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디가 입는 건 '개 옷'이 아니라 '남성복'이다. 가장 작은 XS(엑스트라 스몰) 사이즈 정도가 그에게 딱 맞다. 시바이누종(種)인 보디는 다섯 살. 인간으로 치면 패션모델로는 전성기가 지났을 서른여섯 살 정도다.
그럼에도 여느 수퍼 모델 못지않게 패션계에서 활동하고 있다. SNS에서 인기를 얻은 뒤 살바토레 페라가모, ASOS, 아메리칸 어패럴 등 30여개 패션 브랜드와 작업을 했고, GQ·뉴욕타임스·타임에도 등장했다. 올해 뉴욕 패션위크의 파티에도 초청을 받았다. 국내에선 남성복 브랜드 코모도 스퀘어와도 협업을 했다.
보디는 타고난 모델이다. 가죽처럼 반짝이는 코와 부드럽게 물결치는 연한 갈색 털이 옷을 잘 살려낸다. 옷의 분위기에 따라 표정을 달리 짓는 재주도 갖고 있다. 넥타이를 매는 옷차림일 땐 입을 꾹 다물고 먼 곳을 지그시 응시하지만, 반팔 티셔츠를 입으면 혀를 내밀고 눈웃음을 짓는다.
보디의 사진 촬영 과정을 지켜본 미국의 한 기자는 "사람 모델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신속한 작업이었다. 카메라를 들이대면 바로 포즈를 잡는다"고 했다. 단점도 있다. 사진 촬영을 한 곳에 소변을 보며 영역 표시를 할 때도 있다고 한다.
요란하게 멋을 내지 않는다는 게 보디가 인기 끄는 비결이다. 펑씨와 킴씨가 자주 코디하는 스웨터, 티셔츠, 옥스퍼드 셔츠, 모직 재킷은 남자들 옷장에 한 벌씩은 있는 기본 아이템이다.
이런 것들을 섞어서 계절이나 상황에 따른 옷차림을 보여준다. 드레스셔츠와 청재킷, 윈터 슈트(두툼한 원단으로 만든 슈트)를 같이 입는 법이나, 체크 슈트를 튀지 않게 입는 법을 그의 사진에서 배울 수 있다.
펑씨는 "'개가 입어도 멋진데, 사람이 입으면 얼마나 더 멋질까?'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고 했다. 보디의 옷차림이 남자 옷 입기의 좋은 예로 꼽히면서 최근 그의 사진을 모은 책 '맨즈웨어 도그'도 한국에 번역돼 나왔다.
보디는 한 달에 1만~1만5000달러를 번다. 원하는 건 사진 촬영이 끝난 뒤 땅콩버터를 먹는 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