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약은 ‘공부 잘하는 약’ 아니다
한국인 소화제 소비량 OECD 평균보다 2배 높아
제대로 복용해야 독 아닌 약 된다
약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고민하다가 이 특집을 계획하게 됐다. 우리는 주변 환경, 자연으로부터 병을 얻기도 했지만, 그로부터 약을 얻게 됐고, 병을 고쳐냈다.
하지만 우리 몸을 지키려 개발한 약이 오히려 자연을 병들게 하고 있다. 쓰고 남은 약을 무심코 버리는 행위가 물과 땅을 오염시켰고, 생태계를 교란했다. 병든 자연으로부터 우리는 다시 병을 얻게 되고, 이 과정은 무한히 반복될 것이다.
우리는 약을 얻는 것뿐만 아니라 약을 쓰고 버리는 과정도 생각해야 한다. 우리는 자연으로부터 약을 어떻게 얻어내는지, 약은 자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고찰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편집자 주]
[그린포스트코리아 이민선 기자] 지난해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다. 지난 29일 전남 목포 한 보육원에서 보육원을 다니고 있는 원생들을 통제한다는 명목으로 ADHD,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증후군 환자들에게 주는 치료약을 남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문제는 모두 병원에 가서 의사의 정식 진단을 받고 처방받은 약이라는 것이다. 이 보육원 원생 47명 중 13명이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고 이 가운데 8명이 ADHD 약을 먹고 있다고 했다.
이 보육원이 정부에 정신과 치료비 지원을 받기 위해 낸 신청서를 보면, 치료 사유에 ‘스마트폰에 몰입한다’, ‘말투가 강압적이다’, ‘긍정적 자아상이 형성되지 않았다’라는 등 청소년기 흔히 볼 수 있는 행동이었다.
ADHD 치료제 메틸페니데이트는 집중력을 높여준다는 이유로 일명 ‘공부 잘하는 약’으로 알려져 있다. 10대 후반 등 특정 연령대를 중심으로 수능을 앞둔 10월에 처방이 매우 증가한다는 보고도 있었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메틸페니데이트는 2015년 52만건에서 2018년에는 64만건까지 처방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9세 미만이 전체처방에서 73% 수준인 235만건을 차지했다.
ADHD 환자가 아닌 사람이 의사와의 전문적인 상담 없이 장기간 복용했을 때 마약류를 복용했을 때와 유사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지난 5년간 메틸페니데이트 부작용 사례는 총 1093건으로 확인됐고, 주요 부작용으로는 식욕부진, 불면증, 두통 등이었다.
무심코 먹은 소화제가..? '복용 1위' 위장약, 오남용 불감증
생활 속에서도 ‘오남용’ 사례는 비교적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여기서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바로 약물이 ‘오남용’ 되고 있다는 것이다. 오용은 의사의 처방에 따르지 않고 약을 임의로 먹거나 처방된 약을 지시대로 사용하지 않는 것이고, 남용은 약물을 의도적으로 다른 목적을 위해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이처럼 생활 속에서도 약물 ‘오남용’ 사례는 비교적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 발암 위험으로 라니티딘 성분의 269개 위장약이 판매 중지 됐다. 약의 성분이 발암 위험이 있다는 것도 논란이 됐지만, 가장 큰 문제점은 이를 상비약처럼 대량 구매해 놓고 습관처럼 복용하는 이들이 많았다.
서울 강서구의 A 약사는 “약국에서 제일 많이 팔리는 약 중 하나가 위장약이고 이 중 소화제가 대부분”이라며 “습관적으로 소화가 잘되라고 먹거나, 조금만 더부룩해도 약을 찾는 사람이 꽤 있다”라고 말했다.
올해 발간된 '2017년 기준 의약품 소비량 및 판매액 통계'에 따르면 의약품 중 '소화기관 및 신진대사(소화제)' 항목 소비량은 2017년 558.5DDD(의약품 일일 사용량, 매일 성인 1000명 중 558명이 복용한다는 뜻)로 1위를 차지했다. 이는 OECD 평균으로 알려진 230DDD보다 2배 높은 수치다.
위장약은 큰 부작용이 없다고 알려졌지만, 부작용이 없는 약은 없다. 게다가 장기간 복용할수록 부작용의 위험도 커진다.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의 2018년 의약품 이상 사례 보고에 따르면 그해 소화제·위산 억제제로 생긴 부작용 보고 건수만 9861건에 달한다. 부작용은 어지러움, 소화불량, 오심, 졸림, 가려움증, 발진, 두드러기 등이 대표적이었다.
약 좋다고 남용 말고, 약 모르고 오용 말자
임의로 약을 끊는 등 자신도 모르게 약을 오용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비슷한 효능의 약제들을 혼용하는 사례나, 다른 병원에서 회사는 다르지만 같은 성분의 약을 중복으로 복용하는 사례, 감기때문에 항생제를 처방받았지만 감기가 나은 것 같아 임의로 약을 끊는 등 자신도 모르게 약을 오용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여느 때보다도 많은 처방약을 복용하고 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그 처방약을 다른 처방약, 각종 비타민, 생약 등과 병용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매년 수많은 사람이 건강을 위해 자신들이 복용한 약물들로 인해 입원하기도 하고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어떤 약물들은 생각지도 못한 부작용을 나타내기도 하고, 처방약이 일반약이나 무심코 먹은 술, 심지어는 카페인과도 상호작용하기도 한다.
‘약 좋다고 남용 말고, 약 모르고 오용 말자’라는 표어가 있다. 전문가에 지시에 따라 제대로 복용해야 독이 아닌 약이 된다. 다음 편에서는 우리가 무심코 버린 약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본다.
minseonlee@green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