음 10년 뒤에도, 20년 뒤에도, 아니 살아가는 동안 내내.... 변하지 마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