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의 남성 우정장관이 공식으로 육아휴가를 얻어 유모차 밀고 길거리 나다니는 보도사진을 보고 저럴수가ㅡ하고 충격받았던 것은 겨우 10여년 전 일이다. 남녀평등이 잘 돼 있다는 스웨덴에서의 일이다. 30대의 노동장관 페르 아르마크가 갑자기 사의를 표명하자 기자들이 찾아가 이유를 물었다. 앞치마 차림으로 나와 초등학교 다니는 아이들의 뒷바라지 때문에 장관직을 겸할 수 없기 때문이라 했다. 첫 왕자에게 주어졌던 왕위 계승권에서 성차를 없앤 스웨덴이요 구인 광고에서 성별을 불문케하고 눈길 끄는 미녀 광고를 불법화시킨 스웨덴에서는 지금 두 아버지 가운데 한 아버지꼴로 육아 휴가나 휴직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상한 나라 이야기만 같던 그 아빠들의 육아휴직이 우리나라에서 지난 1년 동안 공무원만 75명으로 지난 3년 새에 3배로 늘었다 한다.
이미 고려 때부터 한국에 온 외국 사신들의 눈에 아기와 밀착된 육아문화가 이상하게 보였던 것 같다. 서긍의 「고려도경」에 아기를 업고 안고 손잡고 그리고도 머리 위에 물동이까지 이고 가는 한국여인을 보고 「살기 좋은 어느 곳에라도 찾아가는 것일까」했다. 순조 때 실학자 이규경은 우리 동방의 어린 아기들 울음소리는 이미 천하에 유명하다고 전제하고 그 이유로 어머니들이 온 식구 밥지어 먹일랴 베짜서 옷지어 입힐랴 한 몸을 열 조각 내도 모자랄 판에 한 애는 젖꼭지 물리고 한 애는 안고 한 애는 업고서 하루 종일 일을 하게 되니 아이들은 어머니의 살갗에 붙어 살게 되고 잠시라도 떨어지면 울게 된다는 것이다. 곧 중국에까지 유명해진 한국 아기들의 울음소리는 어머니와의 체온중독에서 온 것으로 풀이했다. 그만큼 어머니에 밀착되어 살아온 한국 아이들이다.
아기들을 격리시켜 기르는 아기구덕이 없는 문화권은 이 세상에서 제주도를 제외한 한반도 뿐이라는 것도 이 밀착 육아문화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육아는 어머니의 전담분야로 아버지와 괴리돼 있었다. 삼엄했던 내외법으로 사내가 부엌에 들어가거나 아기를 업으면 고추가 떨어진다는 말을 듣고 자란ㅡ육아는 금남의 가사이기도 했다. 지금도 집에서 아이 본다는 것은 처량한 신세의 대명사인데 떳떳한 신세로 탈바꿈시킨 아빠의 육아 휴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