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아|기사입력 2008-01-09 14:35
[신동아]
“아,지난달(8월) 우리 병원 상담실장 월급이 1300만원이에요. 월 1000만원 지난 9월초 비뇨기과 병원장 김모(50)씨가 산부인과 전문의 모임에 참석해 자신의 병원운영 비결을 들려줬다. 그는 “상담사의 기능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감했다”며 “의사는 진료를 담당하고 병원 운영 및 환자 관리, 상담 업무 등은 상담사에게 맡기는 게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서울과 수도권에 남성 성기확대 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병원 3곳을 운영하는 김 원장은 의사 3명과 상담사 5명을 고용하고 있다. 상담사에게 8월에 지급한 급여는 4000여 만원. 1인당 평균 월급이 800만원인 셈이다. 이 병원 상담사의 기본급은 70만~100만원이다. 김 원장은 상담사에게 환자 시술 및 수술비의 15%를 지급한다.
비급여 항목(질병, 부상의 치료 목적이 아니거나 업무 또는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질환, 기타 보험급여의 원리에 부합하지 않는 사항. 즉 쌍꺼풀수술, 성기확대, 치아미백 등)인 조루와 성기확대 등의 시술비는 적게는 몇십만원에서 많게는 몇백만원에 이른다. 상담사가 환자를 어떻게 설득하느냐에 따라 비용 차이가 크다.
“그동안 병원은 영업이나 질 좋은 서비스 같은 데는 젬병이었어요. 예전에는 그렇게 병원을 운영해도 먹고살 만큼 벌었는데 이제 그런 호시절 다 지나갔잖아요. 주변에 월급쟁이보다 못한 개원의가 얼마나 많은데요. 문 닫는 병원도 적지 않고요. 의사도 변해야 살아남아요. 변화의 첫 번째 열쇠가 영업과 서비스 개선을 통해 병원 수익의 극대화를 꾀하는 거죠. 그 업무를 의사 대신 상담사가 담당하는 거지요.”
“상담사 한 명이 병원 전체 먹여살린다”상담사를 고용하지 않았다면 병원 운영이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을 거라는 김 원장의 설명을 들은 산부인과 의사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요즘 의사끼리 만나면 ‘어떻게 해야 병원이 살아남느냐’가 주된 관심사다. 그만큼 의사가 먹고살기 힘들어졌다는 얘기다. 공급은 넘치는데 보험수가는 제자리걸음을 하?! ? 데다 ? 熾芽? 한정돼 있기에 생기는 현상이다. 병원 경영이 쉽지 않다고 하소연하는 의사들은 능력 있는 상담사를 찾는다. 상담사 한 명이 병원 전체를 먹여 살린다는 경험담이 여기저기서 들려오기 때문이다.
방송과 잡지, 케이블 TV 등에 자주 얼굴을 내비치는 의사 박모(43)씨는 다양한 언론매체를 이용한 홍보를 통해 자신의 병원을 널리 소개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기대만큼 ‘돈’으로는 연결되지 않았다. 보도가 나가면 환자들의 문의전화는 끊임없이 걸려오지만 이들이 병원 문턱을 넘도록 이끄는 유능한 상담사가 없기 때문이었다. 간호사에게 상담의 중요성을 인식시켰지만 제대로 된 상담을 하지 못했다.
“상담사 중에서 베테랑급은 의사들이 서로 모셔가려고 안간힘을 쓰죠. 페이닥터가 유능한 상담사를 데리고 나가 개업하는 경우도 종종 있어요. 상담사가 환자 유치와 관리를 잘해주면 월급쟁이 의사로 일하는 것보다 훨씬 이익이 되겠다 싶으니까요. 상담사에겐 예전 병원에서 받던 월급에 인센티브를 얹어주기로 약속하고 말이죠. 의사가 상담사에게 질질 끌려 다니기도 해요.”
요즘 의료계에서 각광 받는 코디네이터는 상담사의 개념이 확장된 것이다. 코디네이터는 고객 상담, 병원 조직관리, 병원 마케팅, 직원 교육 등을 담당하는 의료 서비스 전문가를 일컫는다. 이들은 각종 서비스를 기획하고 관리하는 한편 문제점을 개선한다. 병원의 중간관리자로서 타 병원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환자 접수, 수납 및 환자의 예약관리와 병원 실내외 환경 조성 등을 통해 환자가 편하게 병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소임이다.
고가의 비급여 수술 유도한국에 병원 코디네이터라는 직종이 처음 도입된 것은 1994년. 서울 강남 예치과 원장 박인출씨가 미국의 병원 경영사례를 벤치마킹한 것이 시초였다. 이후 19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며 국내 경기가 침체되면서 병·의원 경영도 위기를 맞자 경쟁력 강화의 일환으로 환자 서비스에 대한 필요성이 부각됐다. 2000년대 들어 의료산업이 경쟁체제로 접어들고, 2001년 의약분업으로 전문의들의 개원경쟁이 가속화하면서 병원 경영의 차별화 수단으로 코디네이터가 배치되기 시작했다.
박 원장이 코디네이터를 도입한 데는 1993년 포천의료원장을 지낸 김주환 박사가 암에 걸려 타계하기 ?! 汰奐沮? 치료받은 과정을 담은 ‘의학박사 김주환 임상투병 수기’에서 자극받은 면도 있다. 이 책에는 김 박사가 암으로 입원했던 2년 동안 겪은 병원의 불친절은 물론 오진, 약 남용 등 의료계의 온갖 횡포가 담겨 있다. 김 박사는 “암 말기에 이르자 의사들이 입원실에 들어오지도 않고 문 열고 증상이나 한번 물어보는 정도로 무성의한 치료를 했을 뿐 아니라 식사도 문 앞에 놓고 가는 정도였다”고 썼다.
박 원장은 “의료원장까지 지낸 사람이 그 정도의 푸대접을 받았으니 일반인은 어땠겠냐”며 “병원이 있으므로 환자가 있는 것이 아니라 환자가 있으므로 병원이 존립할 수 있기에 병원의 고객은 환자라는 생각으로 병원을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디네이터의 ‘이론적’ 기능만 보면 환자는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좋고 의사는 환자관리 및 경영이 편해져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현재 국내 병원의 코디네이터는 대부분 환자에게 고가의 비급여 항목 시술을 유도하는 데 중점을 두는 상담사에 가깝다.
코디네이터의 긍정적 기능상담사를 고용하는 병원은 비급여 진료 항목이 차지하는 비율이 월등히 높은 성형외과, 치과, 안과, 피부과, 비뇨기과, 한의원 등이다. 보험급여 환자가 많은 내과나 소아과는 굳이 ‘영업’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대체로 상담사를 고용하지 않는다.
“베테랑 상담사의 연봉은 1억원이 넘습니다. 상담을 잘한다는 편에 속하는 사람이 연 3000만~5000만원이고요. 주로 강남의 성형외과와 치과, 안과에서 활동하는 사람 중에 고액 연봉자가 많습니다. 대부분 기본급은 낮게 책정하고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형태입니다. 통상 진료비(시술 및 수술비)의 5~20%가 상담사의 몫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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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보험 진료 항목이 많은 성형외과 상담사는 미용실, 룸살롱, 찜질방 업주와 긴밀한 관계를 맺기도 한다. |
병원 코디네이터 양성전문기관인 국제의료교육센터 원장 하정원(35)씨의 말이다.
“강남의 한 성형외과는 코디네이터(상담사가 아니라 코디네이터라고 강조했다)를 고용하기 전 월 매출이 2000만~3000만원이었는데 고용 후 3개월 만에 매출이 두 배로 늘었어요. 코디네이터를 고용하면 병원의 매출이 늘어나는 것말고도 환자가 시술에 불만을 표할 경우 의사가 직접 대면하지 않아도 되는데다, 환자와 돈(수술비) 얘기를 나누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죠. 그 일을 상담사가 대신하기 때문에 의사는 진료에 전념할 수 있고요.”
하 원장은 “병원 문턱이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환자가 의사를 어려워하는 풍토가 여전하기 때문에 진료실에서 의사에게는 못하는 얘기를 코디네이터와는 허물없이 나눈다”며 “코디네이터 고용이 환자를 편하게 해주는 면이 있다”고 했다.
환자를 위한 최상의 서비스와 진료 편의 제공, 환자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시스템 개발 및 의사와 환자 간에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한 중간자 노릇 등 하는 일만 놓고 보면 코디네이터는 환자에게 ‘천사’ 같은 직종이다. 그러나 코디네이터의 주된 업무가 상담, 즉 병원 매출 올리기로 쏠리면서 코디네이터는 상담사로 인식되고 있다.
얼마 전 필자는 치과에 갔다. 치과 치료를 통해 상담사 제도의 장·단점과 실상을 고스란히 파악할 수 있었다.
“총 견적이 350만원 나오네요. 각종 치료와 현재 아말감(보험적용이 돼 치료비가 저렴하며 은색깔의 재질)으로 때워져 있는 이를 금으로 덧씌웠을 때 가격이고요. 치아 색깔과 동일한 재질(레진)로 하게 되면 450만원 정도 합니다.”
병원마다 ‘견적’ 달라변색된 앞니를 치료하기 위해 서울 강남의 한 치과에 갔다가 난데없이 ‘견적서’를 받았다. 진료를 받기 전 치아의 상태 등을 ‘친절히’ 묻던 간호사가 “오늘은 치아의 상태가 어떤지 죄다 살펴봐주겠다”고 했다. 간호사는 상담에 앞서 “커피 한잔 하시겠냐”면서 밝은 미소와 함께 원두커피를 내밀었다. 상담을 받는 과정에서 ‘환자 대접을 받는! 구나’ ? 槁駭?.
잠시 후 진료를 하던 의사가 “오래전에 때운 치아 상태가 좋지 않다”면서 치료를 권했다. 필자가 어떤 치료가 필요한지 치료비는 어느 정도나 되는지 묻자 “가격과 어떤 재질로 할 것인지는 (상담)실장과 상담하라”고 했다.
싹싹한 성격의 상담실장은 “금이나 치아 색깔이 나는 재질로 하루빨리 교체하라”고 권했다. 상담실장은 병원에 처음 방문했을 때 친절하게 상담해줬던 간호사(간호사와 같은 복장이어서 간호사로 여겼지만 진짜 간호사인지는 묻지 않았다)였다. 상담실장의 설명을 듣고 있자니 ‘시키는 대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치아 건강이 큰 위험에 처할 것 같았다.
비용이 만만치 않은 데다 꼭 필요한 시술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어려워 다른 병원을 찾았다. 서울 강남의 또 다른 치과는 금니로 할 경우 450만원을 제시했다. 견적을 뽑고 설명하는 과정은 앞서 언급한 치과와 비슷했다. ‘왜 이렇게 병원 간 비급여 치료비 편차가 클까’ ‘꼭 필요한 시술인가’ ‘상담실장의 상담 및 소임이 환자가 아닌 병원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10월8일 강남구 개포동에서 이른바 ‘동네장사(환자에게 호객행위를 하지 않고 주로 동네주민들을 상대로 하는 병원)’를 하는 치과를 찾았다. 의사는 “앞니 치료하는 것말고는 그대로 놔둬도 이상이 없겠다”며 “특별히 치아가 아프거나 불편하지 않다면 아말감을 교체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의료 소비자의 한 사람으로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상담사 업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병원 매출 극대화’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그들은 어떻게 해서라도 환자가 고가의 비급여 항목 진료를 받도록 기를 쓴다. 서울 강남에 둥지를 튼 성형외과, 치과, 피부과 등의 수술비가 비싼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강남의 건물 임대료와 관리비가 타 지역에 비해 비싸 병원 운영비와 유지비가 많이 들기는 하지만, 비급여 수가가 턱없이 높은 이면에는 자신의 수입도 늘리고 병원 매출도 올리려는 상담사의 치밀한 계산이 있다.
10월10일 국회 보건복지위 한나라당 안명옥 의원은 서울시로부터 ‘2006년 이후 서울시 개설 병·의원에 대한 비급여 수가’ 자료를 받아 분석한 결과 강남권 의료기관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비를 서울시내 다른 구(區) 병원들보다 고가로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안 의원이 공개한 ?! 米炤? 따 르면 강남구 S병원의 쌍꺼풀 수술비는 300만원이고 강동구 D병원은 40만원이었다. 무려 7.5배 차이다. 스케일링도 강남구 C의원은 18만원, 종로구 B의원은 1만원으로 18배 차이가 났다.
또 같은 강남권 안에서도 비급여 진료비 차이가 났다. 인공치아를 이식하는 임플란트의 경우 강남구 S의원은 400만원, U의원은 120만원을 받는다고 신고했다. 라식 수술도 150만~250만원까지 가격대가 다양했다. 쌍꺼풀 수술의 경우 강동구 D의원은 100만원, 같은 구의 또다른 D의원은 40만원을 받았다. 아울러 진단서 발급 수수료도 최대 67배 차이가 나는 등 병원별로 천차만별이었다. 강동구 R병원의 장애인연금 청구용 진단서 수수료는 20만원인데, 같은 구의 D병원은 3000원만 받았다. 사망진단서도 도봉구 Y병원은 15만원이지만 같은 구에 있는 G의원은 1만원에 불과해 15배 차이가 났다. 상해진단서 수수료도 3주 이상 상해 진단시 송파구 B의원은 20만원인 데 비해 M의원은 절반인 10만원을 받았다.
현금 결제 유도도 주요 업무안 의원은 “보건당국은 의료기관이 보건소 및 시·도에 신고한 수가 및 진단서 청구비용이 맞는지, 신고가대로 받고 있는지에 대해 실태조사를 한 번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며 “한 의료기관은 장애인연금 청구용 진단서 수수료를 3000원으로 신고해놓고도 실제로는 5만원을 받는 등 수가 비리가 비일비재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비급여 수가는 의료기기 종류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진단서만이라도 표준비용을 공시하는 등 정부가 가격 산출 기준을 의료소비자에게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남 소재 병원의 비급여 수가가 타 지역에 비해 월등히 비싼 데는 상담사의 활동이 영향을 끼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급여 항목엔 정해진 가격이 없다. 예컨대 쌍꺼풀 수술하는 데 300만원을 받건 30만원을 받건 의사가 알아서 결정하면 된다. 얼마를 받건 자유다. 단 비급여 수가가 얼마인지는 보건소 및 시·도에 신고해야 한다. 안 의원이 발표한 내용은 의사들이 서울시에 신고한 비급여 의료수가 내역을 토대로 작성한 것이다.
“강남에만 상담사가 판치는 게 아닙니다. 전국적인 현상이죠. 따로 상담사를 고용하지 않는다 해도 전국의 많은 개원의가 간호사에게 상담사 노릇을 하라고 주문합니다. 양·한방 할 것 없이. 환자가 찾아오면 어떻게든 비급여 항목에 해당하는 치료를 권하기 위해 안간힘을 ?! 껜? 거죠 . 한의원에 가면 보약을 권하고, 치과에 가면 임플란트를 하라는 쪽으로 몰고 가고. 쌍꺼풀수술을 하기 위해 성형외과를 방문하면 코수술까지 하라고 은근슬쩍 권유하고요. 말이 좋아 환자를 위한 상담이지 결국 환자가 하지 않아도 될 시술을 권하는 돈벌이 수단인 거죠.”
부산의 모 한의원장 이모(49)씨의 말이다.
“지방에서도 상담사에게 진료 수가의 15%가량을 지급하는 게 관례입니다. 비급여로 먹고사는 병원 중 상당수는 상담사가 (병원을) 좌지우지하는 경우가 많아요. 상담사가 먹이를 물어다주면 의사가 요리(진료)만 하면 되니까요. 의사는 일꾼이고 마치 상담사가 의사를 고용한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경우도 꽤 있습니다.”
이 원장은 “상담사의 환자 유치 및 광고, 영업에 주로 의존하는 비급여 진료 병원(건강보험이 적용되는 환자를 받지 않는 병원)이 탈세의 온상”이라며 “비급여 진료내역은 건강보험관리공단에 통보하거나 보고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탈세가 손쉽게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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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치과병원의 상담사들은 과잉 치료를 권유해 병원 매출을 늘리고 탈세 목적으로 현금 결제를 유도한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치과나 성형외과에 가면 ‘현금으로 하면 좀 더 싸게 해준다’고 하잖아요. 카드로 결제할 경우 어쩔 수 없이 소득이 세무당국에 노출되기 때문에 세금을 납부해야 하지만 현금은 손쉽게 탈루할 수 있으니까요. 상담사의 소임 중 하나가 카드로 결제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현금 결제를 유도하는 겁니다.”
미용실, 룸살롱, 찜질방…일부 성형외과 상담사는 미용실 원장, 룸살롱, 찜질방 관계자 등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한다. 여자들이 모여서 수다를 많이 떠는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을 많이 알수록 영업실적이 높다는 게 상담사 업계의 정설이다.
“상담사가 미용실에 가서 파마를 하면서 미용실 원장이나 실장에게 ‘우리 병원(성형외과)으로 사람을 보내주면 커미션을 준다’고 제안합니다. 손님들 중에 성형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있으면 병원으로 보내달라고 부탁합니다. 물론 수술비의 일부를 건네는 조건이죠.”
강남에서 5년째 상담사로 활동하는 강모(33)씨의 말이다. 그가 일러준 미용실에 손님인 척 가서 원장에게 “성형수술을 하고 싶다”고 하자 곧장 “솜씨 좋은 성형외과를 잘 안다”고 했다. 자신이 소개한 병원에 가면 다른 데보다 쌀 것이라는 설명까지 덧붙였다.
강씨는 “미용실 및 찜질방 영업은 오래전부터 일부 성형외과와 여성 관련 비급여 병원에서 성행해온 영업방식”이라면서 “지금은 기존의 영업망을 유지할 뿐 새롭게 뚫는 작업은 많이 하지 않는다”고 했다. 인터넷과 신문 등에 병원 광고가 실린 후 환자가 상담전화를 걸어올 경우 어떻게든 병원으로 끌어들이는 데 혈안이 돼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광주 상무지구에서 룸살롱을 운영하는 김모(35)씨는 “광주는 요즘 환자를 소개해도 수술비의 몇%를 떼주는 성형외과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 “몇 명 소개하면 명절 때 화장품이나 선물을 건네는 수준이다”고 밝혔다.
“요즘은 아가씨들이 성형수술이나 피부박피 등을 결정할 때 인터넷 정보를 이용하거나 주변에서 누군가 수술을 해서 결과가 좋으면 그 병원을 찾아가기에 굳이 소개할 필요가 없죠. 시간이 되?! ? 다들 ? ?울에 가서 하고 내려오고요. 오래전, 성형외과가 많지 않고 술집 아가씨들이 목돈 구하기 힘든 시절에는 마담이 성형외과에 아가씨를 소개하고 수술비를 대납하는 과정에 돈을 좀 챙겼다고 하더라고요. 예컨대 수술비가 100만원이라면 병원측에 소개비 20%를 뗀 80만원을 주고 아가씨에게선 100만원을 받는 식이죠.”
상담사들은 “예전의 영업방식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며 “요즘에는 인터넷에 블로그를 만들거나 카페 활동 등을 통해 영업한다”고 했다. 성형수술을 하려는 사람이나 이미 수술한 사람들의 경험담이 많이 올라와 있는 사이트에서 ‘일반인’처럼 활동하는 것이 환자 모집에 수월하다는 것.
상담사 수요가 가장 많은 곳은 ‘한 집 건너 한 집이 병원’이라는 서울 강남 일대와 프랜차이즈 형식을 띤 네트워크형 병원이다. 병원 네트워크는 비급여 고액 수술 등을 전문으로 하는 비뇨기과, 치과, 안과 등의 개원의 참여가 주를 이룬다.
“상담사 몸값 더욱 높아질 것”지난 7월 현재 전국의 의료 네트워크는 200여 개에 달한다. 소속된 병·의원(가맹점)이 2000개가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네트워크 병원은 단독 개원에 비해서 공동구매에 따른 구매단가 절감, 공동홍보를 통한 마케팅 비용 절감 및 병원 인지도 상승, 치료기술 및 고객관리 노하우 공유, 그에 따른 고객만족도 상승, 장비 공유를 통한 자원절감 등의 장점 때문에 많은 개원의가 관심을 갖고 있다. 이러한 네트워크 병원들이 상담사를 고용해 짭짤한 수입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상담사 수요가 팽창하기 시작한 것은 2005년 10월27일 헌법재판소가 의료광고를 금지한 의료법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위헌결정을 내린 이후다. 이 결정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TV와 라디오를 제외한 신문·잡지·인터넷·옥외광고물에 대한 의료광고를 허용했다.
병·의원이 여러 매체에 광고할 수 있도록 법이 바뀌자 네트워크 병원들은 광고비를 추렴해 신문, 잡지, 온라인 광고 등에 돈을 쏟아 부었다. 광고를 접한 사람들의 문의전화가 쏟아지자 이들을 응대할 상담사가 필요했다. 한 네트워크 병원 개원의의 말이다.
“비싼 돈 들여 광고하는데, 그것을 매출로 연결하는 고리가 상담사거든요. 앞으로 광고시장에 진출하는 병·의원이 계속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능력 있는 상담사의 몸값이 더욱 높아질 전망입니다. 만약 제 병원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 첩?는 상 담사가 다른 병원에 스카우트돼서 가버린다면, 병원 경영이 한순간에 휘청거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의사는 절대 환자를 (수술대에) 못 눕힙니다. 수술대에 눕히느냐, 못 눕히느냐는 상담사의 ‘입’에 달려 있습니다.”
서울 강남의 일부 대형 성형외과, 치과, 피부과, 라식과 라섹을 주로 시술하는 안과 중에는 상담사가 적게는 3~5명에서 많게는 10~20명에 달하는 병원이 많다. 가장 많은 상담사를 고용한 것으로 알려진 모 치과 관계자는 “우리 병원에 몇 명의 상담사가 있는지 알려지기를 원치 않는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환자에게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여러 명의 상담사를 고용했는데, 많은 상담사를 고용한 사실이 외부에 알려질 경우 ‘돈 밝히는 병원’으로 곡해될까봐 숫자를 밝힐 수 없다”고 했다.
서울 강남 홍성호성형외과 원장 홍성호씨는 “요즘 병원에 상담사를 고용하는 붐이 일고 있다”면서 “그들의 뛰어난 영업력과 광고로 매출이 증가할 수는 있겠지만 그런 병원의 수명이 길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환자를 대하는 방식이나 상담 등에서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지 모르지만 실제 수술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게 나온다면 그것은 환자를 위한 진정한 서비스가 아니라는 게 홍 원장의 주장이다. 홍 원장은 상담사를 고용하지 않고 있다. 13년째 함께 일하는 간호사 김지수(35)씨가 상담 업무를 겸하고 있다.
상담사 수 알려지는 것 원치 않아김씨는 성형외과 분야에서 이름 있는 ‘상담사’ 중 한 사람이다. 20대 초반 ‘수술방’ 간호사로 홍성호성형외과에 취직한 김씨는 자신이 상담사로 불리는 것을 원치 않았다. 다른 상담사처럼 환자를 ‘물어’오거나 환자 유치를 위한 판촉을 하지 않아 요즘 병원에서 요구하고 선호하는 상담사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상담사는 환자를 얼마나 잘 모집하느냐에 따라 능력을 평가받는데, 저의 주된 업무는 환자 예약이나 진료 편의를 봐주고 환자가 수술 전후 불안해하면 마음을 진정시켜주는 겁니다. 환자가 의사에게 직접 묻지 못하는 질문에 대해 성심성의껏 답변해주고요. 환자와 의사 사이에서 다리 노릇을 하는 거죠.”
대한병원코디네이터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의사들이 추천을 요청하는 ‘쓸 만한’ 상담사는‘매출을 쫙 올리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다. 그러면서 “되도록이면 예쁘고 날씬한 사람으로 보내달라”는 말을 덧붙이는 의사도 ! 많다고 ? 磯?.
한국병원서비스경영센터 조현준 이사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자 전국적으로 상담사를 양산하는 학원이 하루가 멀다 하고 생긴다”며 “제대로 된 커리큘럼과 강사를 갖추지 않은 학원이 난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통 50~80시간(2주에서 한 달 남짓, 학원비는 50만~120만원) 교육을 이수해야 상담사로 취직하는 데 유리한 코디네이터 자격시험을 볼 수 있는데, 단기 코스를 개설해 하루나 이틀 정도 교육받고 자격증 시험에 응하게 하는 학원도 있습니다. 검증되지 않은 강사를 쓰는 경우도 있고요.”
조 이사는 “학원에서 배출한 사람은 많은데 정말 상담 업무를 제대로 소화해 내는 인재는 그리 많지 않다”면서 “상담사를 고용하는 의사들은 간호학과나 치위생과, 임상병리, 병원 행정 등 의료계통을 공부한 사람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그는 “억대 연봉을 받는 상담사는 극소수에 불과할 뿐 대개 초봉은 연 1200만~1600만원”이라고 했다.
병원 상담사를 취재하는 과정에 의사들은 질문에 길게 답하지 않았다. 아예 취재에 응하지 않고 말문을 닫는 사람이 태반이었다. 굳이 알려져서 좋을 게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인지, 치부라고 생각했기 때문인지.
김순희 자유기고가 wwwtopi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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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사합니다. 좋은자료입니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