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책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사피엔스 종의 진화와 번영, 그리고 미래에 대한 글쓴이의 통찰력에 감동하면서 읽은 책이다. 하루에 제 앞가림 하기도 바빠하며 살아간 동물 종 중 하나였던 사피엔스가 '언어'(혹은 뒷담화)를 통해 결속력을 갖게 되고, 그러한 결속력이 한 부족을 넘어 나라로 발전하게 된 것은 '상상력' 덕분이었다. 볼 수 없고 심지어 존재하지 않은 것을 믿어내는 인간의 능력인 상상력은 화폐, 종교, 제국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농업혁명을 통해 능동적인 개체가 된 (동시에 자신을 땅에 구속시켜버린) 사피엔스는 그들의 번영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과학혁명을 지나게 된다. 우리가 신성시하는 과학은 우리가 멸시하는 제국주의의 산물이다. 그 전에는 막연한 믿음을 통해 세계를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반면, 과학혁명의 시기에 인간은 모름을 인정하는 것 부터 시작했다. 그들은 저 바다 건너 있는 것이 무엇인지 몰랐고, 그것을 알아야한다는 생각으로 신세계 탐험을 시작했다. 단순한 여행과는 다른 것이, 탐험 배에는 선장뿐만 아니라, 지리학자, 언어학자, 생물학자 등 그 땅을 철저히 이해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다. 이런 의지는 제국주의의 탄탄한 기반을 마련해주었다. 오늘날은 제국주의의 연장선이다. 하지만 그 제국주의의 경계가 국가가 아닌 '지구'가 되었다. 우리는 제국주의와 그에 따른 과학의 발전으로 현재 이례없는 번영을 누리고 있다. 더이상 국가가 아닌 '소비'가 공동체의 중심에 서있다. 비슷한 가치관과 소비 패턴을 가진 사람끼리 모이고 공유하게 되었다. 마지막 장에서 글쓴이는 행복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의 물질세계는 지수적으로 급증하는데, 우리는 그와 비례해서 행복해졌을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나는 예전에 원주민이 살았던것 처럼 하고 살지는 못하니 지금의 내가 더 행복하다 라는 것은 현재의 기대를 과거의 상태에 끼워맞추는 오류이다. 우리의 물질적 부가 팽창한만큼 못지않게 우리의 기대도 커졌다. 객관적인 잣대보다 주관적인 욕구에 집중하라는 문화 신조도 (우리나라에 만연한..) 결국은 우리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근본적인 답은 되지 못한다. 결국 외적인 욕구도 내적인 욕구도 모두 변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무엇으로부터도 구속되지 않는 것이 행복에 대한 힌트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인간은 어디를 향해 가는가? 글쓴이의 결론은 매우 흥미롭다. 사피엔스는 멸종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멸종을 하게 되는 가능한 이유는 두가지이다. 첫째는 우리는 너무나도 생태계의 질서를 망가뜨려왔기 때문에, 조절능력을 상실하게 되어 오는 생태계의 반작용으로 부터 멸종될 수도 있다. 두번째 시나리오는, 영원을 꿈꾸는 인간의 꿈이 실현되어 사이보그로 살아가는 것이다. 이는 마치 사피엔스가 영생을 얻은것 같지만 이 꿈이 실현되면 사피엔스는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전혀 다른 종이 생겨나게 된 것이다. 작가는 사피엔스에게 어떤 존재가 되고싶은지 보다, 무엇을 원하는지를 생각해볼 것을 권한다. 우연과 무책임에 종의 미래를 내던지는 것보다, 의식적인 역사의 흐름을 주도하는 책임감을 일깨워주려는게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좋은 구절: 그러면 왜 역사를 연구하는가? 물리학이나 경제학과 달리, 역사는 정확한 예측을 하는 수단이 아니다. 역사를 연구하는 것은 미래를 알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서다. 우리의 현재 상항이 자연스러운 것도 필연적인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하기 위해서다. 그 결고 우리 앞에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더 많은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다.
첫댓글 오..뜨거운 여름만큼 뜨거운 독서열이십니다. 화이팅!!!
ㅎㅎ 책읽는 것만큼 저에게 깊은 깨달음과 마음의 안정감을 주는 시간도 없는 것 같습니다. 방학이라서 그래도 책읽을 시간이 나서 좋네요~! 화이팅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