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절한 비유인지 모르겠지만 공기와 물처럼 가까이 있어서 중요성을 못 느끼는 것처럼
경주는 부산과 가깝고 해발고도가 그다지 높지 않아 부산권에서는 산행지로 크게 주목받지 못한다.
대개 학창시절 수학여행이나 친구들끼리 몇 차례 놀러 다녀온 것으로 경주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착각하지만, 경주는 참으로 대단한 곳이다.
경주시 전체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는 것에서 알수 있듯이, 경주와 그 인근은 유네스코에 등재된
전체가 세계적인 문화유적지이고 오늘 찾아가는 경주 남산은 보물과 국보가 곳곳에 널려 있어서
그 자체로 큰 자연박물관이다.
따로 며칠간 시간내서 남산 일원을 돌아 다니며 신라인의 향기를 느껴 봄직하다.
고도표
25000 지형도
신산경도
위성
용장리에서 고위봉쪽 이무기능선을 따라 산행을 시작한다.
임도를 따라 올라가기 싫어서 출렁다리 건너 산길로 들어선다.
출렁거리지 않는 출렁다리....ㅎㅎ
나는 고향이 경주다.
아버지께 전해 들은 얘기로는 용장계곡이 옛날에는 사진처럼 수량이 풍부했다고.
매월당 김시습의 '금오신화'에서의 금오산이 구미의 금오산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김시습의 '금오신화'에서의 금오산은 지금의 경주 남산이며, 이로써 김시습이 금오산 용장산실에
머물때 저술한 것이 아닐까 추정하고 있다.
천우사에 잠시 들러본다
서서히 통일전과 그 너머 낙동정맥 마루금이 보이기 시작한다.
나는 경주가 고향이지만 남산에 올라온건 손가락에 꼽을 정도라 내게도 익숙하진 않다.
시간이 넉넉해 더운 날씨에 천천히 올라가지만 그래도 땀범벅....
문경,제천,단양쪽의 아스라한 암릉과는 비교가 안될지 몰라도 오늘 등로인
이무기능선의 암릉도 다리에 힘이 꽤 들어간다.
규모가 거대하진 않지만 아기지기한 암릉이 남산을 휘감고 있다.
파노라마가 꽤 폼 난다.....ㅎㅎ
고위봉,금오봉의 두개의 큰 봉우리와 몇개의 작은 봉우리로 이루어진 그리 크지 않은 남산이지만
곳곳의 골짜기가 동서남북으로 50개나 된다. 그리고 고위봉 쪽은 이렇게 볼만한 암릉이 꽤 있다.
또한 보기와 달리 송이가 유명한 남산답게 소나무들이 멋지다.
특히 암릉에 붙어 있는 소나무들이 도대제 누가 주인인지 모를 정도로 많다.
그러다 보니 뿌리를 내리며 암반을 갈라 놓는 바람에 쪼개지거나 금이 간 암반들이 눈에 띤다.
문경,단양쪽 암릉소나무와는 비교되는 또 다른 볼거리다.
날씨가 무더워 땀을 많이 흘리는 쉽지 않은 산행이지만, 의외로 시계가 좋아 다행이다.
이제 능선에 붙었으니 고위봉이 코앞이지만 천천히 가느라 시간은.....ㅎㅎ
고위봉에 귀한 2등 삼각점이 있다.
'2'라는 글자를 보기 보다 '24'라는 숫자를 보고 구분한다.
고위봉과 금오봉의 모습이 거북 엎드린 모습을 닮았다는데 드론을 띠워봐야 하는건지
아무튼 숲속에선 숲을 볼수 없다는 말처럼 알아채기 쉽잖다.
백운재
칠불암 갈림길
마치 소나무가 먼저 자라고 주변을 석회암으로 싸버린 듯
암반을 뚫고 올라온 소나무의 생명력이 경이롭기 그지 없다.
멀리 토함산을 비롯한 호미지맥 산줄기가 경주들판을 감싸고 유유히 흐른다.
신라시대때 귀족들이 주로 거주했던 곳은 남산을 중심으로 보이는 서쪽이고 지금의 경주시내다.
이러한 이유때문에 남산을 가득 메우는 불상등의 작품들도 서남산쪽은 다소 화려하고
백성들이 주로 거주하던 동남산쪽 방향의 작품들은 그에 비해 투박한 편이다.
뒷면에 아미타삼존불과 사방불 합이 일곱의 마애석불상이 새겨져 있어서 칠불암이다.
이 마애석불은 보물 200 호로 지정되어 있다
차 한잔 하고 가시라는 권유에 참시 땀을 식히며 차 한잔 마시며 스님과 담소했다.
비구승은 차를 권하곤 이내 칠불상 앞에서 청아한 목소리로 천수경,화엄경,반야심경등
불경을 드린다. 칠불암도 그렇거니와 남산자락의 스님들은 관광객에게 매우 친절하다.
건립연도에 대한 정확한 기록이 없지만 신라시대에 창건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며
원효대사가 이곳에 머물며 가르침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보이는 산줄기는 삼태지맥이다
도대체 암반의 주인이 소나무인지 암릉인지 구분이 안될 지경이다
가야할 금오봉
남산이 경주의 분지에 우뚝 솟은 산이다 보니 사방으로 시계가 좋다.
마침 오늘 날씨는 덥지만 조망이 좋은 편이라 기분 좋은 산행이 된다.
이영재
삼화령에 올라서니....
삼화령에서도 조망은 매우 좋다
암반위에 자라는 소나무를 하도 많이 봐서 새삼스럽지도 않다....ㅎㅎ
용장시지도 들러봄직한 유적지 이지만 오늘은 산행이 중심이라...
금거북이 서라벌에 들어 앉은 모습이라 해서 금오산(金鰲山)으로 불린다
정맥과 지맥을 진행하면서 접근이 쉽지 않은 100대명산을 거저 먹을수 있다는 생각에
블랙야크 100 명산을 신청한답시고 타올람 신청하고 정작 도전신청은 하지 않았다.
결국 폼잡고 타올들고 찍은 귀한 스물몇개의 인증은 물거품이 되고
오늘이 블랙야크 100 명산중 첫 산이 되고 말았다....에혀~~
보이는 남산의 서쪽에 백성들이 주로 거주했다 한다.
저 뒤로 낙동정맥의 산줄기가 멋지게 흘러 간다.
낙동정맥에서 분기한 비슬지맥도 보이고....
비파골의 모습도 담아본다
마애석가 여래좌상으로 접근이 금지 되어 있다.
이렇게 멀리서 바볼수 밖에 없지만 정말 멋지다.
아찔한 자연석에 저렇게 멋진 예술작품을 조각한 신라의 석공들을 위해 기도한다.
천우사도 칠불암도 또 이곳 상선암도 너무너무 친절해 더운 날 산행의 청량제 같은 느낌....
상선암 뒤로 상사바위가 멋지긴 하지만, 가까이에서 상사바위의 참모습을 보지 못해 아쉽다.
할아버지와 피리라는 소녀에 얽힌 사연을 간직한 상사바위
예나 지금이나 사랑은 숫자에 불과하고 나이를 초월하는 모양
(상사바위는 피리라는 소녀를 사랑한 할아버지와 피리가 차례로 목슘울 끊고바위로 변했다 한다)
석좌려래좌상
석좌려래좌상 뒤편에 있는 작은 동굴
기도처나 수행처로 사용하지 않았을까 싶다.
곳곳에 문화재가 산재해 있는 남산 답게 정말 곳곳에....
불상등 불교관련 문화재 일색이라 이것을 종교적 관점에서 보는 분들이 있나보다.
그러나, 내 생각에는 말 그대로 문화재이므로 굳이 종교적 판단을 개입하는건 곤란하다.
유럽에서 르네상스 시대를 이끌었던 기독교 관련 작품을 대하는 자세도 머찬가지.
마침 문화해설사가 몇명의 관광객을 상대로 설명하고 있어서 함께 들을수 있었다.
선각육존불의 위쪽에 올라가 설명한 내용은 이곳이 절터라는 것이었고, 그것을 입증하는
무언가를 설면했다.
이곳에서 굿을 하거나 무속인들이 기도를 많이 하는 모양인지 그런거 하지 말라는
플랭카드가 붙어 있다. 역설적으로 기가 세서 기도빨이 좋다는 뜻이니 나도 잠시....ㅎㅎ
불료를 배척한 조선때 이러한 불상 파괴가 많이 일어났는데 그래서 그런건지....
특히 불상의 코는 후손을 가지기 위해 잘라가는건 유행이다시피 했지만 이렇게 목을...ㅠ.ㅠ
마애 관음보살이 많이 희미해졌다.
보존조치가 필요한건 아닌지....
고향이 경주라 남다른 감동을 안고 산을 내려온다.
부산 사람들이 해운대,광안리,송정등 전국적으로 유명한 해수욕장이 바로 옆임에도
잘 가지 않는 것처럼,나도 사실 경주 남산은 물론이고 불국사나 시내에 널려 있는
왕릉이며 유적지를 거의 가지 않는다...^^;;
그래서 더욱 감회가 새롭다
삼릉
더운 날씨에 햇볕에 노출된 채 암릉을 따라 가는 산생은 언제나 힘겹다.
산행이 주된 목적이지만 문화재가 곳곳에 산재해 있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문화재탐방을 겸할수 밖에 없는 남산 산행을 감동적으로 끝낸다.
언제 또다시 오게 될지 모르겠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자주 와야겠다는 결심을 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