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손가락
사역하다 보면 아픈 손가락처럼 마음이 쓰이는 사람이 있다. 내게도 아픈 손가락 같은 사람이 제법 있다. 하나님께서 내게 맡기신 장애인 삼촌들이 그렇고, 믿음이 연약한 성도들이 그렇다. 열심히 배우고 있는 자녀들이 그렇다.
영성 수련회 도중에 작은아들이 카톡을 했다. 게스트룸에 있던 유 집사님께 식사하자고 모시러 갔더니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전화를 해도 받지 않았다. 두 손이 부러져 수술 후 아직 실밥도 뽑지 않았는데 어디로 가셨나….
영성 수련회를 마치고 올라와 전화하니 받지 않는다.
다음 날 오전에 전화하니 받는다.
“집사님 오늘 실밥 뽑으러 병원에 가는 날 아닌가요?”
“지금 실밥 뽑고 있어요.”라고 대답하는데 목소리가 귀에 익다.
사강 정형외과 원장님이시다.
집사님 댁에 심방을 갔다. 침대에 누워 계시다 일어나 옆에 있는 전기 난방기를 켜 준다. 방바닥은 냉골이다. 상처가 덜 아물어서 통깁스를 못 했다고 하신다. 식사는 했느냐 물으니 간단하게 했단다. 따뜻한 교회 게스트룸에 계시지 집으로 왔느냐 물으니, 집에는 버스라도 타고 돌아다닐 수 있는데 교회는 차가 없으면 갈 곳이 없단다.
행동에 자유로움이 없으면 탈출하고 싶은 게 사람의 본성인가 보다. 우리 삼촌들도 대문도 철거하고 잘 때 현관문도 잠그지 않으니, 가출이 없어졌다. 갇혀 있다고 느끼는 순간 탈출하고 싶은 게 사람인가 보다.
보일러 기름은 있느냐 물으니 바닥이란다. 카드를 드리며 보일러 기름 두 드럼 넣고 주일에 교회 올 때 카드를 가져오시라 했다. 나가서 밥 먹자고 해도 생각 없단다. 손으로 젓가락을 사용하지 못하니 불편해서 식당에 가지 않으려는 것 같다. 만두는 포크로 찍어 먹어도 되니 만두 시켜줄까요? 라고 하니 이따가 시켜서 따뜻할 때 먹겠다고 하셨다.
기도해 드리고 일어서니 앞에 있던 대봉 홍시 드시라고 한다. 네 개 중 한 개를 들고 나오며 잘 먹겠다고 했다. 다시 한번 교회로 가자고 했다. 집이 편하다고 거절하신다. 자오로 돌아오며 다른 아픈 손가락을 생각하며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