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정한 표준주택 기초로 지자체, 개별공시가 정하는데 매년 낮추다 올해는 '불구경' 용산구는 되레 1.3%P 올라
제주·서초만 "재조사" 요구
개별주택공시가격 기준 고가 단독주택들이 몰려 있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주택가 전경. [매경DB]
공동주택(아파트)공시가격 급등에 이어 서울 주요 자치구들 개별주택공시가격이 두 자릿수 인상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19일부터 지방자치단체들이 개별주택공시가격을 공개하고 의견 수렴 절차를 시작했는데 정부가 제시한 표준 단독주택(표준주택)공시가격 인상률보다 더 높게 나타난 것이다. 개별주택공시가격은 국토교통부의 표준주택공시가격을 기반으로 각 지자체가 주택 특성과 현황을 비교해 결정한다.
과거에는 자치단체장들이 정부에 맞서 개별주택공시가격을 표준주택공시가격보다 낮게 책정하기도 했지만 정부가 올해 이 폭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우면서 지자체장들은 주택가격의 상승폭 조정 권한이 대폭 축소됐다. 이에 따라 일부 지자체장은 국토부의 표준주택 가격 산정에 오류가 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19일 매일경제가 서울 주요 자치구 개별주택공시가격 인상률 평균을 조사한 결과 대부분 두 자릿수 인상률을 기록했다. 특히 정부가 제시한 표준주택 인상률보다 더 높은 개별주택 인상률을 결정한 자치구가 대부분이었다. 가장 공시가격이 많이 상승한 자치구는 용산구로 13.1%였다. 표준주택 인상률 11.8%보다 1.3%포인트 높은 수치다. 용산구 관계자는 "표준주택 가격을 기반으로 해 인접 지역 개별주택공시가격을 매기는데 고급 주택이 몰린 곳 영향이 있었다"며 "표준주택공시가격이 오르다보니 개별주택공시가격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서초구는 12.7% 상승률을 기록했다. 자치구들 중에서는 드물게 표준주택공시가격 인상률과 개별주택공시가격 인상률이 같았다.
송파구와 성동구는 표준주택공시가격보다 개별주택공시가격 인상률이 낮았다. 성동구 관계자는 "멸실이나 용도변경 등으로 인해 차이가 발생했다"며 "원래는 주택이었다가 다른 용도로 변경된 건물은 집계에서 빠졌는데 이런 영향으로 개별주택공시가격 인상률이 다소 낮아졌다"고 말했다.
단독주택 가격은 지방세인 재산세, 취득세, 등록세와 국세인 종합부동산세 등 과세 자료로 활용되기 때문에 공시가격이 오르면 소유자의 세 부담 증가가 불가피하다. 때문에 지자체장들은 그동안 자치구 주민들 불만을 우려해 표준주택공시가격보다 개별주택공시가격을 낮추는 경향성을 보여왔는데 이번에 각 자치구가 공개한 인상률은 국토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서울의 올해 표준주택공시가격 인상률인 10.13%와 유사한 수치다. 오히려 표준주택공시가격보다 개별주택공시가격이 더 오른 자치구도 많아 지자체가 중앙정부에 완패를 당한 모양새다.
이렇게 된 이유는 정부가 올해부터 지자체들의 '공시가격 신뢰성 지표'를 만들어 시도별로 점수화하고, 이를 정부합동평가에 반영하는 등의 조치 때문이다. 정부합동평가에 따라 지자체에 주는 특별교부세가 많아지거나 적어질 수 있다. 이런 조치는 '지자체들이 산정한 개별 공시가격에선 땅값이 같은 땅과 주택의 합한 가격보다 비싼 '역전 현상' 등을 시정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무리한 공시가격 인상을 지자체에 강제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로 제주도는 표준주택 선정을 둘러싸고 국토부와 연일 다툼을 벌이는 중이다. 서울 서초구 역시 국토부의 공시가 인상 근거 등이 부실하다고 주장하며 전면 재조사를 제안한 상태다.
18일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현장 조사를 철저히 하지 않고 공부(公簿)에 의존한 채 선정된 표준주택공시가격은 부실하게 조사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런 부실 조사로 공시가격을 산정하면서 표준주택가격 조사·산정 수수료 118억원을 국민 세금으로 받는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지자체에 표준주택가격 조사·산정 권한을 이양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