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 벽화] 의정부 원효사 '달마와 혜가'
▲ '달마'의 법을 전해받고자 하는 '혜가'스님이 자신의 왼팔을 잘라 달마대사의 제자 되기를 원하는 그림 (의정부 원효사 대웅전 벽화)
[최우성 기자] 한국의 사찰을 들어가 살펴보면 건물의 벽면에는 수많은 그림들이 빼곡히 그려져있다. 그런데 불교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 그림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궁금하기만 할뿐 그림속의 내용은 모른채 그려진 그림속의 구도와 인물들의 얼굴만 보다가 돌아서기 쉽상이다.
그러나, 절의 건축물에 그려진 그림들은 모두가 불경속의 내용들과 그동안 큰 발자취를 남긴 스님들의 일화를 하나의 그림으로 표현한 것들이다. 그래서 알고보면 재미도 있고 의미도 느낄 수 있다.
오늘 올리는 사진은 사찰의 벽화중에 중국에 선종을 전파한 인도에서 온 선승 달마스님에게 제자가 되고자 찾아왔던 혜가의 일화를 그린 벽화그림이다.
달마스님은 옛부터 지금까지 가장 인기있는 스님의 모습으로 그 모습도 그리는 사람에 따라 다양하게 그려지고, 많은 스님들 법사들이 자신들이 갈고 닦은 화필에 기(氣)를 불어넣어 그린 그림이 큰 힘을 발휘한다고 하여 부적처럼 많이들 그려주고 이를 받은 신도들은 이를 호신용 또는 소원성취를 위하여 부적처럼 소장하며 발복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달마가 누구인지 아는 사람들은 불교신자가 아니면 별로 아는 사람이 없다.
달마는 본래 인도의 작은 왕국의 왕자로 태어나서 출가하여 석가모니 부처님(인도의 초대 선법의 조사)의 선법(禪法)을 전수받은 조사의 계보를 이은 스님으로, 그의 스승은 반야다라(초대 부처님으로부터 27대조사)이다. 반야다라에게 선종의 진수를 인가받은 달마(인도의 28대조사)는 인도의 선종을 가지고 중국으로 왔다. 그 때는 527년 중국의 혼란기로 5대 10국시대였다. 불교가 중국에 들어온지 어언 500년이 되는 시기였다.
하지만 당시 중국 불교는 수많은 경전들을 인도말(범어)에서 중국한자로 번역이 거의 되어가던 때인지라, 많은 왕조들은 불교(교학)를 번성하는데 앞장섰고, 이를 통치의 수단으로 활용하였다. 그 때 중국의 '양'나라 또한 불교에 심취하여 황제인 양무제(梁武帝)는 양나라 전국에 1000개도 넘는 절을 짓고, 직접 불도를 이루겠다며 출가하여 스님이 되기를 5번씩 한 인물로 불교에대한 열정이 대단하다고 자부하였던 황제였다.
그런데, 인도의 고승 달마스님이 바로 자신이 다스리는 양나라에 왔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양무제는 황제의 권위로 그를 황제궁으로 불러들여 융숭히 대접하면서 그에게 자신의 공이 크다는 것을 자랑삼아 이렇게 물었다. "나는 전국에 1000개도 넘는 절들을 짓고, 각 절마다 수많은 불사를 이루었고, 그 절들에 많은 시주를 하였는데 그 공이 얼마나 됩니까?" 그러자 달마는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황제의 공이 하나도 없습니다" 자신이 사찰에 많은 돈을 들여 불사를 했다는 그런 아만심에 찬 상태로는 불사를 했다는 그 아만심으로는 그가 쌓은 공이 다 소멸하고 없어져버렸다는 뜻.
그러나 그 말을 들은 양무제는 실망한 나머지 달마스님을 땡중으로 인식하고 내쫓아 버렸다. 그러자 달마는 양나라를 떠나 북위 숭산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때부터 토굴속에 터를 잡고 9년동안 처절한 면벽수행을 하였다. 그러면서 제자다운 제자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그곳이 현재의 소림사이다. 이 소식을 들은 많은 사람들이 그의 도를 이어받은 제자가 되고자 찾아왔으나, 그는 아무도 제자로 받아들이지를 않았다.
그러던 중 9년이 지난 뒤, 한 청년(혜가)이 찾아와 그의 법을 전수받는 제자가 되겠다고 요청했으나, 그냥 받아들여주질 않았다. 그러자 혜가는 추운 겨울 밤새 내리는 눈을 맞으면서 꼬박 새벽을 맞이했다. 그리고 아침이 되자 자신의 한쪽 팔을 칼로 잘라서 넓은 파초잎에 싸서 달마에게 바쳤다. 이를 본 달마는 그의 투철한 진리에 대한 마음을 받아들여 제자로 삼았고 부처님으로 부터 이어져 왔던 선종의 법을 혜가에게 전수하였다. 그리하여 혜가는 달마의 선법을 전수받아 중국의 선종의 2대조사가 되었다.
이는 마치 부처님이 인도의 기원정사에서 설법 도중에 한송이 연꽃을 들어보이자, 많은 제자들이 어리둥절하였으나, 가섭만이 빙그레 웃어 보이고, 이를 본 부처님이 가섭에게 선법을 전수한다는 것과도 통하는 것이다. 이를 '염화시중'의 미소라고 한다.
달마는 인도에서 마지막 28대 조사로 인도에서는 달마가 중국으로 가벼려서 선법의 전통이 끝나고, 중국에서는 달마스님이 선종의 초대조사가 되었고, 혜가는 달마의 법을 이어받은 2대조사가 된 것이다. 달마와 혜가의 첫만남을 그린 이 사진은 의정부 도봉산 원효사 대웅전 뒷편 벽면에 그려진 그림이다.
※ 선종(禪宗): 불교의 진리중 부처님의 마음 갈고 닦아 깨달음을 추구하는 종파를 뜻함. 이를 이어받아 깨달은 고승을 선사라고 부르며, 한국은 통일신라 이래로 중국의 선법을 전수받아, 그런 선사들이 일가를 이룬 종파를 선종이라 한다. 이들은 깨달음을 추구하되 경전을 위주로 공부하지 않고, 진리 자체를 깨닫고자 선수행이 우선이다.
※ 교종(敎宗): 불교의 진리중 부처님의 말씀을 기록한 경전을 중심으로 공부하는 종파. 경전을 공부하여 높이 추앙되는 스님들을 높여서 대사로 부르며, 그 계통으로 일가를 이룬 종파를 교종이라 한다. 화엄종 법화종 열반종 등등 경전의 이름이 앞에 붙어있는 종파이름을 보면 이들이 어떤 경전을 위주로 공부하고 수행하는지 알수 있다.
현재 한국불교는 선종과 교종을 모두 포함하고 발전시킨다 하여 통불교라고 하나, 통일신라때능 5교9산이라하여 교종사찰로 5개의 큰 절이 있었고, 선종사찰로 9개의 큰절이 있었다. 현재 한국불교의 최대종단은 조계종 태고종 천태종이나, 이들은 선을 위주로 하면서 경전도 함께 공부한다. 조계종의 소의 경전은 금강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