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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봄 맛은 섬진강이었다..... 어제까지 새꼬롬하고 쌀쌀하던 꽃샘추위는 어디가고 오늘은 그야말로 봄이다. 바람 한점없고 날씨가 매우 따뜻하다. 해마다 초봄에 가는 곳이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남도 봄 맛을 보기 위하여 새벽 낙동강 물안개를 뒤로 한 채 두 시간도 못 되어 섬진강포구에 닿았다. 벌써 강변 뚝으로 노란 개나리가 군데 군데 양지바른 곳에는 피어있다. 언제 보아도 섬진강은 조용하다. 새벽 안개가 걷힌 모래톱으로 돌아감는 물줄기는 지리산자락에서 흘러온 그 위용에 어떤곳은 시푸렇기도 하다. 다압면의 매화는 끝 물이었다. 하기야 매화 축제가 끝난지도 제법되었으니... 그래도 꽃샘추위에 견딘 꽃 망울들이 하얀자태를 뽐낸다. 섬진강 포구에서 다리하나 건너면 바로 전라도 말씨로 바뀐다. 불과 200m 다리사이로 이렇게 말씨가 다르니 기가 막힌다. 조금위 화개장터 쪽에 그 조용하고 해맑은 섬진강 위로 ‘ 경상도,전라도 화합의 다리’ 라고 명명한 철구조물 다리가 한쪽은 붉고 한쪽은 푸르고 둥그렇게 공중으로 아취 하고 있다. 한마디로 자연 경관과는 동 떨어져 있다. 교통은 편리 할지는 몰라도 이 조용한 섬진강 청류(淸流) 경관과는 너무 무겁게 보이는 것 같다..... 오히려 징검다리를 놓았으면 운치가 있지 않을까...... 오늘은 구례 산동마을 산수유를 보러가는 것이 주 목적이다. 이때쯤 섬진강의 봄 나들이에는 무슨 하나만의 목적이 없다. 모든 것이 봄 맛이 나니 말이다. 다압면의 약간 철 늦은 매화밭을 뒤로 한 채 웅장한 철다리를 건너니 유명한 ‘화개장터’다. “경상도와 전라도를 가로지르는 섬진강 줄기따라 화개 장터에......."하며 몇 10년 전부터 이 곳에 봄 나들이오면 꼭 불렀다. 40리길 섬진강 쌍계사 벚꽃 또한 장관이 아닌가? 여기 꽃은 희고 꽃망울이 크다 4월 10일경 만개되는 이 벚꽃길은 섬진강 봄 맛의 절정을 이룬다. 30 일부터 축제인지 아직 꽃망울만 틔었지 꽃은 피지 않았는데 화개장터엔 벚꽃 축제준비에 분주하다. 프랑카드도 걸고 청소도 하고, 그 청순한 아름다운 자연의 꽃이 상품화 되지는 말아야 할텐데...... 예상외로 올해는 3월의 늦 추위땜에 꽃이 하나도 안피었다. 그러나 세상엔 예외가 있는 법, 성질 급한 몇 놈들은 벌써 그 화려한 흰 꽃을 만개해 있으니..... 나는 벌써 활짝핀 벚꽃을 보았으니 행운이다. 구례쪽으로 갈수록 강은 폭이 좁고 푸르다 아마 깊이가 아래포구보다 훨씬 깊겠지... 주말과 휴일을 피해오니 교통하나 좋다. 막힘없고 시골길을 달리니 그 상쾌함이란 말 할 수없다. 구례 산동마을 산수유는 처음 가는 길이다. 오래전부터 매년 섬진강은 가면서도 산수유는 빼 먹었으니 ...이번에는 아예 마음 먹고 왔다. 지리산 온천 윗 자락에 있는 산동마을은 온통 노란 산수유꽃으로 온 동네가 노랗다. 아래께 18일에 산수유 축제가 끝 났다고 하지만 꽃의 만개는 항상 그 뒤 며칠 동안이라 오히려 오늘이 주민들은 만개라 한다. 마침 날씨가 맑아 그 빛이 더욱 노랗다. 위쪽 상위마을이 더 운치가 있다. 지리산 북벽의 끝자락에서 흘러온 계곡물과 계곡바위등이 어우려져 한폭의 동양화 같다. 계곡을 배경으로 감상하고 있는데 느닷없이 서울차량 번호를 단 승합차 에서 20 여명의 남녀 사진 작가들이 우르르 내려 내가 보고 있는 계곡쪽으로 몰리더니 모두 사진기를 들이대고 렌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 포 -즈가 얼마나 우스웠는지 뒤에서 빙그레 웃었다. 계곡을 배경한 샛노란 산수유꽃 무리를 찍으랴 카메라를 볼에 밀착하고 한쪽눈을 감고 찡그린 얼굴로 렌즈를 맞추는 사람, 다릿발에 고정시켜 허리를 90도로 굽혀 얼굴을 카메라에 대고 각도를 맞추는 여 사진사, 한쪽 어깨를 높이 쳐들고 커메라에 눈을 바짝 들이대고 초점을 맞추니 입이 벌어져 있는 어떤 노인네 작가, 별의별로 포 -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을 뒤에서 물끄럼히 보고 있으니 웃음이 나올 수 밖에. 정작 포즈를 취해야 할 저 산수유 피사체(被寫體)는 가만히 있고 오히려 사체(寫體)가 포 -즈를 취하고 있으니 아이러니 하지 아니 할 수없다. 아마 찍히고 있는 저 산수유도 빙그레 나와 같이 웃고 있으리라..... 시골 돌담길을 걸어 조금 올라가니 아래로 마을 전체가 보이는데 온 마을 이 노랗다. 전설에 의하면, 옛날 중국 산동성 지방에서 어떤 어린 쳐녀가 이곳 전라도 구례마을로 시집을 왔는데 너무 고향이 그리워 고향에 많이 있는 산수유나무도 보고 싶고 하여 고향생각 날때마다 한 두그루 심다보니 몇 백년동안 이렇게 노란 마을 로 되었다한다. 한편 그 꽃이 불쌍하기도 하였다. 가만히 그 꽃을 보면 꽃이라기 보다는 마치 조그만 노란 솜을 뭉쳐 놓은 것 같다. 꽃잎은 6개정도로 눈으로 자세히 보아야 보일 만큼 쬐끄만하고 그 6개 꽃잎속에 많은 수술들이 모여 있다. 그 한 꽃잎이 무수히 그룹지어 마치 꽃샘추위에 서로 뭉쳐 추위를 이겨내려고 하는 것 처럼..... 아무튼 여늬꽃 보다 다른 특색이 있다. 색깔도 개나리같이 질투의 색깔이 아니고 덜 노랗다. 마치 산동성 시골 수줍은 색시의 물빠진 노랑 저고리마냥..... 사람들은 사진도 찍고 난리법석이고 무슨 축제다 하여 만국기 걸고 닭 백숙에, 술에,. 염소고기에, 떠들어 대지만 정작 주인공인 우리 산수유는 수줍음 많은 시골 소녀 같다. 여기 가련한 이 산수유도 상품화 되어 야단법석이니 도대체 인간들이 자연을 무슨 돈 벌이 도구로 여기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지리산 북쪽 능선을 올려보니 아니나 다를까 그 신비로운 여인의 자태인 반야봉이 높이 솟아있고 노고단, 임걸령의 준령이 위용을 뽐낸다. 이때쯤이면 산봉우리에 흰 춘설이 덮혀 있는데 올해는 벌써 다 녹았다. 꽃은 꽃이라도 내가 좋아하는 시 한수 안 읊고 갈 수있나? “ 춘산(春山) 에 눈 녹인 바람 건 듯 불고 간데없다, 적은 듯 빌어다가 머리우에 불리고자 귀 밑 해묵은 서리를 녹여 볼까 하노라.....“
지금은 흰 머리가 나면 염색을 하던지 뽑고 하지만 옛날 우리 조상들은 무슨 염색이 있었겠나? 고작 늙으신 노모가 걱정할까 뽑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 한겨울에 쌓인 저 산꼭대기 남은 눈도 따뜻한 봄바람 몇번 부니 다 녹았다 그 봄바람을 조금이라도 가져와 내 머리위에 불게하면 흰 머리가 눈같이 녹아 없어지지나 않을까? ......귀 밑에 나는 흰 머리를 해묵은 서리라고 했으니 참으로 순박하고 멋진표현이다. 고려시대에 어떻게 이런 표현들이 나왔을까? 이런 참 맛에 나는 옛 시조를 못 잊는다. 중국 산동성에서 이곳으로 시집와 고향이 그리워 심었다는 산수유의 진짜원조 산동성 그 색시를 생각하며 조용히 내려오니 지리산 온천이다. 여기까지와서 온천 한번하고 가지 않으면 섭섭째...또다시 하동쪽 섬진강으로 back 코-스하는데 점심때도 넘고하니 배가 촐촐하다. 해마다 이곳 봄 나들이 하면 점심때 들리는곳이 쌍계사 입구 화개 장터에 있는 참게탕 식당이다. 들어서면, KBS, MBC 등 요란스럽게 맛자랑 팀이 들렸다는 프랑카드를 보지 않더라도 섬진강 참게탕과 메기참게 합친탕은 그 얼큰한 맛이 일품이다.오늘도 참게탕만하면 비싸고, 메기와 참게를 합친 합탕을 먹었다.진짜 그 얼큰 한 맛은 전국에서 으뜸이다. 이 맛을 나만 먹으니 우리 53 山 친구들이 생각이 난다. "미안함다...." 그러나 보름 정도면 쌍계사 벚꽃 잔치때 한번 와서 잡수셔도 될상 싶다. 가자하면 내 차로 안내 해 드리리다. 보통 여기서 나는 하동을거쳐 남해로 가곤한다. 해안가의 남쪽빛 봄 바다를 감상하고 돌아가는데 오늘은 바로 부산으로 back 해야 겠다. 역시 차창에 비친 섬진강 포구의 흰 백사장은 봄 아지랑이가 피어 오른다. 저 모래톱에 해오라기 한 마리가 물끄럼히 서 있다. 사실은 서 있는 것이 아니고 서 있어도 눈은 물에서 놀고 있는 고기를 엿 보고 있는데...... “냇가에 해오라기 무슨 일 서 있는다, 무심한 저 고기를 여어 무삼 하려는다, 아마도 한 물에 있거늘 잊어본들 어떠리....“
우리가 보통 강가나, 냇가를 지나다 보면 해오라기나 왜가리등이 가만히 서 있는 것을 자주본다. 그러나 서 있어도 고기를 잡기위해 그 눈동자는 날카롭다. 다 같은 물에서 놀고 있으니 저 불쌍한 고기를 엿보아서 무얼 하느냐? 하며 서로서로 싸우지 말고 화합을 하라는 조상들의 어진품성이 들어 있는 시가 생각나 석양이 깔리려는 섬진강을 뒤로 한 채 한 수 읊었다. 2007년 3월 20일
53 산악회 김 수 복 |
첫댓글 Elvis 선생님 오랜만입니다.정말 봄을 느낄수있는 졍겨운 이야기인것 같습니다. 정말 봄나들이 하고싶은 기분이 드네요. 정말 멋지십니다.
카페에는 손님이 없는 것 보다는 있는게 좋죠!! 특히 Elvis님 같이 좋은 글 ,좋은 옛시를 가지고 오시는 손님이라면 쌍수들고 환영이고 꼽배기 커피대접으로 모시겠습니다.
구례 산동마을 산수유는 계곡물과 계곡바위등과 어우러져 정말 멋진 그림이죠? 앞산에 몇그루 핀 산수유를 보면서 그렇잖아도 몇년 전에 본 그 산수유 마을이 눈에 아롱그렸는데....멋진 글, 멋진 詩로 그때의 행복을 맛보게하는군요... 나도 운전 할수 있었으면....(장롱속에서 잠자는 내 운전면허증이 날 고소해 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