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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고양산 연계 산행 계획에 따라 '검산1리 사무소 → 밤나무골 → 삼거리 → 아미산 → 삼형제봉 → 안부 → 덕밭재 → 고양산 → 원글씨바위 → 샘터 → 무궁화나무 → 천조단 → 풍암교 → 체육공원 주차장'의 10km 코스를 6시간 동안 탐험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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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산
높이: 961m
위치: 강원도 홍천군 서석면
아미산은 강원 홍천 서석면의 풍암분지 북쪽에 병풍을 두른 듯 솟아 있는 산이다. 풍암리는 온통 높은 산과 깊은 골짜기로만 이뤄진 서석면 일원에서는 유일하게 널찍한 들판이 있는 곳이어서 이곳에 서석면사무소가 자리하고 있다. 이 때문에 풍암리보다는 일반적으로 서석으로 불리는 고장이다.
서석은 마치 거대한 분화구 속에 싸인 기분이다. 그도 그럴 것이 서석을 중심으로 북으로 고양산과 아미산이 가로막혀 보이고, 동으로는 홍정산, 남으로는 운무산, 서로는 동막산 줄기가 둥그렇게 원을 그린 듯 에워싸고 있다.
수도권에서 아미산에 이르는 교통편은 일단 홍천에 오전 8시 30분 전까지 도착한 후, 10분 후나 오전 9시 30분발 서석행 버스를 타야 당일 산행이 가능하다. - 한국의 산하
5월 21일 일요일에는 아내가 가고 싶어 하는 곰배령을 같이 갈 예정이었다. 해서 3월 18일 안내산악회에서 공지한 곰배령 산행에 아내가 두 자리를 신청했다. 당시 44인승 버스를 거의 채운 상태라, 원하는 자리를 선택할 수 없었다. 하지만, 국립공원인지 산림청인지, 곰배령 탐방 신청을 별도로 해야 한다. 고로 이 예약에 실패한 등산객이 산악회 신청을 취소할 거라는 생각에 느긋했다. 그런데 탐방 예약 전 이미 많은 등산객이 산악회 예약을 취소하고, 다른 등산객이 예약하는 등 산악회 신청자의 변동이 있었다. 그 와중에 우리 부부는 원하는 자리를 차지했다. 원하는 자리를 차지하고 산행 일만 기다리고 있는데, 4월 19일 오전 9시 정각, 곰배령 탐방 예약이 시작된 후, 산악회 예약 취소자가 없어, 대부분이 탐방 예약에 성공한 거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5월에 접어들자, 하나둘 취소자가 나타나기 시작하더니, 출발 나흘 전인 5월 17일 수요일에는 최종 14명만 남아, 결국 성원 미달로 산악회에서 7월 16일로 연기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아내가 꼭 가고 싶어 했던 곰배령이지만, 무릎 연골 수술 직후인 7월 산행은 무리라는 판단에 따라 내년 5월을 기약하고, 곰배령 산행은 취소했다. 연기든 취소든 곰배령 산행이 예정과 달라지는 바람에 급하게 대안을 찾아야 했고, 그래서 선택한 한 게 오지 전문 안내산악회의 홍천 아미산, 고양산 연계 산행이다. 아미산은 기상청이 예보하는 강원도 산악날씨 12개 산 중 하나로, 이미 2019년 8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산행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혹시 오지 전문 안내산악회에서 산행 계획을 공지하지 않을까 기대하며, 예의 주시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100 명산의 인기가 시들해지자, 까만 소가 2020년 4월 그 후속작으로 '명산 100 플러스'라는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거기에 대중교통으로는 가기 힘들어 안내산악회의 선처만 바라고 있던 산이 많이 포함돼, 까만 소의 인증 제도는 마음에 들지 않지만, 100+는 열렬히 환영했다.
아미산 또한 100+에 포함돼, 각 안내산악회에서 백암산과 1+1 산행이 한참 진행 중이다. 그런데, 그 1+1이 문제로, 이런 방식의 산행을 싫어하고, 미지의 고양산도 궁금해, 처음 계획을 세울 때와 같이 능선으로 이어진 고양산과 연계하는 산행을 바랐다. 해서 일반 안내산악회의 백암산, 아미산 1+1 산행은 무시하고, 오지 전문 산악회에서 산행 계획이 공지되기를 기다렸다. 그러던 중 그 산악회에서 곰배령과 같은 날짜인 5월 21일 아미산, 고양산 연계 산행 계획이 공지됐으나, 곰배령 때문에 포기하고 있었다. 그러다 앞에서 언급한 과정을 거쳐 곰배령 대안으로 산행에 동행하게 됐다. 곰배령이 연기되고, 5월 17일 아미산행을 신청할 당시 이미 성원을 넘긴 18명이 신청해, 소위 버스의 좋은 좌석은 선점한 상태라, 바로 입금하고 남은 자리 중 하나를 선택했다.
5월 18일 백두대간 진고개에서 구룡령까지 수요 무박 산행[산행기] 후 이틀을 쉬고 강행하는 산행이라, 체력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10km 정도의 코스라 큰 무리는 아니라는 판단이다. 그래도, 문제가 되지 모든 준비는 최대한 가볍게 한다. 배낭 대신 숄더힙색을 가져가고, 당일 아미산 산악날씨 따르면, 약간 더울 거라는 예보라, 상하 모두 여름용 등산복이다. 불광역 주변 24시간 김밥집에서 김밥을 사고, 날머리 길목의 ‘초원 기사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먹을 예정이었는데, 산행 하루 전 산악회 주인장이 올린 공지에 따르면 점심시간에만 영업한다는 정보다. 그 점심시간이 언제까지인지 명확하지 않으나, 최대한 일찍 하산할 예정이다. 그래도 시간을 마주지 못하면 이른 귀가를 바를 수밖에 없다.
2 – 1
다른 산악회보다는 10분 늦은 신사역 4번 출구에서 7시 10분에 출발하는 산악회 버스라 모든 걸 10분 늦게 시작했으나, 불광역에서 김밥을 사야 해 다른 때와 비슷한 6시경 집에서 나와, 오랜만에 동명탕 정류장에서 마을버스를 탔다. 그리고 불광역으로 달리는 마을버스에서 24시간 김밥집이 영업 중인지 확인했다. 두 집 다 영업 중이다. 해서 마을버스 정류장에서 가까운 가게로 가 김밥을 사 힙색에 넣고, 지하철역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예정대로 6시 21분 오금행 열차를 탔는데, 잘 달리던 열차가 출입문 고장으로 지체해, 혹시 산악회 버스 시간에 늦지 않을까 걱정했다. 다행히 오래 걸리지 않아, 열차가 출발했고, 책에 집중한 덕에 문 고장 사실은 바로 잊어버렸다.
목적지인 신사역에 도착해 열차에서 개찰구로 올라가, 가게들이 영업 중인지 확인했다. 아주 당연히 일요 휴무다. 그걸 확인하며, 유유자적 4번 출구로 향하다가 우연히 시계를 봤는데, 6시 57분이다. 응? 분명 불광역에서 6시 21분 차를 탔으니, 6시 50분 도착인데, 6시 27분 차를 탔나? 기억을 더듬으며 서둘러 4번 출구로 나가니, 비다! 그리고 출입문 고장으로 열차가 지체했다는 게 기억났다. 예정보다 몇 분 늦기는 했으니, 버스 출발 시간 10여 분 전에 도착했으니, 문제없는데, 비는 문제다. 전날 자기 전 마지막으로 확인한 예보에 의하면, 서너 시에 비 소식은 있었는데, 지금 내린다.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일행도 비에 당황하는 분위기다. 그저 강원도는 맑을 거라는 예보를 믿고, 빌딩 출입문으로 들어가 비를 피했다.
빌딩 출입문에서 비를 피하고 있는데, 7시 5분에 시청역에서 출발한 산악회 버스가 도착해, 서둘러 버스에 탔다. 그리고 가장 편하게 갈 수 있게 모든 세팅을 마치고 자리에 앉자, 창 쪽 자리의 승객이 들어와 앉더니, 혹시 자리를 바꿔줄 수 있는지 묻는다. 세팅 전에 바꿔 달라고 했어야지! 거의 6년째 산악회 버스를 이용 중이지만, 자리 변경 요청을 처음이라, 모든 걸 옮기려면 다소 번거로우나, 그러라고 하고 앞자리로 옮겼다. 예정대로 7시 10분경 신사역을 출발한 버스가 잠실역에서 나머지 승객을 태우고, 신나게 고속도로를 달리는 동안 잠을 청해봤으나, 오지 않아 책을 읽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인솔 대장이 휴게소에서 휴식한다며, 거두절미하고 8시 50분까지 오란다. 딱히 볼일은 없었으나, 스트레칭과 신선한 공기를 위해 버스에서 내려보니, 홍천이다.
이른 시간이나 버스에 타고, 책을 읽었다. 좀 있자, 대장이 인원을 확인하는 거 같더니, 버스가 출발하자, 지도를 나눠주고 코스와 주의 사항에 관해 설명한다. 그런데, 별다른 설명 없이, 혼잣말처럼, '원바위', '귀바위' 찾는 게 쉽지 않을 거라고 얘기하고, B 코스로 산행할 사람이 몇이나 되는지 확인한다. 그리고 선두에서 방향 지시 표지와 개인적으로 만든 리본을 달며 갈 거라고 한 후 더 궁금한 건 개인적으로 물어보라며 설명을 끝냈다. 원바위, 귀바위 다 처음 듣는 소리다. 해서 지도는 필요 없고, 처음 듣는 귀바위, 원바위를 보려면, 산행 중 코스는 확인해야 할 거 같아, 지도 부분을 빼고 사진 찍었다. 휴게소를 떠난 버스는 막힘없이 달려, 9시 25분경 들머리인 검산1리 사무소에 도착해, 버스에서 승객이 내리는데, 마감 시간에 관해 말이 없고, 누구도 묻지 않는다. 대장이 코스 설명할 때, 소요 시간, 도착시간 등에 관한 언급도 없이, 그저 B 코스 2시, A 코스 3시라고 언급한 게 마감 시간이다. 그걸 기준으로 역산해 보면, A 코스 기준 5시간 30분이 책정한 소요 시간이다.
2 – 2
버스에서 내린 일행이 등산 준비를 하는 동안, 이미 버스에서 모든 걸 준비한 산꾼은 벌써 마을을 관통하는 도로를 따 앞에 보이는 산으로 향하고 있다. 그동안 강제로 종료했던, 핸드폰의 등산 앱을 기동하고 현 위치의 고도를 확인했다. 358m, 아미산의 높이가, 958m니, 핸드폰의 GPS 오차를 고려한 표고차는 620m 내외다. 보통의 한국 산 수준이다. 표고차로 이번 산행의 난도를 확인하고, 앞서간 산꾼들 뒤를 따라, 앞의 아미산으로 생각되는 봉우리로 향했다. 그리고 산행 시작 22분 후인 9시 47분에 '승방터' 갈림길에 도착했다. 모두 아미산 정상으로 향하지만, 왼쪽 승방터는 계곡이고, 오른쪽은 능선이다. 이번 산행의 B 코스가 오른쪽 능선으로 올라, 왼쪽 계곡으로 하산하는 환 종주다. 물로 거꾸로 돈다고 뭐랄 사람은 없다. 이정표에 따르면 버스가 주차한 검산1리 사무소가 있는 곳이자 게이트볼장에서 갈림길까지 2.0km다. 아미산 정상은 좌는 2.0km, 우는 2.8km로 능선이 조금 더 멀다. 그런데 이정표에 같이 붙어 있는 지도를 잘 보면, 우로 조금 더 올라가면 다시 삼거리로 둘 다 역시 정상으로 향하고, 정상까지 좌는 1.8km, 우는 2.1km다. 고로 이정표가 지시하는 오른쪽 능선 코스가 가장 크게 원을 그린다. 말인즉 가장 쉬운 코스다!
B 코스 산행할 등산객이 아니면, 당연히 우회전해야 하는데, 여기까지 오는 동안 직진에 가까운 계곡 방향으로 가는 사람은 못 봤다. 역시 우회전해 위로 올라가며 혹시나 하고 뒤돌아봤으니, 역시 없었다. 버스에서 상황을 보고 A, B를 선택하겠다는 등산객이 많았는데, 아직은 그 결정 시점이 아니라고 판단하는 거 같다. 포장 임도를 따라, 가끔은 급경사를 따라가며, 아래 지도에서 본 갈림길이 찾았는데, 없다. 지도의 거리로 계산해 보면 이 근방이다. 해서 핸드폰을 꺼내 등산 앱의 지도를 확인하니, 이미 지나쳤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펜션을 통과하는 길이다. 물론 펜션 펜스를 따라 길이 있을 거로 생각해 찾아봤으나, 없다. 길이 없다기보다는 등산객이 찾지 않아, 그 자리를 잡풀이 차지하고 있는 거 같다. 그리고 9시 53분에 삼거리에 도착했는데, 왼쪽은 등산로가 아니라, 가옥이라 이정표가 없다.
앞서가는 일행의 뒤를 따라가며, 아무래도 이상해 다른 등산 앱의 지도로 아미산을 향하는 등산로는 어떻게 나오는지 찾아봤다. 지금 우리가 가는 길과 계곡 길은 아예 없고, 펜션을 통과하는 길만 표시하고 있다. 펜션 방향이 옛길이고, 지금 가는 길과 계곡 길이 새로 개발한 등산로다. 그 '새로'가 몇 년이나 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9시 56분 포장 임도가 끝나고, 흙길 임도가 시작하는 갈림길에 도착했다. 이정표에 의하면 왼쪽이 아미산 정상으로 향하는 등산로고 오른쪽은 어떠한 정보가 없다. 길의 상태로 봐서는 오른쪽은 차량 통행이 잦은 게, 펜션이든 뭐든 있다. 정상까지 남은 거리는 1.5km! 그리고 이정표가 있는 왼쪽 바닥에는 인솔 대장이 깔아놓은 방향 표시가 있다(해서 '깔지'라 부른다). 이정표가 있는데, 굳이 여기다?! 그래도 나중을 위해 오른쪽은 어디로 향하는지 등산 앱의 지도를 찾아보니, 길이 없다.
갈림길을 지나, 임도를 따라, 10여 분을 올라가니, 임도가 끝나고 급경사 등산로가 시작된다. 처음 등산로를 개발할 당시에는 신경을 써서 만든 흔적이 뚜렷하나, 이후 등산객이 많이 찾지 않아, 곳곳이 망가지고, 낙엽이 쌓여 있다. 그 급경사로 오르자니, 숨이 가빠오고 기온이 높아 목도 바짝바짝 탄다. 점심시간은 멀었는데, 아침으로 먹은 누룽지의 효과로 배도 슬슬 고파와 신선함을 유지하게 얼린 차와 같이 넣어둔 오이를 꺼냈다. 그걸 먹으며, 위로 향하는데, 등산로가 지금까지의 흙길에서 암릉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고로 경사는 더 심해지고, 곳곳에 설치된 밧줄도 나타났지만, 산행 재미는 더 좋아졌다. 인솔 대장이 버스에서 나눠준 지도에 군데군데 '로프 구간'이라는 표시를 보며, '암릉도 꽤 있는 산이네'하며 기대했는데, 처음 만난 밧줄은 실망이다.
급경사 암릉으로 오르자, 어느 순간 완만한 경사로 바뀐다. 정상까지 급경사, 완경사 암릉의 반복이다. 그리고 등산로 양쪽이 절벽에 가까운 칼등 능선으로, 대장이 설명한 대로 조망은 없으나, 칼등 암릉을 오르는 재미가 그걸 상쇄하고도 남았다. 암릉이 시작된 이후 앞선 많은 일행을 추월했는데, 친구로 보이는 한 쌍은 산행이 끝날 때까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바람에, 기록물에 많이 등장한다. 하지만, 몇 번 정상을 앞에 두고 길을 방해해, 추월을 시도하다가 등산로가 좁아 포기하는, 약간 짜증 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대장에게 들어 조망이 없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혹시 전망대가 없을까 등산로 위의 바위를 두리번거리며 정상으로 향하는데, 10시 52분경 등산 앱이 고지 반경 50m 내라고 알려준다. 11시 전에 정상에 도착할 거로 예상했는데, 맞았다. 고로 4시간 정도면 산행을 끝낼 수 있을 거라는 예측도 맞을 확률이 높다.
놓치는 장면이 없도록 동영상을 찍으면 조금 올라가자, 이정표는 없으나 갈림길이다. 해서 B 코스 환 종주의 하산 길이라 생각했다. 지금은 기록으로 남긴 갈림길 지도를 보고 삼형제봉을 지나, 계곡으로 하산해야 하는 걸 알고 있으나, 당시에는 지도가 있구나, 기록으로 남겨야지만 했지, 자세히 보지는 않았다. 가야 하는 등산로 외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리고 여기 보이는 갈림길에서 좌로 내려가는 게 가장 빠른 환 종주 구간이라는 건 확실해 보인다. 그걸 기록으로 남기고 우회전해 다시 동영상을 찍으며 정상으로 향하는데, 50m치고는 너무 멀다. 그리고 지금까지와는 달리 낙엽 쌓인 급경사라 오르는 것도 쉽지 않아, 몇 명을 추월했다. 중간에 높이 달려있어, 뭘 알려주는지 알아보지 못한 이정표를 지나자, 안부 갈림길이다. 정상은 좌회전해서 올라가야 한다. 여기까지 올라오느라 지친 그 한 쌍의 여성 산꾼을 추월하려고 몇 번 시도했으나, 여의찮아, 그 뒤를 따라, 10시 57분에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에는 먼저 도착한 대여섯의 일행이 인증을 찍은 후 막 내려가는 중이고, 그 한 쌍도 서둘러 인증을 남기고 떠나, 뒤를 따라 막 도착한 일행에게 부탁해 인증을 남겼다. 이후 처음 정상에 도착했을 때 눈에 띈 이정표가 가리키는 오른쪽은 어디로 향하는지 확인했다. '검산1리 5.8km'다. 즉 가장 크게 원을 그리는 등산로다. 그걸 확인하고, 올라왔던 왼쪽으로 내려가, 올라올 때 지나쳤던 갈림길을 기록으로 남겼다. 정상을 떠난 시각이 11시 정각으로 아직 점심시간은 아니나, 배가 고프고, 비록 초원 기사식당이 영업을 안 하더라도, 6시 전 서울 도착이라, 김밥을 먹기로 하고 꺼냈다. 물론, 걸으면서 먹는다. 그런데, 안부 갈림길을 지나자, 급경사다! 한 손에 김밥 들고 먹으면서 갈 수 있는 길이 아니라, 다시 힙색에 넣고, 내려가는데, 이번에는 그 한 쌍의 남성이 알아차리고 여성을 끌어당겨 길을 내준다. 그리고 빠른 속도로 내려가자, 앞에 암봉과 거길 기어올라가는 산꾼이 있다.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감탄을 발했다. 정상으로 올라오는 능선의 ‘로프 구간’이라는 것에 실망해, 대장이 나눠 준 지도에 있는 ‘로프 구간'은 망각하고 있었는데, 의외의 모습을 발견해서다. 기쁜 마음에 서둘러 암봉으로 달려가니, '위험' 경고문이 서 있다. 비 올 때는 절대 올라가지 말라는 경고다. 그걸 지나쳐 왼손에 핸드폰을 들고 동영상을 찍으며 암봉을 기어올랐다. 제정신이 아니다. 정상에는 건너편에서 봤던 3명이 먼저 올라와 주변을 조망하며 인증을 찍고 있다. 그 옆에서 뒤는 아미산에 가려 보이지 않으나, 가야 할 능선과 그 끝의 고양산이라 생각되는 봉우리 등을 감상하고 기록으로 남겼다. 다만 미세먼지 때문이지 먼 거리는 보이지 않아 아쉽다. 산 소개를 보면, 조망할 산이 꽤 많고, 비록 1,000m는 넘지 않으나, 주변에서는 높은 편에 속해 기상청에서 산악날씨 예보 대상으로 선정했을 거다. 아, 그런데, 기상 관측 기구는 어디에 있지? 정상에 없었는데!
끝으로 파노라마로 기록을 남기고 11시 8분경 암봉에서 내려와 다시 밧줄이 설치된 급경사를 따라 내려갔다. 그런데, 밧줄 끝에서 두 사람이 내려가지 못하고. 기다리고 있어, 고개를 내밀어 아래를 보니, 또 그 한 쌍이다. 암봉에 기어올라 노닥거리는 사이 앞서갔으나, 암벽 밧줄 구간에 걸렸다. 남성이 밑에서 발 디딜 곳을 알려주고, 여성이 그 지시에 따라 조심조심 내려간다. 위에서는 두 사람이 그 모습을 지켜보는 와중에 내가 도착한 거다. 여성이 다 내려가, 한숨 돌리는 사이 위에서 대기하고 있던 둘이 내려가고, 그들을 따라 역시 핸드폰으로 동영상을 찍으면 암벽이 아니라, 아래를 보며 내려갔다. 그리고 그들을 추월해 반대편 암벽을 같은 자세로 올라 11시 15분에 도착했다. 이 또한 먼저의 암봉과 같은 전망대로, 보이는 것 또한 같다. 다만, 뒤로 보이는 봉우리가 좀 전에 있던 암봉이 맞는지 궁금할 뿐이다.
뒤의 암봉? 보이는 건 암봉이 아닌데, 어쨌든 그걸 배경으로 셀카를 남긴 후 밑에서 올라오는 일행에게 전망대를 넘겨주고 다음 봉우리로 출발했다. 이후 등산로가 지금과는 달리 완만하고, 흙길은 아닐지라도, 네발로 기어야 할 정도는 아니라, 힙색에서 다시 김밥을 꺼내 먹으며 갔다. 그렇게 김밥을 다 먹은 후 얼었다 녹는 중인 차를 마시고, 암봉을 피해 우회하는 등산로를 버리고 암봉에 올랐으나, 앞의 두 암봉에 비하며, 봉우리라 부르기가 민망했다. 조망은 앞의 두 봉우리와 대동소이 하나, 당연한 얘기지만, 점점 가야 할 봉우리가 가까워진다는 차이가 있다. 당연히 가까워진 봉우리가 가려 뒤의 조망은 안 보인다.
그 봉우리에서 내려와 5분 정도 가자,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이다. B 코스인 아미산 환 종주 등산객은 여기서 검산1리로 하산하면 된다. 거리는 4km! 고양산 정상은 2.5km! 가야 할 구간에서 대장이 언급한 원바위와 귀바위에 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이정표에 붙어 있는 지도를 유심히 봤으나, 그에 대한 정보는 없고, 고양산 다음에 ‘무궁화 고령목’이라는 표기가 시선을 끌었다. 그리고 아미산 다음 세 바위 봉우리가 삼형제봉이라는 걸 알았다. 그 바위 봉우리를 오르락내리락할 때는 이름 없는 봉우리로 알고 있는데, 지도를 보고 대장이 삼형제봉은 쉽지 않을 거라고 언급한 게 기억났다. 그럼 그렇지, 감탄을 자아내는 봉우리가 무명봉일 리가!?
갈림길을 떠나 고양산 방향으로 가는데, 등산로가 지금까지와는 다르다.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까지가 악산이라면,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모르나, 그 이후는 흙산이다. 고로 비록 급경사 기복도 있으나, 등산로 자체는 산책로 수준이다. 문제가 있다면 쌓인 낙엽. 당연히 미끄럽다. 김밥을 먹은 지 얼마되지 않았으나, 다시 배가 고파, 에너지바를 꺼내 먹으며, 낙엽을 헤치고 고양산 방향으로 가, 11시 52분에 '고양산 2.31km' 이정표를 통과하자, 능선이 급경사로 바뀐다. 아미산 높이가 958m, 고양산이 500m(정확히는 672m)대니, 아미산에서 고개로 내려간 다음 고양산으로 올라가려면, 최소 500m 정도는 하산해야 한다. 고로 급경사가 놀라운 건 아니다. 다만, 내가 왜 당시 고양산의 높이를 500m대라고 알고 있었는지 지금도 의문이다. 이정표에 붙어 있는 지도에서 원바위와 귀바위를 찾을 때 고양산을 잘 봤으면, 667m라고 알았을 텐데. 역시 인간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다른 정보는 무시한다. 인간이 아니라, 나만?
12시 15분에 ‘덕밭치’ 삼거리에 도착했다. 역시 이정표에 지도가 같이 있다. 그런데, 이정표와 지도가 다르다. 지도에는 덕밭치 삼거리가 고양산에서 0.5km다. 그런데 이정표는 1.25km다. 해서 지도에서 덕밭치로 하산하는 다른 등산로 즉 갈림길이 있나 찾아봤으나, 없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검산1리로 내려가는 갈림길 외에 다른 갈림길도 못 봤다. 대장이 지나칠 수 있다는 말에, 혹시 귀바위나, 원바위를 지나칠까 봐 모든 갈림길을 꼼꼼히 확인하며 여기까지 왔다. 물론 그 둘을 발견할 때까지 갈 때도 마찬가지다. 어쨌든 그 삼거리를 지나, 고양산 방향으로 가자, 다시 급경사 능선이다. 급경사 전면 울창한 숲사이로 봉우리가 보인다. 고양산이다. 다 왔다고 기뻐하며 계속 가는데, 앞선 문제의 한 쌍이 이정표 앞에서 좌회전한다. 아니, 상식적으로 내려가는 방향으로 직진하는 게 정상인데, 좌회전해 고개를 갸우뚱하며 이정표에 도착하니, 갈림길이 아니다. 이정표에 의하면 고양산은 좌회전해야 한다.
아무리 봐도 직진하는 게 지름길이다. 해서 이정표에서 잠깐 지세를 살펴보고, 앞에 보이는 고양산을 향해 직진했다. 직진이란 계속 급경사로 내려가는 거다. 물론 길도 있었다. 하지만, 200여 미터를 내려가고 후회했다. 길은 점점 희미해지더니, 결국 사라졌고 앞에 능선이 나타났다. 즉 좌회전하면 능선을 따라 빙 돌아 앞에 보이는 능선으로 지나간다. 고로 거리는 좀 머나, 기복이 없는 쉬운 등산로다. 그렇다고 계곡으로 내려왔다가 다시 능선으로 올라가는 코스가 짧아 보이지도 않는다. 와중에 그 한 쌍이 앞에 보이는 능선을 좀 전에 지나갔다. 12시 36분 반대편 능선에 올라서자, 왼쪽 3~4m 거리에 이정표가 보여, 그걸 확인했다. '장막' 갈림길로, 고양산까지 0.6km 남았다. 좀 전 좌회전을 지시했던 이정표가 고양산까지 1.6km, 그 이전 이정표는 1.25km였다. 이런 걸 개판이라고 하는 거다.
어쩌다 보니,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한 쌍, 결정적인 순간에 진로를 방해하는 한 쌍을 고양산 직전에서 앞지르기 위해 지름길이라 생각한 계곡으로 내려갔으나, 결과적으로 간격만 벌렸다. 그 한 쌍이 먼저 고양산에 도착하면, 문제될 게 없으나, 또 진로를 방해하면 악연 중 악연이라 생각하며, 장막 갈림길을 떠났다. 고양산이라는 봉우리로 올라야 해, 능선은 급경사와 완경사가 반복되는 오르막이다. 급경사에는 잡고 오를 수 있도록 밧줄이 설치되어 있다. 능선을 따라 정상으로 향해, 밧줄을 잡고 올라가는 문제의 여성을 따라잡았다. 그리고 12시 52분경 등산 앱이 고양산 반경 50m 내라고 음성으로 알려줘 그때부터 동영상을 찍었는데, 아미산 영상의 복제라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로 그 여성의 뒤만 쫓아가는 영상이다. 어쨌든 12시 54분 고양산 정상에 도착하니, 갑판 전망대 앞에 정상석이 있고, 그 주변에는 등산객이 쉴 수 있도록 의자가 있다. 그리고 먼저 도착한 일행 셋이 각자 하나씩 차지하고 앉아 있다. 고로 막 도착한 한 쌍에 나를 포함 총 여섯이 고양산 정상에 모였다.
막 도착한 한 쌍이 정상석을 배경으로 인증을 찍는 중이라, 방해되지 않게 전망대로 가, 주변을 감상했다. 물론 사진도 찍었다. 정상에 있는 이정표도. 그 이정표에 의하면 우리가 하산해야 할 곳의 지명이 장막이다. 솔직히 지금까지 날머리의 지명을 몰랐다. 다만, 초원 기사식당 주변이라는 것만 알았지. 이번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산행이 그렇다. 지명을 외우기보다는 식당이나, 특정 건물을 외우는 게 쉽다. 어쨌든 장막까지 1.8km, 현재 시각 12시 54분. 목표 마감 시각인 1시 30분까지는 무리라, 2시 전으로 변경했다. 그렇게 주변 상황 파악이 끝나고, 정상석이 있는 곳으로 돌아오니, 먼저 와 있던 세 명 중 두 명이 내려갔고, 나머지 한 명은 갑판 계단에 앉아 점심을 먹는 중이다. 그 한 쌍도 자리 잡고 앉아 점심 먹을 준비를 한다. 차마 밥 먹고 있는 사람에게 사진을 부탁할 수는 없어, 삼각대를 꺼내 설치하고 타이머를 이용해 인증을 남겼다.
끝으로 이정표를 다시 확인하고, 정상을 떠났다. 정상석에 표기된 고양산의 높이는 672m, 들머리인 검산1리가 358m였으니, 날머리인 장막은 그보다 낮을 확률이 높다. 남은 거리는 1.8km, 고로 급경사다. 그나마 길이 좋기를 바랄 뿐이다. 12시 58분경 정상에서 떠나, 등산로로 내려가며 왼쪽을 보니, 숲 사이로 아미산이 보여 기록으로 남겼다. 그리고 조금 더 내려가자, 예상대로 급경사다. 거기다 등산 때의 아미산 능선보다 더한 암릉으로 뾰족한 바위가 등산로 여기저기 솟아난, 칼등이 아니라 칼날 능선이다. 당연히 좌우는 급경사지만, 왼쪽은 더 심해, 저 아래로 논과 그 사이를 지나가는 강이 보이는 절벽이다. 사진 찍을 당시는 몰랐지만, 세 번째 사진의 강 가운데 있는 섬이 날머리인 체육공원이다. 사진 찍은 시각이 1시 4분이니, 2시에 B 코스 등산객을 태우고 들머리인 검산1리를 떠날 예정인 버스가 도착하기 전이라 안 보인다.
아무 생각 없이 암릉을 따라가자, 정상에 바위가 서 있는 암봉이다. 당연히 그게 길목에 있는 암봉이라 생각하고 가까이 다가갔다. 그런데, 그 바위 봉우리로 넘어가는 게 쉽지 않다. 고로 여기는 등산로가 아니다. 해서 오른쪽 아래를 살펴보니, 예상대로 안전 밧줄이 설치된 계단이 있다. 능선을 따라오다가 우회전해 내려갔어야 하는데, 왼쪽과 앞의 경치를 감상하느라, 오른쪽을 신경 쓰지 않아, 하산길을 놓쳤다. 그렇다고 몇 십 미터 온 것도 아닌, 고작 3~4m라 돌아가면 그만이다. 하지만, 앞의 바위 봉우리와 그 정상의 우뚝 선 바위를 그냥 두고 간다는 산꾼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 그 암봉으로 건너갔다. 물론 네발로 기어서. 정상에 도착해 보니, 그 바위 위에 누군가 돌로 탑을 쌓았다. 정상의 몇 그루 나무를 헤치고 끝으로 가면 최고의 전망대다. 아래를 보면 다리가 후들거리기는 하나, 끝으로 가 주변의 절경을 감상하고 기록으로 남겼다.
전망대에서 할 일을 끝내고 돌아내려 가려니, 바위 돌탑이 신경 쓰인다. 해서, 주변에서 돌을 하나 주워 조심스럽게 그 위에 얹었다. 그리고 전·후를 기록으로 남겼다. 특히 돌을 올린 후 3초 간격으로 두 장을 찍었는데, 돌의 위치가 다르다. 당시에는 그 사실을 몰랐는데, 귀가 후 사진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세 번째 사진에서 균형 잡고 있던 돌이 없어져 떨어진 거로 생각했으나, 처음 사진과는 달라, 사진을 자세히 확인했다. 다행히 떨어진 게 아니라, 균형 잡고 있던 돌이, 힘들었는지 아래 돌에 기대고 누워버렸다. 떨어지지 않은 건 산신의 뜻이다. 하긴 3초 차이고 사진을 찍고 있었으니, 떨어졌으면 바로 확인했을 테지만. 드러눕는 장면을 영상으로 기록하지 못한 게 아쉬울 뿐이다.
암봉에서 내려가기 위해서는 다시 건너가야 한다. 암봉에 오를 때는 아래로 완전히 내려가, 암벽을 기어올라왔으나. 다시 건널 갈 때는 그럴 필요 없이 중간의 소나무 가지를 이용해 건너가면 된다. 가지가 번들거리는 게 많은 산꾼이 그렇게 건너갔다. 해서 건너가려고 자세를 잡고 있는데, 전망 갑판에서 점심을 먹고 있던 등산객이 하산 중 나를 발견하고, 뒤에 서 있는 바위가 원바위냐고 묻는다. 응, 원바위? 해서 원바위 특징이 뭐냐고 다시 물었다. 삼각형의 바위로 한자 원(元)이 새겨 있다는 거다. 분명 한자를 보지 못했다. 혹시 주의를 기울지 않아, 못 봤을 수도 있어, 정상으로 돌아가, 바위를 다시 확인했다. 삼각형도 아니고, 무엇보다, 음각된 글이 없다. 해서 다시 돌아와 기다리는 등산객에게 아니라고 알려줬다. 다른 무엇보다, 대장이 언급한 원바위는 길을 찾는 게 문제지 누구나 갈 수 있는 위치라, 이게 아닌 건 확실하다. 고로 나도 원바위를 찾아가야 한다.
내가 명명한 ‘탑바위’에서 내려와 미끄러지기도 하며 낙엽 쌓인 급경사 등산로로 4분가량 가자, 갈림길이다. 이정표에 의하면, 왼쪽이 날머리인 '장막'으로 1.5km 거리고, 오른쪽은 '샘터(무궁화나무)'로 0.2km 거리다. 지도에서 본 '무궁화 고령목'이자, 이번 산행에서 처음 만나는 샘물이고, 왕복해도 400m에 불과해,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리고 분명 샘터에서 장막으로 내려가는 하산로가 있을 거라는 게 내 예상이다. 샘터를 찾아 100여 미터를 가는데, 길 상태가 최악이다. 비록 샘이 있다고 해도, 등산객이 거의 찾지 않는 거 같아. 되돌아갈까 잠깐 고민하다가, 여기까지 온 게 아까워 계속 갔다. 그리고 고개를 돌자, 저 앞에 인공물이 보여, 그 순간부터 동영상을 찍으며 갔다. 샘과 무궁화야 이정표로 알고 있었으나, 생각도 못 한 굴이다. 당연히 굴로 들어가니, 촛대 등이 있는 게 기도처다. 전면에 무언가 있는데, 신경 쓰지 않고, 왼쪽 구석의 샘만 바라봤다. 플라스틱 표주박으로 샘물을 뜨려고 보니, 거미줄로 칭칭 감겨 있고, 물도 깨끗해 보이지 않아 맛보는 건 포기했다.
샘을 찾았으니, 중요 목적을 달성해,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봤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게 굴 전면의 귀다. 동영상을 찍을 때는 무언가 이상한 게 있다고 생각만 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귀다. 고로 귀바위다. 귀바위라고 해서, 북한산 인수봉 귀바위와 같은 모양을 생각했는데, 시멘트로 만든 거다. 고양산 갑판에서 점심을 먹고 있던 등산객이 인공 냄새가 강하게 난다고 했던 말뜻을 알았다. 그리고 밖으로 나오니, 안내문이 서너 개 있는데, 정작 쓸 만한 건 '고양산 아람마을 동굴 설화' 정도나, 이 또한 최근에 만든 얘기로 보인다. 기왕 만드는 거 귀와 관련된 그럴듯한 전설을 만들어야지. 주변을 다 둘러본 후 이정표를 다시 확인했다. 동영상을 찍으며 올 때 이미 이정표를 보고, 내려가는 길이 있을 거라는 예상이 맞았다는 건 알고 있었으나, 구체적인 건 확인을 안 했다. 아래로 가면 장막으로 1.7km 거리다. 어차피 이정표의 거리는 중요한 게 아니고, 길이 있다는 거에 만족하고 장막으로 향했다.
장막으로 가는 등산로는 비록 등산객이 많이 다니지 않아, 낙엽이 쌓여 있으나, 고양산에서 샘터로 올 때와는 달리 안전시설이 잘되어 있고, 길도 평탄화가 잘 되어 마을 주민이 약수 뜨러 다닐 수 있는 수준이다. 너덜의 계곡을 가로지르는 길도 훌륭했다. 비록 낙엽은 쌓여 있으나, 산책로 수준의 등산로로 장막을 향해 가는데, 반대편에서 오늘 자주 만나는 산꾼이 온다. 귀바위에서 인공의 냄새가 강하게 날 거라고, 고양산 정상에서 얘기했고, 탑바위에서 앉아 있을 때, '원바위 아니냐?'고 물었던 산꾼이다. 나도 그를 보고 놀랐지만, 그도 날 보고 놀라, '어떻게 거기서 오냐?'고 물어, '위 샘터 갈림길에서 우회전했다!'라고 하자, '귀바위는?', '동굴 속에 있다.' 등 몇 마디 주고받고 헤어졌다. 그런데, 고양산에서 귀바위 관해 얘기할 때, 실물을 본 거로 생각했는데, 이 대화를 통해 그도 초행이라는 걸 알았다. 산꾼답게 사전 연구를 열심히 한 거다. 과거엔 나도 산행 전 연구를 많이 했는데, 언제부터인가, 게을러졌다. 안내산악회와 어울려 다니는 게 일상화하면서부터인 거 같은데?!
그와 헤어져 100m가량 가자,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이다. 정확히는 고양산에서 내려오는 등산로와 합류하는 곳이다. 이정표에 의하면, 여기서부터 장막까지는 1.2km다. 그런데, 이정표에는 우회전하는 방향 표시가 없으나, 길을 보면 사거리라, 그 방향을 유심히 살폈다. 높은 언덕이라 반대편은 보이지 않으나, 위에 의자가 설치된 게 쉼터임은 분명하다. 이정표 방향 지시가 없고, 의자가 있는 거로 봐서, 단순 쉼터라 결론짓고, 직진해 본격적인 하산을 시작했다. 물론, 원바위로 가는 길을 찾으며! 그때 왜, 등산 앱의 지도를 확인하지 않았는지, 후회막급이다. 하다못해, 버스에서 찍은 지도만 확인했더라도! 결과적인 얘기나, 산악회 계획 코스는 우회전이다. 그리고 원바위는 그 언덕을 넘어 조금만 내려가면 있다! 그 코스는 원바위와 천제단이 있고, 내가 내려간 코스는 그저 등산로일 뿐이다. 그렇다고 천제단과 인공의 원바위를 보러 다시 올 생각은 없다.
원바위를 찾으며, 장막으로 하산하는데, 지금까지와는 달리 경사도 완만하고, 등산로 상태도 좋다. 다만, 기온이 높고, 흙산이라기보다는 악산에 가까워, 체력 소모도 많아, 들고 온 물을 다 마셨으나, 여전히 갈증이 심해 마지막까지 남겨둔 오이를 꺼내 먹으며 갔다. 와중에 등산로 주변의 나물을 뜯는 일행을 지나치기도 하며, 내려가, 1시 43분에 등산로 입구에 도착했다. 당연히 여기까지 오는 동안, 원바위로 가는 길은 없었다. 하다못해 바위라도 보였으면 혹시나 하고, 올라가 볼 텐데, 그럴듯한 바위도 없었다. 그래봐야 늦었지만, 등산로 입구에 도착하는 순간 사거리가 떠올랐다. 사실 되돌아가도 공식 마감까지는 여유가 있으나, 늦은 점심이 더 중요하다. 해서 인공의 원바위는 잊어버리기로 하고, 산행 마감 기념으로 입구의 지도를 기록으로 남겼다.
농막 터만 만들고 공사는 중단한 곳을 통과해, 1시 47분에 마을 입구에 도착했다. 그리고 담장의 불도화를 사진 찍기도 하며, 마을 관통 도로를 통과해 초원 기사식당을 향했다. 당연히 식당의 위치를 몰라, 등산 앱이 아닌, 지도 앱의 도움을 받으며, 1km가 넘는 거리를 가는 동안 왼쪽으로 보이는 아미산부터 고양산에 이르는 산세와 홍천강으로 내려가는 내촌천을 기록으로 남기기도 했다. 이후 풍암교로 내촌천을 건너, 300여 미터를 가자, 저 앞에 국도와 합류하는 지점에 이정표가 보인다. 그런데 그 이정표를 보고 깜짝 놀랐다. 국도의 이름이 '구룡령로'다! 바로 지난 목요일 백두대간 연결 산행의 종착지인 그 구룡령[산행기]! 결국 지난주 목, 일은 홍천을 맴돌았다. 국도 합류 지점에 도착하니, 건너로 초원 기사식당이 보인다. 들머리에 도착한 게 아니고, 보이지도 않으나, 사실상 산행은 끝났다. 그 시각이 2시 3분으로, 2시 전 도착이라는 목표 달성은 실패했다.
3
2시 4분, 영업 중이라는 안내문이 걸린 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주인장이 혼자 늦은 점심 식사 중이다. 해서 벽에 걸린 차림표를 보며, 조심스럽게 식사 되는지 물었다가, 돌아온 답에 약간 당황했다. 왼쪽을 가리키며, 접시 들고 떠먹으며 된다는 거다. 말인즉 서울 사무실 밀집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한식 점심 뷔페다. 고로 메뉴 고민할 필요 없이, 늦은 점심 먹을 수 있다는 사살에 감사하며, 힙색을 벗어 의자에 걸고, 냉장고로 가 곰배령 막걸리 한 통을 들고 와 테이블에 놓았다. 그리고 손은 어디서 씻을 수 있는지 묻자, 밖으로 나가란다. 당연히 밖에 화장실이 있다는 거로 알아듣고 문을 열었는데, 화장실이 안 보여, 주인장을 바라보자, 앞에 있지 않냐고 해 잘 보니, 화장실이 아니라 문 앞 화단에 설치된 세면대다. 감탄이 절로 나온다.
산악회 게시판의 정보에 따라 별 기대하지 않았던 하산주에 흥분해, 사실 차려진 반찬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는데, 큰 접시에 밥을 떠서 담은 후 차례대로 반찬을 담으며 끝으로 가자, 제육볶음과 국이 있다. 손이 부족하다고 느낀 주인장이 국을 떠서 자리에 배달해 주는 동안, 제육을 퍼서 담았다. 그리고 그 접시를 식탁에 두고, 막걸리를 들고 냉장고로 가 소주와 바꿔왔다. 처음 제육을 보지 못해 막걸리를 선택했으니, 주종을 바꾸는 게 당연하다. 이슬이를 반주로 밥을 먹고 나니, 접시에 반찬만 좀 남았다. 그냥 두고 가기에는 주인장의 눈치가 보여 거기에 밥과 반찬을 조금 더 하고 잘 보니, 비벼 먹을 사람을 위한 들기름과 고추장도 있어, 그것도 추가해 비벼서 접시를 깨끗이 비웠다. 덕분에 배가 터지기 직전이다.
밥을 먹으며, 언제 식당에서 나가야 할지 확인하기 위해 날머리인 체육공원까지의 거리와 소요 시간을 지도 앱으로 검색해 봤다. 400m가 채 안 되는 거리로, 5분 정도 걸린다는 정보다. 도로를 따라 죽 가면 되니, 길을 혼동할 염려도 없어, 마음 놓고 점심을 먹는데, 들어오는 손님이 전혀 없다. 산악회 게시판 정보에 따라 애당초 식당은 포기해, 다른 길로 날머리로 향한 거 같다. 덕분에 혼자 이슬이 한 병을 비우고, 2시 43분경 식당을 나왔다. 그리고 도로를 따라가자, 저 앞 공사장 끝에 주차해 있는 버스가 보인다. 멀어서 산악회 버스인지 정확하지 않으나, 정황상 우리가 타고 온 버스다. 체육공원으로 가며 주위를 둘러보니, 왼쪽으로 아미산에서 고양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보여 그걸 기록으로 남기고, 2시 46분경 공원에 도착했다.
시동이 꺼진 버스는 한증막이라, 일찍 도착한 일행은 버스 주위 그늘에 앉아 더위를 피하고 있다. 차에 타기 전 씻을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그중 한 명에게 어디서 씻었는지 물었다. 자기는 체육공원을 둘러싸고 있는 내촌천에서 씻고 왔다고 했다. 말인즉 화장실에서는 씻을 수 없다는 거다. 그런데, 내로 내려가기에는 시간이 늦었고, 번거로워 일단 화장실로 가니, 씻을 환경이 아니라, 볼일만 보고 돌아왔다. 그사이 출발 시각이 가까워 시동이 걸린 버스에 타고, 등산화만 빼고 아침과 같은 자세를 잡았다. 그런데, 3시가 넘었는데, 차에 타고 있는 승객은 10명이 채 안 된다. 누구도 왜 출발하지 않는지 언급이 없다. 와중에 옆자리 승객이 다가와, 앉을 수 있게 자리에서 일어나, 길을 비켜줬는데, 앉는 게 아니라, 무언가를 주섬주섬 꺼내 버스에서 내린다. 그 모습에 짜증이 몰려와, 자리에 앉으며, 분노한 목소리로 '언제 출발하냐?'고 큰 소리로 혼잣말했다. 그러자, 버스에 타고 있던 승객의 호응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그 소리에 놀랐는지, 버스 주변에 있던 승객이 하나둘 타기 시작하고, 통화 중인 인솔 대장도 타서, 인원을 점검하더니, 다시 내린다. 그리고 감감무소식이다. '뭐 이런 XX가 있나?' 속으로 욕하고 있는데, 주변 승객이 이 상황을 설명해 준다. 길을 잘못 든 승객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그야 예상했던 거고, 그럼, 자초지종을 설명해야 할 거 아닌가. 대략 얼마나 기다려야 한다는 것도. 20분이 지났는데도 대장은 여전히 밖에서 마냥 기다리고 있다. 서서히 버스 내부가 들끓기 시작하는 기미가 보이자, 그걸 승객이 가라앉히려고 노력하고, 그중 한 명은 버스에서 내려 대장에게 달려간다. 그리고 3시 25분경 강 건너 논길을 따라오는 등산객이 보인다. 와중에 강을 건너려고 시도하다가 실패해 빙 돌아오기 위해 버스에서 더 멀어진다. 버스에서 다들 보고 있는데, 인간이라면 최소한 뛰는 시늉이라도 해야 함에도, 유유자적이다. 그걸 보다 못한 기사가 밖에서 기다리는 사람을 두고, 그를 데려오기 위해 반대편으로 버스를 출발시켰다.
반대편으로 가 그를 태우고 차를 돌려, 대장과 나머지 승객을 태운 버스가 서울로 출발한 시각이 3시 30분경으로 남아돌 거라 예상했던 5시 30분의 소요 시간에 30분을 더한 6시간이 됐다. 그리고 생각보다 피곤했는지, 버스가 출발하고 바로 잠이 들어, 휴게소로 들어간다는 소리에 정신 차리고, 시계를 보니 3시 57분으로 27분이 지났을 뿐이다. 씻거나 볼일을 보지 못한 승객을 위해 가까운 홍천 휴게소에서 쉬기로 한 거다. 버스에서 내려, 볼일 본 후, 시원하게 목을 축이기 위해 식혜를 샀다. 씻을 시간을 위해 평소보다 긴 15분의 휴식이 끝나고 버스가 출발하자 다시 잠이 들어 깨어 보니, 거북이걸음이라 애초 6시면 집에 도착하지 않을까 했는데, 8시에 도착해도 다행인 분위기다. 와중에 지난주와 같은 이유로 시청으로 가지 못해 예정에 없던 강남역에서도 승객을 내려주고, 7시 21분 신사역에 도착했다. 귀가 시간은 8시 15분!
안내산악회가 공지한 A 코스 아미산, 고양산 연계 산행 계획의 원바위, 천제단 코스가 아닌 '검산1리 사무소 → 밤나무골 → 삼거리 → 아미산 → 삼형제봉 → 안부 → 덕밭재 → 고양산 → 탑바위 → 샘터/무궁화나무/귀바위 → 풍암교 → 초원 기사식당'의 10.7km(트랭글) 코스를 4시간 45분 동안 즐겼다. 이동 4시간 41분, 휴식 4분!
이번 아미산행으로, 기상청 선정 산악날씨 예보 대상 중, 서울·경기 12, 강원 12, 충청 7, 전라·제주 19 산에 다 오르고, 지역 편애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과도하게 많은 경상도 28 산 중 6 산만 남았다.
아미산의 삼형제봉, 고양산의 탑바위와 무궁화 동굴이 각 산의 백미로 예상하지 못한 즐거움을 선사했다.
인증꾼이 아니라,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미산과 백암산을 묶은 1+1이 아닌, 아미산과 고양산으로 이어진 능선을 반드시 달려봐야 한다.
최근 발생한 문제로 이 안내산악회를 계속 이용해야 하나 고민 중이었는데, 이번 산행이 기름을 부은 꼴이다. 다음에 예정된 산행도 마찬가지라면, 이후 예약된 모든 산행을 취소하고 산악회에서 탈퇴할 생각이다.
※ 이번 산행기를 쓰며, 기록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았다. 초원 기사식당의 창과 문에 모든 정보가 있으나, 영업 여부에 정신이 팔려 그 모든 걸 보지 못했다.
첫댓글 대단한 기록이로세 ^^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