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호, 동학사, 벚꽃 기행
해마다 4월에 한반도 전역이 봄꽃으로 치장을 하면 지역마다 각종 꽃 향연이 열린다. 이 달은 꽃의 달이다. 그래서 축제가 각 고을마다 특정 꽃 이름으로 열린다. 산수유 축제, 벚꽃축제, 진달래축제, 철쭉축제 등등이다. 사람은 누구나 꽃을 좋아하고 사랑한다. 우리 어머니는 장독대 분꽃을 사랑하셨고 나는 마을 뒷골 민둥산 패랭이를 좋아했다. 아이들도 꽃을 보면 환한 얼굴로 즐거워하고 기뻐한다. 누구든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꽃을 사랑하지 않는 이는 드물다. 4월 축제에는 벚꽃이 먼저 피고 다음 진달래가 피고 마지막으로 철쭉이 핀다. 4/9일 나도 시간이 되어 집사람과 같이 벚꽃이 주는 아름다운 광경을 맛보러 출발했다.
방향은 대청호변이고 그곳 28km 벚나무 가로수가 환상적일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새벽 5시30분에 일산을 출발했다. 일산과 서울을 빠져 나가는 시간이 출근시간과 맞물리면 족히 한 시간은 허비하기 때문에 일찍 출발했다. 그리고는 고속도보다는 국도를 선호해서 달렸다. 국도변 꽃구경을 겸사겸사 즐기고 싶어서 선택했다. 남녘으로 갈수록 산야에 연두 빛 새싹의 어린이파리들이 삐죽이 나오고 동리마다 벚꽃나무에는 새하얀 꽃잎이 장관을 이룬다. 한반도 대지가 살아 움직이는 느낌을 받는다. 나이 들어감에 새봄을 대하는 눈빛이 다르다는 것을 감지한다.
대청호 벚꽃 구경은 충북 보은군 쪽에서 출발하여 대전시 동구 신상동쪽으로 28km 도로변 벚꽃나무 가로수를 감상하기로 했다. 축제는 일요일에 끝났다고 하지만 벚꽃의 절정은 내가 도착한 4/9일 아침 8시가 절정인 것 같다. 하얀 벚꽃 잎 다발에 묻혀버려 벚나무가지는 보이지 않는다. 흐드러진 백색 벚꽃송이다발이 벌통의 꿀벌처럼 당알 당알 매달려 벚꽃 뭉게구름이 도로변에 피어나는 것 같다. 이 대단한 광경을 바라보는 이의 찬탄을 자아내게 한다. 너무도 아름다워 잠시 차에서 내려 보기도 하지만 앞으로 기대되는 벚꽃 구름덩이가 마음을 조급하게 재촉한다.
시속20km로 우측차선을 기어가는 차량 속에서 새벽 찬 공기를 마주하며 벚꽃의 향연에 내 영혼이 벚꽃 속에 빠진 것 같다. 아침 태양은 정각6시에 떴고 아침8시에 대청호변 벚꽃가로수를 투과하면서 흰색 벚꽃들은 등불이 되어 그 환상적인 광경은 자연의 오묘함과 진기함을 느끼게 한다. 흰 꽃잎을 반사한 태양빛은 출렁이는 호수 위를 부는 바람과 신선이 연주하는 리듬에 맞춰 바람과 휘황찬란한 벚꽃을 춤추게 한다. 무대는 대청호변 회인선 벚꽃길이다. 아름다움의 소재는 여럿이지만 생동하는 기쁨을 같이 하기에는 꽃 축제가 제격 같다. 벚 꽃잎은 4~5일 만개하다 눈송이처럼 바람에 휘날리는 운명이기에 인생 무상함을 비유하기도 한다. 새로운 생육을 시작하기 전 자연의 초목들은 천지신명에게 아름다운 꽃으로 감사함과 고마움을 표시하는 것 같다. 벚꽃 속에 취해 시간가는 줄을 몰랐다.
내가 대전공전을 다닐 적에는 대청호란 이름도 회인선 벚꽃축제란 이름도 없었다. 그 젊은 세월은 멀리가고 지금의 세월 속에 묻혀 이런 아름다운 꽃 대궐 속에 아직도 즐거움과 기쁨을 맛보게 하다니 감사할 따름이다. 대청호를 떠나 판암동을 거쳐 유성 온천에 들렸다. 경인장 온천 호텔 맞은편 유성지구온천 원탕이라는 계룡 스파텔 온천에서 개운하게 목욕재개하고 동학사로 출발했다. 동학사는 4/5일~4/15일간 벚꽃축제기간이라 평일에도 사람이 운집했다. 동학사 벚꽃나무는 수령이 지긋해서 벚꽃 개화시기도 10일이 넘는 것 같다. 벚나무 수령 50년 이상 못지않게 벚꽃송이들도 소담스럽고 탐스럽다. 대청호반이 한가롭다면 이곳은 차량과 사람과 장사꾼들이 동학사 입구부터 엉켰고 흐드러진 벚꽃들이 하얀 뭉게구름을 만들어 노령의 가로수마다 엉켜있다. 동학사가 사람과 벚꽃으로 장관이다. 주차시설이 부족한 거리마다 골목마다 모두 임시 주차장이란다. 프랑카드에 임시주차가능하다고 쓰고 주차사고에 대하여는 책임 없다고 단서를 달았다. 노상주차가 온 마을에 허용되기는 동학사가 처음일 것 같다. 우리 차량도 동학사 온천지역 르네상스 모텔 앞 길가에 정차하고 동학사 입구로 향했다. 하얀 벚꽃가로수에 인산인해를 이루고 전국각지에서 올라온 관광버스가 동학사 주차장에서 벚꽃 속에 묻혀 피로를 풀고 있다. 늙은 벚나무고목에 새로운 가지 없이 벚꽃이 피었다.
길 따라 올라가며 품바소리 음악소리 귀를 따갑게 하지만 사람 사는 냄새 진동하는 이곳 동학사는 부처님도 좋아라고 뛰어나올 것 같다. 보도를 따라 오르면서 현미 찹쌀 호떡을 1000원씩 주고 2개 사서 나눠 먹었다. 사람들 걸려 걷기가 불편하지만 천막치고 품바타령 하는 곳이 6군데나 되니 정신이 팔려 붐비는 것을 감지할 수 없었다. 애시 당초 동학사골짜기 염불소리가 기막히게 품바소리로 대체되었다. 동학사는 모두가 여승이다. 오늘 이곳을 찾는 이들은 나와 같은 한물 간 세대가 득실거린다. 그래도 여승들은 오늘따라 목탁 내던지고 문 걸어 잠그고 이불속에 묻혀 정진 한단다. 여승의 마음이 싱숭생숭 할 적에는 문 걸어 놓고 참선에 드는 게 상책이란다. 예전 같으면 골짜기 스피커에서 금강경, 아함경, 열반경, 법화경 읽는 소리가 은은 할 텐데 오늘 스피커에서는 나 같은 지긋한 세대에 맞춰 유행가 ‘내 나이가 어때서’가 목청 터진다. 파르라니 깍은 머리 여승이 하도 예뻐 벚꽃마저 수줍어하는 동학사 골짜기는 부처님도 미소 짓는 하루다. 오후 4시가 가까워지자 하늘에 검은 구름이 뒤 덥고 빗방울이 퍼덕인다. 꿀 벌통을 엎어놓은 듯 인간 꿀벌들이 바빠진다. 서둘러 차 있는데 까지 달려와 동학사를 빠져나왔다. 4/9일의 비가 내리기시작하여 4/10일 아침까지 촉촉했다. 오늘이면 벚꽃들이 일산에도 만개했으리라.
해마다 벚꽃축제는 마음을 힐링하고 심신을 추스르는 기간으로 모든 이들에게 재충전의 기회를 제공한다. 나이 들어감에 따라 자연의 아름다움에 빠져보는 것도 행복의 일환(一環)이다.
나를 떠난 세월은 지난 그 세월을 다시 불러올 수 없고
내 마음을 종잡을 수 없게 하는 지금의 세월은 어지럽도다.
멀리서 불어오는 봄바람은 아름다운 벚꽃을 피게 하지만
흐드러진 꽃잎을 바라보는 이의 눈가의 주름은 펴지 않네.
태고 이래로 꽃을 노래한 이들은 많으나 보이지 않고
그들이 노래한 꽃들은 지금도 피어나는 구나
세상에 처한다는 것은 큰 꿈과 같거늘
산다는 것이 왜 이리 수고롭게 생명을 괴롭히는가.
꽃은 아름다우나 세상의 이별을 생각하면 한스럽다.
그래도 꽃을 보고 기뻐하는 마음은 신이 정한 보배로다.
2019년 4월 10일 낮12시
율 천
첫댓글 이율천님
고향친구를 만난 기분이네요.
기분좋은 여행 다녀오셨네요.
다녀오신 벗꽃길
행사장이었던
신상동 마을 주민의 한사람으로
우리마을 홍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올려주신글도
잘읽어 보았어요.
글솜씨 역시 대단하세요.
행복한저녁시간
되세요~~^^
감사합니다
회인서벗꽃길 넘좋은곳이죠.
좋은곳에 잘다녀오셧네요^^
대전공전.동학사 유성온천.추억의 단어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아름답던 옛추억
잠시 잊고 살아는데
덕분에 좋은글에 다시
학창시절 생각에 감겨봅니다
고맙고 감사합니다
학창시절을 대전에서
보냈습니다
아~~~꿈같은 옛 추억
편안한 밤되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