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코우 성 전경. 이뿌지요? ㅎㅎ
귀족이 입었던 옷..
7월 2일 토요일.. 코펜하겐 파크인 호텔
까르륵~쨉쨉... 이른아침 아름다운 새소리에 잠이 깼다.
객실이 1층이라서일까? 유난히도 새소리가 많이 들린다.
9시쯤 버스에 몸을 싣고서 안데르센의 출생지 오덴세로 갔다.
약 2시간동안 앞 뒤 끝없는 일직선의 찻길이며
옆으로는 끝없이 수평을 이루는 녹빛 전원이 펼쳐지고
군데 군데 아름다운 집들이 한채씩 보인다.
버스 시속 80Km 운행...
전방 몇백미터까지 차량이 한대도 보이지 않건만 운전기사는 속도를 내지 않는다.
우리나라 같으면 이럴경우 서서히 100..120.. 정도로 후다닥 가고 말텐데.. ㅎㅎㅎ
그야말로 액자만 갖다대면 여러 수백점의 작품이 될법한 경치다.
대부분이 호밀 농사인데 칼스버그라는 맥주의 원산지가 바로 덴마크라니..
오덴세 도착..
안데르센이 14살까지 살았다는 생가를 둘어본 후
그의 작품과 생애를 담은 박물관으로 갔다.
박물관 안 정원에는 동화속에 나오는 예쁜 건물과 작은 연못이 있고
연못에는 미운 오리새끼에 나오는 오리들이 놀고 있었다.
안데르센은 가난한 구두수선공의 아들로 태어났다고 한다.
그의 작품으로는 그 유명한 성냥팔이소녀, 미운오리새끼, 인어공주 등이 있고
올해로 탄생 200주년이라 한다.
오후에는 물위의 성이라 불리는 에스코우 성으로 갔다.
거긴 약 200년전 덴마크 귀족의 생활사를 그대로 남겨 둔 곳이다.
거대한 건축물이나 오랜 역사가 담긴 박물관도 물론 충분히 볼 가치가 있지만
내 개인적으로는 어딜 가든지 그 시대 그 지역..
특히 여자들의 일상 생활에 대해 관심이 많다.
계단을 올라 들어서자 마자 그들의 아름다운 의상에 넋을 잃었다.
모네의 그림속에 나오는 레이스가 화려하고 허리가 잘록한 롱 스커트..
그 옆에는 예쁘장한 딸아이가 리본이 달린 까만 드레스를 입고
엄마손을 잡은 채 한손엔 앙증맞은 양산을 바쳐든..
귀족의 부인네들은 거실에서도 언제나 우아한 옷만 입고 저런 쇼파에 앉아만 있었겠지.
여러개의 방인데 어제 헬싱키에서의 민속촌과는 비교가 안된다.
음.. 과연 귀족은 귀족이구나..
그 시대의 귀족이란 요즘 소 도시의 시장급..?
아니면 농장 대주주가 몇천명에게 소작을 주어 곡식을 받아 들이는 ...??
또 다른 방엔 모피, 박제로 사냥에 관한 전시물이 꽉 차 있다.
그시절 귀족들의 취미 생활인듯..
제일 구석방 한켠 유리장속에 한 점의 퀼트가 보인다.
아사로 된 사각 모티브들이 연결된 이불같다.
한올 한올 바늘땀이 이댁의 어느 고운 하녀가 오랜 세월을 보냈음일게야...
저런 우아한 도자기로 식사를 하고 저 침대에서 자고 남편은 사냥을 가고..
안주인은 양산을 들고 초원을 걸으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
오후 3시쯤
성 안뜰엔 꽤나 넓은 장미 정원이 펼처져 있고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나무 그늘 아래 잔디밭에서
좀 쉬고 가기로 했다.
이번 여행중에 가장 햇볕이 강한 날씨다.
조금 옆에는 볼썽 사나운 경치로 남녀들이 드러 누워 있기도 하고 지나치는 사람들의 몸집들..
200kg 쯤 돼 보이는 사람들이 즐비하네..
......................
딸아이가 사고를 쳤다.
작은 백 속의 지갑이 없단다. 아까 아이스크림을 사고는 기억이 없다는 것이다.
여행중 우리 가족이 쓸 현금중 반은 딸아이가 모두 가지고 있는데 말이다..
그래도 나머지 반은 남편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약간 안심하려는 순간..
옆에서 남편이 쓴 웃음을 지으며.. 아침에 음료수 값 정도만 남기고 딸아이한테 다 맡겨 버렸단다..
이런..!!
지갑 잃어버린 딸보다 남편이 백배 더 밉다.. 왜 그걸 하나 간직못하고 아이에게 맡겼는지..
일행들의 갖은 위로가 이어지고...ㅎㅎㅎ
지갑속에 얼마나 남았을까 생각해본다.
어제 옵션으로 가이드에게 560 유로를 미리 지불 한게 얼마나 다행인가..
어제 헬싱키에서 쇼핑을 한것도 잘한 일이고..
다만 여행이 끝날때까지 일행들에게 왠지 조금 미안할것 같은 생각이 든다.
태연한척... 솔직히 이런 경우엔 우리 부부는 쉬이 포기하며 금방 잊어 버리는 편이다.
혹시나 하는 맘에 가이드와 딸아이를 아까 그 아이스크림점엘 보내 봤다.
20여분 후.. 옆 사람이 "따님이 혹시 검은색 사각지갑 이에요 ? 저기 들고 오는군요.."
고개를 돌려보니 멀리 딸아이가 의기양양하게 지갑을 흔드는게 보인다..
우와.. 됐다 이제.. 원 시상에 이런일이.. ㅋㅋ
아이스크림점 주인이 잘 챙겨서 주인을 기다렸노라고... 거긴 아까 무지 복잡했는데...
참 감사할 일이다..
저녁 식사를 하면서 일행들에게 맥주를 샀다... 이곳이 본고장인 칼스버그로..
지갑을 찾았다는 축하를 받으며... 이렇게 기분좋은 맥주는 없을거 같네...
안데르센 동화 원본..
아니, 이렇게 반가울 수가..! 세계 각국의 언어로 출판된 안데르센 동화 중에서 한국꺼.
박물관 정원에 있는 연못. 미운오리새끼를 연상케 하는...
안데르센의 초상. 이명박 시장이 자꾸 생각난다... ㅋㅋ
한턱 쏜..ㅎㅎ 칼스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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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스버그 맥주를 드셨군요.. 칼스버그는 코펜하겐을 대표 하는 맥주 이고 오덴세를 대표 하는 맥주는 알바니라고 합니다.
각 지방의 고유의 자기 맥주를 갖고 있는데 자부심이 대단해 그고장의 맥주를 시키지 않으면 좀 빈정 한다고 하던데...^^ 순덕님 글 너무 여성적이고 이쁘셔서 감동 하며 읽었습니다^^
보미님 글 읽다가 오래전에 쓴거 데불고 왔는데 글이 너무 길죠 ? 죄송해요..이날 이 건물안에서 참 즐거웠습니다. 대형 퀼트 작품이 있던데 아직도 걸려 있을까요? 그 앞에서 제 아들과 찍은게 있는데...ㅎ
무슨 말씀을요.. 너무 재미있게 읽었고 순덕님의 글 솜씨에 놀라고 감성에 놀라고 더 잘 알수 있게 되어 많이 기뻐 했는걸요..
안델센 박물관은 10년전에 가서 좀 실망 했기에 글에도 올렸지만 먼 발치로 보고 패스 했습니다. 올려 주신 사진 보니 그때와 변한것이 없는듯 하고요.. 외관만 변한것 같아요. 그때는 호수 같은것은 없었거든요.. 유리 건물도^^
두 분 덕분에 에스코우성 안 팎 잘보고 갑니다!
지갑을 찾아 한턱 쏜 칼스버그 맥주! 정말 맛났겠어요 ㅎㅎㅎ
여름에 찍은 사진이라 보미맘님 사진과 다른 느낌입니다. 사진 감상 잘 했습니다.
안델센 사진을 보면 미운오리새끼가 자전적 동화라는 말이 정말 사실일 것 같다는 확신이 들어요.
얼굴은 그렇다치고 몸매도 너무 초라해서요.
그래도 붓 하나로 세계를 평정하셨으니...^^;
재미있게 잘 봤어요^^
ㅎㅎ지갑없어졌을땐 가슴이 덜컥 했는데 찾아오는모습이 선하네요 ㅎㅎㅎ,얼마나 다행입니까!!!
재밌게 잘읽었어요~~ 지갑찾아 넘 다행이에요~~^^ 원래 스칸디나비아에 나라들에서는 뭘 잊어버려도 그자리에 그대로 있는 경우가 많아서 기억만하면 찾을수 있을때가 많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