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바위 정면 우측 크랙 초등기
취재 후 며칠 뒤, 울산바위 정면 우측 크랙(비너스) 개척자인 유기수 선배를 만나 개척과 등반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정면 우측 크랙은 1974년 8월 5일, 유기수, 박일환 선배가 하루 만에 개척한 루트다. 유기수 선배의 말에 따르면, 당시 전 피치를 통틀어 7개의 볼트를 사용했고, 대형 봉봉하켄을 떨어트려 인공등반 볼트따기를 해야 하는 구간을 제외하고 대부분 자유등반으로 오른 후 확보물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루트를 개척했다고 한다. 또한, 당시 개척은 5시간을 예상했으나 15시간이 소요되었으며, 개척 당일 로프가 바람에 날릴 만큼의 강풍이 불었다고 한다. <에코클럽 60년사>의 루트 개척기에는 아래와 같이 적혀 있다.
“바람이 점점 더 불어 래더가 중력을 무시하고 옆으로 날아 수평이 되었다. ‘날씨가 좋아 등반이 성공적이었다’는 말을 종종 하는데, 우리는 그 말에 반대다. 극한 상황을 요구하여 거기에 우리를 몰입시켜 등반의 어려움을 찾는 걸 좋아한다. “무모한 행위”라고 비난의 대상이 될지도 모르지만, 우리나라 산의 스케일로 봤을 때 그런 조건이나마 가산되어야 외국 산의 좋은 기상 조건에서의 등반을 조금이나마 따를 수 있다고 생각해왔다.”
46년 전의 등반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유기수 선배와의 대화는 내내 공감되었고, 고개가 숙여졌다. 그리고 필자는 유기수 선배에게 부끄러운 마음으로 정면 우측 크랙의 현재 루트 상태를 전달했다. 유기수 선배는 개척자로서 아쉬운 마음을 내비쳤고, 과도한 볼트 설치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며, 루트 보존의 중요성에 대해 피력했다.
“초등자와 이후에 등반하는 사람이 여러모로 같은 조건일 수 없지만, 현재 본인의 실력으로 오를 수 없는 루트라면, 다른 곳에서 연습해서 다시 도전하는 것이 진정한 등반이 아니겠는가!”
3시간 동안 이어진 대선배님과의 짧은 만남은 현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필자의 등반을 돌아보고 반성하게 만드는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73세의 현역 등반가인 유기수 선배를 만나 큰 영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