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청에서 7Km, 약 17분정도 거리에 있는 황등면은 면적의 78%가 평야지로 채석장 6개소와 석재가공공장 75개소가 있어 질 좋은 화강암 석재생산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곳이 강원도 평창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만큼이나 애착이 가는 곳으로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목포-서울행 완행열차가 익산역을 통과하기 위해 연착하며 쉬어가는 간이 황등역은
70년대 대한민국 최고의 가수왕으로 알려진 나훈아(67)씨의 히트곡 ‘고향역’이 배경으로 작곡된 곳이다. 당시 삼기면에 살던 작곡가 임종수 선생은 황등역에서 열차를 타고 익산으로 다니던 학창시절을 회상하며 이 곡을 만들었었다. 한양천리를 이어주던 ‘황등역’은 현재 여객수송이 폐쇄되고 물류기지로만 사용되고 있어서 전설처럼 잊혀지고 있다. 자치단체마다 테마 꺼리를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으면서도 이를 살리지 못해 안타깝다. 황등역과 같은 말로를 걷는 것은 5일마다 어김없이 열리는 ‘황등풍물시장’도 매 한가지. 농촌까지 파고드는 기업형 슈퍼마켓과 자가운전 영향 등으로 풍물시장 역시 퇴락하고 있다.
시골 장날은 북적거리며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이 제 맛이었다.
새벽부터 열렸던 황등장이 지금은 8시 무렵이나 전을 벌리기 시작해서 점심나절이면 파장이다. 지정장소가 없는 좌판이 일찍 나와야 목 좋은 자리를 잡을 수 있는 것은 옛 말이 되었다. 전문 장꾼도 자취를 감췄고 삼기, 삼라, 서수, 성당 등 인근 각 지에서 몰려들던 사람들의 발걸음도 끊긴지 오래다. 드문드문 눈에 띄는 좌판은 상품만 진열되어 있고 주인마저 더위를 피해 자리를 지키지 않는다. 그래도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곳이 있다. 황등시장 통 ‘ㅅㅈ비빔밥’집이다. 숟가락을 세워도 넘어지지 않을 만큼 푸짐한 6천원짜리 선지국밥을 먹으려면 12시 이전에 가야 자리를 잡을 수 있다. 예전 같지는 않아도 익산은 물론이고 타 지역에서도 입소문으로 찾아와 평일에도 문전성시를 이룬다. 기자의 식탁에도 국밥이 나왔는데 숟가락이 제삿밥처럼 세워서 내왔다. 방송사마다 소개될 만큼 유명세를 타면서도 식당안 어디에도 그 흔적이 없는 것도 별나다. 황등시장은 ‘황딩이비빔밥’으로 소문난 집이 더러 있다. “이곳 비빔밥은 비벼서 나오는 것이 특색인데 우시장과 석재산업이 활발했던 당시 빨리 먹기 위해 비빔밥을 비벼서 내오게 되었고 국밥에 숟가락을 꽂아서 손님 앞에 놓는다.”
3대째 ‘ㅅㅈ비빔밥’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은남(여/64)씨는 “한 때는 꽤 규모 있고 내로라하는 ‘황등장’이었다”며, 지난 반세기를 그리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