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웃음 / 김수영
나는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우리나라가 宗敎國이라는 것에 대한 自信을 갖는다
絶望은 나의 목뼈는 못 자른다 겨우 손마디뼈를
새벽이면 하아프처럼 분질러놓고 간다
나의 아들이 머리가 나빠서가 아니다
머리가 나쁜 것은 선생, 어머니, I.Q다
그저께 나는 빠스깔이 「머리가 나쁜 것은 나」라고 하는 말을 들었다
나는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우리나라가 宗敎國이라는 것에 대한 自信을 갖는다
마당에 서리가 내린 것은 나에게 想像을 그치라는 信號다
그 대신 새벽의 꿈은 具體的이고 선명하다
꿈은 想像이 아니지만 꿈을 그리는 것은 想像이다
술이 想像은 아니지만 술에 취하는 것이 想像인 것처럼
오늘부터는 想像이 나를 想像한다
이제는 선생이 무섭지 않다
모두가 거꾸로다
선생과 나는 아이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기 때문이다
宗敎와 非宗敎, 詩와 非詩의 差異가 아이들과 아이의 差異이다
그러니까 宗敎도 宗敎 이전에 있다 우리나라가
宗敎國인 것처럼
새의 울음소리가 그 이전의 靜寂이 없이는 들리지 않는 것처럼……
모두가 거꾸로다
―태연할 수밖에 없다 웃지 않을 수밖에 없다
조용히 우리들의 웃음을 웃지 않을 수 없다
<1963. 10.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