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 2002/01/28
악번 205번 장기식
날씨가 좋지 않아 밤새 잠을 설쳤다. 어제는 하루 종일 비가 왔다. 제주도의 한라산은 기후가 어떤지? KBS의 마지막 일기 예보는 비교적 날씨가 좋게 예보되었다.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잠을 청했지만 도무지 잠이 오질 않는다. 어쩌다 잠이 들었다 깨어 보니 새벽 4시였다. 아침을 먹고 나섰다.
예정된 시간대로 1호 차는 05:30경에 출발을 하였다. 약 한 시간 후 버스는 김해공항에 도착하였다. 아직 어둠은 여전하였다. 시간이 좀 있으니, 이곳 저곳을 살폈다. 잠시 후 탑승을 시작하였다. 좌석을 찾고 보니, 우리 사이는 떨어지고 말았다. 꼭 십 년만에 가는 길인데. 우째 이럴 수가......
잠시 후 비행기는 이륙을 시작하였다. 비행기는 이 착륙 때 떨리고, 무섭고, 가슴이 울렁거리고, 멀미 끼가 있고 등 등. 기내는 조용한 가운데 제주를 향해 가속이 붙기 시작하였다. 약 30분 뒤 비행기는 제주 공항에 도착을 하였다. 회원들은 버스 세 대에 나뉘어 타고 성판악을 향해 달렸다. 약 40분 뒤에 우리 일행은 성판악에 도착을 하였다. 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체감 온도는 영하10도 이상 되었다.
버스 안에서 산행 부대장의 주의 사항이 생각났다. 체력대로 산행을 하기로 생각하고, 09시20분 경부터 산행을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눈길이지만 걷기가 퍽 쉬웠다. 길이 좋은 곳은 조금 빨리 가야겠다고 생각을 바꾸고 빨리 걸어 보았다. 설경은 어찌 말로 표현 할 수 있을까?
지난 1일에도 고성 통일 전망대로, 진부령으로, 한계령으로 5일에는 강원도 승부 역으로, 통리로, 눈 관광을 다녀와서 올해는 정말 눈 복이 터졌다. 그러나 한라산의 눈은 더 한 층 장관이다. 어디라도 한 번은 가볼 만하다. 예정 시간보다 30분 빨리 사라악 대피소에 도착하였다. 10시50분 경에.
정상을 향해 올라 갈수록 설경은 더 말 할 나위가 없다. 드디어 진달래대피소를 통과하게 되었다. 이 때가 11시 40분 경이었다.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다시 산행을 시작하였다. 정상을 400m 정도 앞두고는 이건 걷기가 말이 아니었다. 늘 TV에서만 보던 고산의 등정을 체험하는 순간이었다.
완전 무장을 했는데도 얼굴은 남의 얼굴이 되어 가는 상황이었다. 다시 눈만 보이게 만든 털모자를 썼다. 얼굴은 덜 하지만, 눈보라가 얼마나 세차게 휘몰아치는지, 몸을 가눌 수도 없으며, 주변의 눈들은 바람에 날려 없는데는 없고, 쌓인 곳은 산 같다. 눈을 뜨고도 볼 수가 없어, 마치 심 봉사와 같은 신세가 되었다. 이 때 체감 온도는 영하 20도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마침 산행 대장이 카메라를 들고 모두 모여 하길래 한 방 박았지만 눈보라 속의 촬영은 사진이 잘 나오질 안는 편이다. 얼마나 추웠으면 카메라 셔터가 작동이 되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이 정도니 추위는 짐작이 갈 것이다.
우리 일행은 다시 하산을 시작하였다. 이 때가 12시 50분 경이었다. 약 3시간 30분만에 1935m정상에 등정을 하게 된 것이다. 1950m정상은 휘몰아치는 눈보라로 꿈을 이루지 못하고 아쉽게도 하산을 하게 되고 말았다.
일행은 시간도 느긋해서 천천히 내려오면서 설경을 감상하며 군데군데 촬영도 하였다. 어느 산의 설경보다 한라산의 설경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눈으로 확인을 해야 되는 상황이다. 한참을 내려오다 눈 굴속에서 시락국과 김밥으로 한 점 찌고 다시 하산을 시작했다.
눈 굴은 마치 에스키모의 얼음집과 같은 기분이었으나 구멍마다 들어오는 눈바람으로 한 점을 억지로 찍고 말았다. 진달래 대피소에 도착을 하니 14시경이었다.
진달래 대피소의 광경은 정말로 말이 아니었다. 컵 라면을 사기 위해 줄은 잘 서 있었지만, 화장실 뒤편의 소방 훈련 흔적, 대피소 안은 먹고 난 음식 찌꺼기를 쌓아 둔 모습이 마치 쓰레기 하치장 같은 느낌이었다.
바로 우리 국민들의 기초 생활 현장이었다. 조금만 수고를 하면 대피소 앞에 쓰레기장으로 이동을 했으면 얼마나 보기 좋은 장면이고, 눈살을 찌푸리지 않을 것을.......
다시 발길을 옮겨 사라악 대피소에는 15시경에 도착을 해서 모여서 단체 사진을 찰칵하고, 다시 성판악을 향해 힘차게 발길을 옮겼다. 16시10분 경에 도착을 하였다.
잠시 후 버스는 식당을 향했다. 대부분 녹다운이 되어버린 상태다. 출출하던 차에 식당의 풍경은 정말 정감이 흘렀다. 한 잔 두 잔 마시면서 나오는 산행 얘기는 참석자들은 다 알 수 있었다. 식사가 끝난 뒤 제주공항으로 자리를 옮겼다.
시간이 넉넉하여 이리저리 다니다 그만 길을 잃어 버렸다. 겨우 찾아서 제자리로 오게되었다. 다시 선물 코너에서 "갈중이" 천으로 만든 핸드백을 하나 사 주었다. 실은 25주년 기념 행사를 당겨서 한 셈이 된다. 앗! 그 사람 지갑을 잃어버리고 동분서주를 하고 있었다.
드디어 탑승이 시작되고 비행기는 곧 이륙을 하였다. 창밖으로 내다보니 세상은 모두 까맣게 되어 버렸다. 모두들 피곤한 모습이 이였다. 우리가 탄 비행기는 잠시 후 김해공항에 착륙을 하였다. 버스에 나뉘어 타고 경주를 향해 신나게 달렸다.
버스 안은 적막이 찾아오는 것처럼 고요했다. 한 시간 남짓 달려 경주에 도착을 하니 웬 필리핀 제 파인애플을 하나씩 주길래 받아들고 집으로 향했다. 즐거운 하루가 지나가고 말았다.
일요산악회 덕분에 산행과 관광을 함께 하게 되어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사업이사님 해외에까지 곡차랑, 안주 준비하시느라 정말 수고가 많았습니다.
끝으로 우리 회원님들은 "기초질서 지키기"를 생활화하시면 어떨른지요? 그리고 늘 웃음이 가득한 나날이 되시길 바라면서. 감사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