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함께 시간을 거슬러 우주와 지구의 탄생을 여행하는 일은 밤하늘의 별을 보는 것만큼 황홀하다
나는 칼 세이건을 통해 인간의 본질을 처음으로 우주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법을 배웠다. 그의 대표작 ‘코스모스’는 여름 휴가철에는 필독서였고, 수많은 별들로 가득 찬 밤하늘을 바라보면서 우주와 인류의 기원에 대한 그의 해박한 지식을 부러워했다.
지상의 삶은 천상으로 가기 위해 잠깐 머무는 간이역이었고, 우주 역사 안에서 지금까지 내 삶을 되돌아보면 사소하고 허무했다. 그때마다 나는 우주돛단배를 타고 광속을 돌파해 수십억 은하계를 여행하는 환상에 젖곤 했다.
태양은 헬륨과 수소의 핵융합 반응 결과물이다. 인과율에 따라 언젠가 태양은 에너지를 다 소실하고 빛을 잃을 것이며 지구도 종말을 고한다. 한 가지 위안이라면, 이 비극적인 소멸이 지구의 나이만큼이나 먼 훗날의 일이라는 것이다. 그 전에 우리 개별 인간들은 무량한 생로병사를 반복할 것이다. 도대체 거시 우주관점에서 본 오욕칠정에 사로잡힌 미시 인간이라는 존재는 무엇일까.
뇌과학의 고전 ‘에덴의 용’은 거시 우주 속에 사는 미시 인간의 뇌의 진화에 관한 이야기다. 에덴은 생명 창조의 공간이고, 용은 영생을 파괴한 파충류의 수사학적 표현이다. 칼 세이건은 ‘인간의 뇌와 마음은 빅뱅 이래 시작된 장대한 물질 진화의 산물이며, 뇌와 마음이 단일한 원리에 지배되는 것이 아니라 진화적인 유래를 가진 다양한 충동과 논리들이 서로 충돌하여 만들어낸 복합적인 과정’이라고 본다. 150억년에 이르는 우주의 역사를 1년으로 압축한다면, 9월 14일에 지구가 탄생했고, 9월 25일에 생명이 탄생했으며, 인간은 12월 31일 오후 10시 30분 즈음에 처음 등장했다. 그의 유명한 우주력이다.
세이건의 주장대로, 우리 뇌에 에덴에서 하와를 유혹한 뱀의 뇌 흔적이 남았을 수도 있겠다. 최신 뇌과학은 인간 배아의 뇌가 안쪽으로부터 R복합체, 변연계, 신피질 순서로 생성된다는 것을 관찰했다.
파충류 뇌의 R복합체는 공격적 행동을 유발하고, 영토 수호 본능이 강하며, 사회적 서열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는 파충류와 포유류 양자의 후손이다. 낮 시간에 R복합체가 억제되고 밤 시간에 꿈의 용이 움직이기 시작함으로써, 우리 각자는 파충류와 포유류 사이의 1억 년이나 묵은 전쟁을 재연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피비린내 나는 사냥의 밤낮만 바뀐 셈이 된 것이다.”
그와 함께 시간을 거슬러 최초의 우주의 탄생과 지구의 탄생으로부터 시작하여 뇌의 진화 과정, 뇌의 구조와 꿈, 그리고 침팬지의 언어, 외계생명체을 여행하는 일은 밤하늘의 별을 보는 것만큼이나 황홀하다.
포유류는 왜 밤에 잠을 자며 꿈을 꾸는가? 포식자에게 무방비로 노출되는 위험한 수면행위가 어떻게 진화적으로 타당한가? 그의 말대로 지적 호기심은 인간의 운명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