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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문계살(屠門戒殺)
푸줏간에서 죽이기를 경계한다는 뜻으로, 전혀 있을 수 없는 일을 이르는 말이다.
屠 : 죽일 도(尸/9)
門 : 문 문(門/0)
戒 : 경계할 계(戈/3)
殺 : 죽일 살(殳/7)
(유의어)
도문담불(屠門談佛)
출전 : 고금소총(古今笑叢)
자신의 주제나 능력을 알지도 못하면서 허세를 부리거나 불가능한 일에 도전하는 사람이 주변에 흔하다.
속담이나 성어가 많은 것도 분수 모르는 사람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공자 앞에서 문자 쓴다', '지붕의 호박도 못 따면서 하늘의 천도(天桃) 따겠단다' 등의 속담이 잘 말해준다.
기술의 달인 노반(魯班)의 문 앞에서 도끼를 자랑한다는 반문농부(班門弄斧), 조그만 사마귀가 앞발을 들고 수레에 막아서는 당랑거철(螳螂拒轍) 등의 성어는 모두 자기 역량을 모르고 위세를 부리는 야랑자대(夜郞自大)와 같다.
반면 아무리 노력을 해도, 오래 기다려도 가능하지 않은 일도 있다. '바람벽에 돌 붙나 보지'란 말은 되지도 않을 일이거나 오래 견뎌 나가지 못할 일은 아예 하지도 말라는 뜻이다.
'그 사람 인간되기는 백년하청'이라 말하면 사람 구실을 못할 사람이니 상종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짐승을 잡아 고기를 파는 거리(屠門)에서 살생을 하지 말라고 점잖게 훈계(戒殺)하면 생업을 포기하라는 소리이니 먹혀들 리가 없다. 부처를 논하는 도문담불(屠門談佛)도 어울리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우리 속담을 한역한 '순오지(旬五志)'에는 '개백정보고 살생하지 말란다'고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비어를 등장시켰지만 더 앞서 조선 전기 문신 서거정(徐居正)의 '태평한화골계전(太平閑話滑稽傳)'에 재미있는 이야기로 등장한다. 내용을 간단히 보자.
서울서 경주로 내려간 젊은이가 관아의 한 요염한 창기에게 홀딱 반했다. 상경할 때 서럽게 우는 창기에게 보따리를 털어 주었으나 재물을 원하지 않는다며 앞니 빼어주기를 원했다.
할 수 없이 이를 빼어주고 온 젊은이는 이 창기가 다른 남자를 사귄다는 소식을 들었다. 화가 치민 젊은이는 하인을 시켜 앞니를 찾아오도록 시켰다.
하인이 찾아가니 창기가 비웃으며 말했다. '어리석은 어린놈이 백정에게 살생하지 말라고 타이르고, 창녀보고 예절을 갖추라고 하는 격이니 바보 아니면 망령든 놈이로다(癡孩子, 屠門戒殺, 娼家責禮, 非愚則妄).'
그러면서 자루를 던져 주니 그 속에는 치아가 가득했다. 자기만 사랑한다고 살살대던 창기가 스쳐간 남자에게서 하나씩 얻은 것이 한 자루였다. 기생에게 예가 없다고 꾸짖어봐야 효과 없다는 창가책례(娼家責禮)도 여기서 나왔다.
한 사람이 '앞니가 확 트이고 까까머리 되는 것은 장수의 조짐(齒豁頭童是壽徵)'이라 놀려도 할 말이 없게 됐다.
나라의 앞일을 항상 걱정하는 우리 국회는 다른 정파의 의원들과 일치하는 의견이 거의 없다. 급박한 일이라 합의를 하고서도 돌아서면 자기 당의 이익만 따진다. 이런 국회에서 화합을 바라는 것은 어디에 훈계를 하는 것과 같지 않을까.
고금소총(古今笑叢) 第2集
18. 색환판치(索還板齒)
앞 이빨을 다시 찾아오다.
鷄林有一官娼, 美而艶, 有長安一少年, 情頗珍重.
계림(鷄林; 경주의 옛 이름)에 한 관기(官妓)가 있었는데 아름답고 요염(妖艶)했으며, 서울의 어느 청년(靑年)이 (경주에 갔을 때 그 관기에 대한) 사랑이 자못 귀중(貴重) 하였다.
娼給曰; 妾本班閥, 沒入爲婢, 時未經男子.
그 기생(妓生)이 청년에게 이르기를, '저는 본래 양반 문벌의 딸이나 잘못 빠져들어 종(관기)이 되었는데, 아직 남자를 겪지 않았다' 하니,
少年尤惑之, 娼臨別, 善哭, 少年傾行橐而贈之則,
청년이 더욱 그녀에게 현혹 되었는데, 기생이 청년과의 이별에 임하여 슬피 우니까 청년이 노자 돈을 꺼내서 그녀에게 주니,
娼謝曰: 願得切身之物, 不願財賄.
기생이 사양하면서 말하기를, '몸에 붙은 사물을 얻기를 원하지, 재물 선물은 원하지 않습니다' 하니,
少年卽斷髮與之, 娼曰: 毛髮猶外也 願得尤切者.
청년이 곧 자신의 털을 잘라 그녀에게 주니, 기생이 말하기를, '털은 몸 밖의 것과 같으니 이보다 더욱 절실한 것을 얻기를 원합니다' 하거늘,
少年, 斫板齒而與之.
이에 청년이 앞 이빨을 뽑아 그녀에게 주었다.
及還京忽忽不樂, 人有鄕來者, 少年兼問, 娼纔別後就他家.
그리고 서울로 돌아오고 나서는 멍하니 정신을 잃고 매사에 기쁨을 느낄 줄 몰랐는데, 마침 사람 중에 시골(경주)로 부터 온 자가 있어 겸사해서 그 기생에 관해 물었더니, 그 기생이 청년과 이별하자 마자 곧 다른 사람의 애인이 되었다고 하는지라.
怒之而遣蒼頭, 索還板齒.
청년은 그녀에게 화가 나서 노복을 경주로 보내 자신의 앞 이빨을 도로 찾아오도록 하였다.
娼撫掌大笑曰: 痴垓字 屠門戒殺 娼家責禮, 非寓則妄.
그래서 노복이 기생에게 가서 말하니, 기생이 손바닥을 어루만지며 크게 비웃어 말하기를, '어리석은 어린아이가 백정(白丁) 세계에서 살생을 훈계하고, 기생 세계에서 예법(禮法)을 책망하니, 바보가 아니면 정신이 나간 놈이구나.'
可揀兼痴孩子齒去, 擲一布袋, 乃平生所得男齒也.
가릴수 있다면 어리석은 아이의 이빨을 기지고 가라며 하나의 베주머니를 던지 길래, 그것들은 곧 평생에 얻은 남자들의 이빨(齒)이었다.
有人題詩曰:
어떤 사람이 시를 지었다.
年少風流見未曾
이 소년의 풍류는 일찍이 보지 못하던 것으로
娼家責禮竟可能
창녀에게 예를 요구함은 끝내 어찌 가능하랴만
莫言這物恩情薄
그녀에게 은헤와 사랑이 박하다 말하지 마라
齒豁頭童是壽徵
앞니가 탁 트이고 민둥머리 된 것은 장수의 조짐이니
43. 도문계살(屠門戒殺)
鷄林有一官娼 美而艶 有長安一年少 情頗珍重 娼 紿曰妾本閥閱 沒爲婢 時未經男子 年少 尤惑之 娼臨別 善哭 年少 傾行橐贈之 娼謝曰願得切身之物 不願財賄 年少卽斷髮與之 娼曰毛髮猶外也 願得尤切物者 年少斫板齒與之
及還京 忽忽不樂人有自鄕來者 年少廉問 娼 纔別 就他家 怒之 馳遣蒼頭 索還板齒 娼撫掌大笑曰癡孩子 屠門戒殺 娼家責禮 非愚則妄 可揀爾癡孩子齒去 擲一布袋 乃平生一得男齒也 有人題詩曰年少風流見未曾 娼家責禮竟可能 莫言這物恩情薄 齒豁頭童是壽徵
민간에 전래하는 문헌소화(文獻笑話; 우스운 이야기)를 집대성한 설화집으로, 대략 19세기에 편찬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 속에 수록된 소화집의 편찬자는 대개 알려져 있다.
1947년송신용(宋申用)에 의하여 '조선고금소총(朝鮮古今笑叢)'이라는 제목으로 제1회 배본에 '어수록(禦睡錄)'이, 제2회에 '촌담해이(村談解頤)', '어면순(禦眠楯)'이 한 권으로 묶여 정음사(正音社)에서 출판되었다.
1959년 민속자료간행회에서 '고금소총' 제1집이 유인본으로 간행되었는데, 이 속에는 서거정(徐居正) 편찬의 '태평한화골계전(太平閑話滑稽傳)', 홍만종(洪萬宗)의 '명엽지해(蓂葉志諧)', 송세림(宋世琳)의 '어면순', 성여학(成汝學)의 '속어면순', 강희맹(姜希孟)의 '촌담해이', 부묵자(副墨子)의 '파수록(破睡錄)', 장한종(張寒宗)의 '어수신화(禦睡新話)', 그 밖에 편찬자 미상의 '기문(奇聞)', '성수패설(醒睡稗說)', '진담록(陳談錄)', 교수잡사(攪睡襍史) 등 모두 789편의 소화가 수록되어 있다.
한편, 1970년조영암(趙靈巖)은 '고금소총'이라는 표제로 소화 379편을 번역하고 그 원문까지 인용하여 명문당(明文堂)에서 발간한 바 있다.
소화(笑話)로서의 특징은 한문소화로서 일반적인 소화와 구별되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 일반적인 소화는 구전하여 전래하는 구비전승인데, 여기에 수록된 소화는 이미 몇 백 년 전에 문헌으로 정착되어 전하고 있고 한문으로 기록 되었으며, 수집, 편찬한 작자들이 대개 한학자이자 문장가요, 관료나 양반들이라는 특수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화에 등장하는 인물의 신분, 성격, 주제, 구성 등이 일반 구비소화와 판이한 데가 있다.
오직 웃음을 유발시키는 이야기요, 단편 형식을 취하는 점에서는 일반소화와 다를 바 없으나, 역시 문장화되어 전하기 때문에 작품으로서의 짜임새나 표현기교는 훨씬 세련되어 있다.
다시 말하면, 한문소화는 학자나 양반 등의 특정인에 의하여 수집, 편찬되었기 때문에, 편찬자의 창의와 윤필(潤筆)이 가미되어 순수한 구비전승물로 볼 수 없으며, 좀더 과장하여 편찬자의 창작적 의도에 의하여 씌어진 것도 있다.
한편, 한문소화의 주인공은 바보나 꾀쟁이, 재담꾼 등으로 국한되지 않고 위로는 왕후장상으로 부터 학자, 관료, 양반, 중인, 무당, 판수, 승려, 기생, 노비에 이르기까지 빈부와 남녀노소가 다 웃음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요컨대, 한국인이면 현우(賢愚)와 귀천을 가리지 않고 모두 등장하므로 문헌소화는 일반 구전소화보다 더 개성적이요, 더 현실적이다.
또한, 한문소화에서는 남녀의 육담(肉談), 이른바 외설담이 그 양이나 질에서 모두 우세하고 또 과감할 정도로 노골적임이 특징이다. 그러면서도 웃음을 반드시 동반하여 소화로서의 본질을 망각하지 않는다.
이 밖에도 문헌소화의 편찬 의도는 비록 유희적인 이야기를 본령으로 하더라도, 반드시 권계(勸戒)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좀 지나친 외설담이라 할지라도 은연중 교훈의 냄새를 풍기며, 심지어 각 소화의 끝에 건전한 평까지 부연하여 도덕성을 강조하기도 한다.
소화는 과장, 모방, 치우(癡愚; 못생기고 어리석음), 사기, 경쟁담 등으로 분류함이 일반적이다. '고금소총'은 외설담에 비중을 많이 두고 편찬된 소화이기 때문에, 이것을 주로 하여 분류하면 먼저 외설적인 것과 비외설적인 것으로 나누어진다.
비외설적인 것은 다시 단순한 웃음을 유발하는 것과 슬기와 재담이 곁들여진 것으로 나누어진다. 전자를 치우담이라 한다면 후자는 지혜담이라 할 수 있다.
치우, 지혜, 외설담 중에서는 그 구성이 단편소설과 비슷하거나 조선시대의 고대소설과 같은 궤(軌)인 것들도 있다. 양으로도 길뿐만 아니라 등장인물들도 다양하기 때문에 고소설연구에 필요한 자료가 된다.
수록된 소화에 나타난 해학을 정리하면 첫째, 아무리 익살스러운 사람이라도 혼자서는 해학의 연출이 불가능하여 듣는 자나 쏘는 자 없이 이루어지는 두 사람의 관계에서는 해학의 조성이 힘드므로 매개체를 필요로 하고 있다.
승려와 여인의 관계에 있어서는 상좌라는 매개자가 필요하고, 관료와 기생의 관계에서도 방자 또는 그것을 엿보는 제3자가 있게 마련이다.
부부의 비밀스러운 작업만으로는 웃음이 유발되지 않지만, 철모르는 자식이나 또는 장성한 자식의 개입으로 비로소 웃음이 나오게 된다.
주인과 여종의 관계에는 본처의 개입이나 비부(婢夫) 또는 다른 노복(奴僕)이 참여하게 된다. 그래야만 주인은 바보나 병신으로 둔갑하여 해학적인 인간이 된다. 파계승이나 호색양반들도 마찬가지이다.
소화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치우담도 거의가 이런 인간관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명사들의 일화도 반드시 방관자가 있어야 한다.
둘째, 외설담은 비윤리적이고 범법적(犯法的)인 과감한 행위에서 이루어진 것이 많다. 과거에 객사의 유부녀를 범하는 것이나 수절과부를 꾀어내는 행위가 그것이다.
여종이나 노복과의 행위도 윤리적 관념이 앞서면 불가능하다. 요컨대, 기존질서나 법적 구속에서 탈출하는 행위가 웃음의 대상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체면과 권위만을 내세우는 학자나 양반이, 또는 수도에만 전념해야 할 승려가 그 울타리에서 탈출하여 과감한 엽색행각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이것만으로도 웃음을 자아내는데 우리는 그 범법을 책하기 전에 인간본연의 자세로 돌아간 그 인간성에 동정마저 느끼게 된다.
외설담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가공의 이야기도 많다. 그것은 호사가나 이야기꾼이 지어낸 것인 줄 뻔히 알면서도, 만용적인 탈출, 인습에 대한 반항, 제도의 타파에 쾌감을 느낀다.
이런 기발한 해학은 외국에도 있겠지만 그 한국적인 인간군상이 한국인의 공명과 공감을 사게 되는 것이다.
셋째, 웃음은 공동사회의 요구에 응하여 생긴다. 즉, 어떤 특수사회의 습속(習俗)이나 관념, 그리고 그들만이 가지는 언어와 습관과 불가분의 상관성이 있다.
원리적으로 말한다면, 서민사회에 뛰어든 양반의 해학에는 서민은 무감각하나 성(性)의 세계에서는 그렇지 않다. 양반과 기생, 여종과의 관계, 노복과 여주인과의 관계가 그렇다.
기생은 비록 천민이지만 그 활동무대가 양반사회라는 데서 공동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고, 여종은 오직 성의 비밀스러운 대상으로 양반과 사귀고 있기 때문에, 공동사회의 참여자는 못된다는 기이한 현상이 있다. 양반들의 재담에 기생은 상대가 되지만 여종은 어림도 없기 때문이다.
넷째, 표현기교에서 한국적인 해학을 체험할 수 있다. 언어가 지니는 민족적 특징은 어느 민족에게나 있기 때문에, 이 언어구사의 묘에서 웃음이 유발되는 경우는 민족에 따라서 다를 수가 있다. 지혜담의 경우는 이것이 더 중요한 구실을 하지만 그 밖의 소화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우리 나라의 소화는 한글로 표현된 것과 한문표현의 두 갈래로 분류할 수 있는데, 같은 내용의 이야기라도 한글표현으로는 웃음이 나와도 한문표현으로는 무미건조해지는 경우가 있고, 이와는 반대로 한문표현에서는 웃음이 있으나, 한글표현에서는 웃음을 체험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고금소총'의 소화에서도 이러한 특징이 많이 발견된다. 특히, 노골적인 외설담에서 표의문자인 한문표현에서는 은근한 해학을 느끼지만, 그것을 표음문자인 한글로 옮겨 놓으면 표현하기도 힘들지만, 그대로 직역해버리면 독자는 웃음은 커녕 오히려 혐오를 금하지 못하게 된다.
339. 명노추치(命奴推齒)
종에게 명하여 이빨을 찾아오라 하다.
士人崔生之父, 爲咸興通判, 生隨之, 而眄一妓沉惑, 及父之遞歸, 生與妓相別, 把手飮泣曰: 一別後, 會面難再, 願得郞君切身之物, 以備不忘之資. 生卽拔一齒與之.
선비 최생의 아버지가 함흥 통판이 되어, 최생이 따라가서, 한 기생에게 깊이 매혹 되었었는데, 아버지가 전직이 되어 돌아감에, 최생과 기생이 서로 이별할 때, 기생이 손을 잡고 울면서 말하기를, '한 번 이별한 후에는 다시 만나기 어려우니, 원컨대 낭군의 몸에서 하나를 띄어 주시면, 잊지 않을 자료로 삼겠습니다' 하니, 최생이 곧 이 하나를 뽑아 주었다.
行至中途, 秣馬路傍樹陰下, 方戀妓抆淚, 俄有一少漢至其處, 揮涕而泣, 又一少漢, 隨至, 亦垂淚,
가는 도중에, 길가 나무 그늘 아래서 말에 꼴을 먹이고 있는데, 바야흐로 기생이 그리워 눈물 닦는데, 갑자기 한 젊은 놈이 그곳에 이르러, 눈물을 닦으며 우는데, 또 한 젊은 놈이 따라와, 역시 눈물을 흘리는지라,
生心怪之而問曰: 汝輩緣何而泣耶?
최생이 마음에 괴상히 여겨 묻기를, '너희들은 어떤 연유로 울고 있는거냐?' 하니,
一漢進曰: 小的卽京宰家奴也, 曾眄咸興妓後, 昵愛已久, 妓爲通判之子所寵, 而爲其舊情, 乘間相從, 方伯之子, 今又納之, 牢閉不出故, 望斷而歸, 是以泣耳.
한 놈이 나서며 말하기를, '소인은 서울의 제상가집 종이온데, 일찍이 함흥 기생에게 빠진 뒤로, 사랑에 빠진지 오래 되었는데, 기생이 통판 아들의 사랑을 받는바 되어, 옛날 정분 때문에 틈이 있을 때마다 서로 사귀었는데, 방백의 아들이 지금 그 받아들여, 문을 굳게 닫고 나오지 않기 때문에, 바램을 끊고 돌아가는 길이라, 이 때문에 울고 있는 것입니다' 하고,
一漢曰: 小的本以京商, 昨年, 往北關, 聞一妓有色, 而衙童方畜之, 小的㗖之以貨故, 偸隙輒通, 兩情交密, 今則衙童纔已還京, 小的自擬縱心酣樂, 豈料方伯之子, 又嬖之, 深鎖營中, 無緣更覘故, 心腸如割, 今見尊公之抆淚, 又見彼人之揮涕則自然悲感, 不覺淚下.
또 한 놈이 말하기를, '소인은 본래 서울의 장사꾼으로, 작년에 북관에 갔다가, 한 기생이 자색이 아름답다 함을 들었는데, 관아의 사람이 바야흐로 기르고 있어, 소인이 재화를 써서 욕심을 부렸기 때문에, 틈을 이용하여 문득 통하게 되어, 두 사람의 정분이 교합하여 은밀했는데, 지금은 관아의 사람이 겨우 서울로 가서, 소인이 스스로 마음을 놓고 즐겼으나, 어찌 방백의 아들이라 생각이나 했겠으며, 또 그 여자를 사랑하여, 깊이 감영에 가두어 두어서, 다시 엿볼 수 없기 때문에, 심장이 찢어지는 것 같았는데, 이제 높으신 어른의 눈물 뿌리는 것을 보고, 또한 저 사람의 눈물 흘리는 것을 보니, 자연히 슬픈 감정이 생겨, 모르는 사이에 눈물이 흘렀습니다' 하니,
生問妓名爲誰, 則兩漢卽幷告之, 生之所眄妓也.
최생이 기생의 이름이 누구냐고 물은즉, 두 놈이 곧 같이 말하는데, 최생이 가까이 한 기생이었다.
生愕然自失曰: 痛哉! 痛哉! 賤物不足關念. 卽命蒼頭, 往推其齒,
최생이 놀라 실망하여 말하기를, '아프고 아프도다! 천한 것은 생각하기에 부족하다' 하고, 곧 노복에게 명하여, 가서 이를 찾아오게 하니,
妓拍掌笑曰: 痴孩子, 屠門戒殺, 娼家責禮, 非愚則妄也.
기생이 손뼉을 이쳐 크게 웃으며 말하기를, '어리석은 아이는 도살장에 가서 살생을 경계하고, 기생집에 가서 예를 꾸짖는 것이니, 어리석은 자가 아니면 망녕된 자로다' 하며,
遂出擲一布帒於庭曰: 爾主之齒, 吾何能辨知乎, 汝可擇去.
드디어 한 포대를 뜰에 던지며 말하기를, '너의 주인의 이를 내가 어찌 가려볼 수 있겠느냐, 네가 가려서 가지고 가라' 하니,
蒼頭就而視之, 則齒滿帒中, 可三四斗許, 蒼頭笑而退去.
노복이 나아가 보니, 이가 포대 안에 가득 한데, 거의 서너 말이나 되는지라, 노복이 웃으면서 물러갔다고 한다.
野史氏曰: 楊子拔一毛而利天下, 猶且不爲, 況迷於一姬, 甘心拔齒, 不顧父母之遺體, 惑之甚者也.
야사씨가 말하기를, '양자는 털 하나를 뽑아 천하를 이롭게 한다 하더라도, 오히려 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하물며 한 여자에 미혹되어, 기꺼이 이를 빼어주고, 부모님께서 물러주신 몸을 돌아보지 않았으니, 유혹됨이 심한 사람이라 할 것이다.
及聞樹下兩人之言後, 大悟娼女之淫穢, 乃欲還已拔之齒, 齒雖可推, 其能復植耶.
또한 나무 밑에서 두 사람의 말을 들은 후에, 창녀의 음란하고 더러움을 크게 깨달아, 이에 뽑은 이를 다기 가져오고자 하였으니, 이는 비록 가져올 수 있으나, 다시 심을 수야 있겠는가.'
▶️ 屠(죽일 도, 흉노 왕의 칭호 저)는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주검시엄(尸; 주검)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者(자, 도)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屠(도, 저)는 ①죽이다 ②(짐승을)잡다 ③무찌르다 ④짐승을 찢다, 찢어 죽이다 ⑤앓다 ⑥백정(白丁: 가축을 잡는 일을 업으로 삼는 사람) ⑦도수장(屠獸場: 도살장) ⑧지명, 그리고 ⓐ흉노 왕의 칭호(稱號)(저)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윗사람 죽일 시(弑), 죽일 륙(戮), 다 죽일 섬(殲), 죽일 살(殺), 죽일 살(煞)이다. 용례로는 마구 죽임으로 육축을 잡아 죽임을 도살(屠殺), 닭을 잡아서 죽임을 도계(屠鷄), 무참하게 마구 죽임을 도륙(屠戮), 가축을 도살하는 일을 도축(屠畜), 소나 돼지 등을 잡는 사람을 도자(屠者), 사람을 죽이고 재물을 약탈함을 도략(屠掠), 도륙하여 없애 버림을 도발(屠拔), 백성을 도륙하여 해침을 도해(屠害), 성이 함락되면 그 안의 사람들이 살육된다는 뜻으로 성이 함락됨의 비유한 말을 도성(屠城), 법령을 어기고 함부로 가축을 도살하는 일을 범도(犯屠), 관청의 허가 없이 소나 돼지 따위를 부정하게 잡는 일을 사도(私屠), 푸줏간에서 소 잡지 말란다는 뜻으로 도저히 행할 수 없는 일을 경계한다는 뜻의 속담을 도문계살(屠門戒殺), 도살장에서 염불하기라는 뜻으로 서로 전혀 어울리지 않은 것을 이르는 속담을 도문송불(屠門誦佛), 온 집안의 가족을 모두 도륙함을 이르는 말을 도문멸족(屠門滅族), 용을 죽이는 기술이라는 뜻으로 용이 이 세상에 없는 동물이므로 세상에 쓸모 없는 기술을 이르는 말을 도룡지기(屠龍之技), 도살장에 끌려가는 양이란 뜻으로 죽음을 목전에 둔 사람 또는 무상한 인생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도소지양(屠所之羊) 등에 쓰인다.
▶️ 門(문 문)은 ❶상형문자로 门(문)은 간자(簡字), 閅(문)은 동자(同字)이다. 두 개의 문짝이 있는 문의 모양으로 문짝을 맞추어 닫는 출입구를 말한다. ❷상형문자로 門자는 '문'이나 '집안', '전문'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갑골문에 나온 門자를 보면 양쪽으로 여닫는 큰 대문이 그려져 있었다. 戶(지게 호)자가 방으로 들어가는 외닫이 문을 그린 것이라면 門자는 집으로 들어가기 위한 큰 대문을 그린 것이다. 門자는 대문을 그린 것이기 때문에 '문'이라는 뜻을 갖게 되었지만, 이외에도 '집안'이나 '문벌'과 같이 혈연적으로 나뉜 집안을 일컫기도 한다. 다만 門자가 부수로 쓰일 때는 주로 문과 관련된 행위나 동작과 관련된 뜻을 전달한다. 그래서 門(문)은 (1)담이나 판장 따위로 둘린 안팎을 연결하기 위하여 드나들거나 통할 수 있도록 틔워 놓은 곳. 또는 그곳에 달아 놓고 여닫게 만든 구조물. 판자문, 골판문, 띠살문, 완자문, 정자살문, 빗살문 따위가 있음 (2)생물의 분류학(分類學) 상 단위의 한 가지. 강(綱)의 위 계(界)의 아래임. 동식물을 합하여 10여 개의 문으로 나뉨 (3)칠사(七祀)의 하나로 출입(出入)을 맡아 본다는 신 (4)성씨(姓氏)를 함께 하며 혈연적으로 나뉜 그 집안을 가리키는 말 (5)성(姓)의 하나 (6)포나 기관총 따위를 세는 단위 등의 뜻으로 ①문(門) ②집안 ③문벌(門閥) ④동문(同門) ⑤전문 ⑥방법(方法) ⑦방도(方道) ⑧가지 ⑨과목(科目) ⑩부문(部門) ⑪종류(種類) ⑫분류(分類) ⑬비결(祕訣) ⑭요령(要領: 가장 긴요하고 으뜸이 되는 골자나 줄거리)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스승의 가르침을 받는 사람을 문도(門徒), 집으로 드나드는 문을 문호(門戶), 성과 본이 같은 가까운 집안을 문중(門中), 대대로 이어 내려오는 집안의 사회적 신분이나 지위를 문벌(門閥), 문의 안이나 성과 본이 같은 가까운 집안을 문내(門內), 문 앞이나 대문 앞을 문전(門前), 문하에서 배우는 제자를 문인(門人), 문객이 드나드는 권세가 있는 집이나 가르침을 받는 스승의 아래를 문하(門下), 문을 여닫을 때 나는 소리를 문성(門聲), 대문 또는 중문이 있는 곳을 문간(門間), 세력이 있는 대가의 식객 또는 덕을 보려고 날마다 정성껏 문안을 드리며 드나드는 손님을 문객(門客), 문지기를 문사(門士), 한 집안의 가족들의 일반적 품성을 문품(門品), 문벌이 좋은 집안이나 이름 있는 학교 또는 훌륭한 학교를 명문(名門), 갈라 놓은 분류를 부문(部門), 한 가지의 학문이나 사업에만 전적으로 전심함을 전문(專門), 공기나 빛이 들어올 수 있도록 벽에 만들어 놓은 작은 문을 창문(窓門), 집안과 문중 대대로 내려오는 그 집안의 신분을 가문(家門), 큰 문이나 집의 정문을 대문(大門), 정면의 문이나 본문을 정문(正門), 성의 출입구에 있는 문을 성문(城門), 어떤 일에 바로 관계가 없는 사람을 일컫는 말을 문외한(門外漢), 대문 앞이 저자를 이룬다는 뜻으로 세도가나 부잣집 문 앞이 방문객으로 저자를 이루다시피 함을 이르는 말을 문전성시(門前成市), 이집 저집 돌아다니며 빌어 먹음을 일컫는 말을 문전걸식(門前乞食), 문 앞이 시장과 같다는 뜻으로 대문 앞에 시장이 선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모여 들고 있다는 말을 문전약시(門前若市), 집에 사람이 많이 찾아 온다는 말을 문정여시(門庭如市), 문 밖에 새 그물을 쳐놓을 만큼 손님들의 발길이 끊어짐을 뜻하는 말로 권세가 약해지면 방문객들이 끊어진다는 말을 문전작라(門前雀羅), 집 앞 가까이에 있는 좋은 논이라는 뜻으로 곧 많은 재산을 일컫는 말을 문전옥답(門前沃畓), 마음대로 드나들게 터놓음 또는 제 나라의 영토를 열어서 외국 사람에게 무역이나 여행 따위 행동의 편의를 줌을 일컫는 말을 문호개방(門戶開放), 문벌이 서로 어슷비슷함 또는 결혼 조건이 갖추어진 상대를 일컫는 말을 문당호대(門當戶對), 인정 없이 몹시 모질게 대함을 일컫는 말을 문전박대(門前薄待), 어머니가 아들이 돌아오기를 문에 의지하고서 기다린다는 뜻으로 자녀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어머니의 마음을 이르는 말을 의문지망(倚門之望), 문을 닫고 나가지 않는다는 뜻으로 집에만 틀어박혀 사회의 일이나 관직에 나아가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두문불출(杜門不出), 정수리에 침 하나를 꽂는다는 뜻으로 상대방의 급소를 찌르는 따끔한 충고나 교훈을 이르는 말을 정문일침(頂門一鍼), 문을 열고 도둑을 맞아 들인다는 뜻으로 스스로 화를 불러들임을 이르는 말을 개문납적(開門納賊), 북문에서 한탄함이라는 뜻으로 벼슬자리에 나가기는 했으나 뜻대로 성공하지 못한 것을 한탄함을 이르는 말을 북문지탄(北門之歎), 입은 재앙을 불러들이는 문이 된다는 뜻으로 말조심을 하라고 경계하는 말을 구화지문(口禍之門) 등에 쓰인다.
▶️ 戒(경계할 계)는 ❶회의문자로 誡(계)와 통자(通字)이다. 창 과(戈; 창, 무기)部와 양손 모양의 글자로 이루어졌다. 창을 들고 대비하는 모습이 전(轉)하여 경계(警戒)하다의 뜻이 되었다. ❷회의문자로 戒자는 '경계하다'나 '경비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戒자는 戈(창 과)자와 廾(두손 받들 공)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廾자는 무언가를 잡으려고 하는 양손을 그린 것이다. 이렇게 양손을 그린 廾자에 戈자가 더해진 戒자는 창을 들고 있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戒자는 창을 들고 주위를 경계한다는 뜻으로 '경계하다'나 '경비하다'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래서 戒(계)는 (1)죄악(罪惡)을 저지르지 못하게 하는 경계(警戒)나 훈계(訓戒) 등의 규정으로 신라(新羅) 화랑(花郞)의 세속 오계(世俗五戒)와 같은 따위 (2)승려(僧侶)가 지켜야 할 행동 규범으로 오계(五戒), 십계(十戒), 이백 오십계(二百五十戒), 오백계(五百戒), 사미계(沙彌戒), 보살계(菩薩戒), 비구계(比丘戒) 등이 있음 (3)훈계(訓戒)를 목적으로 하여 지은 한문(漢文) 문체(文體)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경계(警戒)하다, 막아 지키다, 경비(警備)하다 ②조심하고 주의하다, 삼가다(몸가짐이나 언행을 조심하다) ③타이르다, 알리다 ④이르다, 분부(分付)하다 ⑤재계(齋戒)하다(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다) ⑥이르다(어떤 장소나 시간에 닿다), 도달하다 ⑦지경(地境: 땅의 가장자리, 경계), 경계(境界) ⑧경계(警戒), 훈계(訓戒) ⑨재계(齋戒: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고 부정(不淨)한 일을 멀리함) ⑩승려(僧侶)가 지켜야 할 행동 규범(規範) ⑪문체(文體)의 이름,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징계할 징(懲), 경계 잠(箴), 경계할 경(警), 재계할 재(齋)이다. 용례로는 종교나 도덕상 꼭 지킬 조건을 계명(戒命), 승려가 계를 받은 후에 스승으로부터 받은 이름을 계명(戒名), 불자가 지켜야 할 규범을 계율(戒律), 세상 사람들에게 경계하도록 함을 계세(戒世), 삼가하여 조심하고 두려워 함을 계구(戒懼), 경계하여 삼감을 계신(戒愼), 경계하여 고함으로 글월을 띄워서 일정한 기한 안에 행하도록 재촉하는 일을 계고(戒告), 타일러서 금지함을 계금(戒禁), 여색을 삼가 경계함을 계색(戒色), 마음을 놓지 아니하고 경계함을 계심(戒心), 술 마시기를 삼가고 경계함을 계음(戒飮), 경계하여 꾸짖음을 계책(戒責), 잘못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미리 조심하는 것을 경계(警戒), 지나날 잘못을 거울로 삼아 다시는 그런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하는 경계를 경계(鏡戒), 허물이나 잘못을 뉘우치도록 나무람을 징계(懲戒), 타일러서 경계함을 훈계(訓戒), 집안의 규율을 가계(家戒), 삼가고 조심함을 긍계(兢戒), 지난 잘못을 거울로 삼아 다시는 그런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하는 경계를 감계(鑑戒), 타이르면서 훈계함을 권계(勸戒), 계를 받지 아니함을 무계(無戒), 부정한 일을 멀리하고 심신을 깨끗이 함을 재계(齋戒), 슬며시 들러 비유하는 말로 훈계함을 풍계(諷戒), 눈 앞에서 바로 타이름을 면계(面戒), 잘못 되는 일이 없도록 스스로 경계함을 자계(自戒), 계율을 깨뜨리어 지키지 아니함을 파계(破戒), 베를 끊는 훈계란 뜻으로 학업을 중도에 폐함은 짜던 피륙의 날을 끊는 것과 같아 아무런 이익이 없다는 훈계를 이르는 말을 단기지계(斷機之戒), 한 사람을 벌주어 백 사람을 경계한다는 뜻으로 한 가지 죄와 또는 한 사람을 벌줌으로써 여러 사람의 경각심을 불러 일으킴을 이르는 말을 일벌백계(一罰百戒), 앞의 수레가 뒤집히는 것을 보고 뒤의 수레는 미리 경계한다는 뜻으로 앞사람의 실패를 본보기로 하여 뒷사람이 똑같은 실패를 하지 않도록 조심함을 이르는 말을 복거지계(覆車之戒), 서리를 밟는 경계라는 뜻으로 서리가 내리는 계절이 되면 머지 않아 얼음이 얼므로 조짐을 보아 미리 재앙에 대비하는 경계를 이르는 말을 이상지계(履霜之戒), 장래가 촉망되는 자식은 위험을 가까이해서는 안된다는 경계를 이르는 말을 수당지계(垂堂之戒), 제 분수를 알아 만족할 줄 아는 경계를 이르는 말을 지족지계(止足之戒), 제사를 지내거나 신성한 일 따위를 할 때 목욕해서 몸을 깨끗이 하고 마음을 가다듬어 부정을 피한다는 말을 목욕재계(沐浴齋戒), 계율을 어기면서 부끄러워함이 없음 또는 그 모양을 이르는 말을 파계무참(破戒無慙) 등에 쓰인다.
▶️ 殺(죽일 살/감할 살, 빠를 쇄, 맴 도는 모양 설, 윗사람 죽일 시)은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갖은등글월문(殳; 치다, 날 없는 창)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杀(살)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杀(살; 나무와 풀을 베다)와 때려 잡는다는 殳(수)의 뜻이 합(合)하여 죽이다를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殺자는 '죽이다'나 '죽다', '없애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殺자는 杀(죽일 살)자와 殳(몽둥이 수)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杀자는 짐승의 목에 칼이 꽂혀있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죽이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그래서 본래 '죽이다'라는 뜻은 杀자가 먼저 쓰였었다. 소전에서는 여기에 殳(몽둥이 수)자가 더해지면서 '죽이다'라는 뜻을 더욱 사실적으로 묘사하게 되었다. 그래서 殺(살, 쇄, 설, 시)은 ①죽이다 ②죽다 ③없애다 ④지우다 ⑤감하다 ⑥얻다 ⑦어조사(語助辭) 그리고 ⓐ감하다(쇄) ⓑ내리다(쇄) ⓒ덜다(쇄) ⓓ심하다(정도가 지나치다)(쇄) ⓔ빠르다(쇄) ⓕ매우(쇄) ⓖ대단히(쇄) ⓗ맴 도는 모양(설) ⓘ윗사람 죽일(시)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죽일 도(屠), 윗사람 죽일 시(弑), 죽일 륙/육(戮), 다 죽일 섬(殲),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있을 존(存), 살 활(活), 있을 유(有), 날 생(生)이다. 용례로는 남의 생명을 해침을 살해(殺害), 사람을 죽이거나 상처를 입힘을 살상(殺傷), 사람을 죽임을 살인(殺人), 살해를 당함을 피살(被殺), 자기 목숨을 스스로 끊어서 죽음을 자살(自殺), 있는 것을 아주 없애버림을 말살(抹殺), 때려 죽임을 박살(樸殺), 남에게 당한 죽음을 타살(他殺), 죄다 죽임을 몰살(沒殺), 참혹하게 마구 무찔러 죽임을 학살(虐殺), 보고도 안 본 체, 듣고도 안 들은 체 내버려두고 문제 삼지 않음을 묵살(默殺), 얄망궃고 잔재미가 있는 말씨와 태도를 와살(瓦殺), 낙인을 지워 없앰을 쇄인(殺印), 세차게 몰려듦을 쇄도(殺到), 덜어서 적게 함을 감쇄(減殺), 몹시 괴롭힘을 뇌쇄(惱殺), 수습하여 결말을 지음을 수쇄(收殺), 등급을 아래로 낮춤을 강쇄(降殺), 몹시 놀람을 경쇄(驚殺), 자신의 몸을 죽여 인을 이룬다는 뜻으로 자기의 몸을 희생하여 옳은 도리를 행함을 일컫는 말을 살신성인(殺身成仁), 자기의 몸을 희생하여 절개를 세움을 일컫는 말을 살신입절(殺身立節), 삼국통일의 원동력이 된 화랑의 세속오계의 하나로 산 것을 죽일 때는 가려서 죽일 것을 이르는 말을 살생유택(殺生有擇), 죽여도 아깝지 않다는 뜻으로 죄가 매우 무거움을 이르는 말을 살지무석(殺之無惜), 무엇을 트집잡아 사람을 잔인하게 마구 죽이는 변고를 일컫는 말을 살육지변(殺戮之變), 음악에서 곡조가 거세고 급하여 무시무시한 느낌을 주는 소리를 일컫는 말을 살벌지성(殺伐之聲), 죽여도 아깝지 않다는 뜻으로 죄가 매우 무거움을 이르는 말을 살지무석(殺之無惜), 무엇을 트집잡아 사람을 잔인하게 마구 죽이는 폐단을 일컫는 말을 살육지폐(殺戮之弊), 사람을 죽이고 살릴 수 있는 권리를 일컫는 말을 살활지권(殺活之權), 살기가 얼굴에 잔뜩 올라 있음을 이르는 말을 살기등등(殺氣騰騰), 살기가 있어 아무것도 무서워하지 않음을 일컫는 말을 살기담성(殺氣膽盛), 쇠뿔을 바로 잡으려다 소를 죽인다는 뜻으로 결점이나 흠을 고치려다 수단이 지나쳐 도리어 일을 그르침을 일컫는 말을 교각살우(矯角殺牛), 한 치밖에 안 되는 칼로 사람을 죽인다는 뜻으로 간단한 경구나 단어로 사람을 감동시킴 또는 사물의 급소를 찌름의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촌철살인(寸鐵殺人), 자기의 몸에 불을 질러 목숨을 스스로 끊음을 일컫는 말을 분신자살(焚身自殺), 칼을 빌려 사람을 죽인다는 뜻으로 남을 이용하여 사람을 해치는 음험한 수단을 이르는 말을 차도살인(借刀殺人), 증삼이 사람을 죽였다는 뜻으로 거짓말도 되풀이 해 들으면 믿어버리게 된다는 말을 증삼살인(曾參殺人), 사람을 죽이기를 꾀하다가 이루지 못한 행위를 일컫는 말을 모살미수(謀殺未遂), 살리든지 죽이든지 마음대로 함 또는 제 마음대로 날뛰는 것을 이르는 말을 활살자재(活殺自在), 살리거나 죽이고 주거나 뺏는다는 뜻으로 마음 내키는 대로 할 수 있음을 이르는 말을 생살여탈(生殺與奪) 등에 쓰인다.