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85승77패 AL 중부 2위) : 메이저리그 최하위(59승103패)로 추락한 미네소타는 부끄러웠는지 겨울에도 살금살금 움직였다. 알게 모르게 FA 선수만 21명을 데려왔다. 대부분 마이너 계약이었던 가운데 제이슨 카스트로(3년 2450만)가 가장 주요한 변화였다. 휴스턴 마지막 3년 성적이 .215 .291 .369(343경기)에 그쳤던 카스트로는 수비력에 초점을 맞춘 영입이었다. 투수로는 불펜 맷 벨라일이 1년 계약(205만)을 받았다. 벨라일은 데뷔 첫 리그 이동이었다.
캔자스시티를 만난 개막 3연전. 미네소타는 투타에서 우위를 점하고 시리즈를 싹쓸이 했다. 다음 화이트삭스전도 승리하면서 1년전과 사뭇 다른 4연승으로 출발했다(2016년 개막 9연패). 지난해 첫 51경기에서 15승을 올렸는데, 올해는 51경기 28승을 거뒀다. 28승23패는 클리블랜드에 한 경기 앞선 지구 1위였다. 6월말 클리블랜드 원정에서는 시리즈를 쓸어담고 지구 선두를 탈환했다. 하지만 이처럼 달라진 저력에도 미네소타에 대한 의구심은 사라지지 않았다. <팬그래프>는 개막 후 미네소타의 포스트시즌 진출 확률을 5%로 잡았었다. 미네소타가 포스트시즌 가능성을 남겨둔 전반기에도 확률이 15%를 넘지 못했다.
예상은 맞아 떨어지는 듯 했다. 후반기 첫 15경기에서 5승10패로 내려앉았다. 그사이 5할 승률은 무너졌고(50승53패) 순위도 지구 3위, 리그 8위까지 밀려났다. 미네소타는 7월 바톨로 콜론과 하이메 가르시아를 데려오면서 포스트시즌 경쟁 준비를 갖췄다. 하지만 성적이 급변하자 재빨리 가르시아를 양키스에 넘겼고, 마무리 브랜든 킨즐러까지 워싱턴에 보냈다(가르시아는 한 경기 등판). 마음 속에 포스트시즌을 지웠는데, 눈 앞에 포스트시즌이 다시 다가왔다. 8월 막강 화력을 앞세워 20승10패로 치고 올라온 것. 20승은 8월 메이저리그 최다승, 177득점은 아메리칸리그 최다득점이었다. 9월에 5할 승률을 사수한 미네소타는 9월28일 와일드카드 2위를 확정지었다. 클리블랜드에 패하면서 자력으로 결정하지 못했지만, 같은 지구 화이트삭스가 에인절스를 잡아주면서 미네소타의 와일드카드 확보를 도왔다. 2010년 이후 첫 포스트시즌 진출. 이전해 100패 팀이 다음시즌 포스트시즌에 오른 것은 메이저리그 역사상 처음있는 일이었다.
오랜만에 올라간 포스트시즌. 운명의 장난처럼 양키스를 만났다. 양키스는 미네소타 포스트시즌 통산 패배의 31%를 담당한 미네소타 천적이다(12/39). 1회초 홈런 두 방으로 먼저 석 점을 냈지만, 선발 어빈 산타나가 1회말 동점 스리런 홈런을 허용했다. 초반부터 벌어진 점수 공방전은 경기 중반 양키스 쪽으로 무게중심이 기울었다. 4회말 애런 저지의 투런포가 분위기를 가지고 왔다. 미네소타는 산타나가 2이닝 4실점으로 부진한 데 이어 두 번째 투수 호세 베리오스도 3이닝 3실점으로 흔들렸다. 사실상 불펜 싸움에서 양키스를 넘지 못했다(양키스 8.2이닝 1실점 미네소타 6이닝 4실점). 2004년 디비전시리즈 2차전 이후 포스트시즌 양키스전 10연패. 미네소타가 포스트시즌 첫 라운드를 통과한 것은 2002년이 마지막이다.
Good : 그 누가 방망이를 믿지 말라고 했던가. 구단조차 기대를 접었던 상황에서 팀의 산소 호흡기가 되어준 것은 타선이었다. 815득점은 리그 4위이자, 2009년 817득점 이후 가장 좋은 팀 기록이다(2009년은 조 마우어가 MVP를 수상했으며, 저스틴 모어노, 마이클 커다이어, 제이슨 쿠블이 버틴 타선). 지난해 브라이언 도저만이 고군분투 했지만, 올해는 도저의 부담을 덜어주는 선수들이 대거 나타났다. 미겔 사노는 첫 40경기 .319 .439 .638(11홈런)의 눈부신 성적으로 팀 초반 상승세를 주도했다. 같은 기간 타구속도(98.2마일) 강한 타구 비율(53.7%)은 모두 메이저리그 1위. 데뷔 첫 올스타로 뽑히는 기쁨을 누렸고, 홈런 더비 결승 라운드까지 진출했다. 그러나 8월 중순 자신이 친 파울 타구에 정강이를 다쳤다. 정규시즌 마지막 시리즈에 가까스로 돌아왔지만, 와일드카드 경기는 결장(.264 .352 .507 28홈런). 결국 시즌이 끝나고 수술을 받았다.
사노가 이탈했지만 미네소타 타선은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선수들이 똘똘 뭉쳐 더 단단해졌다. 도저는 40홈런을 넘긴 지난해 장타율(.546)은 재현하지 못했다(.271 .359 .498). 홈런 수 역시 하락했는데, 메이저리그 2루수 1위에 오르기는 충분했다(34홈런). 2014년 이후 127홈런은 2위 로빈슨 카노(97개)보다 30개나 더 많은 2루수 1위다. 또한 도저는 미네소타가 반등한 8월부터 본색을 드러냈다(.314 .411 .605). 8월 이후 조정득점창조력(wRC+) 167은 리그 5번째로 뛰어난 기록이다.
미네소타는 8월 이후 wRC+ 메이저리그 1위 팀이다(116). 도저를 필두로 호르헤 폴랑코(145) 마우어(131) 벅스턴(128) 에디 로사리오(127)가 숨 막히는 타선을 구축했다. 마우어(34)가 4년만의 3할 타자로 돌아왔다(.305 .384 .417). 1루수 전향 후 비난을 피하지 못했는데, 올시즌 어느 정도 경기력을 회복했다. 8월 이후 타율 .344는 아비사일 가르시아(.382) 로렌조 케인(.348)에 이은 리그 3위. 지난 3년에 비해 변형 패스트볼(투심 커터 싱커 스플리터) 대응을 잘 해냈다(2014~16년 .283→2017년 .362). 5월6일 보스턴전에서는 통산 첫 끝내기 홈런도 터뜨려 전성기 시절 향수를 불러 일으켰다. 로사리오(.290 .328 .507)는 발사각도를 조정하고 나서 홈런 수가 급증(13→10→27개). 8월 중순 4경기 연속 홈런을 이어간 폴랑코는 마지막 39경기에서 .284 .359 .554의 슬래시 라인을 만들었다(.256 .313 .410). 9월에만 홈런 9개를 추가한 에두아르도 에스코바(.254 .309 .449)도 팀 20홈런 타자 중 한 명이었다(21홈런).

무엇보다 반가운 활약은 단연 벅스턴(사진)이다(.253 .314 .413). 2012년 드래프트 전체 2순위 출신 벅스턴은 모두가 인정한 최고 유망주였다. 파이브툴 플레이어로 '최소' 기대치가 토리 헌터. 그러나 정작 메이저리그에 올라와서는 모든 예상을 민망하게 했다. 올해도 출발은 초라했다. 7월 중순에는 마이너리그로 강등. 그 곳에서 레그킥 대신 토탭을 선택한 것이 신의 한 수가 됐다. 어머니와 토리 헌터의 조언에 힘입어 정신적으로 재무장 한 것도 큰 도움이 됐다. 헌터는 벅스턴에게 "외부에서 하는 말들을 너무 많이 들으려 하지 말고, 너의 능력을 좀더 믿어보라"는 말을 했다고. 벅스턴이 과감하게 타격폼 수정에 나선 것은 헌터의 격려 덕분이었다. 8월에 다시 승격된 벅스턴은 마지막 56경기를 .298 .342 .541(11홈런)로 끝냈다. 8월28일 토론토전에서는 4안타/3홈런/4득점을 달성한 첫 미네소타 타자가 됐다. 올 시즌 미네소타는 가장 많은 번트 안타(29)를 기록했는데, 1등공신은 메이저리그 최고 스피드를 자랑하는 벅스턴(11개)이었다.
미네소타는 지난해 팀 디펜시브런세이브(DRS)가 -49로 처참했다(ML 28위). 이 수치를 +17(ML 12위)로 바꾼 것이 또 다른 성적 상승 요인.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 선수는 다름아닌 벅스턴이다. 빠른발로 외야를 누빈 벅스턴은 중견수 DRS 1위(24). 올 시즌 메이저리그의 첫 5성급 수비(포구 확률 0~25%)를 해낸 데 이어 4성급(26~50%) 최다 26회, 2성급(76~90%)에서는 완벽한 수비율(34/34)을 자랑했다. 골드글러브 필딩바이블 중견수 수상자가 된 것은 물론 골드글러브 수상자 중에서도 으뜸인 플래티넘 골드글러브도 받았다. 미네소타는 2루수 최고 수비율(.993)을 뽐낸 도저도 골드글러브를 거머쥐었다. 반면 명품 1루 수비로 내야를 지킨 마우어(DRS 7)는 골드글러브 최종 후보에도 오르지 못해 분루를 삼켰다.
어빈 산타나는 미네소타에 필요했던 1선발 역할을 해줬다(16승8패 3.28). 5번의 완투, 3번의 완봉은 코리 클루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메이저리그 최다 기록. 여기에 200이닝까지 넘긴 미네소타 투수는 1992년 스캇 에릭슨까지 찾아가야 한다. 슬라이더가 더 날카로워진 것이 호투 비결. 슬라이더 피안타율 .162는 카를로스 카라스코(.142) 소니 그레이(.157)에 이은 리그 선발 3위에 해당한다. 산타나가 슬라이더 투수라면, 호세 베리오스는 커브 투수다(구사율 30.1%). 지난해 데뷔 첫 14경기에서 손을 쓸 수 없는 수준(3승7패 8.02)이었던 베리오스는 트리플A를 폭격(6경기 3승 1.13)하고 5월 중순에 승격됐다. 첫 8경기 7승1패 2.67 이후 남은 선발 17경기에서는 기복이 있었다(6승7패 4.68).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네소타 입장에서는 베리오스가 선발진을 지켜준 것만으로도 의미있는 소득이다. 카일 깁슨은 전반기 부진(5승7패 6.31)을 후반기에 만회(7승3패 3.76). 미네소타에 10승 투수 3명이 나온 것은 2010년(6명) 이후 7년만이다.
Bad : 수비 하나만 보고 데려온 제이슨 카스트로는 어땠을까. 포수 수비력은 준수했다(DRS 7). 문제는 미네소타가 가장 높은 점수를 준 프레이밍 능력이 크게 나빠진 것. 2014년 이후 프레이밍 순위에서 상위권을 지켰던 카스트로는 평균에도 미치지 못했다(RAA -9.7). 심지어 커트 스즈키(-6.7)보다 더 심각했는데, 스즈키는 애틀랜타에서 방망이가 만개했다(wRC+ 카스트로 93 스즈키 129). 백업 포수 크리스 지메네스와 승리 기여도(fwar)에서 별다른 차이도 없었다(카스트로 110경기 1.6 지메네스 77경기 1.2).
미네소타의 약진을 쉽게 믿지 못한 것은 마운드 때문이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최악의 평균자책점(5.09)을 기록했던 마운드는 더 안좋아질 일은 없었다. 그렇다고 크게 좋아질 일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두 자리 승수를 올린 세 명을 제외하면 나머지 두 자리는 주인이 없었다. 푸에르토리코 대표팀이었던 헥터 산티아고는 WBC 저주에서 벗어나지 못했다(15경기 4승8패 5.63). 스프링캠프에서 선발 한 자리를 따낸 아달베르토 메히아(4승7패 4.50)는 제구가 오락가락(BB/9 4.04). 시즌 중반 데려온 바톨로 콜론도 썩 만족스러운 영입은 아니었다(5승6패 5.18). 2014년 활약(16승10패 3.52)에 속아 3년 2400만 달러 계약을 5년 5800만 달러 계약으로 바꿔준 필 휴즈는 또 부상과 연애를 했다(4승3패 5.87). 휴즈는 최근 2년간 던진 이닝을 합쳐도(112.2이닝) 규정이닝에 이르지 못한다. 휴즈는 내년과 내후년 모두 올해와 같은 1320만 달러를 받는다.
불펜도 미네소타의 약점. 조금이나마 기대를 걸어볼 수 있는 투수는 죄다 모았는데 제대로 된 필승조는 구축하지 못했다. 마무리 킨즐러(28세이브 2.78)를 팔면서 불펜층은 더 얕아졌다. 벨라일(62경기 4.03)이 없는 살림 속에서 최선을 다해줬지만, 무게감이 약해진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중용할 수 있는 좌완 요원은 타일러 로저스(69경기 3.07) 뿐. 그만큼 어깨가 무거웠을 로저스는 홈(33경기 1.88) 원정(36경기 4.33) 성적 차이가 꽤 컸다. 그와중에 앨런 부제니츠(28경기 1.99)와 트레버 힐덴버거(37경기 3.21)가 인상적인 첫 선을 보였다. 미네소타는 가장 중요한 와일드카드 단판 경기에서 산타나, 베리오스에 이어 힐덴버거를 투입했다. 더이상 점수를 주면 안되는 상황에서 나온 첫 불펜투수. 아직 메이저리그 초년병 딱지도 떼지 못한 투수가 감당하기에는 무리였는데(1.1이닝 1실점) 이는 미네소타 불펜 현실을 대변하는 운영이기도 했다.
미네소타 투수진은 유행을 따르지 않았다. 탈삼진의 시대에서 탈삼진을 거부. 9이닝 탈삼진 수 7.31개는 텍사스(6.95)만이 밑에 있는 메이저리그 29위다(리그 평균 8.34). 이 부문 상위 8팀은 모두 포스트시즌 진출 팀(클리블랜드 휴스턴 양키스 다저스 보스턴 애리조나 워싱턴 컵스)으로, 공교롭게도 이 대열에 없는 두 팀이 와일드카드 경기에서 탈락했다(콜로라도 18위).
전망 : 올해 미네소타는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지명권을 가지고 있었다. 1983년 팀 벨처(미계약) 2001년 조 마우어에 이어 세 번째였던 전체 1순위는 고교 유격수 로이스 루이스(18)에게 썼다. 당초 루이스는 강력한 전체 1순위 후보는 아니었다. 미네소타는 브렌든 맥케이(탬파베이)와 고민했는데, 발군의 운동신경을 갖춘 루이스의 성장점을 더 높게 내다봤다. 루이스는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선수들이 모여있는 싱글A 미드웨스트리그에서 잘 적응하는 모습(18경기 .296 .363 .394). 닉 고든을 제치고 팀 최고 유망주로 등극할 분위기인데, 여전히 팜에 최정상급 투수 유망주가 없는 것이 아쉽다. 그나마 승격이 가까운 좌완 스티븐 곤살베스(23)는 트리플A에서 온도차를 느꼈고(1승2패 5.56) 메이저에서의 기대치도 3선발이다.
내년에도 경쟁을 하려면 마운드 정비는 필수적이다. 어빈 산타나는 당장 하향세가 와도 이상할 것이 없다(35세). 베리오스와 깁슨도 컨텐더 팀 상위 선발로서는 합격점을 주기 힘들다. 중심을 잡아줄 투수를 데려와야 하는데, 현재 크리스 아처 트레이드에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닐 앨런 투수코치 후임 가빈 앨스턴(45)은 메이저에서 투수코치 경험은 없다. 메이저 선수 경력도 6경기가 전부(1승 9.00). 앨스턴은 하나의 고정된 피칭 철학이 아닌 투수마다 각기 다른 맞춤형 피칭에 입각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올 시즌 트리플A에서 뛴 박병호는 메이저리그 도전을 마감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서류상 절차가 남아있다고 알려졌지만, 다른 팀으로 이적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박병호는 트리플A 111경기 .253 .308 .415(14홈런)를 기록했다.
야수 fwar 순위
5.0 - 브라이언 도저
3.5 - 바이론 벅스턴
2.5 - 에디 로사리오
2.3 - 미겔 사노
2.3 - 조 마우어
1.6 - 호르헤 폴랑코
1.6 - 에두아르도 에스코바
1.6 - 제이슨 카스트로
1.2 - 맥스 케플러
1.2 - 크리스 지메네스
투수 fwar 순위
2.9 - 어빈 산타나
2.8 - 호세 베리오스
1.1 - 카일 깁슨
1.0 - 아달베르토 메히아
0.8 - 트레버 힐덴버거
0.7 - 브랜든 킨즐러
0.7 - 타일러 더피
0.6 - 맷 벨라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