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계신 곳, 그 곳에 가고 싶다] 대전 관저2동본당 새 성당
하나되는 기쁨까지 선물한 ‘십시일반의 기적’
- 6월 22일 봉헌식을 거행하는 대전 관저2동본당 새 성당 전경.
지난 5월 22일은 대전 관저2동본당(주임 안성준 신부) 신축 대성당에 제대와 십자가가 설치된 날이다. 장의자들도 함께 갖춰지면서, 예수님과 마주하며 머무르고 기도할 수 있는 성전이 제 모습을 드러냈다. 2011년 본당 설립 후 8년여 세월 동안 상가 건물에서 세를 얻어 살며 여러 제약 속에 신앙생활을 했던 본당 공동체에는 ‘우리의 성전’이 현실감 있게 다가온 날이 아닐 수 없다.
본당 공동체는 6월 22일 교구장 유흥식 주교 주례로 성당봉헌식을 거행한다. 대전교구는 물론 타 교구 본당에까지, 수많은 본당 신자들을 찾아 성당 건축 도움을 호소하고 물품을 판매하며 모았던 땀과 노력이 하느님 앞에 아름답고 감격스러운 열매로 맺어진 것이다.
우리의 성전
본당은 2011년 1월 대전 관저동본당에서 분가됐다. 그해 3월 상가 건물 2·3층을 임대해 임시 성전을 꾸몄다. 그러나 ‘상가’라는 장소적 특성 속에서 ‘없는 것은 없지만, 어찌 보면 모든 것이 다 부족한’ 상황이었다. 신자들이 신앙인으로서나 본당 공동체 일원으로서 기본적인 신앙 활동을 하는데 필요한 여건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미사 참례자 수는 점점 줄어들었고, 주일헌금의 70% 이상은 월세로 지출됐다. 공동체의 미래를 설계하기는 턱없이 힘에 부친 처지였다.
그런 와중에 2016년 2월 전·월세 기간이 만료돼 건물주와 재계약을 협의 중, 월세 인상이 요구됐다. 원하는 세를 감당하면서 발전적인 본당 공동체 운영을 지속하기는 어렵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결단이 필요했다.
- 대전 관저2동본당 새 성당에 마련된 성체조배실. 본당 로고를 형상화한 십자가가 인상적이다.
마침내 2016년 5월 성전건립위원회를 발족하고 설문조사를 통해 공동체의 의견을 물어 용지 매입 작업에 착수했다. 하지만 토지 매입부터 난관이었다. 본당 관할지역은 도시개발지역으로 종교시설부지는 없는 상태였고 개발 당시부터 토지사용 용도가 지정돼 있었다. 개신교회 매입 리모델링, 주차장 토지매입 활용 등 수많은 방안을 고심하다가 우여곡절 끝에 2017년 8월 현재의 부지를 확보했다. 우리의 성전을 짓기 위한 첫 발자국을 뗀 것이다.
성당 신축의 여정
어느 본당이나 성당을 신축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고민거리이지만, 건축 기금 마련은 주일 미사참례자 수가 280~290명 정도인 작은 공동체 입장에 큰 도전이었다.
본당 공동체는 먼저 기도로 마음을 모았다. 묵주기도 100만 단 봉헌하기, 주 2회 이상 평일미사 참례하기, 성전건립 기도문 바치기를 실천했고, 희생 봉헌과 더불어 냉담교우들을 위해 기도했다. 오후 9시가 되면 모든 본당 신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하던 일을 멈추고 성당 신축을 지향으로 주모경을 봉헌했다. 골조공사가 마무리된 지난해 9월 1일부터는 빠른 준공과 현장건설자들의 안전을 위해 공사현장에서 매일 오후 8시30분 릴레이 묵주기도 5단 바치기를 했다.
물품 판매와 신립 기금 확보를 통해 기금을 모으는 노력도 더해졌다. 맛간장, 수제돈가스, 반찬 등을 만들어 본당뿐만 아니라 교구 각종 행사에서 판매하며 성당 신축 도움을 호소했다. 본당에서는 매월 둘째 주일에 ‘점심 함께하기 운동’을 펼쳐 구역별로 돌아가며 음식을 준비했다. 판매 수익금은 전액 성당 건립 기금으로 봉헌됐다. 어르신 모임에서도 쑥개떡, 삼계탕 등을 만드는 등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각자 할 수 있는 바를 총동원해서 기금 마련에 동참했다.
기능성 천연 화장품, 철갑상어 진액 등을 소개하며 교구 및 타 교구 본당을 순회하는 물품 판매, 신립 활동도 빼놓을 수 없다. 한 달에 1~2회 정도 본당들을 찾았다. 시내는 당일치기로, 시외는 찜질방 등에서 잠을 해결하며 1박2일간 시간을 쏟았다. 그 결과 1600여 명이 새 성당 건축에 힘을 보탰다.
- 성당 건립에 도움을 준 은인들을 기억하고 감사하는 장소로 마련된 ‘메모리홀’. 봉헌식을 앞두고 마무리 공사가 진행중이다.
기억과 감사
새로 지어진 관저2동성당은 지하 1층 지상 3층의 성당동과 지상 4층 교육관동으로 나뉘어 있다. 도시개발 관계 법령에 따라 필지가 합쳐지지 않아 2개의 대지와 건물을 하나로 표현하려 애썼다.
본당은 성당동을 ‘비움관’으로, 교육관동을 ‘채움관’으로 이름 붙였다. 성당동에는 대성전과 성체조배실, 사제 집무실 등이 자리하고 있다. 대성전은 회중석이 제대(祭臺)에 시선을 집중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벽체와 천장은 부드러운 곡선을 통해 성모마리아의 따뜻함을 드러냈다. 교육관동은 교리실과 북카페, 교육관 등이 배치됐다. 연면적은 각각 737㎡, 978㎡ 규모다. 설계와 감리는 예안건축(대표 정호영)에서, 시공은 (주)장원토건(대표 이대열)에서 맡았다. 두 건물 사이에는 본당 주보인 루르드의 성모상이 자리하고 있다.
눈길을 끄는 곳은 성당동 지하 1층에 마련한 ‘메모리홀’이다. 대회의실로 쓰이는 이 장소는 성당 건립에 도움을 준 은인들을 기억하는 장소다. 유럽성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지하무덤’에서 착안했다. 김옥수 신부(부산교구 원로사목자)의 타일 성화로 꾸며진 메모리홀은 루르드의 성모발현을 형상화한 작품 등과 함께 성당 건축에 도움을 준 은인들 이름을 새겨 기억한다. 본당은 매주 교중미사 때에도 은인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으며 그중 돌아가신 분들은 매월 본당 위령의 날에 추모하고 있다.
조진형(파우스트) 사목회장은 “도움을 준 신자들은 내 성당이 아닐지라도 ‘하느님 집’을 짓는다는 마음으로 손을 내밀었을 것”이라며 “메모리홀은 그들의 십시일반으로 이룬 ‘기적’을 기억하고 감사하는 심정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 교육관동 1층 북카페. 다양한 교회서적이 구비된 가운데 차와 담소를 나눌 수 있다.
그리스도의 향기가 되어
본당은 성당 봉헌식을 공동체가 새롭게 그리스도의 향기로 살아가는 출발점으로 삼는다.
아름다운 성당을 통해 예수님의 향기가 피어나는 성숙한 공동체로 거듭날 수 있도록, 또 삶과 표양으로 지역 모든 이들이 하느님을 찬양하며 모일 수 있는 선교하는 공동체가 되도록 힘을 쏟겠다는 다짐이다.
부채 해결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지만, 성당을 짓는 과정에서 보였던 노력을 계속 이어가며 최선을 다해 이뤄낼 예정이다.
주임 안성준 신부는 “성당 봉헌은 끝이 아니라 건축 과정에서 체험한 형제적 나눔과 일치를 바탕으로 더욱 사랑이 가득한 공동체로 성장하는 시작”이라며 “신자들이 와서 기도하고 머물고 지역사회를 위해 무언가 기여할 수 있는 성전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https://youtu.be/CiqeZzoZ_CA
[가톨릭신문, 2019년 6월 16일, 이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