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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를 소재 삼은 영화, 흔치 않습니다.
그 중에서도 무려 지구 밖 화성에서(!) 감자 농사를 짓는 ‘마션The Martian’은 많은 지구인들에게 놀라움을 선사했죠.
공대 출신이라 더욱 흥미로웠다는 공대 출신 농부, 산들야채 임현수 대표가 마션 감자농사에 대해 팩트체크합니다!
아직까지 저게 정말 가능할지, 물음표만 남겨두셨다면 꽤 재미있을지도 몰라요.
영화 속 감자농사
‘문제인식 > 해결책 강구 > 실행’ 이란 단순해서 아름다운 과정이 영화 내내 이어집니다. 특히 감자농사도 짓고 있어 농사 부분이 가장 흥미로웠다는 산들농부.
날카로운 농부의 눈에는 몇몇 오류가 눈에 띄었다고 합니다.
영화에서의 감자 시퀀스는 다음과 같습니다.
화성의 흙을 거주텐트로 옮겨 옮긴다 ▶ 동료와 자신의 똥을 비료로 쓴다 ▶ 분리한 수소를 태워 수분을 공급한다 ▶ 수확한 다 ▶ 다시 심어 양을 불린다
1. 화성의 흙에서 농사가 가능한가요?
2012년에 큐리오시티가 분석한 바에 의하면 화성의 토양은 하와이의 현무암질 토양과 흡사하다네요.
큐리오시티는 또한 “화성 표면 토양이 먼지와 고운 흙으로 이루어져 있을 것이라는 종전의 추측이 옳았음을 확인”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화철이나 현무암질이라는 성분은 차치하고서라도, 고운 모래(사질토)란 토질에서 감자 농사가 잘될까요?
답은 yes.
금지 사질토 감자가 맛있다고 하고요, 감자는 배수가 잘되는 사질토에서 가장 잘 자란다고도 하네요.
참고로, 영화에선 이 부분의 장면에서 밖에서 흙을 퍼온 게 전부였지만, 원작(소설)에선 좀 더 자세히 다루고 있습니다.
농사에서는 박테리아(미생물)이 중요한데, 지구에서 가져온 소량의 흙을 화성의 흙에 섞어 박테리아를 접종시키고 불렸습니다.
2. 인분비료에 감자를 심어도 되나요?
영화에선 모래에 고랑을 파고 똥을 한 무더기씩 넣고는 ‘바로 그 위’에 감자를 심습니다.
그런데 작물은 생똥 무더기 바로 위에 심으면 안 됩니다.
특히 파종기의 어린 작물에 이런 가스가 노출되면 작물이 상해 제대로 자라지 못하거든요.
그렇기에 똥 뿐만 아니라 유기질을 반드시 발효시킨 뒤에 퇴비로 쓰는 것입니다.
사실 발효라기 보단 가스를 제거할 뿐이라고 보지만, 복잡한 이야기는 여기서 건너뜁니다.
하지만 화성이 발효를 할 수 있는 환경도 아니고, 와트니에게 발효를 시킬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할지라도 방법은 있습니다다. 바로 똥과 흙을 잘 섞어주는 것이죠.
농사를 조금이라도 지어본 사람이라면, 아니 화분이라도 가꿔봤다면 퇴비나 비료를 줄 때 흙과 골고루 섞어주는 걸 잘 알고 있을겁니다.
하지만 영화에선 생똥무더기 위에 감자를 심는 수준이니, 아마 영화 스텝 중에 화분이나 정원을 가꿔본 사람이 없는 모양입니다. T.T
참고로, 원작에선 발효에 대한 언급은 없지만 지구의 흙과 함께 “잘 섞어준다”고 나옵니다.
3. 적당한 수분 공급이 되었을까요?
간이 감자밭의 두께와 습도 수준을 감안했을 때, 흙의 습도도 계속 높게 유지되었을 것 같고요.
사람도 그렇지만 식물도 뭐든 적당한 게 좋습니다.
가문 것도 좋지 않지만, 습한 것도 좋지 않습니다.
장마가 지속되거나 배수가 잘 안 되어 토양이 계속해 습하면 작물 뿌리가 썩어버리게 되죠.
게다가 1번에서 언급했듯 감자는 “배수가 잘 되는” 사질토에서 잘 자랍니다.
참고로, 원작에선 공기 중의 수분을 물 환원기로 액화시켜 루이스의 우주복에 저장하는 식이죠.
이걸 식수로도 쓰고 감자밭에 뿌리기도 합니다.
4. 수확한 감자를 바로 심어도 싹이 날까요?
하지만 일반적으로라면 그토록 오래 싹이 나질 않았으면 감자가 썩었을 것입니다.
화성이라 그렇다 치고 이 부분은 그냥 넘어가겠습니다.
일단 무탈하게 감자 수확을 마친 와트니는 감자를 불리기 위해서 ‘바로 다시’ 심는데요.
그런데 감자엔 대략 90일 정도의 휴면기라는 게 있습니다.
그 말은 그 기간엔 싹이 나질 않는다는 이야기죠.
봄에 심어 6월 쯤 캐는 하지감자를 바로 가을에 심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데요.
물론 감자 품종별로 기간에 차이도 있고 열처리, 지베렐린 처리 등 휴면타파법도 있지만 바로 그렇게 재파종을 할 순 없습니다.
혹시라도 미쿡에서 휴면기가 없는 새로운 감자 품종을 개발했다는 가정하에 가능했다고 봅시다.
참고로, 원작에선 휴면기에 대한 언급 자체가 없습니다.
원작을 좀 더 자세히 파고들자면, 26 화성일에 첫 파종을 하고 65 화성일에 1차 수확 및 재파종을 하는데요.
잠시 수확 때의 묘사를 옮겨적겠습니다.
나는 줄기가 꺽이지 않도록 조심하여 그것들을 파냈다. 그런 다음 눈이 하나씩 들어가도록 작게 잘라 새 흙에 다시 심었다.
감자알이 작다고 말하면서도 이른 시기에 “줄기가 꺽이지 않도록 조심”하며 수확한 걸 보면 마치 화분 분갈이하듯 옮겨 심어 불리는 게 1차 수확의 목적인 듯 합니다.
하지만 이런 식의 불리기가 가능하지도 않을 뿐더러 이런 방식으로 휴면기를 없앨 수 있지도 않습니다.
원작에선 116 화성일에 열흘 뒤, 즉 126 화성일에 2차 수확을 할 거라 계획을 잡는데요.
보통 감자의 생육기간이 90일 정도 걸리지만 이 부분은 지구와 달리 병충해 걱정도 없고 온도,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했기 때문에 감자가 51 화성일 만에 클 수도 있겠지 싶습니다.
그 밖에…
사실 감자 농사보다 근본적인 오류가 있었으니, 바로 영화 시작하자마자 와트니에게 위기를 가져다 준 모래폭풍입니다.
원작에선 후반부에 대기를 뒤덮어 태양전지 충전을 못 하게 만드는 위기를 한 번 더 제공할 뻔한 장치이고요.
하지만 한 트위터리안의 발언처럼 “화성엔 기압이 지구의 1%수준이라서 모래폭풍이 불어도 산들바람수준이라고함... 작가도 인정.” 했다고 하네요. 하하
(참고로 작가 왈 : “나도 알아.하지만 일부러 무시(deliberately ignored)했어.” )
나사에서 촬영한 바에 따르면 낮은 대기 밀도와 기압에 불구하고 폭풍(storm)이 없진 않는데 지름이 고작 30미터에, 높이가 1.6킬로미터 밖에 되질 않습니다.
여전히 원작에서의 위기를 조성할 만큼의 위력은 아닌 것이죠.
또 하나..
기억이 가물에서 정확하진 않지만 영화에서 와트니가 붉은 노을을 바라보는 장면이 있었던 것 같은데 이 기억이 맞다면 그 또한 오류입니다.
단파장인 푸른색만 남아 화성의 노을은 푸르다고 합니다.
첫댓글 잘봤어요~~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