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철환 칼럼]
「상속자가 상속포기하면 손자녀는 공동상속인이 아니다」
▲德川 위철환(33세, 미발협 회원)
(양곡공파, 1958년, 장흥출신, 변호사, 前대한변호사협회장, 성균관대학교 로스쿨 객원교수)
"피상속인의 자녀들이 모두 상속포기하였는데 손자녀가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공동상속인의 지위를 유지한다고 하면 이것은 너무 억울합니다."
피상속인은 생전인 2011년에 보증보험회사로부터 구상금 소송을 당하여 패소판결을 받았고 이어 그것이 확정되었다. 그런데 그는 2015년 사망하였으며, 이에 피상속인의 배우자는 상속 한정승인을 하였고, 피상속인의 자녀들은 모두 상속포기 신고를 하였다. 여기서 상속 한정승인은 상속인이 피상속인으로부터 상속받은 재산 한도내에서 물려받은 빚을 갚겠다는 조건하에 상속을 받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자 보증보험 회사는 2020년 위 확정판결에 근거하여 피상속인의 채무가 그의 배우자와 손자녀들에게 공동 상속되었다는 이유로 위 확정판결에 대해 승계집행문부여 신청을 하여 법원으로부터 승계집행문을 부여받았다. 이에 피상속인의 손자녀들은 승계집행문부여에 대한 이의 신청을 하였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위 승계집행문은 판결에 표시된 채무자의 승계인에 대해 강제 집행을 하는 경우에 부여되는 집행문을 의미하므로, 위 피상속인의 손자녀들은 꼼짝없이 강제집행을 당할 위기에 직면했다. 하는 수 없이 손자녀들은 너무 억울하다면서 대법원에 특별 항고장을 제출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민법 제1043조(포기한 상속재산의 귀속)는 ‘상속인이 수인인 경우에 어느 상속인이 상속을 포기한 때에는 그 상속분은 다른 상속인의 상속분의 비율로 그 상속인에게 귀속된다’, 민법 제1019조는 ‘상속인은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로부터 3월 내에 단순승인이나 한정승인 또는 포기를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 사안의 경우, 대법원 2015년 5월 14일 선고 2013다48852판결은‘자녀들이 모두 피상속인의 상속을 포기한 경우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손자녀가 공동으로 상속인이 된다’라고 하였다. 따라서 종래의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자녀들이 모두 상속포기했더도 손자녀들이 위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로부터 3월이내에 별도의 상속포기 신고를 하지 않았다면 손자녀들은 피상속인의 채무를 떠안게 되어 매우 억울한 입장에 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위 손자녀들의 특별항고를 심리한 대법원은 결국 2023년 3월 23일자 2020그42 전원 합의체 결정에서 원심을 파기 환송하여 항고인의 주장을 인용하였다. 즉 종전의 대법원 판례를 변경한 것이다.
위 결정 이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민법 제1043조는 공동상속인 중에 어느 상속인이 상속을 포기한 경우 그 사람의 상속분이 다른 상속인에게 귀속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때 다른 상속인에는 배우자도 포함되고,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자녀 중 자녀 전부가 상속을 포기한 경우 배우자에게 단독 귀속된다고 봐야 한다. 물론 배우자와 자녀 모두가 상속을 포기하면 그때는 민법 제1043조가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상속 포기의 소급을 규정한 민법 제1042조에 따라 후순위 상속인으로서 피상속인의 손자녀가 상속인이 되고, 손자녀 이하 직계 비속이 없다면 피상속인의 직계존속이 상속인이 된다고 보아야 한다. 상속을 포기한 피상속인 자녀들은 피상속인의 채무가 자신은 물론 자신의 자녀에게도 승계되는 효과를 원천적으로 막을 목적으로 상속을 포기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럼에도 자녀 전부가 상속을 포기했다는 이유로 손자·손녀 또는 직계존속이 공동상속인이 된다고 보는 것은 당사자들의 기대와 의사에 반하고 사회일반법 감정에도 반한다. 종래 판례에 따라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손자녀 또는 직계존속이 공동상속인이 되었더라도 그 이후 손자녀 또는 직계 존손이 다시 적법하게 상속을 포기함에 따라 결과적으로 피상속인의 배우자가 단독 상속인이 되는 실무례가 많이 발견됐다. 이는 무용한 절차에 시간과 비용을 들이는 결과가 된 것으로서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자녀 중 자녀 전부가 상속을 포기한 경우 배우자가 단독 상속인이 된다고 해석함으로써 법률관계를 간명하게 확정할 수 있다"
생각건대, 이번 대법원 전원 합의체 결정은 상속인의 순위와 상속채무에 관련한 민법 제1043조 법률관계에 대하여 명확하게 해석함으로써 상속채무를 신속하게 정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절차의 간소화에 따른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피상속인의 손자녀가 법을 잘 몰라 적법한 기한 내에 상속포기를 신고하지 못하는 바람에 예상치 못한 상속채무를 떠안게 되는 위험이 제거되었다는 데에 큰 의미가 있다. (출처 : 중부일보)
위철환 전 대한변호사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