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려줄 사람이 없다
그런데 이 높은 의술을 전수해 주려하니 사람이 없단다.
육경신 수련을 사람들에게 지도해 보니 생명 거는 놈이 없단다.
130여명을 지도해봤는데, 모두 졸아버렸단다.
충남 논산에 있는 금강대학교의 권박사는 논산에 있는 집에서 육경신 수련을 하고 선생님은 서울 자택에서 앉아서 지켜보는데, 권박사가 졸면 선생님이 전화로 야단을 치셨다고 한다.
공간을 뛰어넘어 혜안으로 보고 앉아 계신 것이다.
배우려고 찾아오는 사람도 없었단다. 아드님이 한의사지만, 선생님의 의술이 어려우니 이어받으려고 하지 않는단다.
102살의 연세인데도 아직 물려줄 사람을 못 만나셨다는 선생님의 말씀에 약간의 쓸쓸함이 배어든다. 이 땅의 민중의술을 뿌리째 말살하려 시도해 온 제국주의자(일본, 서양)들과 그 앞잡이들(양의사, 한의사, 보건의료관료, 정치인)의 노력이 얼마나 성공해 왔는지, 증명되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우리 민족의술은 본래 이렇게 심신수련을 통하여 우주자연의 이치를 깨친 고답적인 지혜의 경지에서 탄생한 것인데, 그것을 서양식 지식교육 위주로 하는 학교에서 가르치려고 드니 제대로 될 턱이 없다.
그런데 세상은 이를 모르고 서양식이 좋은 줄 알고 한의과대학 교육도 모조리 서양식으로 한다. 그 결과 이 나라 민족의술의 정맥은 거의 끊어지고 말았다.
서양의 의료제국주의자들이 노린 것이 바로 이것이다. ‘한국의 무서운 토착의술을 죽여라, 그것을 살려두면 전 세계를 제패할 것이니...’ 천지도 모르는 무지랭이들이 이 나라 의료제도를 주물럭거리면서 다 죽여 놓았다.
우리 의술의 명맥을 겨우 잇고 있는 것이 선생님처럼 초야에 묻혀 있는 어른들이다. 그나마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모른다.
만약 앞으로라도 제자가 되겠다고 찾아오는 사람이 있으면 받아들이실 거냐고 여쭸더니, 뜻밖의 말씀을 하신다.
“대단히 총명해야 돼” 하는 말씀은 고답적인 의술이므로 당연한 자격요건이라고 할 것이지만, 그 다음 말씀이 신기하다.
“엄지손가락을 힘껏 치켜세웠을 때 손가락 끝마디 모양이 뱀대가리처럼 삼각형이 되어야 하고 뒤로 제껴지는 사람이라야 해.”어째서 그러냐고 다시 여쭈었다.
“뱀대가리의 속성이 뭐야. 씹지 않고도 모든 것을 삼켜서 소화시켜버리잖아. 이런 손가락을 가진 사람이 아니면 안 돼. 그래야 의술을 할 수 있어.”
이 말씀에 들은 비의(秘義)는 무엇일까? 모든 것을 단번에 삼킬 수 있는 넓은 마음과 통찰력과 정신을 의미하는 것일까? 곰삭여 볼 일이다.
또 하나 조건이 있다.
몸이 바른 사람이어야 한단다. 허리를 세우고 서너 시간은 꼿꼿하게 앉아 있을 수 있어야 한다. 허리가 아프다거나, 다리가 아프다거나 하면서 몸을 뒤트는 사람은 자격이 없다고 한다. 먼저 자기 몸이 발라야 한다는 말씀이라면서 바를 정(正) 자를 강조하신다.
그런데 물려주더라도 천기누설을 하면 안 되는 것이 있다고 하신다. 그런 것은 절대로 가르쳐 줄 수 없고, 자식에게도 물려줄 수 없다고 한다. 하늘은 궁극의 문은 스스로 깨달으려고 애쓰는 자에게만 열어준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면서 선생님은 병이 생긴 이유와 ‘반대로 하면’ 8할의 병은 치료된다고 간단한 원리 하나를 알려주신다.
예컨대, 밥 먹고 체했으면 밥을 태워서 그 가루를 먹으면 되고,
돼지고기 먹고 체했으면 돼지고기를 태워서 먹는 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