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없는 사하라 사막에서 갈증에 허덕이는 나를 속일 망정 먼발치의 신기루가 결코 허황한 것은 아니다. 모래 폭풍에 파묻히고 목마름에 사선을 견디면서도 멀리 떠 오른 오아시스의 환상이 어쩌면 캬라반의 희망으로 떠 올라 꺼져가는 삶의 불씨가 되는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랬으면 오죽 좋을까마는 백옥같은 하얀 설경에 봄같지 않은 봄을 느낄줄 모르는 회색빛 세상을 사는 듯한 음울한 나날에 시달리는 미수를 앞둔 노구에게는 가당찮은 사치로 여기는 터였다.
코로나19에 꿈에도 상상 못한 질곡같은 연옥을 헤메지만 배곺음도 모르고 쫓겨가는 늦겨울의 추위도 모르고 역질의 아우성 속에서도 이웃의 통곡조차 오불관언(吾不關焉)인듯 이 세상을 숨쉬고 있었다.
주마간산격의 말도 발급아래 걸리는 돌뿌리는 가려 뛴다는데 회색빛 미세먼지 속에 웅크린 요즘의 나는 내가 사는 마을 어귀의 매실꽃도 모른 채 며칠 지난 2월의 달력을 무심코 뜯어 낸다.
해가 바뀔 때마다 가는 해를 아쉬워하다 오는 새해를 맞는 순간만은 마음을 가다듬고 무언가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은 기대로 새해 일출에 합장하기도하고 옷깃을 여미기도 하지만은 새해가 바뀐 올 해만은 아무런 감흥도 없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조울증도 아니고 히키코모리도 아닌 것 같은데 매사에 감흥이 없다. 감흥이 없으니 희망을 못 갖고 휘망이 없으니 의욕도 없고 의욕이 없으니 정열이 있을 수 없다.
적어도 일주일에 하나 이상 올리든 글조차 써지지 않고 완전 먹통이 된 듯 겨우 겨우 마른 걸레 짜내듯 써낸 윤기 없는 글이 글 같을 수도 없으니 하루 하루가 안개짙은 황혼이었다.
버릇처럼 켜 연 PC에서 "가브리엘의 오보에 넬라 환타지아"가 흘러 나온다. OST의 명작곡가 엔니오 모리코네가 작년에 타계했다는 소식을 접한 순간 그의 나이를 살펴 보았다. 백수를 바라 보는 92세~ 뒤통수를 얻어 맞은 듯 현기증이 인다. 내일 이태리의 베스비오 화산이 다시 터질지라도이 열정적으로 작품활동을 마다 않던 그였다.
덩달아 마브리엘의 오보에 동영상이 열린다. 배경은 세계 최대의 폭포를 배경으로 한 동영상 속에 잊혀져 온 고 이태석 신부의 10년 만의 귀환을 열광하는 남수단의 기적이 연출된다.
가브리엘의 넬라 환타지아가 간단없이 흐른다.
고 이태석 신부가 기른 한센씨병 환자의 아들이 UN라디오 앵커가 되어 나온다. 아순타 아모크 양이 이화여대를 나와 조국 남수단의 교수가 되었다. 존 마옌루벤과 토마스타반은 인제의대에서 수련과정을 마치고 고국으로 돌아가 활동하고 남수단 정부가 설립한 국립 의대에 40~50명의 이태석신부의 제자들이 이태석 재단의 장학금으로 공부하고 있다고 한다.
한센씨병으로 버려졌든 남수단의 오지 톰즈에는 이태석신부 브라스벤드가 있다. 아태석 신부가 기른 의사 약사 건축가 교직자들이 있고 회색빛 오두막이 아닌 밝은 평화스런 들판을 달리고 있다.
남수단의 국정교과서에 이태석 신부의 공적이 실려 있다고 한다. 이태석신부의 얼이 남긴 "울지마라 톰즈"는 대한민국의 신부가 이룬 평화의 성지이다.
이태석 신부가 척박한 남수단 선교에 갈 무렵 동료가 "왜 가느냐"고 말 했을 때 그의 대답이 이랬다. "다이아몬드와 돌~ 둘 중에 하나를 택하는 것"과 같은 이유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태석 신부의 심오한 뜻을 어느 누가 감히 헤아릴 것인가?
"가브리엘의 오보 넬라 환타지아"를 들으면서 회색빛 우울증에 헤어나지 못하던 답답한 내 가슴이 힐링 받는 계기가 되었기 기쁜 마음으로 이 글을 옮긴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잘 감상했습니다
감동입니다
고 이태석 신부 이야기도 감동입니다
감사합니다감동입니다!사랑합니다!파이팅 푸하하 하!
이태석 신부가 남수단 선교사때 기른 학생들이 의사
교수.약사등 수단을 이끌 인재가 되어있어 이 신부님
의 공로는 영원히 간직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