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노래의 보석함은 하이든이 작곡한 ‘벌써 농부는 흥에 겨워 서두르네(Schon eilt froh der Ackermann)’와 한국가요계의 대부 박시춘이 작곡한 ‘전우야 잘 자라’를 감상하기로 한다.
하이든의 오라토리오 ‘사계(四季·Die Jahreszeiten)’ 중의 대표적인 아리아 ‘벌써 농부는 흥에 겨워 서두르네’는 현재 베이스 바리톤으로 주목받고 있는 크리스티안 게르하어(Christian Gerhaherㆍ1969~) 뮌헨 국립음악대학교 교수의 노래를 추천한다.(2008년 실황녹음, 지휘: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 반주: 빈 콘센투스 무지쿠스)
- http://www.youtube.com/watch?v=JT1Y9s4P6UY
전우애를 담은 가사(작사: 유호)와 행진곡을 연상케 하는 대중가요지만 국군장병은 물론 대중들로부터 사랑받아 온 ‘전우야 잘 자라’는 원곡 취입자인 현인(1919~2002)의 노래를 추천한다. - http://www.youtube.com/watch%3Fv%3DRb-yS1ZZdV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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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1년 ‘전우야 잘 자라’ 원곡 취입자 현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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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가요계의 대부 박시춘 음반 표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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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향곡의 아버지 하이든. | 벌써 농부는 흥에 겨워 서두르네-농부의 소박하고 생생한 일상 종교적 내용과 연계해 그려 전우야 잘 자라-행진곡 연상케 하는 가요…장병·대중들 사랑 많이 받아
▶교향곡과 현악 4중주의 아버지 하이든
하이든(Franz Joseph Haydnㆍ1732~1809)은 8살 때 오스트리아 빈의 성 슈테펜 성당의 소년 합창단원이 돼 약 10년간 활동했지만, 불미스럽게 그만두어야만 했다. 이런 비운이 그에게는 오히려 음악 인생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는 계기가 됐다. 천부적인 음악적 재능을 타고난 그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생활환경하에도 음악이론과 작곡을 습득해 20대 후반의 나이에 빈에서 알아주는 음악가가 됐다.
1761년, 하이든은 빈에서 남동쪽으로 50km 떨어진 아이젠슈타트에 있는 헝가리 에스테르하지(Esterhazy) 공국의 니콜라우스 공작의 초빙을 받아 궁정악장으로 30년 동안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었으며, 저명한 음악가로 부상할 수 있었다.
그러나 1790년 니콜라우스 공작이 사망하고 새로운 영주가 된 안톤 공작이 궁정악단을 해체하자, 하이든은 1791~92년, 1794~95년 기간 두 차례 영국에 머물면서 93번부터 104번까지의 교향곡 12곡을 작곡했다.
이 교향곡들을 잘로몬 세트라고 부르는데, 그의 영국행을 주선한 독일인 흥행사 요한 페터 잘로몬의 이름을 딴 것이다.
1795년 빈으로 돌아온 하이든은 안톤 공작이 죽은 후 니콜라우스 2세 공작이 궁정악단을 다시 부활시키자 에스테르하지 공국의 궁정악장이 됐으나, 그곳에 상주하지는 않고 시간제로 근무하면서 빈 근교의 굼펜도르프(Gumpendorf)의 대저택에서 살았다.
하이든은 총 104개(혹은 109개)의 교향곡을 작곡했고 4악장의 교향곡 형식을 완성한 교향곡의 아버지이자 현악 4중주의 아버지로도 불린다. 즉 그는 총 68곡이나 되는 완성도 높은 현악 4중주 작품을 남겼다. 독일국가가 그의 현악 4중주곡 황제(Kaiser-Quartett)의 제2악장에 등장하는 멜로디를 차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또한 모차르트는 ‘현악 4중주’ 6곡을 하이든에게 헌정할 정도로 하이든의 현악 4중주를 높이 평가했다. 참고로 하이든은 24세가 어린 모차르트와는 음악적으로 서로 존경하는 친구였으며 38세가 어린 베토벤의 스승이었다.
▶하이든의 오라토리오 ‘사계’
하이든은 ‘천지창조(Die Schoepfungㆍ1798)’ ‘사계(1801)’를 비롯한 4편의 오라토리오를 남겼다. 오라토리오란 무대 배경이나 연기 없이 성경 등 종교적·도덕적 내용의 가사를 성악과 기악으로 연주하는 음악 형식을 말한다. 하이든의 ‘사계’는 성경의 말씀이 아니라 봄 여름 가을 겨울 농부의 소박하고 생생한 일상을 그렸다는 점에서 다른 오라토리오와 다르다. 다만 농부의 삶이 하느님과 자연의 은혜에 감사하고 귀의한다는 점에서 종교적 내용과 연계돼 있다.
‘사계’의 주인공은 농부 시몬(베이스), 딸 한네(소프라노), 한네를 사랑하는 청년 농부 루카스(테너) 등 3명이다. ‘사계’는 이들의 아리아를 비롯해 중창ㆍ합창ㆍ관현악 등 총 39곡이 연주되며 연주시간은 약 2시간이다. 오늘 감상한 아리아 ‘벌써 농부는 흥에 겨워 서두르네’는 ‘사계’의 ‘봄’ 중에서 네 번째 곡이며 농부 시몬이 다음의 가사를 노래한다.
벌써 농부는 밭으로 일하러 가려고 흥에 겨워 서두르네 농부가 쟁기를 잡고 휘파람 불며 띄엄띄엄 씨 뿌리고 긴 밭이랑을 성큼성큼 걷는구나 비옥한 밭은 씨를 잘 품었다가 곧 황금빛 열매를 맺게 하리라
▶적의 침략 위협에 놓인 조국과 하이든
하이든은 프리메이슨의 회원에 가입했지만 모차르트와는 달리 이 단체의 활동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지 않았다. 하이든에게는 절대왕정에 대한 혐오보다는 나폴레옹의 침략으로 풍전등화에 놓인 조국의 운명에 대한 우려와 걱정이 앞섰으며 다음과 같은 우국충정이 담긴 작품을 남겼다.
첫째, 1796년 나폴레옹의 오스트리아 침략 소문을 듣고, 하이든은 ‘전쟁 미사(Missa in Tempore Belli)’를 작곡했다. 이 곡은 팀파니 미사(Paukenmesse)라고도 불린다.
둘째, 프랑스군이 이집트 침공을 감행하고 빈으로 진군할 것이라는 소문을 접한 하이든은 오스트리아 전체가 불안에 휩싸인 상황에서 1798년 ‘불안한 시대의 미사(Missa in Angustiis)’를 작곡했다. 이 곡은 1798년 9월 중순 초연됐는데, 그때는 이미 넬슨이 지휘하는 영국함대가 나일 강 전투에서 프랑스군에게 대승을 거둔 후였기 때문에 이 곡은 ‘넬슨 미사(Nelson Missa)’라고도 불린다.
셋째, 하이든은 영국 국가에서 힌트를 얻어 ‘황제찬가(Gott erhalte Franz, den Kaiser)’를 작곡해 1797년 2월 12일 신성로마제국의 프란츠 2세 생일을 맞아 헌정했다. 그의 현악 4중주곡 ‘황제’의 제2악장에는 ‘황제찬가’의 멜로디가 삽입돼 있다.
▶한국 가요계의 하이든, 박시춘의 ‘전우야 잘 자라’
우리 가요계의 대부 박시춘(1913~96)과 하이든은 사진에서 보는 외모에서도 그렇지만, 음악 인생도 비슷하다. 그도 하이든과 마찬가지로 어린 시절 전문적인 음악수업을 받지 못했다.
기생을 양성하는 밀양의 부잣집에서 태어나 저명한 명창들의 소리를 듣고 자랐다. 10세가 갓 넘은 나이에 영화선전 꼬마 악대원, 영사 기사, 가무단의 악사로 전전하면서 음악을 익혔다지만 전문적인 교육은 아니었다.
또 하이든처럼 박시춘도 천부적 음악적 재능을 타고났고, 거의 독학으로 작곡을 익혀 다작(多作)했다. 22세 때 <희망의 노래>를 작곡한 후 그는 무려 3000곡이 넘는 대중가요를 창작해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하이든이 그랬듯이 박시춘도 애국적인 작곡가였다. 6·25전쟁 이전에는 <가거라 38선> <럭키 서울>을 발표했다.
전쟁 중에는 국방부 정훈국 문예중대에 문관으로 종군하면서 군가 <육군 제1훈련소가>와 대중가요 <승리의 노래> <전우야 잘 자라> <전선야곡> 등을 작곡해 군과 국민의 사기 진작에 힘썼으며, <굳세어라 금순아> <이별의 부산 정거장> 등 이별의 애환을 담은 곡들도 발표했다.
이 중에서 오늘 감상한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앞으로 앞으로, 낙동강아 잘 있거라 우리는 전진한다’로 시작하는 행진곡풍의 가요 <전우야 잘 자라>는 분단의 아픔을 이겨내고 통일을 지향하는 우리 국민의 영원한 함성이자 단호한 결의다.
<이현표 전 주미한국대사관 문화홍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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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 보고 들었습니다 ^^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