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거의 리뷰어에 대한 살인행위다. -_- 물론 몇 년전부터 5월이 여름시즌의 실질적인 시작이긴 했지만 이렇게 4월부터 영화들이 쏟아지는 경우는 드물었던 듯 싶다. 물론 이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엑스멘 2’와 ‘매트릭스 : 리로디드’라는, 헐리웃에서도 ‘먹어주는’ 대작들이 5월에 개봉하는 탓이기도 하지만 그 외에 작년의 ‘집으로’ 이후 봄을 ‘대중성과 흥행성을 고루 갖춘’ 한국영화 개봉시즌으로 만든 한국영화들, 그리고 그에 맞춰 때마침 개봉하는 ‘볼링 포 컬럼바인’같은 문제작, 그리고 드디어 개봉하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모노노케 히메’와 대립구도를 이끄는 ‘오세암’같은 애니메이션등의 역할이 컸다. 대충 리스트만 읊어봐도 ‘선생 김봉두’와 ‘오! 해피데이’ ‘동승’등이 분위기를 잡은뒤 ‘지구를 지켜라’와 ‘질투는 나의 힘’같은 ‘비평가 주간’을 지나 지난주를 기점으로 ‘살인의 추억’ ‘모노노케 히메’가 개봉되었고, 이번주에는 드디어 ‘엑스멘 2’가 개봉된다. 그래서 T.C에서는 이 작품들을 모두 리뷰하지는 못해도(혹시 공짜로 영화리뷰 잘 써줄 수 있으신분 없나요? 있으면 좀 저희에게 힘을....;;) 이 영화들을 보고 할 수 있는 몇가지 이야기 꺼리들을 늘어놓아 보았다. 별로 영양가는 없지만 흥미만점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예, 주간방담 멘트 인용입니다 ;;).
1. 예매 해 -_-
아마 이곳에 들르는 분들중 ‘엑스멘 2’와 ‘매트릭스 : 리로디드’를 보지 않을 분들은 거의 없을 듯 싶다. 어차피 꽤 오래 걸려있을 영화들이니 느긋하게 볼수도 있겠지만 이런 영화들은 왠지 첫주나 두 번째 주쯤엔 봐줘야할 것 같은 의무감을 만들어낸다. 조금 시간을 두고 따로 개봉되기에 직접 맞부딪칠 일은 없겠지만 이 두 영화가 각종 예매사이트에서 전체 영화들중 몇%의 예매율을 얻어내는지를 확인해보는 것도 좋을 듯.
사실 이 두 영화는 여러 가지 면에서 몇가지 공통점과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두편모두 2편이라는 것(^^;), 두 작품 모두 특별한 존재(돌연변이, The One)가 주인공이고 영화속의 어떤 존재가 영화 제목이라는 것, 그리고 두 작품모두 ‘유주얼 서스펙트’의 브라이언 싱어와 ‘바운스’의 워쇼스키 형제등 헐리웃 블록버스터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오히려 영화 매니아들에게 최고의 시나리오로 인정받은 범죄물을 만들어낸 감독들이 연출했다는 점등이 대표적인 공통점들이다. 또한 다른 속편들과 달리 ‘엑스멘 2’와 ‘매트릭스 : 리로디드’모두 스토리에 완결을 짓기보다는 어느정도 여운을 남겨두면서 속편이 나올 것임을 분명히했다. 여기에 샘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이나 이안의 ‘헐크’같은 작품까지 더하면 요즘의 많은 블록버스터 영화들의 공통점이 나온다. 영화팬들에게 인정받은 재능의 감독, 선택받은 영웅(혹은 돌연변이), 그리고 기획단계부터 속편을 염두에 두는 제작.
하지만 이 두 작품이 각자를 기획하고 마케팅하는 방법은 미묘하게 다르다. ‘엑스멘 2’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 마블 코믹스의 인기 만화를 원작으로 만든 작품으로 ‘스파이더맨’, ‘데어데블’, ‘헐크’같은 영화들의 선두주자 역할을 했고, 이미 수십년간 연재되어 그 안에서 완성된 세계를 이루고 있는 작품이다. 반면 ‘매트릭스’는 오리지널 시나리오로 쓰여졌지만 그 안의 내용물은 ‘공각기동대’같은 애니메이션부터 뮤직비디오, 게임, 성서, 소설(이번에도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가 인용되고 있다)등 수많은 장르가 다양하게 섞여있다. 특히 ‘엑스멘 2’와 달리 ‘매트릭스 : 리로디드’는 개봉에 즈음해 발빠르게 애니메이션과 게임을 동시에 내놓으면서 그 스스로 만화로서의 ‘엑스멘’과 같은 컨텐츠 생산자가 되고 있다. 또한 이미 만화로 상당한 지명도를 가지고 있는 ‘엑스멘 2’가 사건 전개뿐만 아니라 캐릭터 각자의 사연과 그들이 연출하는 각각의 무기들을 보여주는데도 상당한 중점을 두는데반해 삼부작안에 완결된 매트릭스의 세계를 만들어내는 ‘매트릭스 : 리로디드’는 스토리에 보다 많은 중심을 두고 있다. 또한 ‘엑스멘 2’는 만화에서 캐릭터들이 입었던 복장을 촌스럽게 하지 않기 위해 새로운 ‘유니폼’을 지급해야했지만, ‘매트릭스 : 리로디드’는 전작에서 이미 핸드폰, 트렌치 코트등으로 등장인물의 소품 자체가 ‘매트릭스 스타일’이라는 유행을 만들어낸데 이어 이번에는 선글라스가 중심이 된 포스터를 제작하며 또한번의 바람몰이를 하고 있다. 또한 핸드폰도 이번에는 업그레이드되어 전작의 구형 핸드폰에서 ‘삼성’(!)에서 제작한 신형으로 바뀌게 되었다. 개봉과 함께 관련 상품들이 판매될 것은 당연한 일.
2. 죽.인.다. 혹은 죽인다!
헐리웃 블록버스터의 화려함도 좋지만 한명의 배우가 사람을 웃고 울리는 것을 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 이점에서 ‘선생 김봉두’의 차승원과 ‘오! 해피데이’의 장나라는 배우가 영화를 어디까지 이끌어갈 수 있는지 보여주는 경우. 특히 ‘선생 김봉두’에서 혼자 ***을 하는 (이것은 스포일러 -_-) 차승원의 연기는 모든 것을 뒤집는 한방이라 할만하다. 하지만 진짜 다양한 원맨쇼를 보여주는 작품은 ‘살인의 추억’. 용의선상에 오른 ‘동네주민’들이 증언을 하며 보여주는 각종 원맨쇼는 사람 하나 카메라에 세워놓고도 저런 코미디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살인의 추억’에 등장하는 송강호와 김상경은 초반부터 ‘발’과 주먹을 주고받는 ‘정겨운’ 사이. 그러나 이들보다 더 ‘지독한’ 라이벌은 겉은 연적이지만 알고보면 ‘사귀는’ 관계인 듯 싶은 ‘질투는 나의 힘’의 박해일과 문성근 아닐까. ‘보리울의 여울’에서 ‘신’을 등에 업고 벌이는 차인표와 박영규의 라이벌전도 볼만할 듯. 하지만 비교적 정상적인 라이벌관계를 보여주는 이들과 달리 때수건과 물파스로 상대를 고문하는 ‘지구를 지켜라’의 신하균과 백윤식의 관계를 따라올 ‘사람’은 없을 듯.
그리고 ‘질투는 나의 힘’에서 ‘나도 잘해요’라는 모든 동생들의 ‘로망’을 입밖으로 내놓은 박해일은 ‘국화꽃 향기’로부터 ‘질투는 나의 힘’, ‘살인의 추억’에 연이어 출연하면서 2003년 영화계가 낳은 최고의 남자 신인이 되었다. 다만 술마시고 싸움만 안하면 될 듯. 또한 박해일의 문제와 관련되어 구설수에 오른 성시경은 ‘국화꽃 향기’에서 ‘희재’라는 곡을 불렀고, '오! 해피데이‘의 OST ’장나라와 친구들‘에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등을 불러 말그대로 ’친구‘의 우정을 과시. 하지만 영화밖의 성시경보다 더욱 반가운 얼굴은 봉준호 감독의 첫작품 ’플란더스의 개‘에서의 ’서스펜스 호러 코미디‘ 독백씬을 보여준데 이어 ’살인의 추억‘ 앞부분에서도 세상에 쩔대로 쩔은듯한 무사안일주의 수사반장을 연기하고, ’선생 김봉두‘에서는 늘그막에 한문을 배우는 노인을 연기해 영화에 훈훈한 분위기를 불어넣은 나이든 친구같은 연기자 변희봉일 듯.
3. ‘집으로’하고 느낌이 비슷해.
‘집으로’의 기록적인 성공이후 올해 눈에 띄는 것은 지방을 소재로한 휴먼 드라마와 코미디를 결합한 작품들이 눈에 띈다는 것. ‘교사 김봉두’는 물론이고 ‘동승’, ‘보리울의 여름’이 그 대표적인 경우. 이 작품들은 아이들이 상당히 중요한 비중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할만하다. ‘집으로’ 이후 한국 영화계도 이제 아이들과 어른이 함께 볼 수 있는 작품들이 하나둘씩 나오고 있는 셈. 이런 흐름속에서 ‘선생 김봉두’의 소석이, ‘살인의 추억’에서 ‘매우중요한 오프닝’에 등장하는 농촌 아이로 나온 아역배우 이재응은 앞으로 더 많은 작품에서 볼 수 있을 듯.
4. 내 생각엔 말야 이건...
‘지구를 지켜라’와 ‘질투는 나의 힘’은 현재 흥행스코어가 증명하듯 대중적으로는 처절한 실패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비평가와 영화팬들의 반응은 뜨겁다. ‘지구를 지켜라’는 일찌감치 ‘컬트’의 자리를 예약해놓은 듯 싶고, ‘질투는 나의 힘’은 홍상수의 이름까지 거론되며 다시한번 ‘일상’의 위력을 실감케하고 있다. 봄의 여느 작품들보다 훨씬 흥행이 안되지만, 어지간한 작품 이상으로 인터넷상에 많은 감상문이 올라오는 영화들. ‘지구를 지켜라’에서 어떤 영화가 패러디되고 저런 ‘고문’을 실제로 하면 어떻게 될지같은 이야기를 하거나 ‘질투는 나의 힘’에서 묘사된 윤식(문성근)의 모습과 비슷한 실제 직장상사 씹기등도 영화를 본뒤에 할 수 있는 수다의 소재들. 게다가 이 작품들은 ‘지구’와 ‘질투’대신 다른 단어를 집어넣으면 응용해서 말장난하기도 편하다. 물론 ‘지구를 지켜라’는 이미 개봉이 끝난 듯 하고, ‘질투는 나의 힘’도 이번주 이후에는 거의 보기 힘든 영화가 될 듯 싶지만, 이런 영화는 또 그 얼마 보지 않은 사람들끼리 모여서 이런저런 얘기하면서 “우리는 영화 볼줄 아는 사람들 우아~” 한번 해주는게 맛인 작품이다. 그리고 이 두 작품이 흥미없다면 마이클 무어 감독의 ‘볼링 포 컬럼바인’을 보고 꽤 오랫동안 미국을 씹어주는 일도 정신건강을 위해 매우 좋은 일이 될 수 있다.
5. 잘 될까?
분명히 이름도 많이 알려져있고 인기도 어느정도 있는데 영화만큼은 죽어도 안되는 두사람이 바로 김민종과 차인표. 이들의 작품이 이번에는 과연 성공할 것인지는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 아니라 영화관에서 포스터를 본 사람들이 한번쯤은 할만한 말들이다. 어쨌건 참 부지런하게 활동하는데도 결실은 못보고 있는 이들이 이번에는 성공할 수 있을까. 특히 ‘나비’에 출연하는 김민종은 함께 출연하는 배우가 TV에서 영화로 옮겨온 배우중 가장 성공적인 사례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김정은이라는 점에서 더욱 흥미롭다. 또한 ‘보리울의 여울’은 차인표 외에도 박영규, 신애, 장미희등 영화보다는 TV에서 더 많이 볼 수 있는 인물들로 캐스팅을 했다. 또한 이들외에도 ‘챔피언’에서 잠시 주춤한 유오성, 그리고 ‘간첩 리철진’에서 유오성과 함께 출연했던 박진희가 함께 모여 만든 ‘별’도 흥행여부에 관심이 모아지는 작품.
6. 원더풀 데이즈
애니메이션 팬으로서 ‘모노노케 히메’와 ‘오세암’을 봤다면 대화도중 반드시 나올말. “원더풀 데이즈는 개봉을 하긴 하는거래?” 혹은 “그거 잘될까?”
7. 아 씨!
영화를 즐겁게 보고서 수다를 떨기 위해서 가장 피해야할 프로그램들은 다름아닌 각 방송사의 영화 정보 프로그램들. 영화의 정보를 제공하는게 아니라 영화의 줄거리를 요약해주는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이 영화들은 특히 신작 코미디 영화나 스릴러에는 쥐약. 웃긴 부분 미리 다 보여주고 사건의 어지간한 단서는 물론 결말 직전까지 스토리를 진행시키는 일도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매트릭스 2’나 ‘살인의 추억’같은 작품들은 절대로 시청을 피해야할 작품들. 정말 쾌적한 기분으로 영화를 보고 싶다면 이 프로그램들은 자기가 볼 영화 제목이 나오자마자 잽싸게 채널을 돌리는 것이 좋다. 물론, 집에서 짜장면이나 피자 먹으며 비디오를 빌려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프로그램 중반쯤하는 비디오 소개 코너정도는 살짝 봐도 좋겠지만.
8. 이런 사람 꼭 있다
우선 긍정적인 경우. ‘엑스멘’과 ‘매트릭스 : 리로디드’ 서울 메가박스 1관을 비롯해 다른 극장에서 보면서 사운드 비교하는 관객들은 보다 좋은 극장에서의 관람을 위한 좋은 정보를 제공한다. 또한 자신의 영화 성향을 분명하게 밝히면서 특정 영화에 대한 감상을 꼼꼼하게 쓰는 사람, 주요 영화의 박스 오피스 순위등을 업데이트 하는 사람들은 모두 다른 사람들의 돈 7,000원(물론.. 요즘은 각종 카드를 많이 써서 꽤 깎아서 볼수도 있지만)을 가장 효과적으로 쓰는데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다. 그럼 반대의 경우는? 다음 단어에서 연상할 것. 아이, 김밥(실제로 있었다 -_-;;;;;;), “범인은 ***야!” 등등.
9. DVD로 나오면 사야지
....라고 말하지만 이들중 정말 살 수 있는 작품은 그리 많지 않다. 게다가 이번같은 대박시즌은 DVD 플레이어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정말 환장할만한 시즌이 될 듯. ‘엑스멘 2’ ‘매트릭스 2’등은 이미 영화 발매전부터 DVD를 위한 영화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이고, 농촌의 한적한 풍경과 급박한 서스펜스를 함께 보여주는 ‘살인의 추억’, 그리고 스케일에 있어 헐리웃 블록버스터에 뒤지지 않는 ‘모노노케 히메’역시 DVD가 나오면 반드시 사야할듯한, 그러나 다 사려고 하면 갈등을 일으킬 수 밖에 없는 그런 작품들. 게다가 ‘엑스멘’은 얼마전 미공개씬과 다양한 스페셜 피처를 수록한 ‘엑스멘 1.5’를, ‘매트릭스 : 리로디드’는 이미 ‘매트릭스’ 1편의 또다른 버전인 ‘매트릭스 : 리비지티드’ 버전을 내놓아 톡톡히 재미를 본적이 있다. 그리고 ‘모노노케 히메’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연출한 또다른 작품들인 ‘이웃집의 토토로’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도 이미 DVD로 발매된 상황이어서 ‘모노노케 히메’가 DVD로 발매되면 이것이 한데 모여 박스셋으로 발매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어디 그뿐인가. ‘반지의 제왕’처럼 안사고 못배길 SE버젼이라도 나와준다면 돈은 또 나가게 된다. 이래저래 DVD는 돈잡아먹는 귀신이다.
10. 당부의 말씀
영화보러가자는 친구의 말에 “디빅으로 볼거야”라는 말은 하지 맙시다. 음악은 “음악같지 않은 음악들이 많아서” mp3로 듣는다고 한다지만 ‘매트릭스 2’와 ‘살인의 추억’같은 작품까지 디빅을 노리면 대체 어쩌란 말입니까. 그리고 제발 ‘엑스맨 2’같은 영화 ‘캠판디빅’보고 ‘감상’ 올리지 마세요. 세상엔 ‘질투는 나의 힘’처럼 스테레오만 되도 충분한 영화만 있는게 아니랍니다. -_-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개봉하고 있는 영화를 그렇게 보는건 너무하잖아요.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특히 ""우리는 영화 볼줄 아는 사람들 우아~” 한번 해주는게 맛인 작품이다" 이부분 정말 넘 웃겼습니다...저두 저거 한번 해주기 위해 영화 봐야겠네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