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ㅡㅡㅡㅡㅡ 봄 들길에서 파란 융단처럼 펼쳐진 앙증맞은 풀꽃무리를 만나면, 짓눌러 뭉개져도 밟고 지나갈지 아니면 돌아서 갈지 망설이게 되지 않을까.
‘봄까치꽃’으로도 불리는 개불알꽃은 난초과 복주머니란에 속하는 풀꽃이다. 온실속의 꽃은 사람이 가꾸지만 야생의 들풀은 자연이 가꾼다. 볼품없고 쓰잘데없는 풀에게도 꽃 피는 절정기가 있고 생로병사의 생이 있다. 개불알꽃이든 봄까치꽃이든 사람들에게 꽃으로 불린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들풀도 절정은 꽃피우는 것이라고 알까? ‘상쾌하고 앙증맞은 표정에’ 씨앗을 단다.어떤 이름으로 어떻게 불려도, 무심한 발길이 밟고 지나도 해맑게 웃는 풀꽃은 풀꽃으로서의 생을 다할 뿐이다. 사람이 사람의 생애를 살듯이, 모든 존재들이 나름의 생으로 존재하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