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 형제의 ‘묻지 마’ 여행
다즐링 주식회사 / The Darjeeling Limited, 2007
STAFF 감독ㆍ웨스 앤더슨 | 제작ㆍ스티븐 랄스 | 촬영ㆍ로버트 D. 예먼
CAST 프랜시스ㆍ오웬 윌슨 | 피터ㆍ애드리언 브로디 | 잭ㆍ제이슨 슈워츠먼

마치 프랑스 코미디 영화를 보는 듯하다.
차분하면서도 인간의 행태를 은근히 꼬집으며 유발하는 웃음과 진지한 삶에 대한 성찰을코미디로 포장한 이 영화는 미국 영화.
웨스 앤더슨의 유머는 평범한 듯하면서 독특하다.
굳이 머리를 굴리면서 이해하려 하지 않아도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코드는 쉽게 익숙해진다.

웨스 앤더슨 감독의 '다즐링 주식회사'는 베니스 영화제에서 소개됐으며 올해 뉴욕 영화제 개막작,
런던 영화제 폐막작으로 선보인 일명 '영화제용 영화'다.
일부러 찾아서 보면 결코 실망하지 않을 영화라는 뜻.

앤더슨 감독과 자주 호흡을 맞추는 오언 윌슨이 이번에도 출연하며 애드리언 브로디, 제이슨 슈와츠먼, 앤젤리카 휴스턴 등이 뭉쳤다.
앤더슨 감독은 '러시모어' '로얄 테넌바움' '스티브 지소와의 해저생활' 등 독특하고 재기발랄한 작품을 선보이며
상업영화와는 한 발짝 떨어진 비주류 영화에서 두각을 보여왔다.

SYNOPSIS
맏형 프랜시스는 오토바이 사고로 죽음의 순간을 맛본 후 1년 동안 말도 하지 않고 지내던 두 동생에게 여행을 제안한다.
명목은 아버지의 장례식에도 오지 않은 어머니를 찾아가는 것.
하지만 프랜시스는 이번 여행을 계기로 형제간의 우애가 돈독해지길 바란다.
하지만 서로 너무도 다른 세 형제의 여행이 순탄치만은 않다.
1년 동안 만나지 않았던 세 명의 미국인 형제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들의 성격을 통해 삶을 대하는 갖가지 태도를 훔쳐볼 수 있으며,
맥없이 철로를 벗어나 길을 잃어버리는 기차는 때로 전혀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인생의 단면을 생각하게 한다.

PREVIEW
웨스 앤더슨이 신작을 들고 돌아왔다. <로얄 테넌바움>의 연장선에서 이번에도 가족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여전히 단순한 내러티브는 관객에게 그다지 친절하지 못하고 캐릭터들은 산만하기 그지없다.
또한 열차를 타고 인도를 횡단하는 세 형제의 여정을 따라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보겠다는 거창한 주제 의식도 엿보인다.
내러티브는 일반적으로 로드무비가 가지는 전형성을 그대로 따라간다.
개성 있는 세 명의 주인공, 그 사이에 끼어드는 여러 가지 에피소드, 그 때문에 벌어지는 인물 사이의 불화,
그리고 이어지는 화해 모드까지….
하지만 감독은 언제나 그렇듯이 이 단순한 구성 속에 자신만의 독특한 화법을 가미해 새로운 형태의 작품을 만들어낸다.
내러티브의 단순함을 개성 넘치는 캐릭터로 채우고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시퀀스를 독특한 구성으로 조합한다.
그리고 시종일관 즐거움을 안겨주는 유머가 작렬한다.
그런 측면에서 굳이 제목이 주는 뉘앙스와 연관시키자면 <다즐링 주식회사>는 ‘범상치 않은 웃음을 생산하는 회사’ 정도로
표현해도 괜찮을 것 같다.

영화는 오프닝부터 기발한 발상을 선보인다.
오프닝 타이틀이 떠오르면 뜬금없이 ‘Short Film’이란 자막과 함께 단편 <호텔 슈발리에>가 나온다.
단편영화는 아무런 사전 지식도 제공하지 않고 불친절한 내러티브로 일관한다.
그리고 본편이 시작되고 나서야 이것이 막내 잭(제이슨 슈워츠먼)의 소설에 나오는 내용을 보여준 것임을 알게 해준다.
그제야 비로소 관객은 이 또한 감독이 보여주는 유머 코드였음을 깨닫게 된다.
이처럼 영화는 빤한 구조의 내러티브를 가지면서도 불균형한 시퀀스의 조합을 통해 일반적인 흐름에서 벗어난다.
기본적으로는 정형적인 장르의 틀을 유지하며 슬랩스틱 형태의 지극히 고전적인 유머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이 안에는 새로움이 공존한다. 그와 마찬가지로 영화 속에는 갖가지 장치들이 놓여 있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과잉된 것처럼 느껴지진 않는다.
이미 잘 닦인 지반 위에 자신만의 형태가 살아 있는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 가는 것.
그렇게 견고한 지반이 있기에 새로움이 거부감 없이 다가오게 하는 그것이 바로 웨스 앤더슨의 매력이다.

시끌벅적한 코미디가 아닌 상황과 캐릭터가 만들어낸 웃음이 자연스럽다.
어른이 돼서도 인생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던 형제가 조금씩 삶의 진정성에 눈을 떠가는 과정이 흐뭇하다.

TIP. 영화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호텔 슈발리에'라는 제목의 12분짜리 단편이 소개된다.
잭과 잭의 여자친구, 단 두 명만 등장하는데 여자친구가 나탈리 포트만이다. 그는 과감히 누드를 선보인다.
첫댓글 최고예요~ '미스리틀선샤인'을 잇는 감동의 가족영화. 어쩌면 늙은 남자들의 성장영화로도 볼 수 있죠~ㅎㅎ 부산국도극장에서 봤던 기억이 새록~새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