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푼힐 전망대--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트레킹을 다녀왔다. 2012년 헬람부-랑탕 트레킹 이후 두 번째 네팔 트레킹이다. 이번 트레킹은 오래전부터 계획하고 있었는데 원래는 안나푸르나 어라운드 코스로 갈려고 했었다. 이 코스에서 제일 높은 곳 토롱라의 고도가 해발 5416m이어서 겨울에는 기후가 좋지 않아 3, 4, 5월에나 갈 수 있어 정년퇴직 후 제일 먼저 갈 계획을 했는데 토롱라를 넘는 것이 힘들어서인지 출발 최소 인원 6명 모객이 되지 않아 푼힐 전망대-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트레킹으로 바꾸었다.
제1일(4월 14일)
8:40 춘천 시외버스터미널 출발
11:00 인천공항 도착
14:30 KE695편으로 출발(1시간 연발)
19:00 카트만두 도착
20:00 YAK & YETI hotel 체크인 후 석식
춘천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신관석 교수와 같이 아침 8시 40분 버스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출발했다. 11시가 조금 지나 공항에 도착해서 5년 만에 핼람부-랑탕 트레킹을 같이 갔던 조승현 선생을 만났다. 3층 A 카운터 A18 데스크에서 혜초여행사 직원을 만나 여행계약서와 유인물을 받고 카르고백을 부치고 나서 지하 1층에서 점심 식사를 했다. 비행기를 타면 기내식이 나오지만 비행기 출발 시간이 1시 25분이고 기내식은 2시가 지나서 나올 것 같아 간단히 먹기로 했다. 그런데 비행기는 1시간이나 연발해 2시 30분에 출발했다. 비행기가 이륙한 후 1시간쯤 있다가 기내식이 나왔다. 맥주와 같이 기내식을 먹고 난 뒤 스카치를 한 잔 더 마시고 새벽에 설친 잠을 보충하려 했으나 잠이 오지 않아 영화를 보려고 찾아보니 콰이강의 다리가 있었다. 이 영화는 제작된 지가 60년이 되었고 이미 스토리는 많이 들어서 알고 있지만 볼 기회가 없어 이참에 보기로 했다. 이 영화를 보고도 시간이 많이 남아 Rogue one: Star wars를 하나 더 보았다. 영화가 끝나고 얼마 되지 않아 곧 비행기가 카투만두에 도착한다는 기장의 안내가 있었다.
7시경 카트만두 트리부반 공항에 도착해서 $25를 지불하고 비자 발급받고 난 뒤 카르고백을 찾으러 갔다. 내 백과 조 선생 백은 금방 나왔는데 신 교수 백이 나오지 않았다. 짐이 거의 다 나왔는데도 신 교수 백이 나오지 않아 공항 직원을 찾으려고 둘러보니 직원이 이걸 찾느냐고 신 교수 백을 가리켰다. 백이 컨베이어 벨트 가장자리에서 돌면서 떨어진 것 같았다. 공항 건물을 나와 혜초여행사 버스를 탔다. 가이드가 모든 사람들에게 환영의 의미로 말라(꽃목걸이)를 걸어 주었다. 우리 금잔화와 비슷한 메리골드로 만든 거였다. 숙소로 가는 버스 안에서 가이드가 자기소개를 했다. 이름이 가넨드라 샤히인데 그냥 샤히라고 부르라고 했다. 올해 우리 나이로 40세이며 연세대학교 한국어 학당에서 2년간 한국어 공부를 했고 5살 된 딸이 있다고 했다. 우리가 네팔에 도착한 4월 14일이 네팔의 새해 첫날이라고 했다. 네팔인의 87%가 힌두교도여서 힌두력을 쓰는데 힌두력으로 4월 14일이 설인 샘이었다. 그리고 트레킹 도중에 쓸 네팔 돈을 포카라에서 1$에 100루피로 환전할 수 있고 가장 돈이 많이 드는 게 맥주 값이고 맥주 값은 베이스캠프에 가까이 갈수록 비싸진다고 했다.
이번 트레킹에는 모두 14명이 참여했는데 우리 일행 3명, 서울에서 온 홍성중학교 동기 4명과 친구 1명, 포항에서 온 퇴직 교사 부부 4명과 혼자 온 2명이었다. 호텔에 도착해서 방 배정을 받은 뒤 바로 호텔 식당에서 늦은 저녁 식사를 했다. 호텔은 5성급이라는데 식사는 별로였다. 숙소에 들어 간 뒤 짐을 풀고 가이드가 준 쪽지에 있는 coupon login으로 와이파이에 연결을 시도하니 잘 되지 않았다. 몇 번 시도하다가 포기하고 자려고 하는데 비가 왔다. 아직 우기가 아니어서 비가 안 오리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다음 날 비가 와서 비행기가 못 뜨면 포카라까지 버스로 가야 하는데 카트만두에서 포카라까지 거리는 200km 정도인데 비행기로는 30분 걸리지만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아 버스로는 4~5시간 걸린다고 했다. 비가 그치기를 바라며 잠을 청했다.
제2일(4월 15일)
6:30 조식
7:15 호텔 출발
8:30 YT-673편으로 포카라로 출발
9:10 포카라 도착
9:45 버스 편으로 나야폴로 출발
11:40 나야폴 도착 후 지프차로 힐레로 출발
12:10 비레탄티(1025m)의 Moonlight hotel에서 점심 식사(비빔밥)
14:08 힐레(1430m)의 See you lodge에 도착
14:55 ~ 16:20 마을 산책
16:30 차와 과자
18:30 저녁 식사(삼겹살)
모닝콜이 5시 30분인데 3시쯤 잠이 깼다. 밖에는 여전히 가랑비가 오고 있었다. 와이파이에 접속하니 그제야 연결되었다. 그 시간에 접속한 사람이 많지 않아 연결된 것 같았다. 전날 공항에서 보낸 카톡은 전송이 안 되어 있어 지우고 가족에게 잘 도착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아침 식사 후 여유 시간에 호텔을 둘러보다가 전날 받은 꽃목걸이가 생각났다. 그냥 버리기 아까워서 가지고 나와 목에 걸고 사진을 찍었다. 잠시 후 버스로 공항에 갔다. 카트만두 공항의 국내선 터미널은 꼭 우리나라 시골 버스 터미널 같았다. 터미널 한쪽에 환전소가 있었다. 전날 가이드가 포카라에서의 환율이 $1에 100루피라고 했는데 환율이 $1에 102.2루피로 적혀있어 $100을 주니 수수료를 떼고 9920루피를 줬다.
포카라 행 비행기는 정원 30명의 프로펠러 비행기였다. 천정이 낮아 입구에서 머리를 숙이고 탔는데 안에는 한 줄에 세 개의 좌석이 있었다. 스튜어디스도 한 명이 있는데 비행기가 이륙하니 솜과 사탕을 주었다. 솜으로 귀를 막았다. 날씨가 좋으면 오른쪽 창문으로 히말라야가 보인다는데 구름이 많아 보이지 않았다. 잠시 후 커피도 한 잔씩 주고 물도 주었다. 이륙 후 40분 만에 포카라 공항에 도착했다.
헤초여행사 버스로 먼저 환전소에 갔다. $1불에 수수료 없이 100루피로 환전해 주었다. 근처에 있는 혜초여행사 포카라 지사 건물로 갔다. 전에는 롯지로 이용도 했는데 요즘은 손님이 없어 롯지 운영은 않는다고 했다. 네팔 트레킹에서 짐은 카르고백을 이용하는데 이건 공항으로 이동할 때 불편해서 캐리어에 담아 와서 카르고백으로 옮기면 혜초여행사 카트만두 지사나 포카라 지사에서 캐리어를 보관해 준다고 했다. 가이드 트레킹이 끝나고 포카라에 오면 여기서 바비큐로 저녁 식사를 할 예정이라고 했다. 일행 중 캐리어를 가지고 온 분들이 여기에 캐리어를 보관하고 트레킹 출발점인 힐레로 출발했다. 나야폴까지는 도로가 포장되어 있어 혜초여행사 버스로 갔다. 포장도로라도 해도 중간에 포장이 안 된 구간도 있고 2차선 도로에 중앙선도 없이 가운데 1차선 정도만 포장되어 있어 인도의 도로를 연상케 했다. 2시간쯤 이동 후 나야폴에 도착했다. 거기서부터는 비포장이어서 지프차로 갔다. 카르고백을 지프차 위에 싣고 한 차에 8명씩 3대의 지프차로 출발했다. 잠시 후 비레탄티(1025m)에 도착해 입산 신고를 하고 Moonlight hotel에 도착하니 조리 팀이 미리 와서 점심 식사 준비를 해 놓았다. 혜초여행사로 네팔 트레킹을 가면 트레킹 일정 내내 한식이 나온다. 밑반찬으로 3명이나 4명당 식반에 김치, 깍두기, 깻잎, 멸치볶음, 장아찌 등이 담겨 나오고 따로 오징어젓이나 창난젓이 나온다. 아침에는 김과 계란 프라이가 나오고 저녁에는 튀김이 나올 때도 있다. 점심 메뉴는 비빔밥이었다. 계란 프라이가 비빔밥 위에 놓여 있고 국도 있었다. 오후에 걸을 일이 없어 소맥으로 반주를 했다. 맥주 상표는 Everest이고 1병에 450루피였다. 식사 후 다시 지프차로 숙소가 있는 힐레로 향했다. 2시 조금 지나 힐레의 숙소 See you lodge 도착하니 벌써 카르고백이 도착해 있었다. 방을 배정 받고 짐을 풀고 잠시 휴식 후 3시경 네팔 고산족인 구룽족이 다랭이 밭을 일구며 살고 있는 어퍼 힐레 마을 산책을 나섰다. 구룽족은 티베트-버마 어족에 속하고 우리나라 사람과는 분간이 안 될 정도로 비슷하게 생겼다. 네팔에 구르카왕조가 건설되었을 때 구르카족에게 회유된 부족으로, 영국이 인도를 통치할 무렵에 정예군으로 구성된 구르카 병의 핵심을 이루고 있었기 때문에 구르카족이라고도 한다. 마을 산책에 롯지 주인 아들도 같이 나섰다. 나이는 10살인데 이름을 물어 보니 디때스 구룽이라고 했다. 성 구룽인 걸 보니 구룽족인 것이 확실하다. 마을에 들어서니 눈에 익숙한 것이 보였다. 제주도에서 볼 수 있는 대문인데 양쪽에 세 개의 구멍이 뚫린 돌인 정주석이 있고 정낭이라고 하는 막대기가 세 개 있었다. 정낭 3개가 모두 내려져 있다면 ‘집에 사람이 있습니다.’, 정낭 2개가 내려져 있다면 ‘잠시 외출 중 금방 돌아온다.’, 정낭 1개가 내려져 있다면 ‘긴 외출 오늘 중으로 돌아온다.’, 정낭이 내려져 있는 게 없이 모두 걸쳐 있다면 ‘멀리 외출 중 오늘 중에 안 돌아온다.’라는 뜻인데 여기서도 같은 용도로 쓰이는 것 같았다. 집은 돌을 벽돌 크기로 잘라서 벽돌집 형태로 지었는데 마을 가운데 집을 짓고 있는 곳이 있었다. 구룽족의 종교는 티베트 불교이어서 마을 곳곳에 룽다(장대에 매단 깃발)와 다르초(줄에 매단 깃발)가 있었고 티베트 양식의 불탑인 초르텐도 있었다. 산책을 마치고 내려오니 가이드 보조 빔과 라이가 차와 과자를 가지고 왔다. 트레킹 일정 내내 숙소에 도착하면 보조 가이드가 차와 과자 또는 주스를 줬다. 와이파이에 연결하려고 가이드에게 물어보니 디때스를 가리켜서 $1을 주고 핸드폰을 주니 비밀번호를 입력해 주었다.
저녁 메뉴는 삼겹살이었다. 네팔에서는 소를 도축하는 것이 불법이라고 한다. 수입된 소고기 가공식품은 구할 수 있지만 비싸서 돼지고기가 최고의 음식인 샘이다. 식사하기 전에 가이드 샤히가 이번 트레킹을 동행할 네팔 사람들을 간단히 소개했다. 가이드 1명, 보조 가이드 2명, 우리 카르고백을 두 개씩 짊어지고 갈 포터 7명, 주방장 1명과 주방 기구와 음식 재료를 운반할 조리 팀 8명으로 모두 19명이었다. 가이드가 소맥으로 마시라면서 맥주를 몇 병 사주어서 소맥으로 반주를 했다. 삼겹살은 비계가 많이 있어 부드러웠다. 앞으로 8일은 걸어야 하니 아무도 비계가 많다고 꺼리는 사람이 없었다. 가이드에게 소맥을 한잔 권하고 쌈을 싸줬다. 식당 입구에 디때스가 와 있었다. 삼겹살을 먹겠느냐고 손짓을 하니 머리를 끄덕였다. 마늘을 가리키니 고개를 흔들었다. 쌈을 싸주니 잘 먹었다. 몇몇 일행들도 한입씩 싸줬다.
식사를 마치고 가이드와 얘기를 하다가 지난 번 갔던 헬람부-랑탕 트레킹에 대한 얘기를 했다. 가이드도 2013년 처음으로 헬람부-랑탕 코스를 갔는데 눈이 많이 와서 포터들이 라우레비나라를 못 넘어 가겠다고 해서 카트만두로 되돌아가서 사브루베시에서 랑탕 계곡으로 들어갔다고 했다. 예정보다 일정이 밀려서 이틀간에 이동할 거리를 하루 만에 가서 아주 힘들었다고 했다. 내 고등학교 동기인 경일대 노철균 교수가 이 무렵에 동기 10여명과 같이 헬람부-랑탕에 갔는데 눈을 만나 라우레비나라를 못 넘었다고 들었는데 이 때 가이드가 샤히였다. 핸드폰에 있는 노교수 사진을 가이드에게 보여주니 맞는다고 했다. 노교수가 그 팀 대장이어서 가이드가 기억하고 있었다.
식사 후 방에 들어가니 딱히 할 일이 없다. 그렇지 않아도 나이 탓인지 요즘 잠을 많이 못 자는데 일찍 자면 틀림없이 일찍 일어날 것을 뻔히 알면서 잠자리에 들었다.
제3일(4월 16일)
5:30 모닝콜
6:30 아침 식사(미역국)
7:20 고라파니(2860m)로 출발
9:40 울레리의 Majestic guest house에서 차
10:30 반탄티(2210m)의 Green hill view guest house에 도착
11:00 점심(수제비)
12:00 고라파니로 출발
14:05 난게탄티의 Green view lodge에서 차
16:07 고라파니의 Tukuche peak view lodge에 도착
18:30 저녁 식사(닭백숙)
오늘이 트레킹을 시작하는 날이다. 고라파니(2880m)까지 10.5km를 약 7시간에 가야 한다. 보조 가이드 빔과 라이가 5시 30분경에 모닝콜을 겸해서 생강차를 가지고 왔는데 모두 벌써 일어나 있었다. 차를 마시고 난 후 카르고백을 내 놓으니 포터들이 가져가서 일단 모두 마당에 모아 놓았다. 포터 대장이 카르고백을 하나씩 들어보고 무게 순으로 정렬한 뒤 가벼운 것 하나와 무거운 것 하나를 포개 놓고 들어서 무게를 비교해 가며 두 개씩 짝을 지어 놓았다. 짝 짖기가 끝나니 포터들이 카르고백을 하나 씩 포장을 하고 다시 두 개를 같이 묶은 뒤 그 위에 자기 배낭을 얹어서 짊어지고 출발했다.
미역국으로 아침 식사를 하고 커피를 한 잔 한 뒤 고라파니를 향해 출발했다. 출발하면서 가이드가 부탁을 했다. 네팔어로 ‘천천히’가 ‘비스따리’라고 하면서 ‘천천히 걸어라’는 것이었다. 높은 산에서 빨리 걸으면 고산병이 오기 쉬우니 천천히 걸어야 한다. 가이드가 앞장을 서는데 추월하지 말라고 했다. 가이드가 웃으면서 ‘샤히를 추월하면 샤히 머리가 아픈데 맥주가 약이니 추월하려면 맥주를 사야 한다.’라고 했다. 가는 길 곳곳에 네팔 국화인 랄리구라스가 한창이었다.
1시간쯤 걸어가다가 가이드가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우리가 이동을 하면서 롯지에 들러 화장실도 이용해야 하고 의자에 앉아 쉬기도 해야 하는데 그냥 롯지 시설을 이용만 하면 롯지 주인이 싫어하니 오전과 오후에 한 번씩 롯지에 들러 차를 한 잔씩 마시는데 돈은 각자 돌아가면서 내기로 하자고 했다. 차 값은 장소에 따라 다르지만 600에서 700루피쯤 한다고 했다. 모두 좋다고 동의하고 나서 잠시 후 마차푸차레가 잘 보이는 울레리의 Majestic 롯지에 도착했다. 마차푸차레가 구름 속에 희미하게 보이다가 잠시 후 구름으로 완전히 가려졌다. 네팔어로 마차는 물고기이고 푸차레는 꼬리라고 한다. 마차푸차레의 정상이 생선 꼬리 모양으로 두 갈레 갈라져 있어 붙인 이름으로 영어로는 Fish tail이라고도 한다. 높이는 6997m인데 네팔 사람들이 신성한 산으로 여기기 때문에 네팔 정부가 정상 등정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만일 정상 등정을 허용한다면 한국 산악인이 제일 먼저 오르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세계 3대 미봉 중 하나라고 하는데 다른 미봉은 알프스의 마테호른과 에베레스트 산군에 있는 아마다블람이다. 잠시 후 보조 가이드가 박하차 가지고 와 한 잔씩 마셨다. 보조 가이드가 차를 타고 서빙을 하니 차 값이 싼 것 같았다. 울레리부터 안나푸르나 남봉과 히운출리가 보이는데 구름이 잔뜩 끼어 보이지 않았다. 10시 반쯤 점심 식사 장소인 반탄티의 Green hill view 롯지에 도착했다. 점심 메뉴는 수제비였다. 점심을 먹고 난 뒤 출발해서 2시간쯤 지나 난게탄티에 있는 Green view 롯지에서 생강차를 한 잔씩 마셨다. 다시 숙소로 가다가 잠시 쉬고 있는데 포터들이 짐을 지고 지나갔다. 가이드가 우리 일행에게 더 쉬면서 천천히 가자고 했다. 포터들이 늦어서 트레커들이 숙소에 도착했을 때 짐이 와 있지 않으면 불평을 하는 사람들도 있고 또 트레커들이 포터를 추월하면 포터들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했다.
4시경에 숙소인 Tukuche peak view 롯지가 있는 고라파니에 도착했다. 그런데 한 포터가 오는데 카르고백 3개를 메고 왔다. 나이 어린 포터 하나가 힘들어서 못 하겠다고 가버려서 두 포터가 백 3개씩 메고 왔다고 했다. 롯지 방에 들어가 보니 북쪽에 큰 창이 있어 투크체 피크가 잘 보여야 하는데 구름이 잔뜩 끼어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6시 반쯤 저녁 식사를 했다. 저녁 메뉴는 닭백숙이었다. 밑반찬과 함께 양배추 삶은 것과 오이 당근이 나왔다. 소맥으로 반주를 했는데 맥주 한 병이 500루피였다. 식사를 마치니 가이드가 다음날 날씨가 좋아지도록 각자 자기가 믿는 신에게 열심히 기도를 하라고 했다. 식사 후 $1을 주고 와이파이에 연결했다. 가족에게 카톡으로 아침에 찍은 사진과 다음날 일정을 보내고 나니 딱히 더 이상 할 일이 없어 8시 전에 자리에 누웠는데 비가 왔다. 이러다가 다음날 푼힐 전망대에서 산들을 제대로 볼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제4일(4월 17일)
3:30 모닝콜
3:45 마늘 수프
4:15 푼힐 전망대(3210m)로 출발
5:15 푼힐 전망대 도착
6:10 롯지로 출발
6:50 롯지 도착 아침 식사(북어국)
7:12 츄일레(2560m)로 출발
8:12 타플라힐(3165m) 도착
10:04 데우랄리(3180m)의 Yak lodge에서 차
10:25 출발
11:35 반탄티의 Gurung lodge에서 점심 식사(카레라이스)
12:30 출발
14:05 타다파니의 Super view top lodge에서 차
14:30 출발
15:20 츄일레의 Mountain discovery lodge에 도착
18:30 저녁 식사(달밧)
오늘은 푼힐 전망대에 가서 일출을 보고 내려와 츄일레까지 12.5km를 9시간에 갈 예정이다. 모닝콜이 3시 반인데 전날 일찍 자서 2시경에 잠이 깼다. 날씨가 궁금하여 밖에 나가보니 달이 보이고 별도 많이 보였다. 산 쪽을 보니 산이 잘 보이고 날씨가 좋았다. 모닝콜에 가지고 온 차를 마시고 잠시 후 마늘 수프를 먹었다. 마늘이 고산병에 좋다고 했다. 4시 조금 지나 랜턴을 켜고 푼힐 전망대로 출발했다. 중간에 한 번 쉬고 1시간쯤 후 푼힐 전망대에 도착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올라 와 있었다. 아직 해가 뜨지 않아 조금 캄캄한 가운데 안나푸르나 산군이 보였다. 왼쪽으로부터 다울라기리, 투크체 피크, 바라사카르, 안나푸르나 1봉, 안나푸르나 남봉, 마차푸차레가 보였다. 5시 반쯤 해가 뜨기 시작하니 다울라기리가 햇빛을 정면으로 받아 황금빛으로 빛나고 오른 쪽 끝의 마차푸차레는 역광으로 희미하게 보였다. 여기서는 세계에서 7번째 높은 다울라기리가 가장 잘 보였다. 40분 정도 쉬지 않고 사진과 동영상을 찍고 난 후 모두 모여 여행사에서 준비해 온 플래카드를 들고 단체 사진을 찍고 롯지로 내려왔다.
4월 17일이 둘째 딸 생일이어서 가족 카톡방에 축하 문자를 보내고 일정을 알려 주었다. 북어국으로 아침 식사를 하고 츄일레로 출발했다. 얼마 안 가서 젊은 한국 여자를 만났는데 직장을 그만 두고 퇴직금으로 인도에 가서 한 달쯤 있다가 이리로 왔는데 트레킹을 끝내고 다시 인도로 갈 예정이라고 했다. 가이드 겸 포터를 한 명 고용해서 다니는데 나무 지팡이를 두 개 짚고 다녔다. 작대기는 어떻게 구했느냐고 물었더니 샀다고 했다. 이후 우리 일행은 이 여자를 작대기라고 불렀다. 또 다른 사람을 만났는데 남아공에서 온 클린트 이스트우드 닮은 남자였다. 우리 일행을 볼 때마다 코리아 팀이라며 아는 채 했다. 우리가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서 내려오는 날까지 작대기와 남아공 남자는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자주 만났다.
1시간쯤 걸어 타플라힐에 도착했다. 푼힐 전망대와 비슷한 고도이면서 앞이 환하게 트여 있어 전망이 아주 좋았다. 해가 이미 많이 떠 있어 안나푸르나 산군이 환하게 잘 보여 푼힐 전망대보다 조망이 좋았다. 푼힐 전망대보다 좀 더 동쪽이어서 안나푸르나 남봉이 더 가까이 보였다. 한참 동안 사진과 동영상을 찍고 나서 데우랄리에 있는 Yak 롯지에 도착해 차를 마셨다. ‘데우랄리’는 네팔어로 언덕이란 뜻인데 네팔에서는 대부분 해발 3000m 정도의 봉들은 별도의 이름이 없이 데우랄리라고 부르고 데우랄리라는 지명도 많다고 한다. 데우랄리를 출발해서 1시간쯤 지나 점심 식사 장소인 반탄티의 Gurung 롯지에 도착했다. 전날 점심 식사 장소와 이름은 같지만 다른 곳이었다. 점심 메뉴는 카레인데 네팔 카레가 아니고 오뚜기 카레라고 했다. 점심 식사를 가다리고 있는데 여자 애 둘이서 노래를 하면서 춤을 추고 있었다. 조 선생이 초콜릿을 주니 더 신나게 춤을 추었다. 롯지 맞은 편 산을 보니 엄청 가팔랐다. 경사가 거의 90도에 가까워서 만일 산사태가 난다면 이 일대는 완전히 매몰될 것 같았다. 점심 식사 후 가는 길에 타다파니의 Super view top 롯지에서 차를 마시고 3시 조금 넘어 숙소 Mountain discovery 롯지가 있는 츄일레에 도착했다. 이 롯지는 9부 능선 정도의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고 앞의 전망이 훤하게 트여 있으며 아주 넓은 마당이 있었다. 날씨가 흐려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여기는 고도도 높지 않고 다음날 갈 시누아도 고도가 높지 않아 샤워를 해도 괜찮다고 해서 이틀 만에 1인당 150루피를 내고 샤워를 했다. 와아파이는 되지만 연결이 잘 안된다고 돈은 받지 않았다.
저녁 식사 메뉴는 네팔 음식 달밧이었다. '달'은 녹두로 만든 국이고 '밧'은 쌀밥이다. 달밧과 여러 가지 야채가 나왔고 카레를 넣고 볶은 닭고기도 나왔는데 맛이 좋았다. 반주로 소맥을 마셨는데 맥주 상표는 San Miguel이고 여기서부터는 환경 문제 때문에 캔맥주만 있다고 했다. 한 캔에 500루피인데 앞으로 갈수록 비싸진다고 했다. 식사 후 방으로 들어 왔는데 이층 방 앞에 탁자와 의자가 있어 여기 앉아서 맥주를 더 마시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또 비가 왔다.
제5일(4월 18일)
5:30 모닝콜
6:45 아침 식사
7:30 시누와(2360m)로 출발
9:30 Sun shine lodge에서 차(650)
10:50 촘롱(2170m)의 Heaven view lodge에 도착
11:30 점심 식사(김치볶음밥)
12:30 출발
14:30 시누와의 Sherpa guest house에 도착
18:00 저녁 식사(닭볶음탕)
오늘은 시누와까지 10km를 6시간에 갈 예정이다. 아직 고도가 3000m 이하여서 고산병 걱정은 없는 구간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보니 비는 안 오는데 날씨는 여전히 흐렸다. 히운출리가 환하게 보였고 마차푸차레가 구름 속에서 흐릿하게 보였다. 롯지 마당에서 사진을 찍다가 한국 청년을 만났다. 현재 휴학 중인 학생인데 친구와 같이 비행기 표만 사가지고 와서 가이드나 포터도 고용하지 않고 다닌다고 했다.
아침 식사 후 시누와를 향해서 출발했다. 시누와는 네팔어로 시체라는 뜻인데 동물의 시체를 버리는 장소였다고 했다. 내리막길을 한참 내려가다가 가이드가 거머리 조심하라고 했다. 전날 비가 와서 숲속에 들어가면 거머리가 나뭇잎에 붙어 있다가 사람에게 떨어지니 조심하라고 했다. 조금 가다가 가이드가 거머리를 찾아서 보여주었다. 잠시 후 한 마을을 지나가는데 대여섯 마리의 소가 있었고 그 소들 밑에 거머리가 많이 떨어져 있었다. 소 피를 많이 빤 통통한 거머리들이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가이드가 막대기로 누르니 터져서 피가 흥건하게 나왔다. 2시간쯤 걸은 후 Sun shine 롯지에서 차를 마신 뒤 11시 조금 안되어 점심 식사 장소인 촘롱의 Heaven view 롯지에 도착했다. 이 롯지는 거의 산 정상에 있어 조망이 아주 좋았다. 가이드가 아래 쪽 마을을 가리키며 저기가 지누단다인데 우리가 하산 전 마지막 밤을 묵을 롯지가 있는 곳이라고 했다. 이때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트레킹을 마치고 하산하는 한국인 부부가 지나가는 길에 우리를 보고 말을 건넸다. ‘여기는 흐리지만 베이스캠프는 날씨가 아주 좋았다’고 했다. 부인은 히말라야라고 해서 대단히 힘들 줄 알았는데 별거 아니라고 하는데 남편은 아무 말이 없었다. 점심 메뉴는 김치볶음밥인데 매끼마다 식단이 바뀌고 음식도 입에 맞았다.
점심 식사 후 다시 출발하면서 가이드가 약 3000개의 계단을 내려가야 하고 베이스캠프에서 돌아올 때는 이 길로 다시 올라와야 한다고 했다. 촘롱이 이 부근에서 가장 큰 마을이고 여기에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입산 신고하는 곳이 있었다. 조금 내려가니 여자 애가 담장 너머로 ‘안녕하세요!’라고 우리말로 인사를 했다. 조 선생과 다른 일행이 초콜릿을 건넸다. 계단 길을 다 내려와서 출렁다리를 건너니 조그만 롯지에서 네팔 아낙네가 한쪽에서 불을 때고 있었다. 가이드가 지금 네팔 술 럭시를 만들고 있으니 사진을 찍으라고 해서 캠코더로 동영상을 찍으며 구경했다. 럭시는 증류주로서 내리는 방법은 소주와 비슷했다. 큰 구리 항아리에 발효주를 붓고 그 위에 증류주를 받을 그릇을 얹고 그 위에 찬물을 담은 구리 그릇을 얹고 김이 새지 않게 헝겊으로 틈새를 메우고 불을 때니 증발한 알코올이 찬물이 있는 그릇 바닥에 닿아서 액화되어 떨어졌다.
다시 계단 길을 조금 올라가서 잠시 쉬어 가려고 한 롯지에서 멈췄는데 다섯 살 쯤으로 보이는 여자 애가 죽마를 타고 있었다. 가이드가 조금 전에 지나온 럭시 만드는 집 딸이라고 했다. 조그만 어린 애가 혼자서 멀리까지 마실 왔다. 한쪽에는 열 살은 좀 더 넘어 보이는 여자 애가 어린 동생을 안고 얼굴을 씻기고 있었다. 조 선생과 다른 일행들이 초콜릿을 나누어 주니 럭시 집 딸이 자기보다 큰 애의 것을 뺏으려고 했다. 남의 집에 놀러 와서 자기보다 큰 애한테 맹랑한 짓을 하는 것을 보고 모두가 웃었다. 일행 중 한 여성분이 그 꼬마에게 내가 준 초콜릿을 내놓으라는 시늉을 하니 없다는 시늉을 하며 웃겼다. 잠시 후 머리에 걸치고 있던 선글라스를 내려 쓰고는 웃기는 동작을 반복하며 우리 일행의 웃음을 자아냈다.
2시 반쯤 시누와에 있는 오늘의 숙소 Sherpa guest house에 도착했다. 가이드가 여기까지는 고도가 높지 않으니 샤워를 할 수 있고 술을 좀 마셔도 되지만 다음날부터는 샤워도 하지 말고 술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1인당 150루피씩 내고 샤워를 했다. 온수기가 물이 조금씩 나와 통에 물을 받아서 쓰는 것이 편리하다고 먼저 샤워한 분이 그러는데 나오는 물이 따뜻하지 않았다. 찬물로 그냥 대충 씻고 나오니 내 바로 다음에 샤워를 한 신 교수가 물을 잠그고 좀 있다가 트니 따뜻한 물이 나왔다고 했다. 저녁 메뉴는 닭볶음탕이었다. 소맥으로 반주를 했는데 맥주는 한 캔에 630루피였다. 가이드가 배터리 충전할 것이 있으면 하라고 했다. 여기는 100루피인데 다음날 갈 롯지에서는 150루피라고 했다. 200루피를 주고 카메라와 캠코더를 충전했다. 와이파이는 200루피인데 다음날 숙소에서는 300루피일 것이라고 했다. 저녁 식사가 끝날 무렵 가이드가 엽서를 한 장씩 나누어 주었다. 이 엽서를 쓰서 가이드에게 주거나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 있는 혜초여행사 우체통에 넣으면 혜초여행사에서 우표를 붙여서 한 달쯤 후에 도착하도록 부칠 것이라고 했다. 식사 후 방으로 들어가기 전에 바깥에 앉아서 음악을 들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방에 들어가서 카톡으로 가족에게 소식을 전하고 잠을 청하는데 비가 왔다. 밤새 서너 차례 소나기가 내렸다.
제6일(4월 19일)
5:30 모닝콜
6:30 아침 식사
7:00 데우랄리(3200m)로 출발
9:30 밤부의 Green view lodge에서 차
10:00 출발
11:05 도반의 Annapurna approch lodge에서 점심(오무라이스)
12:30 출발(비, 우박 만남)
14:00 Himalaya lodge에서 블랙커피
14:30 출발
16:00 데우랄리의 New panorama lodge에 도착
18:00 저녁 식사(된장국, 잡채)
오늘은 데우랄리까지 10km를 7시간에 갈 예정이다. 고도도 2360m에서 3200m로 올려야 한다. 비는 오지 않는데 날씨는 흐렸다. 1시간쯤 가다가 가이드가 발길을 멈추고 쉬어가자고 했다. 시누와에서 베이스캠프 사이에는 롯지가 많지 않아 종종 자연 화장실을 이용해야 한다면서 숲속을 가리켰다. 또 한쪽에 있는 표지판을 가리키면서 시누와에서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사이의 특별 관리 구역에 닭고기, 돼지고기, 소고기를 반입하지 말라는 경고판이라고 했다. 오래된 믿음과 사원이 있어서인데 지키지 않으면 자연 재해나 사고가 날 수도 있다고 적혀있었다. 몇 년 전 산악인 박영석 대장 1주기 추모식에 한국 산악인들이 돼지머리를 가지고 갔는데 바람이 거세게 불며 이상 기후가 나타났다고 했다. 9시 반쯤에 밤부의 Green view 롯지에서 차를 마셨다. 이틀 후 하산 길에 이 롯지에서 잘 예정이라고 했다. 11시 조금 지나 점심 식사 장소인 도반의 Annapurna approch 롯지에 도착했다. 점심 메뉴는 오무라이스였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한참 쉰 후 12시 반쯤 출발하기 직전 해가 반짝 나왔다. 아침에 흐려서 선크림을 바르지 않아 선크림을 바르고 출발하려는데 갑자기 흐려지면서 비가 오기 시작해서 우의를 입고 출발했다. 가이드가 비는 괜찮은데 우박으로 바뀔 수도 있다고 했다. 조금 가다보니 비가 우박으로 바꿨다. 그러나 우박 알이 크지 않아 별 문제는 없었지만 우의를 입으니 바람이 안 통해 땀이 많이 났다. 1시간 반쯤 가니 Himalaya 롯지가 나와 우의를 벗고 30분쯤 쉬면서 블랙커피를 마셨다. 다시 출발할 때는 비에 젖으나 땀에 젖으나 불편한 것은 마찬가지여서 우의는 접어 넣고 얇은 바람막이만 입었는데 바람막이가 방수가 되었다. 2주전 도봉산에 갔다가 내려와서 길가에 있는 가게에서 만원 주고 산 건데 아직 세탁을 한 번도 안 해서인지 방수가 되었다. 한참 가다보니 길 양 쪽에 엄청나게 많은 폭포가 계속 나타났다. 여러 갈레로 갈라져서 내려오고 낙차도 상당했다. 비 때문에 카메라와 캠코더를 배낭에 넣어서 이 경치를 못 찍었는데 내려올 때 찍으리라 생각하고 그냥 지나갔다. 4시경에 숙소 New panorama 롯지가 있는 데우랄리에 도착했다. 여기는 롯지가 많지 않아 다인실을 이용해야 했다. 우리에게 배정된 3인실은 방 번호 대신 Superman이라고 쓰여 있고 옆방은 Spiderman이라고 쓰여 있었다. 방에 침대가 3개 놓여 있는데 방이라기보다 창고 같아 보였다. 저녁 식사는 잡채와 된장국이 나왔는데 고기를 반입하지 마라는 경고 때문인지 고기는 전혀 없었다. 여기는 충전 한 번 하는데 150루피이고 와이파이는 300루피인데 전날 시누와에서 와이파이가 잘 연결도 되지 않고 중간에 잘 끊어져서 내려갈 때까지 인터넷은 안 쓰기로 했다. 오후에 비를 맞아서 약간 추울 것 같아 가이드에게 부탁해서 뜨거운 물을 병에 담아 침낭에 넣고 잤다.
제7일(4월 20일)
5:30 모닝콜
6:30 아침 식사
7:30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3700m)로 출발
10:30 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의 Machhapuchhare guest house에 도착
11:00 점심 식사
12:00 출발
14:30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도착
18:00 저녁 식사
오늘은 드디어 우리 일정 중 제일 높은 곳에 있는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까지 7km를 5시간에 갈 예정이다. 고도도 3200m에서 4130m로 올려야 한다. 아침 식사 후 7시 반경에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를 향해 출발했다. 조금 가니 오른 쪽에 낙차가 큰 폭포가 나타나고 왼쪽 산 사이로 히운출리와 안나푸르나 남봉이 보였다. 조금 더 가니 오른쪽 산 사이로 마차푸차레가 보였고 계곡 가운데에는 눈 녹은 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10시 반경에 점심 식사 장소인 Machhapuchhare guest house가 있는 해발 3700m의 Machhapuchhare 베이스캠프에 도착했다. 롯지에서는 구름 때문에 마차푸차레가 희미하게 보였다가 가렸다가를 반복하더니 완전히 구름으로 가려졌다. 점심 식사 조금 전에 포터 대장이 어디가 아픈 듯 오더니 누워버렸다. 배가 아팠던 것 같았다. 일행 중 한 분이 물어보고 약을 주었다.
점심 식사 후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를 향해 출발했다. 여기서부터는 길이 눈으로 덮여 있었다. 고도가 4000m에 가까우니 걸을 때마다 숨이 차기 시작했다. 일행 중 몇 사람은 고산증이 나타난 것 같았다. 천천히 걸어가면서 앞을 보니 산들이 구름으로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베이스캠프 입구에서 혜초여행사 플래카드를 들고 사진을 찍고 난 후 2시 반경 베이스캠프에 도착했는데 여전히 구름이 많아 산은 보이지 않았다. 해가 지면서 어두워지기 시작하니 구름이 조금 걷히면서 구름 속에 마차푸차레 정상의 예쁜 모습이 보였고 안나푸르나의 봉들이 보였다. 저녁 식사에 국이 나왔는데 고기가 없어서인지 햄이 조금 들어갔다. 고산병 때문에 몇 사람은 식사를 못 할 정도였고 한 사람은 토하기도 했다. 숙소는 전날보다 사정이 더 열악해서 4인실을 배정받았다. 고도가 높아 밤에 춥다고 뜨거운 물을 채운 주머니 유단포를 하나씩 나누어 주었다. 전날과 같이 뜨거운 물도 병에 담아 침낭에 넣었다. 저녁 식사 후 방에 들어가니 고산병 때문에 두통이 약간 났다. 트레킹 오기 전에 처방받은 비아그라 복제약 팔팔을 한 알 먹었다. 신 교수가 용량이 얼마냐고 물어서 100mg이라고 했더니 50mg이면 충분한데 100mg을 먹었으니 밤에 잠을 잘 못 잘지도 모르겠다고 놀렸다. 조금 있으니 두통은 없어지고 머리가 따뜻해졌다. 일찍 자리에 누웠는데 밤새 고산병에 대한 꿈은 꾸었지만 오랜만에 새벽에 일어날 때까지 깨지 않고 푹 잤다.
제8일(4월 21일)
4:30 모닝콜
5:20 일출 조망
6:30 아침 식사
7:18 출발
9:35 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에서 차
10:00 출발
10:40 데우랄리 도착
11:00 점심 식사(신라면)
11:45 출발
12:45 Himalaya lodge에서 차
15:00 밤부의 Green view lodge에 도착
18:00 저녁 식사(닭개장)
오늘은 모닝콜이 4시 30분이다. 해가 뜨기 전에 안나푸르나 산군이 잘 보이는 곳에 가서 일출을 기다렸다. 해가 뜨기 시작하니 봉들이 햇빛을 받아 황금색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왼쪽으로부터 히운출리, 안나푸르나 남봉, 바라사카르, 안나푸르나 1봉, 텐트피크, 강가푸르나, 마차푸차레가 보였다. 푼힐 전망대에서 보다 산을 더 가까이에서 보니 더 멋있어 보였다. 30분쯤 쉬지 않고 사진을 찍은 후 숙소로 내려오는 길에 박영석 대장 추모비에 들렀다. 박영석 대장은 2011년 10월 대부분의 산악인들이 이용하는 안나푸르나 북벽 코스 대신 햇빛이 비춰 위험한 안나푸르나 남벽에 새 루트를 개척하다 눈사태로 동료 두 명과 같이 실종됐다.
숙소로 돌아오니 가이드는 고산병 때문에 힘들어 하는 분들과 같이 먼저 내려갔다. 우리도 아침 식사를 한 뒤 7시 조금 지나 출발했다. 조금 내려가다가 뒤돌아보니 안나푸르나 산군 중턱에 구름이 걸려 있는 경치가 너무 아름다워 사진을 찍으면서 한참 구경했다. 먼저 출발한 팀이 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에서 기다린다고 했는데 9시 반쯤 도착하니 이미 가고 없었다. 차를 마시며 30분쯤 쉬고 다시 출발하여 11시 조금 전에 점심 식사 장소인 전날 숙소였던 데우랄리에 도착하니 먼저 출발한 일행이 와 있었다. 점심은 신라면이었다. 여기서는 신라면이 고급 음식이다. 며칠 전 묵었던 츄일레의 롯지에서 피자 한판이 800루피인데 신라면도 800루피였다. 우리 돈으로 9000원이다.
점심 식사 후 12시 조금 전에 출발했다. 이틀 전에 이 길로 올라올 때 길 양쪽에 아주 많은 폭포가 있었는데 내려가면서 사진을 찍으려고 보니 구름이 잔뜩 끼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아쉽지만 그냥 지나갔다. 1시간쯤 걸어 Himalaya 롯지에서 차를 마시며 쉬었다가 3시에 오늘의 숙소 Green view 롯지가 있는 밤부에 도착했다. 가이드기 이제는 고산병 우려가 없어 샤워를 할 수 있고 술을 마셔도 괜찮다고 했다. 저녁 메뉴는 닭개장이었다. 닭고기만 따로 먼저 안주로 나오고 나중에 밥과 닭개장이 나왔다. 가이드가 사탕수수로 만든 럼주를 몇 병 샀다. 소맥을 마시다가 럼주를 따뜻한 물에 타서 마셨다. 럼주의 도수가 40도여서 물을 탔지만 꽤 독했다.
식사 후 신 교수와 조 선생과 같이 지난번 헬람부-랑탕 트레킹에 대해 얘기를 하다가 그 때 우리가 네팔인들에게 준 팁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우리 일행 5명에 동행한 네팔인이 15명이었다. 포터는 하루 일당이 $15 정도이고 식사도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데 무거운 짐을 지고 힘들어도 항상 즐겁고 밝은 표정으로 우리를 대하는 모습을 보고 우리 모두가 감사하다는 마음이 들어 팁을 주기로 했다. 우리 인원이 적었고 네팔인들 인원이 많아 일인당 $50씩 각출하였다. 이번 트레킹에서 내일 밤이 대부분의 네팔인들과 마지막으로 보내는 밤인데 이번에도 돈을 좀 걷어서 다음날 전해주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잠시 후 신 교수가 밖에 나갔다가 식당에서 술을 마시고 있던 서울 팀을 만나 팁에 대한 얘기를 했더니 모두 동의하더라고 했다.
제9일(4월 22일)
5:30 모닝콜
6:30 아침식사
7:00 출발
8:40 시누의 Sherpa guest house에서 차
9:10 출발
11:20 촘롱의 Heaven view lodge에 도착
11:50 점심 식사(잔치국수)
13:30 지누단다의 Kalpana lodge에 도착
14:10 온천 감
18:00 저녁 식사(염소 고기)
아침에 일어나니 전날 마신 럼주가 독해서인지 아직 약간의 취기가 남아 있었다. 모닝콜을 겸한 차를 마시고 나니 서울 팀의 이병욱 선생이 찾아와서 팁을 $20씩 걷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을 해서 우리 모두 동의했다.
아침 식사 후 지누단다를 향해 출발했다. 1시간 반쯤 후 이틀 전의 숙소였던 시누와의 롯지에 도착해서 차를 마셨다. 이제 또 내리막을 내려갔다가 다시 3000 계단을 올라가 촘롱으로 가야한다. 내리막을 다 내려갈 무렵 가이드에게 며칠 전에 럭시 만드는 곳에서 럭시를 사겠다고 하니 사지 말라고 했다. 거기에서는 가이드와 포터에게 럭시를 공짜로 주는데 좋은 술을 공짜로 줄 리가 없다는 것이었다. 며칠 전 포터 대장이 배가 아팠던 이유가 거기에서 공짜로 준 럭시를 마셔서 그렇다고 했다. 내리막을 다 내려가서 럭시 만들던 롯지를 지나 출렁다리 입구로 가니 한 한국인이 인사를 했다. 일행은 어디에 있냐고 물으니 저기서 밭을 매고 있다고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쪽을 보니 한국인 3명이 네팔인들과 같이 밭을 매고 있는데 밭을 보니 엉망이었다. 옥수수가 심겨져 있는데 줄이 맞지 않고 잡초도 엄청 많이 나있었다. 지나가다가 삐뚤삐뚤 심겨져 있는 옥수수와 잡초를 보고는 참지 못하고 밭매기를 거들려고 나섰던 것 같았다. 잠시 후 조 선생이 오면서 럭시를 한 잔 얻어 마셨다고 하는데 고량주 같은 냄새가 풍겼다. 증류주여서 도수가 높은 것 같았다. 출렁다리를 건너고 3000 계단을 올라가 촘롱의 입산신고소를 거쳐 11시가 조금 지난 시각 며칠 전에 점심 식사를 했던 Heaven view 롯지에 도착했다. 점심 식사를 기다리며 의자에 앉아 쉬면서 앞을 보니 롯지 안주인과 아낙네가 고사리를 다듬고 있었다. 포항에서 온 두 여성분이 옆에 같이 앉아서 말이 통하지 않을 터인데 무슨 얘기를 하는지 깔깔대며 웃었다. 재미있게 웃는 걸 보고 딸도 오더니 같이 앉아서 웃었다. 발밑에 뭔가 걸리는 것이 있어 내려다보니 개가 바로 내 발 앞에서 자고 있었다. ‘네팔 개 팔자가 포터 팔자보다 훨씬 낫네!’라고 했더니 누군가 ‘그놈 우리 재래견 닮아서 참 맛있게 생겼네!’라고 한다. 그러나 여기서는 복날에 이 놈들에게 된장 바를 일도 없지 않은가.
점심 메뉴는 잔치국수였다. 멸치 국물은 아니지만 햄을 넣어 맛을 냈다. 원래 국수를 좋아하는 터라 두 그릇을 비웠다. 식사 후 숙소가 있는 지누단다로 내려갔다. 푼힐 전망대에서 오는 사람들은 촘롱을 거쳐 가야 하지만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만 가는 사람들은 지누단다에서 촘롱을 거지지 않고 바로 시누와로 가는 길을 만들면 빠르고 편할 터인데 촘롱이 이 부근에서 가장 큰 마을이고 촘롱 주민들이 반대해서 못 만든다고 했다. 그러나 몇 년 후에는 지누단다 아래에서 출렁다리를 놓아 촘롱을 안 거치고 시누와로 갈 수 있다고 했다. 1시 반쯤에 숙소인 지누단다의 Kalpana 롯지에 도착했다. 이 롯지는 몇 년 전에 지진이 났을 때 산사태로 매몰되어 정부 지원으로 다시 지어서 깨끗하고 방 안에 변기, 샤워기와 세면대가 있었다. 방에 짐을 풀고 난 후 2시가 조금 지나 보조 가이드 빔과 라이를 동행해서 온천으로 내려갔다. 20분쯤 내려가니 온천이 나왔다. 노천탕이 2개가 있고 샤워장도 노천 샤워장이었다. 탈의실 안은 깜깜하고 바닥은 물이 고여 있고 냄새도 많이 났다. 탈의실에서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나오니 옷도 따로 보관할 장소가 없고 보조 가이드가 봐 준다고 했다. 샤워 물은 약간 따뜻했다. 샤워를 대충하고 노천탕에 들어가니 물은 미지근했다. 샤워 물은 온천에서 바로 나와 따뜻하고 노천탕 물은 바깥에 오래 노출되어 있어 별로 따뜻하지 않은 것 같았다. 미지근한 물이라고 들어가 있으니 몸이 좀 풀리는 것 같았다. 다시 샤워장에 가서 샤워를 한 뒤 30분을 걸어 올라와 롯지로 되돌아왔다. 샤워를 하고 나니 맥주 생각이 나서 한 잔하고 있는데 ‘안녕하세요!’라고 젊은 여자가 인사를 했다. 올해 대학을 졸업했는데 취업이 안 돼 인도의 콜카타의 테레사 수녀가 있던 곳에서 1주일 간 봉사활동을 한 후 룸비니를 거쳐 이곳에 왔는데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로 갔다가 다시 인도로 갈 것이라고 했다. 우선 방을 구해야 한다고 가더니 한참 후에 방을 구했다고 하면서 다시 왔다. 집은 강원도 횡성이고 94년생이라고 했다. 혼자서 인도와 네팔을 배낭 하나 달랑 매고 다니다니 우리 막내와 동갑인데 막내와 비교하니 엄청 용감하다. 신 교수와 내가 강원대학교에서 퇴직한 교수라니 강원대학교에 다니는 친구가 많이 있다고 반가워했다.
저녁 메뉴는 염소고기였다. 이 산골 마을에 정육점이 있을 턱이 없으니 아마 조리 팀에서 염소 한 마리를 도축한 것 같았다. 식사를 시작하기 전에 아침에 걷은 사례금을 전달하기로 했다. 전달은 우리 일행 중 제일 연장자인 서울 팀의 조재천 선생이 맡기로 했다. 가이드, 주방장과 포터 대장을 불러서 감사의 말이 있은 뒤 봉투를 가이드에게 주고 식사를 시작했다. 각 팀에서 럼주와 소주를 내놓아 염소고기를 안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많을 술을 마셨다. 식사는 밥과 염소탕으로 마무리했다.
제10일(4월 23일)
5:30 모닝콜
6:30 아침식사
7:00 출발
9:10 Bee hive view guest house에서 차
9:40 출발
11:20 시와이의 Priya lodge에 도착
11:45 점심 식사(비빔냉면)
12:40 출발
14:30 포카라 도착
14:40 페와 호수 보팅
15:30 Fish tail lodge에 도착
18:00 혜초여행사 포카라 지사에서 저녁 식사(돼지고기, 닭고기 바비큐)
오늘은 트레킹을 마무리하는 날이다. 아침에 일어나 산을 보니 전날은 구름이 끼어 잘 보이지 않던 산이 보였다.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서와는 달리 안나푸르나 남봉이 히운출리 왼쪽에 있었다. 아침 식사는 염소고기 국물로 만든 해장국이었다. 식사 후 잠간 쉰 후에 출발해서 내려가니 New bridge라는 롯지 간판이 보였다. 몇 년 후에 놓일 다리를 염두에 두고 롯지 이름을 그렇게 지은 것 같았다. 출발한지 2시간쯤 지나 Bee hive view 롯지에서 차를 마시며 쉬기로 했다. 롯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롯지에서 강 건너편에 있는 석벽에 석청이 많이 달려 있었다. 30분을 쉰 뒤 출발하면서 가이드가 지금 포카라에는 비가 오고 있어 비행기가 못 뜬다고 했다. 다음날도 비가 와서 비행기가 못 뜨면 카트만두까지 버스로 가야 한다고 했다. 1시간 반쯤 지나 점심 식사 장소이자 트레킹이 끝나는 지점인 시와이의 Priya 롯지에 도착했다. 점심 메뉴는 비빔냉면이었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조금 있으니 우리가 타고 갈 지프차가 왔다. 올 때와 같이 차 두 대로 한 차에 8명씩 타고 나야폴로 출발했다. 도로가 비포장이어서 차가 엄청 흔들렸다. 40분쯤 후 비레탄티에 도착하자 가이드가 Check post로 가더니 한참 후에 사진이 붙은 트레킹 완료 증명서를 가지고 와서 나누어 주었다. 이것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렸다. 잠시 후 나야폴에 도착해서 혜초여행사 버스를 타고 포카라로 향했다.
2시간 조금 안 걸려 포카라에 도착했는데 비는 오지 않지만 날씨는 흐렸다. 숙소 Fish tail lodge는 페와 호수 안에 있어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한다. 가이드가 호텔에 가기 전에 1시간 동안 페와 호수에서 보트를 탄다고 했다. 우리 일행은 3대의 보트에 나누어 타고 호수 안으로 들어갔는데 배가 호수에 조금 들어가고 나서야 조 선생과 내가 다른 배를 타야지 서로 사진을 찍어 줄 수 있는데 같은 배를 타서 사진을 찍어 줄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보트를 타고 채 10분을 가기 전에 비가 오기 시작했다. 뱃사공이 비가 오면 위험하니 빨리 돌아가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페와 호수에서 안나푸르나 산군을 보는 경치가 일품인데 비가 오고 구름이 많아 어차피 이런 경치를 볼 수 없어 우리가 탄 보트가 제일 먼저 뱃머리를 돌렸다. 나루터에 도착해서 조금 있으니 다른 보트 2대도 나루터로 돌아왔다. 나루터에서 몇 발자국만 가니 호텔로 가는 배가 있는 나루터였다. 이 배는 속초 청초호의 갯배와 같이 노를 젓지 않고 양쪽에 연결한 줄을 당겨서 움직였다. 호텔에 도착하니 짐은 벌써 방에 와 있었다. 오래간만에 제대로 된 샤워를 하고 난 후 이 호텔에서 와이파이가 가능한 호텔 식당으로 가서 가족에게 포카라에 잘 도착했다는 안부를 전하고 사진을 몇 장 보내고 나니 딱히 할 일이 없었다. 밖은 경치가 참 좋은데 여전히 비가 오고 있고 조금 더 있으면 어두워질 것 같아 우산을 쓰고 호텔 주변을 돌며 사진을 찍은 후 방으로 들어갔다. 무료하게 저녁 식사 시간을 기다리다 밖을 보니 비가 그쳤다. 호텔 식당 옆에 있는 테라스에 가니 안나푸르나 산군이 구름 속에서 모습을 조금씩 드러내기 시작했다. 조금 지나니 구름이 걷히고 산들이 잘 보이기 시작했다. 저녁 시간이 되어 혜초여행사 포카라 지사 건물로 가서 옥상에 올라가 보니 구름 밑에 있는 산들이 또렷하게 보였다.
저녁 메뉴는 바비큐였다. 날씨가 좋으면 야외에서 식사를 할 예정이었으나 바가 올 우려가 있어 실내에서 식사를 했다. 돼지고기 바비큐는 기름이 쏙 빠져서 느끼하지 않고 닭고기는 바삭바삭해서 아주 좋았다. 네팔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이어서 여러 팀에서 럼주와 맥주를 사서 모두 얼큰하게 취하여 숙소로 돌아갔다.
제11일(4월 24일)
6:30 아침 식사
7:00 포카라 공항으로 출발
9:15 YT-674편으로 카트만두로 출발
9:45 카트만두 도착
10:35 불교사원 보드나트 관광
11:30 인도 식당 Indreni Food Land & Banquet에서 점심 식사(탄도리 치 킨, 란, 카레), 커피
14:30 타멜 시장에서 자유 시간
16:00 한식당 정원에서 저녁 식사(삼겹살)
아침에 눈을 뜨니 걱정했던 바와는 달리 날씨가 좋았다. 아침 식사하기 전에 짐을 다 싸서 내놓고 호텔 주변을 돌면서 사진을 찍었는데 가이드가 날씨가 좋으면 호수에 비친 안나푸르나 산군을 볼 수 있다고 했다. 왼쪽 끝의 다울라기리의 모습만 조금 호수에 비치는데 사진을 찍었더니 잘 나오지 않았다. 아침 식사 후 포카라 공항으로 가서 비행기를 타고 카드만두로 출발했다.
포카라 공항에서 이륙한 비행기 왼쪽 창으로 한참 동안 히말라야가 보이더니 이륙한지 30분이 지나자 카트만두 공항에 도착했다. 버스 편으로 시내에 있는 보드나트 스투파(사리탑)로 갔다. 가이드가 입장료를 내면서 네팔인들은 무료인데 외국인들에게만 입장료를 받는다고 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 불탑은 대표적인 티베트 불교 순례지로 유명하다. 스투파에는 부처의 ‘지혜의 눈’이 새겨져 있으며 내부에는 부처의 진신 사리가 봉안되어 있다고 한다. 탑은 4개의 사각형 기단 위에 세워져 있고 돔과 정상부 사이에는 13개의 층으로 이루어진 첨탑이 있는데 이것은 깨달음을 얻기 위한 13단계를 상징적으로 나타낸다고 한다. 이에 따라 탑 이름을 ‘Bodh(깨달음)의 Nath(사찰)’, 즉 보드나트(Bodhnath)라고 부른다고 했다. 가이드가 탑을 한 바퀴 돌아보라고 하는데 반드시 시계 방향으로 돌라고 했다. 신이 오른쪽에 있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했다. 참배객들은 탑 옆면에 있는 많은 작은 마니차를 돌리면서 돌고 있었다. 스투파 내부로 들어가니 거기에도 많은 마니차가 있고 한 곳에는 아주 큰 마니차가 있어 돌리면서 캠코더로 찍으니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찍지 말라고 했다. 스투파 내부에서 밖으로 나오니 두 스님이 햇살이 따가운 땡볕에서 꼼짝하지 않고 서서 수행을 하고 있었다.
스투파에서 나와 점심 식사 장소인 인도 식당 Indrei Food Land & Banquet으로 갔다. 메뉴는 탄도리 치킨이었다. 먼저 야채와 두 종류의 카레가 란과 같이 나왔다. 란은 탄도리(화덕) 벽에 밀가루 반죽을 붙여 만든 것으로 프라이팬 위에서 굽는 짜파티에 비해 많이 부풀어서 부드럽고 더 맛이 있었다. 탄도리 치킨은 탄도리 안에 닭고기를 꼬치에 꿰어 넣고 구운 것인데 기름이 쏙 빠져 느끼하지 않고 맛이 있었다. 가이드가 먼저 먹는 법을 알려 주었다. 두 종류의 카레를 조금씩 덜어서 섞은 다음 란을 조금 떼서 란에 싸거나 섞은 카레에 찍어 먹으라고 했다. 잠시 후 탄도리 치킨이 나왔는데 맛이 아주 좋았다. 맥주를 한잔 겉들일까 했는데 오후에 타멜 시장에 가야 하는데 맥주를 마시면 더울 것 같아 참기로 했다. 식사가 끝나자 가이드가 타멜 시장에서 오래 볼 만 것이 많이 없으니 식당에서 더 쉬면서 커피를 한잔하자고 해서 블랙커피를 마시고 쉬고 있는데 밤부의 롯지에서 가이드에게 주문한 네팔 특산물이 왔다. 이 물건들과 함께 혜초여행사에서 해발 4000m 이상 등반한 트레커들에게 주는 놋쇠로 만든 기념패를 받았다.
2시 반쯤 타멜 시장으로 갔다. 시장 입구에서 가이드가 저녁 식사 장소 한식당 정원의 위치를 알려 주면서 시장을 다니다가 더 볼 만한 것이 없으면 일찍 식당으로 가면 된다고 했다. 시장 안의 삼거리에 도착해서 시장을 한 바퀴 돌고 난 후 거기서 만나기고 하고 각자 흩어졌다. 가이드가 알려준 코스를 따라 시장을 한 바퀴 돌아봐도 마땅히 살 것이 없어 일찍 저녁 식사 장소로 갔다. 저녁 식사 예정 시간은 4시 30분이었으나 4시가 되어 일행 모두 식당에 모여 식사를 시작했다. 오늘 메뉴는 삼겹살이다. 이 식당에서는 소주를 파는데 참이슬 한 병에 1300루피로 한화로 14000원이었다. 소주를 반주로 식사를 끝내고 식당을 나서며 일행 몇 명이 이 식당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주인이 손님에게 서비스하는 것이 아니라 손님이 자기 비위를 맞출 것을 강요한다는 것이었다. 손님에 대한 서비스 정신이 전혀 없었다.
식사 후 식당을 나와 버스를 타러가는 길에 네팔 아낙네가 어린애를 옆에 두고 구걸을 하고 있었다. 주머니에 쓰다 남은 200루피쯤 되는 네팔 돈을 모두 적선하고 버스를 탔다. 버스가 공항으로 출발하자 가이드가 베이지색으로 된 긴 천을 우리 일행의 목에 걸어주면서 그것은 ‘다르초’라고 하는데 네팔에서 헤어질 때 다음 만날 것을 기약하면서 걸어주는 것이라고 했다. 티베트에서는 처음 만났을 때 환영의 의미로 목에 걸어주고 이것을 ‘하다’라고 하는데 천은 같으나 명칭과 용도가 달랐다. 출국장 입구에 도착하니 많은 네팔인들이 목에 다르초를 두르고 빨간 모자를 쓰고 모여 있었다. 가이드가 저 사람들이 한국에 노동자로 가는 네팔인들이라고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80년대에 많은 사람들이 노동자로 중동에 간 걸 생각하니 격세지감이 들었다. 비행기는 정시에 출발하였다. 비행기가 이륙하고 나서 잠시 후 승무원들이 노동자로 가는 네팔인들이 앉은 좌석 위에 스티커를 붙이더니 기내식을 갖다 주었다. 내 옆 자리에 앉은 네팔인이 기내식을 푸는데 란이 나오는 걸 보니 네팔인들 입맛에 맞는 음식을 따로 준비한 것 같았다. 잠시 후 우리에게도 기내식 나왔다. 저녁 식사가 끝난 후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영화를 봤다. 제목은 핵소 고지인데 각색은 많이 되었지만 2차 대전 중 일본 오키나와에 진군한 실제 인물 미군 병사 데스몬드 도스에 대한 스토리였다. 주인공은 개인적인 신념으로 집총을 거부하다가 영창에 가고 강제 귀가 조치를 당할 우여곡절을 겪고 난 후 의무병으로 참전하여 목숨을 걸고 75명의 동료 부상병을 구조하여 미군 최고의 영예인 ‘명예의 훈장’을 받았다. 영화가 끝나고 나니 자정이 넘어 잠시 눈을 붙였다 다시 뜨고 보니 2시간도 채 못 잦다. 잠시 후 기장이 비행기가 곧 인천공항에 도착한다는 안내를 했다. 편서풍으로 인해 귀국할 때 1시간 정도 비행시간이 짧아졌고 3시간 15분의 시차 때문에 금방 도착한 것 같았다.
제12일(4월 25일)
5:40 인천공항 도착
7:00 춘천행 버스 탑승
9:30 춘천 시외버스터미널 도착
인천공항에 도착 한 후 짐을 찾아 나오면서 포항 팀과 서울 팀에 작별 인사를 하고 입국장 입구에서 조 선생과도 작별한 뒤 신 교수와 같이 7시 춘천행 버스를 탔다. 밤잠을 제대로 못 자서 잠을 청했으나 잠이 오지 않았다. 밖을 보니 출국할 때는 누렇던 산이 신록으로 덮여 있었다. 잠시 이번 여행을 되돌아 봤다. 지난번 헬람부-랑탕 트레킹 갔을 때 보다 좀 더 가까이에서 히말라야의 봉들을 볼 수 있었고 날씨도 춥지 않아 좋았는데 비가 종종 내린 것이 흠이었다. 시기적으로 네팔 트레킹은 10월에서 11월이 가장 좋다고 하니 다음 트레킹은 10월이나 11월에 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래전부터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다녀오면 에베레스트 트레킹을 가려고 생각했었다.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서는 안나푸르나 산군을 잘 볼 수 있지만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서는 에베레스트가 보이지 않아서 에베레스트를 보려면 칼라파타르로 가야 한다. 그런데 칼라파타르의 고도가 5500m이어서 고산병이 오지 않을까하는 걱정 때문에 갈까 말까 망설여졌다. 이때 카톡방에서 본 다섯 줄짜리 인생 교훈이 머리에 떠올랐다.
다섯 줄짜리 인생 교훈
▶ 갈까 말까 할 때는 가라!
▶ 살까 말까 할 때는 사지 마라!
▶ 말할까 말까 할 때는 말하지 마라!
▶ 줄까 말까 할 때는 줘라!
▶ 먹을까 말까 할 때는 먹지 마라!
첫댓글 정말 부러버! 한번도 못간 사람이 있는데 두번씩이나 가다니~ 하지만 요렇게 상세한 기행기와 사진을 올려주면 고생안하고 따라간거나 마찬가지네 앞으로도 갔다온 후 잘 좀 올려주게 ㅎㅎ
재구교수 대단한 체력 부럽네.
좋은 산행기 잘 읽었네
마무리 인생교훈도 좋고
김교수 ! 수고했네. 덕분에 2012년 갔든 코스를 한번 더 가본 기분이네.
히말라야를 한번 만 가본 사람은 없다더니, 역시 2번은 간 것.
나도 랑탕과 안나푸르나 2번 갔으니....
이번 6월 29일 김승일사장, 김봉구 사장과 함께 알프스 3대 미봉과 TMB 17일 일정으로 출발하는데
어제 앞산 4시간 등산에 맥이 쫙 풀리는데 체력이 따라줄지 걱정이 앞서는구만.
김교수 말대로" 갈까 말까 할 때는 가라" 고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