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모습이 남기는 여운
우리는 대개 누군가의 눈빛이나 미소, 화려한 언변에 매료되곤 합니다. 앞모습은 의지로 꾸며낼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표정은 감출 수 있고, 눈빛은 연기할 수 있으며, 입술은 진심이 아닌 말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뒷모습은 다릅니다. 그것은 스스로는 결코 볼 수 없는, 오직 타인에게만 허락된 한 사람의 가감 없는 진실입니다. 진정으로 아름다운 뒷모습은 화려한 치장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그가 살아온 삶의 태도와 타인을 향한 배려에서 나옵니다.
길가에 떨어진 쓰레기를 무심코 줍고 떠나는 이의 굽은 등, 서두르는 타인에게 먼저 길을 내어주고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는 이의 어깨를 본 적이 있습니다. 그들은 자신을 드러내려 하지 않지만, 그 머물다 떠난 자리에는 형언할 수 없는 온기가 감돕니다. 앞모습이 내가 누구인지를 외치는 확성기라면, 뒷모습은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증명하는 조용한 마침표와 같습니다.
아름다운 뒷모습에는 특유의 고독이 서려 있습니다. 자신의 짐을 묵묵히 짊어지고 걸어가는 뒷모습은 마치 단단한 바위처럼 흔들림이 없습니다.
타인의 시선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걷는 사람의 뒷모습에서는, 억지로 꾸며낸 우아함보다 훨씬 깊은 생의 품격이 느껴집니다. 그것은 수많은 고난을 통과하며 스스로 버려온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고결함입니다.
꽃은 지고 나서야 그 향기가 얼마나 짙었는지 알게 됩니다. 사람도 떠나가는 뒷모습을 통해 그 존재의 무게를 알게 됩니다.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은 그가 떠난 뒤에도 공백을 허망함으로 채우지 않습니다. 대신 그 자리에 잔잔한 여운과 그리움을 심어 놓습니다.
그는 참 좋은 사람이었다는 짧은 회고는, 그가 보여준 앞모습의 화려함이 아니라 그가 남기고 간 뒷모습의 정갈함에서 비롯됩니다.
------------------------------
<정운복> 님의 글입니다.
조갑제씨가 쓴 <박정희 -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에 육영수 여사에게, 작고 시커먼 박정희의 어디에 반했냐는 물음에 마루에 걸터 앉아 군화를 벗는 뒷모습이 믿음직했다는 구절이 있습니다.
뒷모습은 속일 수 없죠. 떠난 자리가 아름다워야 한다는 말도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합니다.
내 떠난 자리가 추해서는 안될텐데.............. 그러려고 아등바등하고 있기는 하지만 어떨런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