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끼꼬모리(ひきこもり,引籠り)
가와바따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雪国,ゆきぐに, 유키구니)의 시작은 이렇다.
“터널을 빠져나오자 유끼구니 였다”
유끼구니의 일본식 한자는 ‘雪国’ 이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한자 나라 국 ,‘國’을 일본식 한자 ‘国’ 으로 바꿔 쓴다는 것이다. 그리고 ‘구니’로 읽는다.
일본식 한자 国 의 의미는, 각각의 일본의 성은 우리나라의 성처럼 크지 않고 그 지역의 다이묘들은 각자의 작은 성안에서 일부의 신하들만으로 생활을 한다. 나머지 사람들은 성 밖에서 그들의 생활 방식으로 자발적인 삶을 살았다. 그들을 관리했던 것은, 다이묘의 신하 하급 관리 사무라이들이었다.
즉, 구니의 지역 다이묘들은 자신들만의 작은 왕국에서만 머믈러 있다는 뜻에서 나라 國을 国 으로 대신한 것이다.
일본어 공부를 하면서도 내내 풀리지 않는 점이었다.
일본은 왜 이렇게 나라가 많은가.
일본의 전국 시대는 각 지역 다이묘들의 전쟁이었다. 그것을 오다 노부나가 도요또미 히데요시를 거쳐 도꾸가와 이예야스가 통일을 하고 무신정권을 이루었지만, 여전히 각 지역은 ‘구니’ 로 부르고 있다. 그것이 일본의 지방 행정조직 현(縣)이다. 지금도 일본인들은 현을 여전히 구니로 부른다.
메이지 유신은 사쯔마 지역의 하급 사무라이들이 반란을 일으켜 무신정권을 몰아내고 천황을 실질적인 왕으로 추대하고 국가 자본주의 즉, 제국주의 대열에 합류한 사건이다.
그리고 100 년이 지나서 일본은 미국 다음의 자본주의 국가가 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오래가지 못했다.
일본의 제국은 침몰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미국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이 저질러 온 커다란 잘못 제국주의의 당연한 결과다.
뉴스에 ‘히끼꼬모리’ 라는 말이 등장했다. 요즘 뉴스를 장식하는 과거에는 없던 이상한 범죄들에 대해 히끼꼬모리를 언급한다.
히끼꼬모리는 운둔형 외톨이라는 40 년전 일본에서 등장한 인간형이다.
그때 같이 등장한 것이 ‘오타쿠’ 다.
일본어 '오타쿠(おたく,御宅)'의 원래 의미는 상대방을 가볍게 높혀 부르는 말이다. 한글로는 '분' '님' 정도다.
오타쿠와 히끼꼬모리는 무너져 가는 자본주의 시장 일본이 만들어낸 새로운 인간형이다.
물질에 대한 집착이 물신숭배(物神崇拜,fetishism)로 이어질 것으로 예견했던 맑스를 유일하게 인정을 해 줄 수 있는 지점이다.
19세기 상품 생산에 동원되었던 프롤레타리아의 역할은 복지국가의 탄생과 더불어 사라졌다.
프롤레타리아가 자신을 창조했던 부루주아로 변신하면서 자신의 역할이 상품 생산의 노예에서 소비를 주도하는 좀비가 되기 시작했다.
그것이 무신정권에서 제국주의로 빠르게 전환한 일본에서 오타쿠와 히끼꼬모리로 탄생한 것이다.
상품에 대한 집착은 일본의 성생활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변태들의 천국 일본에서 페티시즘이 차지하는 비중은 대한히 높다. 오타쿠 성생활의 또 다른 이름이다.
생물이 아닌 물질에 대한 집착은 자본주의가 상품으로 소비자를 현혹시키면서 시작되었다. 상품이라는 무생물을 마치 살아있는 생물 이상으로 혼돈시킨 것이다.
유럽 절대왕조 중상주의 국가 시절 왕의 도우미로 탄생한 부루조아가, 망해가는 자본주의 시장에서 오타쿠와 히끼꼬모리라는 새로운 인간형으로 변해가고 있다.
그것이 40 년전 일본이었다. 지금의 일본은 제국에서 망국으로 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역시 마찬가지다. 40 년전 일본의 히끼꼬모리들도 역시 지금의 우리나라처럼 엽기적인 살인을 저질렀다.
일본의 골빈 경제학 전문가들은, 세상에 대해 아무런 관심도 없고 자발적 실직자로서 운둔형 인간형인 히끼꼬모리들에게 오타쿠가 되라고 강요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복지국가의 특성은 과도한 세금과 국민들에 대한 철저한 관리이다. 엄격하고도 섬세한 법 집행으로도 대변된다.
개인들은 국가의 틀 속에서 벗어날 수도 없다.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유토피아는 국가와 자본주의가 만들어 놓은 시장 뿐이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오타쿠와 히끼꼬모리다.
상품과 국가의 간섭에 길들여진 개인들의 선택으로서는 어쩌면 그것이 가장 현명한 판단일 수도 있다.
정신병 물신숭배의 오타쿠와 히끼꼬모리가 된 것이다.
그래서 히끼꼬모리에게 오타쿠가 되라는 지식인들이야 말로 자본주의 복지국가 파시즘의 친위대인 것이다.
일본은 지구 상의 어느 나라보다도 집단성이 강한 나라였다. 일본의 지방자치는 메이지 유신 전의 막부 정부에서도 건재했다.
우리나라의 道에 해당하는 행정기구가 일본의 縣이다. 그런데, 그 현을 부르는 다른 말이 일본어에 있다.
‘구니‘다. 일본은 구니의 천국이다. 각 지방은 전부 다른 나라였던 것이다. 일본의 전국 시대는 그래서 구니간의 전쟁이었다. 각 자치 정부간의 치열한 전투를 도꾸가와 이에야스가 평정하고 무신정권을 확립했다. 그렇지만 정치적으로 통일은 하였지만 각 구니의 경제적 자립은 여전했다.
일본의 지방자치는 이토록 역사가 깊었고 인민들의 생활 시스템에 뿌리내려 있었다. 일본의 축제인 마쯔리는 그들의 삶의 방식에서 탄생한 자연 발생적인 것이다. 우리나라 처럼 지방 행정기관이 주도하고 주민들이 동원되는 엉터리 축제가 아닌 것이다.
일본의 아름다운 구니의 나라가, 제국주의로 무너지고 자본주의의 기형아 ’오다꾸‘ 와 ’히끼꼬모리‘ 로 이미 40 년전에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아직 시작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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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