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영향권에 들어오자 바람과 비를 엄청 쏟아 붓는다.
이번에는 대충 지나가지 않고 엉망을 만들었다.
정전도 여러 번 생겼고 천정에서 빗물도 새고 자두나무도 뽑혔다.
잠들었는데 얼굴에 물이 튕겨서 깨어보니 형광등에서 물이 떨어진다.
이미 형광등에는 물이 가득 고여 있어 대야를 받쳤다.
창문틀에도 물이 새어 벽을 타고 방바닥 밑으로 흘러들어간다.
바람소리만 들어도 기왓장이 날아갈 듯했다.
지난밤은 없었듯이 태연하게 아침이 밝았다.
교회 앞은 화분이 깨어져 나뒹굴고 밤송이는 골목까지 너저분하게 흐트러져 있다.
거의 삼분의 일이 떨어지고 나머지는 끝까지 태풍을 이겨냈나 보다.
얼추 정리를 마치고 굵직한 밤송이 하나를 까보았다.
제법 알맹이가 들었는데 어릴 때 풋밤을 따먹던 냄새가 났다.
밤나무 산은 간식까지 제공해 주는 우리들의 최고 놀이터였다.
지금은 그 놀이터가 앞마당에 있고 맛도 보며 때 이른 가을 냄새를 맡고 있다.
태풍이 지나갔을 뿐인데 반바지 입은 종아리가 헛헛하고 닭장 앞 쓰러진 자두나무가 을씨년스럽다.
가을은 이렇게 태풍과 함께 오는가 보다.
말씀에 항상 우리를 그리스도 안에서 이기게 하시고
우리로 말미암아 각처에서 그리스도를 아는 냄새를 나타내시는 하나님께 감사하노라 하였다.
우리는 구원 받는 자들에게나 망하는 자들에게나 하나님 앞에서 그리스도의 향기로 살아야 한다.
냄새를 풍긴다고 다 향기는 아니고 9월이 되었다고 가을이 온 것은 아닌가 보다.
그리스도를 아는 냄새를 나타내고 생명에 이르는 냄새를 전하며 살면 참 좋겠다.
우리는 구원 받는 자들에게나 망하는 자들에게나 하나님 앞에서 그리스도의 향기니[고후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