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잔류 75.7%... 분리독립 추진 제동
이민 관련 안건 4개 모두 찬성 우세
카니 총리 "헌법 개정 없이 해결 가능"
앨버타주 주민 4명 중 3명이 캐나다에서 분리독립하는 절차를 추진하는 데 반대했다. 그러나 이민제도 개편과 주정부 권한 조정에 관한 다른 주민투표에서는 찬성표가 대체로 앞섰다. 캐나다에 남겠다는 선택과 별개로 연방정부의 정책에는 변화를 요구하는 민심이 드러난 것이다.
19일 실시된 앨버타주 주민투표에서 20일 오전 7시 10분 기준 180만 표 이상이 개표된 가운데 캐나다 잔류를 선택한 비율은 75.7%, 분리독립 절차 추진을 지지한 비율은 24.3%로 집계됐다. 찬반 격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캐나다 잔류가 사실상 확정됐다.
이번 투표는 앨버타주가 곧바로 독립할지를 결정하는 절차가 아니었다. 유권자들은 캐나다의 일원으로 남을지, 아니면 헌법에 따라 분리독립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구속력 있는 주민투표를 추진할 법적 절차에 착수할지를 선택했다.
독립 추진이 거부되면서 이번 주민투표를 통한 분리독립 절차는 중단됐다. 다만 향후 새로운 주민발의 청원이나 정치적 절차를 통해 같은 문제가 다시 제기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마크 카니 총리는 20일 각료회의에 참석하기 전 앨버타 주민들이 국가 통합을 선택한 데 대해 기쁘다는 입장을 밝혔다.
카니 총리는 이날 오전 대니엘 스미스 앨버타주수상과 통화해 주민투표 이후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두 사람은 최근 웨인라이트에서 발생한 군 훈련 참사 피해자 지원과 함께 이민 문제도 다뤘다.
특히 카니 총리는 앨버타주가 제기한 이민 관련 요구를 헌법 개정 없이도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실제로 이번 주민투표에서 분리독립 문제와 함께 제시된 다른 9개 안건은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다.
20일 오전 잠정 개표 결과에 따르면 이민 관련 첫 4개 안건의 찬성률은 각각 56~59%로 나타났다. 주 선거에서 유권자에게 시민권 증명을 의무화하는 다섯 번째 안건도 약 63%가 찬성했다.
헌법 관련 안건들은 찬반 격차가 크지 않았다. 연방정부의 일부 프로그램에서 앨버타주가 탈퇴할 수 있도록 하는 안건은 반대가 약 51.3%로 앞섰다.
분리독립과 연방 프로그램 탈퇴 문제를 제외한 나머지 8개 안건에서는 찬성표가 우세했다. 다만 개표가 진행 중이어서 최종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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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미스 수상은 주민투표를 앞두고 캐나다 잔류를 지지하면서도 이민과 주정부 권한에 관한 다른 안건에서는 찬성표를 요청했다. 이를 바탕으로 연방정부와 협상해 앨버타주의 요구를 관철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앨버타주와 연방정부의 갈등은 2015년 쥐스탱 트뤼도 자유당 정부 출범 이후 심화됐다. 앨버타주정부는 당시 연방정부의 에너지·환경 정책과 송유관 관련 규제가 석유·가스 산업에 불리하게 작용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카니 정부 출범 이후 에너지 정책과 새로운 송유관 건설 가능성을 둘러싼 협의가 진전되면서 스미스 수상은 독립보다는 캐나다 안에서 주정부의 권한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반면 분리독립 지지 진영은 연방정부가 바뀔 때마다 앨버타주에 불리한 정책이 다시 도입될 수 있다며 독립 논의를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번 투표 결과가 나온 뒤에도 독립운동 단체들은 향후 활동 방향을 놓고 서로 다른 입장을 보였다.
'패스웨이 투 인디펜던스(Pathway to Independence)'의 코리 모건 창립자는 주민 대다수가 독립 추진을 거부한 만큼 집권 통합보수당(UCP)을 분리독립 정당으로 전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독립운동을 이어가더라도 정당보다는 별도의 시민단체가 중심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앨버타 번영 프로젝트(Alberta Prosperity Project)'의 제프리 래스 씨는 통합보수당 내부의 독립 지지 여론을 거론하며 스미스 수상의 지도력 문제를 제기했다.
경제계는 분리독립 추진이 중단된 데 대해 환영하는 분위기다.
캘거리 상공회의소는 이번 결과로 기업들이 채용과 투자, 사업 계획을 세우는 데 필요한 불확실성이 줄어들었다고 평가했다. 상공회의소가 지난 6월 발표한 보고서에서는 앨버타주가 캐나다에서 분리될 경우 주 경제가 연간 620억 달러 규모의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추산했다.
연방 보수당의 피에르 폴리에브 대표도 앨버타 주민들이 통합된 캐나다 안에서 더 강한 주를 선택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앞으로 식료품과 주택 가격 안정, 치안 강화, 국경 관리, 이민 축소 등 주민 생활과 직결된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주민투표 당일 일부 지역에서는 투표소 운영에 차질이 발생했다.
앨버타주 선거관리 당국에 따르면 투표소 106곳이 인력 부족과 인터넷 연결 문제, 집기 배송 지연 등으로 예정된 시간에 문을 열지 못했다. 일부 원주민 지역 투표소에서는 투표용지가 부족해 추가 물량을 배송해야 했으며, 한 곳에서는 투표용지가 일시적으로 완전히 소진되기도 했다.
분리독립 추진은 사실상 무산됐지만 이민과 헌법 관련 안건의 공식 결과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연방정부와 앨버타주정부가 주민투표에서 나타난 요구를 놓고 어떤 협상에 나설지가 향후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