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와 제주지방에 눈이 내린다는 예보는 있었다.
급강하한 기온에 쪼려 있을 뿐 눈을 기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호탄리 갈기산 들머리에 이를 즈음 내리는 서설
이건 뭐지....가슴 콩닥거리며 설렘으로 신났음이야!
따지고 보면 그게 뭔데 마음에 가슴을 뛰게 할 이유는 없다.
그럼에도 본능적으로 두근거리는 걸 어쩌나....눈과 더불어 임이 오려나...
그것도 아닌데 철모르는 아이처럼 왜 이러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로다.
사실 오늘 산행 후에 오랜 친구들과 만나기로 했었다가 무산됐기에
이유야 어떻든 마냥 섭섭함으로 출발했었는데 서설이라니....
개성이 강하고 철옹성 같은 고집불통도 다 이해되는데
각자의 몫대로 사는 방식도 다 알겠는데....
갈기산을 오르며 만나는 서설에 설레는 흥겨움에
바다의 포용력으로 세상을 읽어본다.
무술년아....돌아보면 뭘 했지....별수 없는 한해
하긴 뭘 꼭 해야 하는 건가....그저 존재만으로도 기뻐하자!
더구나 ‘발칙한 유럽여행’이라는 책이 아주 멋진 선물임이야!
발칙하게 살 수 있는 여유와 배짱....더없이 장쾌함이야!
어떻든 갈 수 있는 데까지 존재이유만으로 무조건 가는 거야....
분명한 건 삶은 움직임이며 계획적인 이동이 삶이라는 사실이다.
오늘의 갈기산 산행 역시 삶의 전형적인 방편임이야!
갈기산을 알지 못했다. 이름이 고약했었다.
말갈기 같아 말갈기라는 말에 기대가 컸었다.
엄청난 바위군상을 만나리라는 기대였다.
서설에 반짝이는 장엄한 암벽을 그렸는데 그뿐이었다.
하지만 바라보면 바위군상으로 이루어진 산세가 장엄했다.
금강을 끼고 도는 갈기산에 말갈기능선의 풍광이 아름다웠음이야!
차갑재에서 후미의 하산 확인 후 급히 월영봉을 향했다.
월영봉 향하는 삼거리에 이를 즈음 만난 우뚝 솟은 바위를 피할 수 없었다.
직진 앞으로 바위를 끼고 돌며 오르며 즐기다가 치고 올라서 만난 월영봉
이게 뭐지 월영봉인데 표지석 없이 아무렇게나 안내된 월영봉
잘못 됐나 확인하는 중에 월영봉 너머 저기 월영산이 우둑 솟아 있음이야!
이걸 어쩌지 잠시 생각하다가 바로 월영산으로 직진 앞으로
오늘 산행 코스에 들어있지 않은 월영산이었다.
쓸데없는 객기부리지 말자 하면서도 피할 수 없었다.
산행 산세는 월영산도 만만찮았다.
월영봉에서 이어진 월영산 암벽은 가벼이 기어오르기에 딱이었다.
바위에 얇게 쌓인 눈이 조금은 미끄러웠지만 그래서 더욱 좋았다.
오르기도 좋았지만 약간 미끄러질 듯 내리닫는 하강도 좋았다.
급하게 되돌아 다시 월영봉에 올라서니 1일 회원 커플이 다가오고 있었다.
막아서며 월영봉에서 되돌아 하산해야한다고 코스설명을 하는데
월영산에 갔다가 하산하겠단다. 시간적으로 곤란하다며 머뭇거리는데
4시 하산시간이면 하산주 시간 30분 잡아서 4시30분까지는 하산 완료하겠단다.
일단 그러라고 하고 내려섰지만 어렵다는 생각에 걱정스러운데다가
하산 길도 낙엽에 쌓인 비탈길로 급하게 하다가 안전사고라도 나면 어쩌지
뭘 잘못했나....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럼에도 얼큰한 콩나물김치돼지국밥이 별미였다
어유...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나 맛있는 하산주에 국밥을 놓치다니 아깝고 아쉬웠다.
하산주 완료후 4시22분쯤에 커플의 하산지점 확인차 걱정스레 전화했다.
그런데 개울을 건너고 있다는 회신.... 거기라면 5분정도 거리라니
4시 30분 완료 약속을 완벽하게 지켜냈음이야....만만찮은 길이었는데....
뭐든 하면 되는구나! 이렇게 도전하고 저렇게 성공하는 거야!
삶은 그렇지....작은 기쁨에 크게 만족하며 즐기는 거야!
Adieu....무술년아!
돌아보면 미진에 실패도 많고 피할 수 없는 상처에 아픔들아!
하지만 이만큼 이렇게 살아있다는 엄연한 존재의 감사함이야!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삶의 찬란함에 황홀함아!
올 한해도 함께한 우정의 산행동료 모두에게 감사!
아쉽지만 그냥 잘 보내자....Adieu....무술년아!
비바람에 거친 물결이며 파도에도 아싸..... 좋다.
금강을 바라보며 서설의 설렘아!
발칙하게 살고지고 가고 싶다.
그런데 거기가 어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