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의 시대' 로스앤젤레스 문학 여행
Guide for Roaming Reader
문학의 낭만을 찾아서
2024. 10. 4. hye!TRAVEL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하는 라스트 북스토어.
“뭘 기다리나요? 우리는 영원히 여기에 있지 않을 거예요.” 라스트 북스토어(The Last Book Store)의 웹사이트 대문에 걸린 이 문구를 보고 빠듯한 일정을 쪼개서라도 꼭 들러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약 2천44m²(620평) 규모의 공간을 책으로만 가득 채운,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큰 책방이 당장 다음 주에 사라져도 이상할 것 하나 없는 시절이기 때문이다. ‘최후의 서점’이라는 비장함이 느껴지는 이름을 가진 이곳은 다운타운 한복판, 목 좋은 곳에만 들어선다는 옛 은행 자리에 위치해 있다.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하는 라스트 북스토어.
스물한 살에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창립자 조시 스펜서(Josh Spencer)의 인생처럼 다락방에서 시작한 라스트 북스토어는 불황, 무관심, 온라인 서점, 팬데믹 같은 좌절을 극복하며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 서점이 내세우는 자랑은 ‘엄청나게 많은 책 보유량’이지만 방문객들은 다른 걸 더 좋아한다. 2층으로 올라가자마자 눈길을 빼앗는, 책으로 빚은 장엄한 터널과 조형물 앞에서 인증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보내는 일 말이다. 스스로를 괴짜라고 말하는 조시는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에 등장하는 호그와트와 빼닮은 이 공간에서 100년 된 건물 구석에 숨은 귀신과 옛 은행의 금고를 찾아보라는 당부로 디지털 중독자(혹은 독서불능자)들의 메마른 상상력을 자극한다.
라스트북 스토어에선 신간과 중고 서적뿐 아니라 고서, 희귀본 등 다양한 장르의 책을 만날 수 있다.
책방 한가운데 커다란 나무가 있는 독립 서점 스카이라이트 북스토어(Skylight Book Store)에서 밤늦은 시간까지 책에 얼굴을 파묻고 있는 로컬들을 보며 문학과 LA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는 생각을 접었다. 구글을 조금만 뒤져보면 이 도시에도 런던의 셰익스피어, 프라하의 카프카처럼 근사한 짝꿍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멜로즈 트레이딩 포스트에도 ‘문학’을 주제로 한 부스가 많다. 중고책방에서 독서에 열중한 로컬.
문학 팬들 사이에서 가장 자주 거론되는 이름은 찰스 부코스키(Charles Bukowski)와 레이먼드 챈들러(Raymond Chandler). 할리우드 대로의 판타지 극장 옆에 자리한 프롤릭 룸(Frolic Room)은 부코스키의 아지트다. 드 롱프레 애비뉴(De Longpre Avenue)의 월 임대료 29USD짜리 낡은 아파트에 살던 그는 집에서 3km 거리에 위치한 이 바에서 종종 코가 삐뚤어지도록 술을 마셨다. 그가 ‘빨리 취한다’는 이유로 좋아한 칵테일 보일러메이커를 주문한 후 등단작 <우체국>을 읽는 시간을 가져보자.
LA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으로 꼽히는 LA 센트럴 라이브러리.
레이먼드 챈들러의 팬들은 그의 작품에 페르소나처럼 등장하는 필립 말로의 사무실, 카후엔가 빌딩의 실제 무대를 찾아간다. ‘레이먼드 챈들러 스퀘어’라는 이름이 붙은 이곳은 할리우드 대로(Hollywood Blvd)와 카후엔가 대로(Cahuenga Blvd) 사이에 위치했다. 1919년에 문을 연 무소 앤 프랭크 그릴(Musso & Frank Grill)은 챈들러가 즐겨 찾던 식당으로 할리우드 배우들의 단골집, 그리고 완벽한 마티니로 유명하다.
LA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으로 꼽히는 LA 센트럴 라이브러리.
도서관은 LA가 숨겨둔 보물이다. 캘리포니아의 역사를 그린 벽화로 뒤덮인 아름다운 로툰다를 가진 LA 센트럴 라이브러리(LA Central Library), 120에이커에 달하는 정원 곁에 위치한 헌팅턴 도서관(The Huntington Library), 오스카 와일드를 비롯한 동시대 작가를 중심으로 유럽의 희귀 도서와 필사본 컬렉션을 소장한 윌리엄 앤드루스 클라크 메모리얼 라이브러리(William Andrews Clark Memorial Library) 등 매력적인 책의 성전이 가득하다. 이곳을 충분히 경험하고 싶다면 코리아타운에서 순두부 찌개를 먹거나 멜로즈 애비뉴에서 브런치 카페를 찾는 관광객의 일정을 포기하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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