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수가 안 나와서 지난 10월 하순에 삼방밸브를 교체했는데 불과 두 달 남짓 지난 시점에 또 고장이 나서 전원이 꺼져버렸다. 그간 수차례 Err 01이 뜨면서 전원 공급이 단절되곤 했지만 전원스위치를 껐다가 다시 켜면 정상으로 되돌아오곤 하였는데 밤새 난방 중 아예 전원이 꺼져버리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2009년 6월에 가스보일러를 설치하였으니 만 6년이 지난 셈인데 가스 보일러의 수명이 6년에 불과하다면 현대의 기술수준에서 다른 기계제품들에 비하여 성능유지기간이 매우 짧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수도꼭지에서 온수를 틀면 전원이 켜지고 난방으로 가면 꺼지는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또 어찌된 까닭일까? 별 수 엄따. 또 A/S를 의뢰할 수 밖에...
보일러 내부의 콘트롤박스를 통째로 교체해얀다기에 물어보니 차후론 이 보일러에서 순환펌프 말고는 고장날 염려가 없을 거라는 답변이다. 지난 번 삼방밸브를 59,000원에 갈고 이번에 콘트롤러를 교체하는 데 93,000원을 지불하였으니 도합 152,000원의 비용을 들여서 보일러를 유지하는 상황이라 수리비가 보일러 완제품 가격의 반에 근접하는 셈이다. 순환펌프 교체시에는 얼마나 비용을 들여야할까? 차라리 보일러를 완제품으로 몽땅 갈아버리는 게 합리적일지도 모르겠다.
대부분의 기계제품이 그러하듯이 고장이 나면 극히 사소한 부분의 결함 탓인데 그걸 수리하지 않고 부품 뭉치를 통째로 갈아대는 통에 부분수리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여겨지지만 소비자가 스스로 용접을 하거나 부품 일부를 만들 수 없고 예전처럼 고장난 부분만을 수리해주는 기술자가 없는 탓으로 감수할 수밖에 없다.
교체하고 떼어낸 부품은 보일러 곁에 버려두고 갔는데 센서 등 사소한 부분의 결함 탓으로 기판뭉치 전체가 몽땅 폐기처분해야할 쓰레기로 전락해 버린 셈이다. 금속과 플라스틱을 별도로 분리하여 버리자면 폐기할 때에 다소의 작업이 필요할텐데 비용은 차치하고라도 환경보존 차원에서 이런 부품일랑 제조업체에서 회수하여 재활용하는 방법을 모색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지만 그러자면 경제성이 떨어지겠지? 매사 모든 것을 경제성으로만 평가하는 현실도 바람직하지 않아 보이긴 한데 어쩌랴.
콘트롤러를 교체했지만 가스압과 수온의 차이로 인하여 Err 01이 다시 발생하는 건 감수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긴데 이런 기술수준으로 어떻게 가스보일러를 수출까지 하는건지 (경동나비엔의 경우 북미에서 인기가 높다는 풍문이다.) 의아스럽다.
오래된 심야전기보일러가 너른 면적을 차지하면서 전기료 인상에 따라 전기요금 부담이 커진 탓으로 교체해볼까 싶어 상의하니 보일러 위치와 콘트롤러 위치 등 내 궁리히는 바 모든 게 가능하지만 심야보일러 성능이 더 좋으므로 사용 가능한 한 끝까지 사용하라는 조언인 바, 수도광열비가 더 들더라도 기왕의 방식대로 보수유지해가면서 써얄 것 같다. 여름에 열을 모아두었다가 겨울에 풀어쓰고 추위를 저장해서 여름에 꺼내어 쓸 수 있다면 그보다 더 훌륭한 냉난방 수단이 없을텐데 그런 기술은 언제 쯤이나 개발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