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시죠?
좀 자주 인사드리네요. 하하!
이러다 또 어느 순간에 잠수를 탈지 몰라요. 그러니 감상문을 즐겨주시길.
도서명: 시간을 마시는 카페
저자: 최지운
* 이 소설은 넓은마을 도서관 1번 소설에 1번 일반소설 부분에서 다운받을 수 있습니다.
* 소개글 서평
제목과 소개글에 이끌려 다운받은 책이다. ‘시간을 마시는 카페’라니, 나누고 쪼갤 수도 없는 시간을 어떻게 마신단 말인가? 고독에 몰린 사람들이 카페에서 어떤 메뉴를 주문한다는데, 그와 연관된 사연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그런 호기심과 약간은 감성적인 느낌에 손가락이 움직여 dn을 치고 엔터를 눌렀던 것이다.
정말 어느 시간 속에 존재할 것 같은, 가보고 싶은 그 카페 ‘아스가르드’
고시원이 즐비한 동네 회험동에 가면 신비한 카페 ‘아스가르드’가 있다. 튤립과 해바라기로 둘러싸인 정원을 지나면 19세기 유럽의 로코코 양식의 기둥과 돔으로 이루어진 2층 목조건물이 손님을 마지한다.
외관도 어디 중세 유럽 세트장 같은데 안은 더하다. 저마다 다른 이름들이 왼쪽 구석에 음각으로 새겨진 고풍스러운 테이블을 비롯해 북유럽 신화의 신들이 그려진 프레스코화가 있고, 제작된 연도가 언제인지 감도 안 잡히는 그랜드 피아노도 있다.
메뉴도 독특해서 노르덴 커피, 이둔 애플주스, 브라기 티, 울르 와플, 칵테일 무닌, 토르비어 멕주, 미미르 케이크, 그리고 프레이야 베이글까지 북유럽 신들의 이름을 따온 음료와 디저트, 주류로 가득하다. 그리고 그곳에 상주하고 있는 하늘색 옷의 웨이트리스. 그녀는 카페로 들어서는 손님들에게 언제나 이렇게 인사한다.
“아스가르드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여기서는 손님의 아름다웠던 과거와 밝은 미래만을 볼 수 있기를.”
그 카페를 찾는 손님은 다양하다. 인기 작곡가 강태호, 아이돌 가수 유하, 베스트셀러 작가 강훈과 칼럼리스트 김혜인, 프로야구 홈런왕 타이틀을 수상한 최성혁 선수, 대종상 신인감독상을 수상한 조재덕 감독 등. 그들은 각계각층 서로 다른 분야에 종사하고 있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다. 카페 아스가르드에서 어떤 ‘일’을 겪은 것.
사람들은 그 경험을 ‘타임슬립’이라고도 하고 ‘오딘의 장난’이라고도, 혹은 ‘기분이 좋아지는 체험’이라고도 한다. 24시간 연중무휴로 영업하고 매일 개업일이고 내일이면 폐업을 한다는 신비한 카페 아스가르드. 그곳에 가면 과거에 나를 볼 수 있고, 과거의 아름다운 시간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어느 날에는 미래의 내가 보낸 쪽지나 메일을 받을 수도 있다. 각각의 메뉴에 얽힌 사람과 그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들이 보냈던 시간, 그들이 걷고 있는 시간, 끝으로 그들에게 다가오는 미래의 시간. 덧붙여 그들이 과거 내지는 미래의 누군가에게 보내온 시간. 당신은 카페 아스가르드에서 어떤 메뉴, 어떤 시간을 마시게 될까?
미래가 현재에게 격려를! 오딘의 짖꿎은 장난, 기적 같은 시간의 동화
‘시간을 달리는 소녀’ 이후로 타임슬립을 소재로 한 이야기는 식상할만큼, 지겨울만큼 많이도 나왔다. 기존의 스타일에서 변주된 형태도 나왔고 다른 장르와 결합해서 독특함을 내세운 작품도 나왔다. 워낙 많은 이야기들이 나와서였는지 몰라도 이거다 싶게 확 끌리는 책은 드문 편이다. 이번 작품, ‘시간을 마시는 카페’ 역시 타임슬립을 소재로 한다. 하지만 약간은 가볍고 트렌디하면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소설이다.
시간이라는 건 연속성이 있다. 눈 깜빡할 순간에도 시간은 흐르고 있고 ‘지금’이라고 말하는 시점에도 그 시간은 이미 과거가 되어 버린다. 그런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은 적어도 현대의 과학 기술로는 불가능하다. 물론 미래를 미리 앞서 살아가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번 책에서는 그런 시간의 존재를 부인하고 있다. 한 카페, 아스가르드를 통해서.
그곳의 이름에 대한 유래는 독일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신들이 모여 산다는 나라에서 따온 거다. 신화에 따르면 그곳은 신들과 인간세계의 종말을 뜻하는 라그나로크가 닥쳐왔을 때 파괴되었다고 한다.
그런 신비로운 전설을 가진 이름이 붙은 만큼 카페 아스가르드에서의 인연은 퍽 신기하다. 그런 한편으로는 어른을 위한 동화 같기도 하다.
카페를 찾는 손님은 고독의 끝에 다다른 사람들이다. 아니, 영혼의 결핍이 있는 사람만이 그 카페를 발견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 아마도 신은 고독한 사람들에게 더 관심이 많은 모양이다. 그리하여 덜 가진 사람, 결핍으로 고통스러운 사람, 잃어버린 연인과 시간으로 괴로워하는 사람들에게 마법의 시간을 선물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잘 나가는 아이돌 가수가 카페 문을 열고 들어온다. 그녀는 빡빡한 일정을 피해 무작정 도망을 친 상황이다. 그리고 우연히 들어선 아스가르드에서 옛 연인을 만난다. 그는 만난지 1주년 기념여행으로 떠난 제주도에서 교통사고로 죽어버린 남자친구였다.
또 가난한 강사였던 남자는 후에 인기베스트셀러작가가 되어 과거의 가난한 자신에게 격려와 함께 글의 소재를 전해준다. 미래에 대한 확신은 덤이다.
한편 수퍼바이저였던 무미건조한 인생을 살던 현직 감독은 과거 매마른 자신을 위해 칵테일 한 잔을 선물하는 센스를 보이기도 한다.
혹은 과거 방황하는 자신에게 미래의 자신이 넌짓이 충고를 건네는 경우도 있다. 지금의 내가 잡은 약속 속에서 과거의 나를 만나고, 지금 내가 만나는 사람은 과거의 나를 만났던 사람이라는 설정도 있다.
각각의 이야기는 독립된 구조지만 서로 특정 연결고리로 이어져 있기도 하다. 저마다 다른 계통의 사람들이 카페 아스가르드에 와서 공통적으로 느낀 이야기들을 한 권의 책으로 묶어 놓은 것이다.
서로 다른 시간대를 살아가는 이들이 카페에서 만나게 된 연유나 과정은 각자가 주문하는 메뉴의 의미와 결부되어 이 책을 읽는 독자의 마음속에 잔잔하게 전해져 온다. 현실에서는 절대 가능하지 않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동화같은 그 일을 믿고 싶게 만든다. 그래서 그곳, 카페 아스가르드를 찾아보고 싶게 만든다.
그곳에 가면 나도 예전의 내 모습을 찾을 수 있을까. 미래의 어느 시점에 있을 나를 만날 수 있을까. 그럼 나는 나에게 무슨 말을 할까. 아니, 얼굴 마주하는 건 조금 어색하다. 그냥 메일을 보낼지도 모르겠다.
“나 오늘 좀 힘들어. 부지런히 케인을 잡고 걸어도 늘 그 자리인 것 같아. 미래의 나는 어때? LF라는 약칭으로 부르는 이야기는 끝까지 완결을 냈겠지?”
간혹 살다 보면 위로나 격려가 필요할 때가 있다. 다독임이 절실하게 필요한 경우가 말이다. 그러나 선뜻 아픈 상처를 내보일 수 없기에 그저 가슴 깊이 삭이고 마음 깊이 묻는다. 끊임없이 흐르는 시간 속에, 오늘이 내일이 되면 어제가 된다는 어떤 노래의 가사처럼.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상처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저 생생하게 아프지 않고, 그 빛이 바랠 뿐이다. 그런 과거에 나를, 아니 현재의 나를, 누군가는 위로해줘야 하지 않을까. 미래의 내가 과거의 나에게 메일을 보내고, 과거의 내가 미래의 나에게 편지를 보내는 일처럼. 확신이 부족한 젊은 시절에 나에게, 생의 끝자락에 선 미래의 내가 건넸던 ‘얼음이 녹을 때까지 좀 기다려 보라는’ 그런 충고처럼. 힘들었지만 그만큼 ‘아름다웠던 과거’와 그 시간을 잘 견뎌냈기에 찾아온 ‘밝은 미래’, 그래서 카페 아스가르드의 웨이트리스가 건네는 인사는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시간을 마시는 카페’는 빠른 이야기 전개와 독특한 방식으로 재미를 이끌어 내는 소설이었다. 단지 이야기가 너무 짧아서 아쉬웠다. 이제 막 이해를 하고 재미를 느끼며 타임슬립을 하려고 하는 순간 이 책의 페이지는 끝이 난다. 마치 한순간의 꿈처럼. 혹은 우리네 인생처럼.
그런 한편 조금 정신이 없기도 하다. 인물들의 시간대가 어지럽게 뒤섞이고 얽혀 있어서 잠시라도 이야기를 놓친다면 ‘어라?’ 하고 시간의 미로에서 주춤거리게 된다. 마치 시간이, 지금 이 순간뿐 아니라 과거로부터 현재, 미래로 이어지는 너의 시간이 소중하다고, 그러니까 한순간도 허비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처럼. 과거의 너를 위로하고 싶다면 지금에 충실하라고, 미래의 너에게 달려가고 싶다면 현재에 더 매달리라고. 그런 누군가의 속삭임이 들리는 기분이다.
카페 아스가르드, 문득 그곳에서 시간을 마시고 싶다. 십수년 이전의 나를 만난다면 나는 나에게 어떤 이야기를 남길 수 있을까. 왕십리역을 지나 회험역이라는 곳을 찾을 수만 있다면 나는 지금 당장 카페 아스가르드를 향해 떠났을지도 모른다.
신의 이름이 붙은 신비한 음료와 케이크를 들며 미래의 내가 지금의 나를 위로하고 싶다. 미래의 나는 분명 과거의 지치고 비루한 나에게 아낌없이 디저트를 사줄 것이기 때문에.
회험동으로 향하는 612번이나 577번 버스를 기다리고 싶다. 카페 아스가르드를 찾기만 한다면 하늘색 유니폼을 입은 아름다운 웨이트리스 언니한테 점자가 찍힌 쪽지를 슬쩍 건넬지도 모른다. 과거의 나에게, 혹은 미래의 나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말이다.
“미래의 나는 과거의 나를 자랑스럽게 생각해. 지금 지치고 힘들고 스스로가 못나게 보여도 절대 포기하지 마. 나는 이 시간에 도달할 나를 기다리고 있을 테니. 넘어져도 좋고 좀 늦어도 좋아. 덜 다치고 덜 아프게, 그렇게 오기만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