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도쿄 올림픽에는 선수들 못지않게 우리나라 지도자들이 여러 나라에서 활약해 이들의 성적도 관심을 끌었다.
가장 주목을 받은 건 2004년부터 일본 대표팀을 맡아 중위권의 팀을 일약 최고의 반열에 올려놓은 박주봉 감독이다.
일본은 2020 도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표로 2004년에 박주봉 감독을 영입했다. 2016년에 여자복식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서둘러 목표를 달성했다.
이후 일본은 5종목 전체에서 고른 성적을 거두며 어느 종목에서도 금메달을 따낼 실력을 갖춰 이번 도쿄 올림픽에서 최고의 성적을 거둘 것으로 보였다.
박주봉 감독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2016 리우 올림픽에서 일본이 금메달 1개, 동메달 1개를 땄는데 이보다 많은 메달을 따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대외적인 목표였고, 내부적으로는 금메달 3개가 목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남자단식과 여자복식이 세계랭킹 1위이고, 나머지 종목도 랭킹 5위 안에 올라있어 전 종목에서 메달을 획득할 가능성도 충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자단식 랭킹 1위인 켄토 모모타(일본)가 예선에서 허광희(삼성생명)에 패해 탈락하면서 일본의 예상은 빗나가기 시작했고 결국 혼합복식에서 동메달 하나 획득하는 데 그쳤다.
특히 여자복식 랭킹 1위인 사야카 히로타(일본)가 부상으로 보조기구를 착용하고 경기에 나서 결국 중국 선수들에 막혀 8강 문턱을 넘지 못했고, 랭킹 3위였던 마유 마츠모토-와카나 나가하라(일본) 조도 우리나라의 김소영(인천국제공항)-공희용(전북은행) 조에 패해 메달권 진입에 실패했다.
여자복식에서는 우리나라와 중국이 일본에 승리를 거둔 셈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강경진 감독이 이끄는 중국 여자복식에 패하며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국가대표 감독으로 김소영과 공희용을 지도했던 강경진 감독이기에 누구보다 우리 선수들의 장단점을 잘 파악하고 있을 수밖에 없다. 상대 전적에서도 우리 선수들이 유독 중국 선수들에 약한 모습을 보인 것도 이유가 있었다.
여자복식의 금메달은 인도네시아가 차지했지만, 한·중·일 3국의 대결에서는 결국 중국이 승리한 셈이다. 중국이 리우 올림픽 여자복식에서 4위를 차지하더니 일본을 견제하기 위해 강경진 감독을 영입했는데 우리 선수들을 꺾을 비책은 덤이었던 셈이다.
내심 우리나라도 세계랭킹이 가장 높은 종목이 여자복식이었기에 금메달을 노렸지만, 2팀 모두 동메달 결정전으로 밀리며 결국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어쨌든 이번 올림픽에서는 중국의 강경진 감독이 여자복식에서 은메달을 획득하며 한·중·일 세 나라의 한국 지도자 중에는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다.
한·중·일 외에도 이번 올림픽에는 인도 여자단식의 푸살라 신두를 지도한 박태상 코치가 함께했다. 리우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푸살라 신두는 2019년 세계선수권대회 정상에 올랐지만, 이후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었다.
하지만 8강에서 아카네 야마구치(일본)을 꺾고 4강에 올랐고, 준결에서 타이쯔잉(대만)에 패했지만, 동메달 결정전에서 허빙지아오(중국)를 꺾고 동메달을 따냈다.
우리나라와 일본, 인도가 나란히 동메달 하나씩 따냈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세 나라의 온도 차가 있어 보인다. 금메달 한두 개쯤은 당연할 거라고 여겼던 일본은 많이 낙담하는 분위기고, 올림픽 3회 연속 동메달 하나를 따낸 우리나라는 이제는 적응이 된 듯 담담한 편이다.
이에 비해 인도는 지난 리우 올림픽의 은메달보다 한 단계 내려간 동메달을 땄는데도 대통령과 총리, 주지사, 장관 등이 푸살라 신두와 박태상 코치를 초대해 축하하는 등 환대가 화려했다.
각기 다른 결과를 얻었지만, 코로나 19라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해외에 나가 선수들을 지도하며 또 다른 역할로 대한민국을 빛내고 있는 지도자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