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불거진 '연예계 X파일'를 비롯해 '경기침체' '실업률 급증' 등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로 영화시장까지 침울하다. 이에 분위기를 업! 시켜줄 설 영화들이 관객들과의 조우에 한층 들떠있다. 예년과 같이 '대작'이라 거론될 영화들은 거의 전무하지만, (그 중에서도) 예의 주시해야 할 몇 몇 영화들은 있다. 물론 그 성향이야 오로지 관객들의 몫이다. 벌써부터 손꼽고 기다리고 있을 관객들을 위한 지침서, 그 짧은 견해를 조이씨네 필진들의 입담에 귀기울여 보는 것도 선택의 좋은 방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편집부
피닉스
감독: 존 무어 출연: 데니스 퀘이드, 지오반니 리비시, 타이레스 깁슨, 미란다 오토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개봉: 2월 4일
스토리
하늘로 솟아오르는 모래기둥을 방불케 하며 거대한 토네이도보다 위협적인 모래폭풍 속, 항공기 한대가 반으로 찢겨진 채 사막 한가운데로 추락한다. 겨우 살아남은 10명의 승객. 그러나 그들이 추락한곳은 생명의 흔적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죽음의 고비사막 한가운데. 그런 가운데, 자신을 항공기 설계자라고 주장하는 엘리어트(지오바니 리비시)는 조각난 비행기 잔해로 새로운 비행기를 만들자고 제안하고, 조종사인 프랭크(데니스 퀘이드)는 불가능하다고 반대하며 대립하기 시작한다.
포인트
고비사막의 모래폭풍을 몰고 온 사막액션어드벤처 <피닉스>. 목숨까지 삼키는 거대한 사막 앞에 무릎 꿇을 것인가? 싸워 이길 것인가? 광활한 모래사막의 모습을 웅장하고 스펙터클한 화면을 화면에 담기 위해 <피닉스>는 전세계 16개국에서 모인 총 500여 명의 최정예 스텝들이 참여했고, 약 3개월 간 열악한 환경의 나미비아 사막에서 의기투합하며 완성도 높은 영화를 위해 각고의 노력을 펼쳤다. 이들의 애정과 집념의 결정체로 첫 손에 꼽힌, 강력한 모래폭풍이 거대한 항공기 C-119를 순식간에 삼켜버리는 '항공기 추락 장면'은 영화의 하이라이트로 거대한 모래폭풍에 비견될 스펙터클한 액션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다. 이면의 대립-충돌-와해-화해-화합의 구도를 지닌 <피닉스>는 거대한 모래폭풍에 맞선 인간의 한계성을 시험하는 동시에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양분화된 인간의 모습을 극적으로 하나로 융화하게 만든다.
COOL 능동적인 모래폭풍의 위력 앞에 봉착한 인간의 한계.
SUCK 광활한 대지 위에 펼쳐지는 수동적인 출연진의 모험 (아닌 모험).
말아톤
감독: 정윤철 출연: 조승우, 김미숙, 이기영, 백성현 등급: 전체관람가 개봉: 1월 27일
스토리
얼룩말과 초코파이를 좋아하는, 겉보기엔 또래 아이들과 다른 것 하나 없는 귀엽고 사랑스럽기만 한 초원(조승우). 어느날 초원이는 자폐증이라는 청천벽력같은 진단을 받게 되고, 엄마 경숙(김미숙)은 감당할 수 없는 현실 앞에 좌절한다. 그러나 경숙은 초원이가 달리기에만큼은 정상인보다도 월등한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발견하고, 달릴 때만큼은 남들과 다르지 않은 아들의 모습에 희망을 갖고 꾸준히 훈련시킨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20살 청년이 된 초원. 그러나 지능은 여전히 5살 수준에 머물고 있다.
포인트
초원'화' 되기를 주저하지 않았던 조승우의 빛나는 연기가 없었다면, 그 연기를 맛깔스럽게 커버해 준 김미숙의 절제된 연기가 아니었다면 <말아톤>은 볼 품 없는 영화였을 터. 애초 일반인들에게 거부감이 들 정도로 민감한 소재인 장애인을 키워드로 삼았던만큼 <말아톤>은 자칫 진부할 수 있는 설정과 상황으로 말미암아 관객과의 교감에 훼방을 놓(을 수 있)는 지나친 감동의 남발은 (예상외로) 억누를 수 있는 감정의 깊이까지 자제하며, 감성의 폭을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유지한다. 때문에 맞춤식이 아닌 (영화가) 일궈낸 감정의 조율은 <말아톤>의 영화적 미학이다. 있어 최고의 미덕으로 그려낸다.
COOL 조승우의 배형진 따라잡기 '따로 똑같이'.
SUCK 극의 전개에 따라 변화된, 어느새 정상인의 모습에 가깝게 그려진 초원의 모습.
클로저
감독: 마이크 니콜스 출연: 줄리아 로버츠, 주드 로, 나탈리 포트만, 클라이브 오웬, 콜린 스틴톤 개봉: 2월 3일
스토리
신문사에서 부고 기사를 쓰는 소설가 지망생 댄(주드 로)은 런던의 복잡한 도심 한복판에서 알리스(나탈리 포트만)를 보고 첫 눈에 반해 사랑을 느끼게 된다. 앨리스는 댄을 바라보느라 달려오는 택시를 보지 못하고 교통사고를 당하게 된다. 댄은 교통사고를 당한 앨리스의 보호자가 되고, 둘은 동거를 시작한다. 뉴욕 출신의 스트립 댄서 앨리스의 인생을 소재로 소설을 써 마침내 소설가로 데뷔한 댄. 책 표지 사진을 찍기 위해 만난 사진작가 안나(줄리아 로버츠)를 만나게 되고 댄은 또 한 번 안나에게서 강렬한 사랑의 느낌을 받게 된다.
포인트
더스틴 호프만, 캐서린 로스를 1960년대 후반 청춘의 아이콘으로 만들었던 <졸업>의 노장 감독 마이크 니콜스가 메가폰을 잡은 <클로저>는 네 남녀의 엇갈리는 사랑을 심도 깊게 다룬 작품. 줄리아 로버츠, 주드 로, 나탈리 포트만, 클라이브 오웬을 각각 흔들리는 사랑, 이기적인 사랑, 도발적인 사랑, 저돌적인 사랑으로 병치 시켜놓고 ‘첫 눈에 반한 사랑’과 ‘또 한 번의 사랑’으로 변해가는 남녀의 심리를 섬세하게 포착한다. <클로저>는 지난 96년 발표된 이래 100개국, 30개 이상의 언어로 공연된 매트릭 마버의 연극을 영화화한 작품이기도 하다. 사랑에 위안을 받고, 사랑에 상처받는 순간들을 이 영화가 어떻게 표현하고 있는가를 주목하자.
COOL 사랑의 환희와 사랑의 고통으로 흔들리는 심리를 적확하게 묘사한 감독의 연출력과 네 배우의 뛰어난 연기.
SUCK 강퍅한 삶에 지쳐 애저녁에 연애사에는 관심 끊은 사람들이라면 지루할 수도 있는 사랑타령.
공공의 적 2
감독: 강우석 출연: 설경구, 정준호, 강신일, 박상욱, 엄태웅 개봉: 1월 27일
스토리
나쁜 놈을 잡기 위해서라면 총기류 사용도 마다 않는 검찰청 최고의 다혈질 검사 강철중(설경구). 그런 그에게 고교 동창인 명선재단 이사장 한상우(정준호) 사건이 접수된다. 재단의 원래 후계자였던 한상우의 형이 갑작스런 사고를 당하고 한상우가 재단 이사장으로 급부상한 것. 학창시절 권력의 실체를 깨닫게 해줬던 한상우의 사건을 접하며 강철중은 직감적으로 범죄의 냄새를 맡는다. 때마침 한상우의 형이 숨을 거두고 강철중은 이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정치권과 검찰 내부 고위층로부터 제지를 당한다. 아랑곳않는 강철중은 마침내 조사인의 자격으로 상우를 검찰청으로 불러들인다.
포인트
한동안 '강우석'이라는 이름은 <실미도>의 제작자로서 관객 천만시대를 연 충무로 파워 1위의 화려한 수사들로 치장됐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산업적 측면에서의 일. 그 자신이 말하듯 제작자로서의 일이 외도에 가까웠다면 이번 <공공의 적 2>야말로 그가 자신의 진가를 발휘해낸, '강우석 냄새'가 물씬 풍기는 작품인 것이다. 자타에 의해 너무 커져버린 이 강우석이라는 브랜드의 무게를 덜어내고자 그는 <공공의 적 2> 프로젝트를 부분별로 쪼갰다. 장윤현은 자신의 전공을 살려 추격씬을, 김상진은 싸움영화의 전문가답게 몹씬을 맡았다. 여기에 대한민국 대표배우 반열에 올라선 설경구와 가벼운 이미지를 털고 진지하게 사악한 연기를 보여주는 정준호의 연기 대칭도 강우석 영화의 총합을 이루는 요소들이다.
COOL 영화 잘 찍는 감독과 연기 잘하는 배우의 랑데뷰.
SUCK 80년대의 '정의사회구현'을 연상케 하는 '설경구 검사'의 강직함.
레모니 스니켓의 위험한 대결
감독: 브래드 실버링 출연: 짐 캐리, 메릴 스트립, 주드 로, 에밀리 브라우닝 개봉: 1월 27일
스토리
갑작스런 화재로 부모님과 집을 한꺼번에 잃은 보들레르가의 세 남매 바이올렛, 클로스, 써니. 그들 앞에 '겁나먼' 친척 올라프 백작이 후견인으로 나타난다. 그는 아이들이 엄청난 유산을 상속받았지만 성인이 되기 전에는 한 푼도 사용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이용해 유산을 노리는 악당. 목적 달성을 위해 온갖 비열한 방법을 서슴치 않는 올라프로부터 도망친 아이들은 파충류학자 몽고메리 삼촌과 박식한 조세핀 숙모의 집을 전전하게 된다. 이에 올라프 백작은 포기하지 않고 다른 사람으로 계속해서 변장해가며 세 남매를 위협한다. 하지만 특별한 재능을 가진 세 남매는 남다른 지혜로 올라프의 마수로부터 빠져나간다.
포인트
<레모니 스니켓의 위험한 대결>은 일견 <해리 포터> 시리즈의 아류처럼 보이지만, 실은 원작 [레모니 스니켓] 시리즈는 [해리 포터] 시리즈의 기록을 초월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이다. 하지만 여전히 상대적으로 낮은 지명도 탓에 영화에서 관심을 끄는 것은 팀 버튼의 영화를 연상케 하는 기묘하고 동화적인 배경과 그 안을 (말그대로) 휘젓는 짐 캐리의 연기일 수밖에 없다. 분장 안 한 상태에서도 한 것 같은 표정연기를 해내는 짐 캐리는 동화적 분장과 개성적인 캐릭터의 결합으로 인해 영화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이 된다. 또 명배우 메릴 스트립과 더스틴 호프만의 깜짝 출연과 요즘 극장가를 지배하는(?) 쥬드 로가 목소리로 레모니 스니켓을 연기해 이목을 끈다.
COOL <비틀 주스>의 무대에서 <나홀로 집에>의 아이들이 펼치는 모험담.
SUCK 동화임을 감안해도 과한 짐 캐리의 오버연기.
B형 남자친구
감독: 최석원 출연: 이동건, 한지혜, 정려원, 신이 개봉: 2월 3일
스토리
하미(한지혜)는 운명 같은 사랑을 믿는 여대생. 친구에게 보낼 문자의 전화번호를 잘못 눌러 만나게 된 영빈(이동건)을 보고 드디어 운명의 상대를 만난 듯 들뜨게 된다. 영빈도 하미에게 적극적인 애정공세를 하며 다가서지만 영빈의 혈액형이 B형이라는 것이 못내 마음에 걸린다. 그러나 영빈의 거부할 수 없는 매력에 넘어가 버린 하미는 다양한 이벤트로 하미를 행복하게 만들어준다. 대학생 신분으로 벤처사업을 하고 있다는 영빈은 찜질방에서 기거하면서도 차는 외제차를 끌고 다니고, 돈에 쪼들리면서도 옷차림 하나는 끝내주는 한마디로 폼생폼사 B형 남자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기적이고, 쪼잔 하며, 엽기적인 행각을 일삼는 영빈에게 상처받은 하미는 그와 결별을 결심하고 뒤늦게 사랑을 깨달은 영빈은 그녀의 마음을 돌이키려고 노력한다.
포인트
혈액형으로 사람의 성격을 파악하는 걸 좋아하는 우리나라 특유의 정서에 기댄 < B형 남자친구 >. 여자들에게 악명 높은 전형적인 B형의 특성들을 모두 모아 놓은 듯한 영빈이라는 캐릭터를 내세워 시의성 높은 웃음과 아픔을 선사한다. 하지만 중반부 이후에는 혈액형별 성격 파악하기라는 선입견에 대한 전복을 시도하기도 해 아이러니컬함이 보이기도 한다. 세련된 에피소드와 가볍게 웃을 수 있는 유머감각들이 돋보여 ‘심각하고’ ‘진지한’ 영화에는 관심 없는 사람들이라면 이동건과 한지혜 커플이 선사하는 알콩 달콩 사랑이야기에 미소가 번질 영화.
COOL 이동건과 영빈이라는 캐릭터의 완벽한 밀착으로 극대화 되는 감정이입.
SUCK 드라마로 만들었으면 차라리 나았을 것 같은 너무나 작은 영화.
콘스탄틴
감독: 프란시스 로렌스 출연: 키아누 리브스, 레이첼 와이즈, 시아 라보프 개봉: 2월 8일
스토리
인간의 형상을 한 혼혈 천사와 혼혈 악마가 존재하는 세상. 태생적으로 그들을 구분하는 능력을 가진 존 콘스탄틴(키아누 리브스)은 자신의 능력을 저주하며 자살을 시도하지만 실패하고 만다. 다시 살아난 그는 지옥으로 가게 되어 있는 자신의 운명을 바꾸기 위해 천국과 지옥의 경계를 넘나들며 세상에 존재하는 악을 처치하기 위해 나선다. 전투의 목적이 천국행 티켓에 있기에 그에게 성스러운 사명감 따윈 없다. 술, 담배에 쩔어 살면서 계속되는 전투에 지쳐가는 콘스탄틴. 어느날 L.A 강력계 형사 안젤라(레이첼 와이즈)가 찾아와 도움을 요청하고, 두 사람은 사건을 파헤칠수록 거대한 어둠의 힘 속으로 빨려들게 된다.
포인트
<콘스탄틴>은 슈퍼맨과 배트맨을 탄생시킨 DC코믹스 [헬블레이저]를 원작으로 한 영화인 만큼 일군의 초인 시리즈들이 보여주는 독특한 상상력과 최첨단 특수효과가 기대되는 작품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것은 역시 <매트릭스> 이후 두문불출했던 '더 원(The One)', 키아누 리브스의 출연. 진짜 세상과 매트릭스 세계를 위해 장렬히 산화했던 <매트릭스>의 순교자 키아누 리브스는 <콘스탄틴>에서는 성스러움을 떨쳐버리고 안티 히어로로 다시 태어난다. 하지만 지옥행 급행열차에서 탈출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행을 해야 하는 얄궂은 운명의 '콘스탄틴' 혹은 '어나더 네오'는 여전히 인류를 위해 세상을 구원하는 고독한 영웅이다. 초현실적인 세계를 오가는 평범한(?) 영웅과 기묘한 이미지의 혼혈 악마, 혼혈 천사의 대비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COOL 여전히 양쪽 길을 놓고 갈등하는 영웅의 내키지 않는 활약.
SUCK <블레이드> <반헬싱> <헬보이>.. 경계에 걸친 반 영웅의 답습.
그때 그사람들
감독: 임상수 출연: 한석규, 백윤식, 김응수, 송재호, 윤여정 개봉: 2월 3일
스토리
중앙정보부 주과장(한석규)은 대통령과 함게 잠자리를 했다는 이유로 청와대까지 찾아와 청와대 안주인 역할을 하려고 하는 모녀를 처리하느라 짜증이 나 있는 상태. 한편 헬기에 자리 없다고 대통령과의 행사에 함께 가지 못하고 병원을 찾은 중앙정보부 김부장(백윤식)은 주치의(임상수)로부터 건강이 안 좋으니 잠시 쉬라는 권유를 받는다. 대통령의 만찬 소식을 전해 듣고 수행비서 민대령(김응수)과 함께 궁정동으로 향하는 김 부장은 오늘따라 더 심한 경호실장의 안하무인스런 태도에 짜증이 북받쳐 살의를 느낀다.
포인트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살해된 사건이라는 민감한 소재 탓에 박지만씨와 소송까지 하게 된 <그때 그사람들>. 임상수 감독은 ‘대통령 암살’이라는 주된 사건보다는 상명하복이라는 군사문화 속에서 영문도 모른 채, 암살계획에 동조하고 죽어간 이름 없는 서민들의 허망한 죽음에 초점을 맞추려고 노력한다. 이제 환갑을 넘긴 백윤식이 ‘민주주의’라는 대의가 아닌 어쩌면 순간 억누르지 못하는 사사로운 감정으로 대통령까지 암살하게 된 심리를 능글맞게 연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한석규 역시 이제 완전히 고뇌하는 지식인 캐릭터에서 벗어나 시니컬하고 단순무식한 주과장 역을 훌륭히 소화해 내고 있다.
COOL 백윤식, 한석규부터 술자리에 합석한 나일론 대학생 조은지까지. 당시 군사정치의 억눌린 사회분위기를 환기시키는 듯한 살아 움직이는 캐릭터 묘사.
SUCK 너무 많은 인물들에게 인간성을 부여해 산만해진 구성과 조롱으로만 일관된 역사의 재해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