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고교를 졸업한뒤 프로에 입단한 새내기 투수중 김주철(19) 만큼 화려한 경력의 선수도 드물다.
성남고 출신의 김주철은 고려대 입학제의를 뿌리치고 해태로부터 2차 1순위로 지명 받아 계약금 1억8000만원에 입단했다. 올 신인계약금 랭킹에서 밀리는 것은 1m82·80㎏으로 투수로선 다소 작은 체구 등 장래성에서 높은 점수를 못받았기 때문이다.
김주철은 그러나 지난해 고교 전국대회인 청룡기에서 혼자 5승을 거두며 팀 우승과 최우수선수상(MVP)을 탔었다. 특히 결승전에선 올 시즌 최고계약금 5억3000만원에 삼성에 입단한 이정호(대구상고)와 선발 맞대결을 벌여 1실점 완투승을 거뒀다.
지난해 9월 캐나다 에드먼턴에서 열린 세계청소년 야구 예선에선 미국과의 대결에서 선발승을 거두었다. 당시 한국대표팀은 예선에서 약체로 꼽히던 홈팀 캐나다에 불의의 1패를 안아 최강 미국에 지면 결선진출이 좌절되는 절체절명의 상황이었다.
김주철은 고교 1, 2위를 다투던 추신수(당시 부산고·메이저리그 시애틀 입단)와 이정호를 제치고 선발로 나가 5⅓이닝 동안 21명의 타자를 상대로 단 4개의 안타만 내주며 5탈삼진, 2실점으로 미국 강타선을 돌려세워 결선진출을 일궈냈다.
마운드 약세에 허덕이는 해태로선 김주철의 입단이 반갑기 그지없다.
투수출신의 이상윤 수석코치는 김주철을 아끼면서도 자꾸 마운드에 올리고 싶어 안달이다. “우선 경험이 제일이다”는 생각에서다. 김주철은 미국 하와이 전지훈련에서 가진 두산과의 평가전에 선발 투수로 투입돼 3이닝을 2피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막아 막강 두산타자들이 혀를 내두르게 했다.
당시 전훈에서 김주철의 볼스피드는 147㎞까지 나왔다. 전훈에 따라갔던 해태 윤기두홍보팀장은 “두산스피드건에는 150㎞까지 나왔었다”고 은근히 자랑한다.
이수석코치는 “체격에 비해 볼 스피드가 나오고 구질도 묵직한 편이나 변화구가 아직 슬라이더 밖에 없어 구질을 다양하게 보강하고 제구력을 다듬고 있다”며 “개막전까지 상태가 완전해지면 선발투입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17일 군입대 신체검사를 받은 김주철은 “경기운영능력에서 아직 경험이 없어선지 너무 떨린다”며 “명문 팀의 마운드 전통을 이어받는 큰 투수로 크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