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름 놓다
임병식 rbs1144@hanmail.net
사람의 사대육신 육천마디는 다치거나 고장이 나면 통증이 안 일어나는 곳이 없다. 하다못해 손톱 밑에 가시만 들어도 아프고 쓰리다. 며칠 전에 식사를 하던 중인데 신경이 찌르르 했다. 총각무를 집어 들고 한입 베어 물었더니 앞니가 시큰한 것이었다. 손가락으로 만져보니 심하게 흔들렸다. 호기롭게 덤비다가 벌어진 일이었다.
사태가 심각함은 바로 인지되었다. 그러나 이제 막 시작한 식사를 멈출 수가 없어서 국물에다 대충 밥을 말아먹고는 일어나 세면대로 달려갔다. 거울 앞에 서서 입술을 들추고 이를 확인하니 보기에는 별 이상이 없어 보였다. 그러나 시큰거린 이를 만지니 대책 없이 흔들렸다. 이걸 어떻게 한담. 빼야할까, 그대로 놓아두고 참아 볼까. 순간 여러 생각이 스쳤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당분간 참아보기로 했다. 일부러 자극을 주지만 않으면 흔들리기는 해도 조심하면 될 것 같았다.해서 조심조심하면서 며칠을 참았다.
그런데 그것은 못한 짓이었다. 매번 식사 때마다 이만저만 신경이 쓰이지 않고, 조심을 한다고 해도 자꾸만 그 부위에 음식이 닿았다. 거기다가 저작하는 행동이 불편하고 남이 보기에도 매우 어색하게 보일 것 같았다. 흔히 이 빠진 노인들이 식사하는 것을 보면 합죽해진 입으로 오물거리고 먹는데 마치 내가 그러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이 들자 남들이 나의 밥 먹는 모습을 보면 어떻게 느낄까 싶고, 어차피 치료를 해야 한다면 서두르는 게 낫겠다 싶어 당장 치과의원을 찾아갔다.
사진을 찍어 상태를 확인한 의사 선생이 입을 뗐다.
“이 뿌리가 많이 상해서 발치하셔야 겠습니다.”
그 말에 내가 반사적으로 말을 받았다.
“어찌 이를 살리는 방법은 없겠습니까?”
하니, 그렇게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두 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하나는 임플란트를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틀니를 하는 방법이 있는데 각각 장단점이 있다고 했다. 첫째 임풀란트는 의료보험이 적용이 되고 빠진 이만 하나 박으면 된다는 것이다. 반면에 약 4개월에 걸쳐서 주기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틀니는 2,3일 내원하면 가능하다고 했다. 반명에 이것은 의료보험이 되지 않아 조금 비싸다고 했다. 나는 생각 끝에 후자를 선택했다. 그것은 나의 형편이 감안된 것이기도 했다. 당장 와병중인 아내가 있는데 집을 비우고 몇 달씩 진료를 밭으러 들락거린다는 것이 쉬어보이지 않았다. 거기다가 평소 병원기피증세도 있는 것이 작용했다.
그렇잖아도 아내 때문에 병원 문을 수 없어 드나들었는데, 나까지 그럴수 있는가. 거기다 나는 주사 맞는 건 질색인 성미를 지닌 것이다. 해서 되도록 오래 끌지 않고 빨리 마무리 짓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었다.
당일에 발치를 하고 임시로 끼어준 이를 하고서 집에 돌아왔다. 거울에 비춰보니 하나도 흠이 보이지 않고 자연스러워 보였다.
이만하면 완벽한 사이보그 인간이 된 느낌이 들었다. 이제는 그 어떤 것도 물어뜯어도 될 것만 같았다. 완전히 변신이 된 것이었다. 이걸 보니 앞으로는 인체의 어느 것도 대체 못할 것이 없을 것 같다. 앞으로 의술은 어디까지 발전할 것인가. 사람의 신체 중 노화는 눈에 가장 먼저 나타나고 다음은 귀와 이에 나타 나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나도 대체로 그런 순서를 따른 것 같다.
눈은 10여 년 전에 백태가 끼어서 제거하고 책을 볼 때는 돋보기를 쓴다. 그리고 귀는 몇 년 전부터 이명 현상으로 윙윙 소리를 달고 산다. 그러다가 마침내 이번에는 이를 뽑게 된 것이다.
흔들리는 이를 뽑고 나니 시름이 놓인다. 우리 속담에 ‘초가삼간 다 태워도 빈대죽은 것만 시원하다’ 더니 마치 그러하다. 몫 돈 들어간 건 생각이 안 나고 걸리적거린 것이 없어진 것만 속이 시원하다.
나는 이를 발치하는 김에 스케일도 함께했다. 이제는 그만 이 때문에 병원은 그만 가자는 뜻이었다. 적어도 잘만 관리하면 5년을 더 넘겨 10년까지도 갈 터이니 대비를 단단히 한 것이다.
나의 형님은 84세에 돌아가셨다. 그러니 잘 만 간수하면 나도 그때까지는 견딜 수 있을 것이다. 나는 틀니를 하면서 내가 나의 신체에 투자하는 것은 이것으로 마감을 하려한다. 생명연장을 위해서 좋다는 약을 먹거나 억지로 연명치료를 하는 것도 바라지 않는다.
그런 뜻에서 보면 이번에 드린 의료비는 내가 사는 동안 가장 비싸게 투자한 것이 셈이다. 나는 앞으로 시름은 잊고서 살고자 한다. 그랬으면 좋겠다. 장담을 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2020)
첫댓글 마침내 발치하고 틀니를 장착하셨군요.
오죽하면 앓던 이 빠진 것같다는 속담이 생겼을까요.
틀니나 임플란트는 한 십년 간다고들 합니다.
그런데 왼쪽 어금니가 부실하여 발치하고 나니 다시 오른쪽 어금니를 발치하게 되고
신경치료에, 땜질에 저는 치과의 단골이 되었나 봅니다.
보름 후엔 임플란트 시술하러 또 가야합니다.
사람 몸이란 게 자동차와 비슷한 면이 있다싶습니다.
부모님이 마련해주신새차를 잘 간수하면 오래오래 탈 수 있을 터인데 저는 갈무리를 잘 못해서 이 모양이 되었지요.
자동차의 잔고장도 무심히 넘겨서는 아니 되듯 어디 마뜩잖은 곳이 생기면 바로바로 치료를 하는 것이 건강유지의 비결이라 생각합니다.
오늘 임시치아를 빼고 맞춘 틀리를 장착하려 갑니다. 여러번 다니는 것이 불편하니 가격 따지지 않고 바로 틀니를 하게 되었습니다.
근심이 이제 풀리는것 같습니다.
이선생님도 이 때문에 고생하시는군요. 잘 하시길 바랍니다.
잘 하셨습니다. 저도 이가 엉망인데 ㅋ 견디고 있습니다. 발치만 해 버리고 잇몸으로 ㅋ 부분 틀니라고 하라는데 그냥저냥 있어요. ㅋ
아를 아픈채 방치하면 절대 안되겠더군요. 저도 그냥 한동안 참고 지내왔는데 입념이 물러져서 성한 이까지 약간씩 흔들리더군요. 빨리 치료하시기 바랍니다.
치아가 부실하여 고생하는 사람을 많이 봅니다. 이 튼튼한 것도 복이지요. 저도 사랑니를 빼러 치과에 간 것 외에는 치료 받으러 치과에 간 적은 없는 거 같네요. 치열이 고르진 않지만 치아 하나만큼은 튼튼하거든요. 감사할 일이지요. 그래도 방심하지 말고 잘 관리 해야 할 거 같네요.
저도 비교적 치아는 튼튼한 편인데 나이를 먹으니 별수 없는것 같습니다.
한때는 잇몸이 염증이 생겨서 약 3개월을 통원치료를 하고, 근자에는 이를 하나 뽑고 그 옆의 이를 씌웠네요.
전에보면 호기를 부리면서 이로 병마개를 까는 사람을 더러 보았는데, 아마 그 사람은 이 때문에 고생깨나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이관리는 평소에 잘 해야 할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