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단체 공동성명서] 호반 퍼시픽랜드는 수입 돌고래를 위한 바다쉼터 마련에 나서라
호반그룹이 소유한 돌고래 감금시설 퍼시픽랜드가 2021년 12월 31일 드디어 공식적으로 돌고래 쇼 사업을 중단했다. 한국의 돌고래쇼 종식이 코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제주도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내 위치한 퍼시픽랜드는 서울대공원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로 돌고래 공연을 시작한 곳으로 1986년 개장 이후 36년간 반생명적인 동물 착취 쇼를 지속해왔으며, 돌고래들에게는 지옥처럼 끔찍한 곳이었다. 퍼시픽랜드는 돌고래 반입 비용 절감을 위해 계속해서 수족관내 자체번식을 시도했고, 어미 돌고래들은 출산 직후 쇼에 동원되어야 했다. 훈련되지 않은 새끼와 어미를 함께 쇼에 동원시키는 과정에서 어미 돌고래가 콘크리트 바닥에 떨어져 숨지는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으며, 더 이상 쇼에 이용할 수 없는 돌고래들은 제주바다에 무단 유기되었다. 뿐만 아니라 퍼시픽랜드는 20여 년간 제주 바다에서 불법으로 포획된 남방큰돌고래들을 이용해 비윤리적인 동물쇼에 동원해오다 법원으로부터 유죄 판결을 받고 돌고래들이 몰수되기도 하였다.
현재 퍼시픽랜드에 갇혀 있는 돌고래는 2005년 제주 바다에서 불법 포획된 제주 남방큰돌고래 비봉이를 비롯해 일본에서 수입된 큰돌고래 태지와 아랑이 총 세 명이며, 호반그룹은 지난해 말 세 돌고래를 방류하겠다고 발표했다. 호반그룹의 돌고래쇼 사업 중단과 돌고래 방류 발표는 시대흐름에 걸맞은 의미 있는 결정이다. 우리는 호반그룹의 이러한 결정은 단순히 호텔건설 부지 마련을 위한 것이 아니라 36년간 퍼시픽랜드 수조에 갇혀 죽어간 돌고래들에게 사과하고 남아있는 돌고래들의 생존과 복지를 위해 노력을 기울이기 위함이라 믿는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호반의 돌고래 방류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수족관 감금 돌고래의 야생방류 성공을 좌우하는 것은 야생 무리와의 결합 여부이다. 제주 바다가 고향인 남방큰돌고래 비봉이는 야생 돌고래들이 자주 관찰되는 곳 일대에 야생적응훈련장을 마련해 충분한 훈련기간을 갖고 GPS 추적장치를 달아 방류한다면 야생 무리와 결합하는데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일본에서 수입해온 큰돌고래 태지와 아랑이의 경우 원서식처 방류가 어려우며 야생 무리 결합을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돌고래들이 원래 살던 곳과 현재 감금되어 있는 지역이 다를 경우 즉 해외 수입 돌고래의 경우 야생방류는 매우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이뤄져야 하며, 바다쉼터 조성 등 다른 가능성이 전혀 없을 때 마지막 대안으로 추구해야 한다. 경비절감과 책임회피를 위해 돌고래들을 다른 감금시설로 이송하는 것도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
호반그룹은 일본에서 수입된 큰돌고래 태지와 아랑이를 야생무리 결합이 어려운 한반도 해역에 방류하는 것 외에 국내 해역에 바다쉼터 마련 등 돌고래들의 생존을 위한 최선의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한다. 이미 많은 기업들이 수족관 감금동물들을 위해 바다쉼터를 조성하고 있으며 다국적기업인 멀린엔터테인먼트사는 시민단체 및 전문가들과 협력해 일종의 신탁회사를 만든 뒤 아이슬란드에 흰고래 벨루가 바다쉼터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캐나다에서 추진되는 고래류 바다쉼터 프로젝트 또한 여러 기업의 후원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런 국제적 흐름에 발맞춰 호반그룹 역시 돌고래들의 생존이 불투명한 야생방류보다 바다쉼터 조성에 대해 먼저 검토하고 조속히 추진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호반그룹이 말하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미래’에 지금까지 동물쇼로 고통 받고 죽음에 내몰려온 퍼시픽랜드 돌고래들과의 공존이 포함되길 희망하며 다음과 같이 촉구한다.
-호반은 불법 포획한 제주 남방큰돌고래 비봉이를 제주바다로 방류하라!
-호반은 수입 돌고래 태지와 아랑이를 위해 '돌고래 바다쉼터'를 조속히 조성하라!
2022년 2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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