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야 에세이
그건, 사랑이었네 하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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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소개
1958년 서울 출생. 홍익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미국 유타대학교(University of Utah) 언론홍보대학원(Department of Communication)에서 국제홍보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국제홍보회사 버슨-마스텔라에서 근무하다 어린 시절 계획한 ‘걸어서 세계일주’ 를 실현하기 위해 과감히 사표를 던지고 여행길에 올랐다.
그렇게 시작해서 7년간에 걸친 세계 오지 여행 경험을 담은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한비야의 중국견문록><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를 썼다.
네티즌이 만나고 싶은 사람 1위, 여성특위가 뽑은 신지식인 5인 가운데 한 명, 평화를 만드는 100인 등에 선정되었고, 2004년 ‘YWCA 젊은 지도자 상’을 수상했다. 2001년부터 2009년 6월까지 국제 NGO 월드비전에서 긴급구호팀장으로 일했다.
☆ 그건, 놀라움이었네. - 책을 읽은 자의 의무
한비야 저자의 다른 저서들과 마찬가지로 새로 나온 이 책도 학생들의 권장도서 목록에 들어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주요 에너지원 중에서 지적 에너지를 유지, 성장시켜야 할 목적, 특히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가장 적당한 재료가 저자의 책이라고 전문가들이 판단하고 선택한 것이 아닐까. 문학, 비문학 모두 학생들에게 필요한 지적 영양소이기 때문일 것이다.
한비야의 저서들은 생생한 경험을 소재로 했기 때문에 읽는 사람에게 늘 진솔하게 다가온다. 이번 달 내가 만난 책, 한비야의 <그건, 사랑이었네>는 약 9년간 국제 NGO 월드비전 긴급구호팀장으로 일하면서 현장에서 경험한 것들, 느낀 것들을 비롯하여 개인적인 이야기들도 피력해놓은 일기 형식의 수필이라 할 수 있다.
한비야의 지난 저서들과는 조금 분위기가 다르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지만 늘 그렇듯 메시지가 뚜렷하다. 가슴 안에 있는 말을 한껏 뱉어서 기분이 참 시원할 것 같다. 털털하고 화통한 성격이 드러나는 글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자신에게 매우 철저하고 아주 꼼꼼하게 점검하는 저자의 삶의 자세를 엿볼 수 있다. 이로 하여 독자들이 자기도 모르게 모종의 책임감을 갖도록 유도한다. 다시 말하면, 읽는 사람이 낙담하거나 실패했거나, 꿈이 없거나를 막론하고 단지 살아있음 하나만으로 감사할 수 있게 해 주는 그런 책이다.
첫사랑 이야기도 서슴없이 털어놓았는데 이렇게 책에서까지 말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의 성숙기간이 지났음을 의미한다. 개인적인 취미로 등산을 즐겨한다는 평범한 글 속에서 - 누구나 등산을 좋아하고 그런 글을 쓸 수 있다는 전제로 보면 - 다만 저자 한비야란 이름으로 해서 평범하지 않게 느껴지는 것이다. 등산 취미를 가진 누구나 다 그렇듯이 특히 매우 바쁠 것 같은 저자가 등산을 한다는 것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이상으로 매우 성실한 사람이라고 짐작하게 한다.
돈에 대하여도 자유로울 수 있는 가난한 마음, 절제된 생활습관은 청소년들이나 어른이나 모두가 가져야 할 덕목일 것이다. 저자가 밝혔듯이 부양할 가족이 있는 것도 아니요, 있으면 있는 대로 아끼고, 없으면 안 쓰던 습관대로 살면 된다는 편안한 심리상태는 내가 늘 도달하고 싶은 목표이지만 부양가족이 많은 나는 그런 자유를 꿈꾸다가는 현실도피적인 사람이 되어버릴 것이 분명하다. 절제하는 습관은 나도 웬만한 편인데, 궁상스럽지 않을 정도면 된다는 사치심이 나에게 전제되어 있다는 것이 저자와 차이가 난다. 저자는 궁상스러움도 별로 문제로 삼지 않는 그런 자세를 지녔다. 나의 내면에 덜 찬 자신감, 나를 돌아보게 된다.
세계를 걱정하며 살지 못했다. 가까운 내 주변을 돌보는 것에 생색내다 보면 결국 그것이 자신을 도우는 것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은 시간도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았다. 내가 가입한 단체가 세계를 걱정하고 후원하는 차원의 NGO 단체라서 나는 간접적으로 무언가 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었는데, 이렇게 직접 몸으로 세계를 돌보는 저자의 생활 속을 들여다보노라니 내 모습이 부끄러워진다. 그러나 나는 적어도 내 주변만큼은 나의 힘을 보탤 수 있는 한계까지 보탠다는 자세이다. 그것이 사회로의 작은 기여가 된다는 착각을 하면서.
쓰나미 현장, 팔레스타인, 파키스탄, 수단, 짐바브웨, 소말리아 등등 아프리카 빈국에 지진이나 전쟁이 발생할 때마다 고급 능력을 소유한 구호단을 이끌고 한비야는 출동했다. 그 고급 인력들을 진두지휘하는 한비야의 리더십 비결은 다름 아닌 진실성, 솔선수범, 다양한 경험이라고 생각된다. 그녀는 이미 구호분야에서 9년을 현장 체험한 베테랑, 백전노장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그녀의 지휘방식과 순발력은 그런 노하우가 결집된 한비야식 방법이 있는 것이다.
재난 현장에서 재난민을 상대하는 한비야식 방법은 진실성이다. 아파하는 사람과 함께 아파하고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기 전 함께 울어주는 따뜻한 가슴을 가진 사람, 누구나 그러한 자세이면 세계인과 무언의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책에서 보았다.
할례를 받아 19살에 아기를 난산하고 남편에게 버림받은 소말리아의 ‘다히로’ 란 피해여성의 사례에서 그녀의 고통스런 이야기를 진실로 귀 기울여 들어주고 마음으로 함께 아파하고 자기도 모르게 눈물 흘려준 것이 그녀와 소통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상대와 그런 교감을 나눈다면 서로가 가까워지는 건 문제도 아닐 것인데.
파키스탄 지진 당시 구호팀장으로 의료단을 이끌고 현장으로 간 경험담이 있다. 여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구호팀은 무리하게 출동하였다. 환자를 치료하면서 사실 구호단원 모두가 위험에 처할 상태에서도 스스로 여진의 우려가 있는 현장에 먼저 뛰어드는 솔선수범의 자세가 팀워크로 발휘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진으로 길이 막혀 막사에서 밤새 추위에 떨며 걸칠 것을 찾아 모두 걸쳐도 냉기를 이기지 못해 비닐봉지까지 머리에 뒤집어썼다고 한다. 그런 추위 속에서 덜덜 떠는 모습이 우스워 담요를 들썩거렸다는 이야기에서 한비야식 배짱이랄까, 아니면 낙천적인 성격을 엿보게 된다. 구호팀장인 그녀가 특별한 대접을 받았거나 팀원과 다르게 행동한 적이 없고 늘 팀과 함께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세계 어디를 가나 한국인의 추진력은 소문나 있다. 구호현장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빠르고 정확하며 친절한 한국인, 민간외교관 역할을 충분히 해낸 팀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한비야가 가는 곳은 위험천만한 곳이지만 그 어느 곳에서 간발의 위험감수를 해낸 것이 신의 도움 없이 가능한 것인가 라는 믿음, 그것이 한비야식 배짱이라고 본다. 그녀 스스로 자신의 든든한 백은 ‘하느님’이라고 했다.
갓 결혼했을 때 햄, 계란말이 등 기본 요리에도 끙끙댔던 주부들이 어느 순간 살림여왕이 된다. 떠듬거리던 칼솜씨가 한석봉 어머니 못지않은 정확한 박자와 결과물을 내는 비결은 다년간의 ‘경험’ 덕분이라 할 것이다.
구호 현장에서의 재빠른 순발력, 판단력을 포함한 지휘능력은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 지도 밖으로 행군했던 경험들이 큰 몫을 했다고 본다. ‘백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것이 낫다.’라는 말처럼 한비야는 몸으로 체험한 다양한 세계 경험들, 특히 문화적인 경험들을 구호 현장에서 적절하게 사용했음을 볼 수 있다. 나도 한비야의 부모처럼 그렇게 세상 밖으로 내 아이를 던져 놓을 수 있을까?
아프리카 수단 현장에서 식수난으로 고생하는 현지인들 모습을 본 저자의 아픈 마음을 읽고 메시지가 크게 다가온다. 무려 왕복 여섯 시간을 소비하며 물 한 동이이고 오는 여자 아이들, 오가는 길에 성폭행을 당하기도 하는 그런 위험을 감수하는 아이들을 본 저자는 우리에게 흔한 물이지만 제발 아껴 써 달라고 주문하고 있다.
소와 짐승들이 모두 강 하나에 의지하고 살아가는 곳, 방금 소가 똥을 쏟아놓은 물을 아이가 손으로 떠 마시는 곳이라고 한다. 그러다 보니 수인성 전염병에 무방비 노출되어 있는 수단의 주민들이 나도 걱정스럽고 도와주고 싶어진다.
기니아충이라는 기생충이 무슨 공포영화처럼 피부를 뚫고 나왔다는 소년의 사례가 있는데 길이가 일 미터쯤 된다고 한다. 내장이나 뇌를 뚫으면 치명적인 손상을 입는 기생충이라고 하는데 이는 우리 상상을 초월하는 그런 물 기근 현장모습이다.
우물 파주기 사업을 하는 NGO 단체나 개인 기부자가 우리나라에 많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후원하는 지역은 주로 캄보디아라고 알고 있는데 점차 아프리카로 확대해야 할 필요성을 이 책을 통해 느끼게 된다.
자신의 경험담을 이렇게 책으로 내 놓아 읽는 누군가가 왠지 책임감과 의무감을 느끼게 하여 버리는 한비야식 전도이다.
저자는 책 중간에 청소년은 물론 우리 국민의 책 읽기 장려한 부분은 나도 공감한다. 또 한 부분, 저자가 탤런트 김혜자씨와 함께 현장에서 보고, 충고받은 장소에 맞는 외모 예절, 특히 의상 예절과 그 장점에 대한 부분은 공감이 갔다. 홍보할 때 무심히 현장에서 입던 옷 그대로 땀내를 풍기면서 미팅을 하던 한비야가 신경 쓴 옷차림으로 참여하면서 홍보실적도 좋아졌다고 한다. 김혜자씨의 조심스런 충고를 받아들인 한비야의 후일담이 재미있다. 작년에 아침마당에 출연한 모습은 참 세련되고 웃음이 환하고 표정이 밝은 모습이었다.
한비야씨가 모 광고에서 받은 출연료로 글로벌 리더 학교인 ‘세계시민학교’를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9년간 구호팀장으로 일한 월드비전을 떠나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기 위해 미국 보스턴에서 다시 공부를 하고 있다고 한다. 오십 중반을 넘긴 나이에 도전하는 적극적인 삶의 자세와 자신감, 노력하는 모습이 나에게 에너지로 작용하고 있다.
이 책은 국제사회와 세계시민이 되기 위한 자세를 주문하고 있다.
“멋지다 대한민국!!!” (p282) 이란 소제목에서 월드비전의 홍보를 톡톡히 하고 있다. 작거나 크거나 후원을 아끼지 않는 우리 대한민국과 우리 사회 분위기를 칭찬하면서 모두의 참여를 은근하게 유도하는 한비야식 홍보가 아마 효과를 보지 않을까 싶다. 그녀가 말하는 절대 평가적 성공의 잣대를 보면서 우리가 흔히 치부하는 상대 평가적 요소, 외형적인 성공보다는 스스로가 원하는 최상의 단계, 예를 들면, 가족에게 사랑받는 가장도 성공한 사람이라고 보는 견지가 나와 대동소이하다.
저자의 마음을 언제나 설레게 한다는 <돈키호테>의 내용을 책에서 인용해 본다.
맺을 수 없는 사랑을 하고
견딜 수 없는 아픔을 견디며
이길 수 없는 싸움을 하고
이룰 수 없는 꿈을 꾸자
(p152)
그렇다. 삶은 긍정하되 나름의 도전을 어느 곳에서건, 어느 순간에서건 요청받는 우리의 삶이다. 타인에 의한 것이라기보다 스스로 안에서 요구하는 그런 도전일 것이다. 긍정적 삶과 적극적 행동과 무한한 자유와 참신한 성공의 증인이라 할 한비야 저자이다.
마음을 다 털어놓고나니 알 수 있었다.
세상과 나를 움직이는 게 무엇인지 보였다.
세상을 향한, 여러분을 향한, 그리고 자신을 향한
내 마음 가장 밑바닥에 무엇이 있는지도
또렷하게 보였다.
그런 사랑이었다.
(책에서 인용)
한비야의 에세이 ‘그건, 사랑이었네’를 읽고 나는 ‘그건, 놀라움이었네’ 와 함께 책을 읽은 의무감에 사로잡힌다. 나약하거나 힘들 때 희망을 주는 말 한 마디에 용기를 얻게 된다. 이 책은 그런 나에게 용기를 주는 보물이다.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는 개인에게, 한비문학 1월호에게, 또한 갑자를 넘긴 한비 61호에 한비야의 저서를 소개하는 나의 저의를 독자님들께서 받아들여 주시기 바란다.
첫댓글 정말 격조 높고 지조 높은 글을 뵙습니다 저는 아직 부족 하여 가까이 하기는 너무 멀지만 차츰 닥가 갈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