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썩” 신문이 왔다. 얼른 일어나 현관문을 열고 옆방에 온 신문을 주워다가 읽어보았다. 너무 어려워서 우리는 신문을 보지 못했기에 옆방 아저씨의 신문이 도착하는 시간에 나가 도둑고양이처럼 주워다가 몰래 읽었다. 신문에는 부동산의 내용이 나오기에 안 읽을 수가 없었다. 중앙일보의 부동산은 나에게 부동산의 지식을 많이 가져다 주었다. 이제 나는 집을 나서서 남한산성의 정상까지 올라간다. 운동을 하는 이유는 첫번째로 건강이고 두번째는 성불사라는 절을 가기 위해서다. 성불사라는 절에가서 나는 나와 처와 여동생 그리고 부모님이
이렇게 이역만리의 이산가족으로 사는 것에 대해 기도를 한다. 방이 두칸만이라도 되는 집에서 우리 가족이 모여살았으면 하는 소원이 이루어지기를
나는 불교신자도 아니면서 불상 앞에서 기도한 것이다. 너무나 아버님이 보고 싶고 어머님이 보고 싶었다. 간절히 만나 울면서 나는 어떻게하면 되는가를 부모님께 여쭤보고 하소연하고 싶었다. 이제 우리 가족의 총 재산은 약 1400만원이었다. 월세보증금이 200만원을 제하면 현금이 1200만원이었다. 아는 대학동기와 술 친구들을 만났는데,나에게 술을 사주며 800만원을 건네주었다. 그당시 나에게는 술보다 일자리가 필요하고, 돈이 너무나 필요한 시절이었다. 미국으로 한달에 300만원씩을 보내야했기 때문에,
실제로 이달에 내가 사용할 금액은 900만원이었다. 처와 여동생은 매일 눈높이수학에 다니면서 선생님 역할을 하였지만
그것도 2개월은 개척지의 댓가로 월급이 없다고 하니, 참으로 기가막힐일이었다. 내가 할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도 경매법정을 다니면서 지켜보니,떡값 받는 재미도 있었지만
우선은 내가 할일이 여기에 있을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이 들어서
난 매일 밤이면 대학때에도 읽지 않았던 법전과 씨름을 하였다. 일단은 공부를 해야 다른 경매를 하는 업자들보다는 나을 수가 있을 것이고,
체력과 氣가 필요하기에 매일 신문이 오기전까지는 방도 좁고 하니,
난 책을 읽고 신문도 읽기위해 남한산성에 올랐었다. 지금도 생각하면 가슴이 절여온다. 너무나 막막한 현실이 하루 아침에 나에게 펼쳐진 것이었다. 하지만 氣를 쌓고 공부를 하면 먹고사는 것은 해결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강한 믿음이 나에게는 있었다. 당시에 처는 나에게 책을 보면 밥이 나오냐고 물었지만 나에게는 확신이 있었다. 국내최고의 경매브로커가 되겠다는 강한 신념이 있었다. 그리고 언제가는 아버님의 부채를 경매로 돈을 벌어서 모두 갚고,
이곳 한국에서 우리 가족이 오순도순 살수 있는 날이 올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공부와 氣는 나에게 많은 힘을 준다. 하지만 경매를 공부하면서 내심으로는 이해가 안되는 것이 많았다. '왜 난 법전만을 읽을까?'하는 의구심이 많이 들었다. '세입자를 명도하는 것이 꼭 법으로해야하는 것일까?' 하면서
내가 경매 당하는 순간을 그려볼때에 나는 관리비까지 납부했고 이사도 순순히 하여주었는데 왜 이런 법에 의존해야하는 것일까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단순히 법에 의존하는 경매는 너무 초라한 것으로 생각이 되었고
나에게는 경매를 한다면 사람을 잘 다루는 경매........ 다시 말해서 합의를 도출하고 서로의 이해를 구하는 경매의 방안을 연구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냥 일반의 경매 기술자는 단순히 법전을 읽고 외워서 실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지만
나는 사람을 다루는 경매를 하고 싶었다. 다만 당시의 공부는 협상을 하는 데에 꼭 필요한 카드일 것으로 생각이 들어서
열심히 공부했다. 그래서 난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기술도 중요하지만 사람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돈은 사람이 만든 것이고
그 돈을 벌려면 사람을 잘 다루면 쉽게 벌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위해서 간절히 필요한 것은 협상할 수 있는 실력(공부)과
사람을 다룰수 있는 힘(氣)이 필요하기에
난 밤에는 공부, 새벽에는 남한산성에 올라 수련을 한것이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난 말해주고 싶다.
氣를 쌓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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