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간
오전은 스쿠버 다이빙
오후는 서귀포 올레길, 순례길을 찾아나섰다.
애당초 계획은 하루는 하논성당길
다음날은 정난주길
그 다음날은 올레길로
헌데 막상 걸어보니 서귀포를 벗어나지도 못했고
대중교통 버스로는 한계가 있음을 절감했다.
그렇다고 택시를 이용하기도 그렇고
전기자전거나 스쿠터를 이용해볼까
65세 이상은 대여불가란다.
참 나~~~
렌트카?
이건 아니지
아내는 작년에 아예 차를 가지고 와서 한달을 머물렀다.
지인의 집에서
막둥이?
세월에 공간만 생기면 제주도로 날랐다.
한달살아보기 맛 본이후부터
나야 다이빙때문에 왔지만
오전은 서귀포 앞 바다속을
오후 한나절은 귤농장만 실컷 구경했다.
그것도 사흘간을
그러다 보니 오전은 다이빙만 두차례씩
오후는 두발로 귤나무밭 옆길을 저 멀리 한라산을 바라보며 걸었다.
이렇게 서귀포 한 귀퉁이만 걷고 말았다.
노랗게 익어가는 귤들을 옆에 두고
시장에서 귤 한봉지 챙겨서
못 먹는 귤 보며 침 흘리지 않고
갈증나면 까먹으면서 걸었다.
평소에 걸을 때는 불루터스 이어폰으로
주로 실비아의 스페인어멘터링을 듣는데
여기 와서는 눈도 바쁘고
길도 찾아서 가야 하고
가슴속에 제주의 향기를 듬뿍 담아가려고
스페인어 듣지도 않았다.
허지만
이렇게 계속 걸어다녀도
서귀포 원주민이 보이질 않는다.
송반천 길따라 귤농장을 계속 이어지지만
어째 먹음직한 귤들만 보이고
인기척이 없다.
시간여 걸어 도착한 곳
지장천
발을 담그고 계신 노인 한분
반갑다.
인사를 건네고 여쭤보았다.
이 샘물 먹을 수 있나요?
지금은 수위가 낮아서 못 먹는다고
사흘동안 오후 내내 걸었지만
원주민 마주치지도 못하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잠시 이곳 얘기를 들은 것이 전부였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우리네 시골 농촌에서
발품팔아도 사람 보기 힘들다.
지장천 그 아래에 면형의 집이 있다.
여기를 두번이나 찾았다.
현재는 피정의 집으로 이용되는 듯
원래의 성당도 그대로 있고
정원의 고목도 인상적이었다.
프랑스인 타케신부가 온주밀감 14주를 최초로 일본에서 들여왔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중국온주밀감이 일본으로 다시 한국으로
중국어 蜜柑 미간이 일본어 蜜柑 미깐으로
우리는 감귤이라고 부르는 듯 싶다.
여기가 제주감귤의 시원지다.
벚나무도 벚꽃 하면 사꾸라
일본을 떠올리지만
왕벚나무가 제주도 자생이라니 이도 놀랍다.
이리로 피정오면 마음이 가벼워질 듯
한적스런 분위기가 맘에 든다.
면형의 집을 나서
서귀복자성당에서 잠시 머물면서
무사히 여정을 마침에 감사드리고
다이빙때문에 참았던 이슬이 찾아서 서둘렀다.
제주에 왔으니 갈치, 고등어 회를 먹을까?
홍삼에 이슬이 한잔 걸칠가?
포구에 들렀지만
홍해삼은 철이 아니라 구경도 못하고
올레시장에서 모듬회로 대신하고 말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오후 비행기지만 오전에 리무진에 올랐다.
차창을 보면서 생각이 머문다.
국내여행길에서
원주민 만나 웃음을 나누기 바라는 것은
이젠 사치가 되어가는 듯 하다.
다이빙은 샵운영자도 객들도 모두 외지인들뿐이었고
발길 닿는 곳마다 외지 관광객들로 수북했고
특히나 중국인들이 눈이 많이 띄었다.
제주도에서 제주맛을 알려면
아무래도 원주민들 마을속으로 들어가야 할 듯 싶다.
이 바램도 다음을 기약하지만 조금은 아쉽다.
4일동안 나눈 정이 없다는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