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양 다락골 줄무덤>
청양다락골로 가는 길목의 칠갑산 언저리에 캠프를 차리고 하루를 묵었습니다. 버너를 켜고 밥이 끓기를 기다리며 아이스박스에 넣어둔 얼음 생수물을 모아서 간단히 얼굴을 씻으니 차가운 물 탓인지 기분도 상쾌해집니다. 텐트에 누워 안약을 넣고 시원한 콜라도 마십니다. 갑자기 졸음이 물려옵니다. 얼마나 지났을까? 밥 타는 냄새가 선잠을 깨워 후다닥 일어나니 적당히 누른 밥이 더 맛깔스럽습니다. 모기들이 몰려와서 텐트에 들어가 저녁을 먹은 후 잠시 주변을 산책하고 바로 돌아와 잠을 청합니다. 밤새 풀벌레와 산짐승 후다닥 거리는 소리에 몇 번이고 잠을 설치고 새벽보다 먼저 일어나 핸드폰을 보고 성무일도를 바칩니다.
아침도 되지 않았지만 아침기도를 바치니 모닝커피가 생각나 물을 끓이고 청양하나로마트에서 구입한 빵으로 아침 식탁을 차립니다. 생각보다 맛이 구수합니다. 아침 약을 챙겨먹고 짐을 정리하니 안개가 산허리를 감싸고 여명이 밝아옵니다. 비록 노숙캠핑이지만 상쾌한 아침분위기입니다.
(노숙 캠핑했던 곳)
25분정도를 달리니 다락골 최양업신부님 생가터가 나옵니다. 조금 더 올라가 다락골줄무덤 성당으로 가니 이른 아침이라 성당문은 군데 닫혀있습니다. 화장실에 가서 새벽순례자의 특권을 마음껏 누립니다. 세수도하고 머리도 감습니다. 그리고 수건에 물을 흠뻑 적셔 후다닥....ㅋ. 밖으로 나오니 한바탕 소나기가 내렸는지 주차장에 물기가 촉촉합니다. 줄무덤성지를 향합니다.
줄무덤은 좁은 세 갈래 길에서 왼쪽으로 가야합니다. 직진의 길을 택하면 제 3줄무덤으로 가는 길이니 조심해야 합니다. 100m 정도를 가니 몇몇 조각상이 나오고 바로 십자가의 길이 시작됩니다. 역시 약식으로 십자가의 길 기도를 바치며 300m 정도를 걸으니 제 1줄무덤이 나옵니다. 무명 줄무덤입니다. 각 무덤을 돌며 발길을 멈추고 초대교회 신자들과 순교자들의 삶을 상상하며 주님께 청원의 기도와 순교자들에게 전구의 기도를 바친 후 중앙 제대에서 두 번 큰절을 하고 잠시 묵상합니다. 제 2줄무덤은 아래로 30m만 가면 나옵니다. 다시 제 1줄무덤으로 와서 이정표를 따라 50m 정도를 걸으니 제 3줄무덤이 나옵니다. 3줄무덤은 시멘트로 된 신작로와 맞닿아있습니다. 아마도 노약자 순례객을 위한 배려 같습니다. 신작로를 따라 100m 정도를 내려오니 민가가 2채 있습니다. 그리고 조금 더 내려오니 줄무덤 성지로 가는 시작 지점의 세 갈래 길이 나옵니다. 아직도 성당의 문을 굳게 닫혀있어 정원을 산책한 후 700m 아래에 있는 최양업신부님 생가터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작은 시골 마을의 위쪽에 자리한 생가터를 순례합니다.
다락골 줄무덤 성당
왼쪽 시멘트 포장도로로 가야 십자가의 길이 나온다. 성지의 부속 건물 공사가 한창이다.
줄무덤 성지 안내
십자가의 길과 줄무덤으로 가는 언덕
십자가의 길(산길로 이어져 있다)
제 3줄무덤으로 올라가는 신작로 (차량은 통제한다)
<최양업신부님 생가터>
생가터는 단정하게 조성되어 있었습니다. 오래된 감나무엔 밤톨만한 감들이 주렁주렁 열렸습니다. 주춧돌에 앉아서 지난해 개인피정을 하면서 배론성지의 최신부님 묘소를 순례하던 기억이 떠 올려봅니다. 충청도 청양에서 태어나 파란만장한 삶을 마치고 먼 타향에 누워계신 신부님을 주님이 아니시면 누가 위로해 줄 수 있겠습니까? 최신부님이 좋아하셨을 것 같은 시편 말씀이 떠오릅니다. ‘당신과 함께라면 이 세상에서 바랄 것이 없습니다.’(시편77,25) 하늘을 보니 금방이라도 울어버릴 듯 눈물을 머금고 있습니다. 다락골을 걸어서 순례하려면 최신부님 생가터 주차장에서 하차 - 생가터를 순례 한 후 주차장까지 나오지 않고 포장된 농로길을 따라 줄무덤 성당으로 이동 - 1줄무덤 - 2줄무덤 - 3줄무덤을 거쳐 생가터 주차장으로 연결된 차도를 따라 내려오면 됩니다. 약 2시간 30분정도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이제 나는 48km를 달려 여사울성지로 출발합니다.
생가에서 바라본 들녁
첫댓글 오랜만에 사진으로 보는 청량다락골 무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